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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도깹
작품등록일 :
2020.05.1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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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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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4. 밀수.

DUMMY

“일본이라...”


배주길은 일단 잠시 이와우에의 집에 머물기로 했다. 여관같은 곳은 없는 시골이라 노숙을 하지 않으려면 방법이 없었다. 이와우에의 집은 겉으로 보기에도 그렇지만 그 안도 조선의 집과는 달랐다.


“하아... 외국 여행을 이런 식으로 하다니...”


배주길은 씁쓸하게 웃었다. 댜한민국 시절 배주길은 외국여행이란 것을 해보고 싶었다. 미국이나 유럽은 언감생심 꿈도 못꿨지만 중국이나 동남아, 일본 정도라면 해 볼만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중에서도 여러 시설이나 치안 등을 따질 때 가장 알맞은 곳이라 언지고 돈을 벌면 한 번 일본 여행을 해보리라. 이렇게 마음 먹고 있었는데...


“이렇게 왔네. 하지만 알본 여행오면 뭐 하나... 초밥도 없고. 온천도 없고. 속옷 안 입은 여자들은... 있구나.”


있기는 있었다. 사실 일본의 기모노 안에 속옷을 안 입는다는 것은 잘 못된 것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속옷의 형태가 기모노에 맞게 만들어져 있을 뿐. 카지노에서 일할 때 들으니 제대로 된 기모노 차림은 여러 벌을 껴입는 것이라고 들었었다. 다만 유카타의 경우는 그런 것이 없기는 해도... 그래도 최소한 현대의 여성 속옷은 입는다는 말에 살짝 김이 샜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런데 여기 여자들은 정말 속옷을 안 입었다. 왜? 가난해서. 하지만...


“못생겼어. 몸매도 엉망이고. 보면 눈 버릴 것 같아.”


이곳 여자들이 들으면 얻어맞을 소리를 한탄과 함께 내뱉는 배주길이었다.


* * *


오구치에게 딱히 인맥이나 그런 것은 필요 없었다. 그저 백자 몇 개 바구니에 담아 들고 번화가를 지나가면 될 뿐이었다. 왜국에서는 조선에서 건너오는 물건을 귀하게 생각했다. 조선통신사가 왜국에 갈 때면 수 많은 사람들이 조선통신사의 글을 얻기 위해 애를 쓴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훗날 왜국에서 자신들이 요청했던 조선통신사를 먼저 거부할 때까지 이어진 상황이기도 했다. 그런 판국이니 지금 왜국에서 조선의 백자는 더더욱 귀한 물건이었다.


“다 팔았단 말이지?”


배주길은 빙긋 웃었다. 자기의 값은 은으로만 받았다. 지금 배주길의 손에는 은이 몇 덩이있었다. 생각보다 좋은 성과였다. 그리고 이건 시작일 뿐이기도 했다. 앞으로 오구치와 이와우에를 잘 키운다면 거래는 더 쉬워질 것이었다.


“내가 볼 때 이와우에는 믿을만한 사람같더군.”


배주길이 도화에게 말한 이와우에에 대한 판단이었다.


“예. 믿을만한 사람입니다. 음... 그에 비해 대구놈은...”

“오구치같은 자는 제대로만 챙겨주면 큰 무제가 없을 거야. 물론 그렇더라고 해도 항상 감시를 해야겠지. 그걸 이와우에에게 맡기고 싶군.”

“제가 은밀히 잘 말해두겠습니다.”

“좋아.”


일단의 좋은 성과를 거둔 배주길은 다시 조선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나저나...”


타고 왔던 배를 본 배주길은 한숨부터 나왔다. 저걸 또 타야 하는가... 카지노에서 근무할 때 누군가 이런 말을 했었다.


“바다를 건너서 하는 여행은 말이지. 비행기도 좋지만 시간이 있으면 배도 좋아. 물론 너무 먼 거리면 크루즈를 타야겠지. 하지만 가까운 거리면 배를 타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되지. 국내같으면 제주도고... 해외라면 대만이나 일본 정도.”


그 사람 만나면 패주고 싶었다.


‘배를 타라니... 그건 여행길이 아니라 고행길이잖아!’


물론... 21세기의 여객선과 16세기 나룻배의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배주길이었다.


