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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도깹
작품등록일 :
2020.05.11 20:22
최근연재일 :
2020.10.09 16:13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96,179
추천수 :
1,981
글자수 :
289,471

작성
20.05.19 02:18
조회
1,853
추천
34
글자
8쪽

2. 탐락의 저승사자라 불릴 사나이.

DUMMY

권중현의 차를 탄 배주길은 인천의 어느 야산으로 갔다. 그리고 산에 올랐고 산 중턱에서 권중현이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바로 여기야.”

“여기?”

“저기 보이지? 땅으로 뚫린 구멍. 저기로 떨어졌다는 거야.”


권중현의 말에 배주길은 천천히 다가가 구멍 안을 보았다. 사람 한 명은 빠질만한 구멍이기는 했다. 제법 깊은 건지 구멍 안은 잘 보이지는 않았다. 충분히 죽을 수는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시체조차 발견 못 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정말 여기에 그 인간이 빠져 죽었다고 치자. 아무리 그래도 못 찾아? 너 지금 장난치냐?”


허리를 구부려 구멍을 본 배주길이 몸을 일으키자 권중현이 피식 웃었다.


“아니. 장난 아냐.”

“장난 아니라니? 여긴 아무리 봐도...”

“장난 아니고!”


권중현이 배주길의 말을 끊었다.


“배주길이 빠져 죽은 곳이 확실해.”

“그러니까. 빠져 죽은 것이 확실...”


되묻던 배주길은 순간 흠칫했다. 방금 배우진이 아니라...


“잘 가라고!”


권중현이 배주길의 가슴팍을 발로 찼다.


“앗!”


구멍으로 떨어지던 배주길은 황급히 팔을 허우적거려 구멍 가장자리를 잡았다.


“너 이 자식! 뭐 하는 거야!”

“뭐 하긴. 내 일을 하고 있지.”

“뭐라고?”

“그러게 누가 그렇게 나대래? 그깟 카지노에서 돈 잃어 주는 일이나 하는 주제에 어디서 그런 큰 거래를 망쳐? 그게 어느 분일인데.”

“무슨 소리지?”


짐작은 갔지만 더 들어 볼 필요가 있을 듯 했다. 자신이 신고한 국가 기밀 거래. 기밀을 빼 팔아먹은 일당은 잡았지만 배후는 잡지 못해서였다.


“너도 알거야. 구연수.”

“구연수...”


잘 아는 이름이었다. 국회의원 구연수. 모를 수가 없었다. 인천카지노가 있는 지역의 4선 국회의원이었다.


“나 그 분 밑에서 일 하거든.”

“그런데 왜...”

“네가 그 어른 거래를 망쳤으니까.”

“거래를 망치다니 난...”


순간 배주길은 입을 다물었다.


“설마 국회의원이?”

“중요한 거래였어. 너 때문에 손해가 너무 크다고. 그 어른 엄청 열 받았다니까.”

“그래서 날...”

“아... 그래. 이런 구덩이 발견한 건 참 운이 좋았지. 힘들게 구덩이 팔 필요 없으니까. 그 구멍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는 몰라도 사람 하나 빠져도 찾을 수 없을 정도는 될 것 같거든.”

“너 이 자식!”

“아! 그리고 또 한가지. 옛 정을 생각해서 말해주겠는데. 배우진 그 인간 잘 살고 있어. 아주 잘 살고 있어. 글쎄 그 인간이 로또에 당첨되었지 뭐야. 그러니 그 사람 걱정은 하지 말라고. 하긴 그런 놈 걱정하면 그게 병신이지. 내가 봐도 배우진 그 놈은 쓰레기거든. 아무튼 더 궁금한 건 없지? 그럼 잘 가라고.”


권중현이 배주길을 걷어찼다. 겨우 구덩이 가장자리의 풀을 잡고 있던 배주길은 그만 풀을 놓치고 두 팔을 허우적댔다. 이대로 떨어지면 끝장인 것이었다.


“잡았다!”


다행히 뭔가 손에 잡혔다. 굵은 것을 보니 나무뿌리나 다른 뭔가 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찰나. 뿌리같은 그것까지 쑥 밑으로 내려오며 배주길은 그대로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듯 떨어졌다.


“그 구멍이 시공간 이동 포탈이었던 건지...”