* * *


어두운 밤. 여러 명의 사람이 밤길을 걷는 중이었다. 배주길 일행이었다.


“빨리빨리 가자고.”


배주길이 길을 재촉했다.


“예. 그나저나 밤길이 많이 어둡습니다. 길이 어두워 자칫하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겠습니다요.”


도화의 말이었다.


“구름이 껴서 그렇지. 그러니 조심하라고.”


초롱불이든 횃불이든 들고 다닐 상황이 아닌 배주길 일행이었기에 이런 어두운 밤길은 난감한 노릇이었다. 그래도 구름 사이로 살짝 비치는 달빛에 의존해서 그럭저럭 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가장 앞서가던 말동이가 급히 섰다.


“왜 그러나?”

“아, 앞에...”


말동은 특히 눈이 좋았다. 먼 것도 잘 보고, 밤눈도 밝았다. 지금 가는 길에 가장 앞서 나간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앞에 뭐가 있는데?”


배주길이 물었다. 그리고 답은 말동이 아닌 다른 사람 입에서 나왔다.


“이놈들! 가진 것 다 내놀고 썩 꺼지거라!”

“하아... 이제 무슨 3류 웹소설 클리셰같은 전개냐...”


문득 조선으로 오기 전 보던 웹소설 결말이 궁금해지는 배주길이었다.


“한강율인지 한강물인지는 놉링을 물리쳤으려나...”

“예? 무슨 물요?”


말동이 급히 되물어 온다. 배주길도 아차 싶었다. 무심코 생각나는 것을 말해버린 것이었다. 다행히 화적들로 인해 긴장을 해서인지 제대로 못 들은 모양이지만...


“아니다. 물은 무슨...”


그리고는 화적들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왜 하필 이 시점에서 저 놈들이...’


근처에 산이라도 있으면 이해를 하겠지만...


“어서 은을 내놓고 꺼지란 말이다! 안 그러면 모두 오라... 아니 물고... 아니 죽일 거다!”


조금 전의 그 화적이 다시 한 번 으름장을 놓았는데...


‘응? 오라? 물고?’


그러고 보니 화적 중 한 놈의 장비가 요상했다. 다른 화적들은 다들 허름한데다 이리저리 기운 딱 봐도 낡은 옷에 무기라고는 낫이며 괭이같은 농기구였다. 그나마 한 놈이 도끼를 들어 무기다운 무기랄까... 그런데 조금 전부터 말하는 놈은 일단 옷은 평범했지만 그리 낡은 옷이 아니었다. 기운 곳도 없었으며 깨끗했다. 산이건 어디건 굴러다니는 자들이 화적인데 옷이 깨끗하다라... 거기에 무기는 또 어껀가? 손에는 창을 쥐었으며, 허리에는...


‘쇠좃매라...’


저런 물건을 누가 가질 수 있는지는 삼척동자라도 알 일.


‘황참새 이 구워먹지도 못 할 놈!’


배주길은 이를 갈았다. 이번 밀수에 대해 아는 사람은 몇 명되지 않았다. 그 중 한 명이 황대붕이었다. 도화처럼 아주 작게 하는 밀수가 아닌 도자기를 수십 점 들고 나가는 밀수였다. 누군가 관에 연결되어 힘을 쓸 수 있는 자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배주길이 줄을 댈 수 있는 자는 현재 황대붕 뿐이었고...


“어, 어쩝니까요?”


말동이 부들부들 떨며 물었다. 슬쩍 돌아보니 다들 마찬가지였다. 유일하게 도화만이...


“나리. 말씀만 하십쇼. 저 놈들 소인이 다 박살 내놓겠습니다요.”


듬직한 말을 할 뿐이었다.


“박살이라... 좋지. 그 전에...”


딱 봐도 창을 든 놈 하나 빼면 아무 것도 아닌 자들이었다. 어디서 급하게 긁어모은 것이 확실해 보였다. 그나마 덩치있고 도끼까지 든 자마저 배주길이 노려보니 단박에 눈길을 피했으니...


“내가 먼저 손을 봐 주고.”


배주길이 나섰다. 배주길도 한 때는 좀 놀던 남자였다. 그리고 놀 때 쌈박질도 좀 해봤고... 학창시절 권중현과 붙어 다닌 덕분에 권중현의 아버지로부터 종합격투기를 배우기도 했었다. 물론 그래봐야 전문적으로 사람 주기는 기술을 배우는 사람과 싸운다면 먹힐 것은 아니었지만...


‘저 놈은 확실히 반 죽여 버릴 수 있다.’


그저 목청만 큰 허세꾼. 딱 보이는 자였다.


“화적이면 덤벼라!”


배주길은 배에 힘을 딱 주고 당당하게 걸어갔다.


“싸움은 기세가 반이야. 그래서 똥개도 자기 집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이 있지.”


예전 권중현의 아버지가 해 준 말이었다. 한때는 상당히 괜찮은 사나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들 교육 망친 것만 빼면 성격도 좋고, 인성도 좋고. 화끈하고... 하지만 그 후 권중현의 잘 못을 안 후에 한 행동은 그 동안 보여준 것이 전부 가식이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었다. 부전자전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인간이랄까? 하지만 싸움에 대한 조언은 진짜였다. 어쨌든 그때 배주길은 권중현과 친하게 어울릴 때였으니...


“내 주먹 받아라! 바퀴벌레야!”


창을 든 자에게 거의 가까이 갔을 때 배주길은 크게 소리지르며 달려들었다. 창 든 자는 그제야 화들짝 놀라 움직였지만 이미 늦었다. 배주길의 주먹이 코에 정확히 틀어박힌 것이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창을 잡은 팔을 잡고 비튼 후 같이 뒤엉키며 넘어졌다. 그 순간 이어진 암바!


“으, 으아악!”


결국 그 자는 비명을 질렀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 비명을 지르면 어쩌란 거냐? 팔이라도 뽑아야 조용하려나?”


배주길의 한마디에 비명은 멈췄다. 절대 팔은 뽑히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 상태로 배주길은 다른 화적무리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화적들은 그만 움찔하며 눈도 못 마주치고 전전긍긍했다.


“훗. 도망도 못 가는 구만.”


물론 도망 갈 수 있을 리 없었다. 지금 상황에 도망갔다가 나중에 무슨 꼴을 당하려고... 그 정도상식은 있는 자들이었다. 그리고 딱 거기까지인 자들이었다. 지금의 배주길은 위험한 상태였다.


“그라운드 기술? 그거야 경기장에서 일 대 일로 겨룰 때나 쓰는 거지. 여러 명이 얽혀 싸우는 난전에서는 자살행위야. 넘어진 순간 상대 발 공격에 온 몸이 노출되거든. 좋게 포장하자면 쓰러트린 한 사람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장렬한 기술이지.”


권중현의 아버지가 해 준 말이었다. 사실 지금도 화적들이 달려들면 배주길로서는 속수무책일 것이었다. 말동을 비롯한 일행은 화적들을 보자마자 얼어붙었고, 도화가 있기는 해도 한 손이 열 손을 막을 수는 없으니...


‘이쯤에서 끝내야지.’


배주길도 계속 위험을 자초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이야 저 화적들이 난데없는 광경에 놀라 겁 먹은 것일 테지만, 자신이 기술을 걸고 있는 자가 우두머리라면 지금 이 우두머리를 죽이는 것이 아닌 이상 분명 구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끙차!”


생각을 정리한 배주길은 빠르게 일어났다. 그리고는 쓰러진 자의 배와 머리를 발로 그대로 한 번씩 차버렸다. 보통 머리를 그렇게 차면 기절을 할 것이다. 그때 배주길은 발로 몸을 밟고 흔들어 깨울 생각이었지만...


‘기절을... 않네? 아이구 발 아파라...’


그 인간 돌머리였다. 어쨌든 굳이 깨울 수고는 덜었다는 생각을 하며 말했다.


“가서 전해라! 직접 날 찾아오라고. 안 찾아온다면... 거기까지만 말해라!”


배주길은 다시 한 번 쓰러진 자의 사타구니를 차버렸다. 그때까지 고통을 참던 자는 이번에야 말로 돼지 멱 따는 비명을 질렀다.


“가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몸을 툭툭 턴 배주길이 앞서 나가기 시작했고 말동이 급히 배주길을 불렀다.


“혀, 형님! 반대로 가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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