당시를 회상하며 배주길은 중얼거렸다. 전에도 두어 번 자신이 나온 구멍으로 가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거기는 그냥 토굴이었다. 위 구멍이 뚫리기는커녕 서 있지도 못 할 만큼 낮은 흙천정이었다. 당시를 잘 기억해보니 그때도 머리를 한 번 천정에 부딪혔었고, 그 때문에 기어 나왔었다. 다만 그때는 정신이 없던 상황이라 제대로 그것을 인지하지 못 했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인천 쪽의 그 산에 가볼까 생각했지만 인천은 너무 멀었다. 21세기처럼 자동차가 있는 시대도 아니고, 평양에서 인천까지 며칠을 걸어가야 하는데 간다고 다시 원래의 시대로 돌아갈지 아닐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렇게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여긴 또 하나의 기회일지도...”


배주길은 중얼거렸다. 카지노에서 꽤나 중요한 자리에 있기는 했지만 그리 속 편한 것은 아니었다. 장녹수란 배경으로 들어온 낙하산인데다, 전과자였기에 다른 직원들이 은근히 무시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돈을 잃어주는 것이 사실은 더러운 뒷돈의 전달이라 죄 짓는 기분이었고... 아니 실제 범죄였으니까.


물론 조선에서의 삶이 녹녹한 것은 아니었다. 21세기 문명을 누리던 배주길에게 조선에서의 삶은 힘겨운 것이었다. 처음에는 말도 잘 통하지 않았다. 문화와 정서도 달랐다. 수도도 없고, 전기도 없고,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아무 것도 없었다.


뒷간에서 볼일 보고 어찌해야 할지 당혹스러웠던 적도 있었다. 밑에서 구물거리는 구더기 떼라니... 거기까지는 그래도 참겠는데 휴지가 없었다. 지푸라기 뭉치든, 나뭇잎이든 어찌 닦고 나가도 이번에는 비누가 없었다. 대충 물로는 씻었지만 그 손으로 뭘 집어 먹어야 할 때는 영...


먹거리도 문제였다. 조선시대에 피자나 치킨은 바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좋아하는 고추장 범벅의 음식도, 감자도, 고구마도 없는 세상이 지금의 조선인 것이었다. 벌건 김장김치는커녕 배추쪼가리 하나 못 봤다. 그저 무짠지나 겨우 있을까? 그나마 그 놈의 무도 자그마했다.


밥은 또 어떤가? 꽁보리밥이었다. 식당에서 주는 그런 꽁보리밥이 아니었다. 겉껍질만 겨우 벗겨낸 시커먼 꽁보리로 지은 밥인데 그걸 먹으면 방귀는 왜 그리 잘 나는지... 대한민국 시절 평생 뀐 방귀보다 여기서 1년간 뀐 방귀가 더 많을 듯싶었다.


양반네들 사는 모습은 어떨지 모르지만 배주길이 사는 마을은 그랬다. 적응기간이 5년이나 걸린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러고도 아직까지 말이나 행동이 어색한 부분도 있고, 맞지 않은 여러 가지가 남아있을 지경이었다.


“대체역사소설이나 타임슬립 드라마에서 보면 오자마자 말 통하고 그러던데...”


역시 소설이나 드라마는 믿을 것이 아니었다. 당장 그 시대의 현실도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것들을 보여주는데 옛날의 일이야 말할 것도 아닌 것이었다.



“그나저나...”


배주길은 한숨을 쉬며 손을 목에 가져다 댔다. 어르신이 준 옥패가 만져졌다. 어르신에게서 받은 후 항상 목에 차고 있던 것이었다. 장녹수가 전해 준 말로는 원래 그 옥패는 어르신의 딸이 가지고 있던 것이라고 했다. 그랬던 것을 모종의 일로 어르신이 길을 떠날 일이 생겼고 그때 그 딸이 어르신의 목에 걸어주었다고 했다. 어르신에게는 딸이나 다름없는 귀한 물건이었다. 더욱이 후에 딸을 찾을 때 도움이 될 물건이라고 하였으니...


“그런 것을 시간이동하면서 가지고 와버렸으니...”


미안했다. 죄송했다. 어르신은 배주길에게 아버지와 같은 정을 느끼게 해 준 사람이었다. 자신을 믿고 맡겼을 물건을 다시는 볼 수 없게 한 것이니 죄송스러웠다. 만약 어르신이 딸과 못 만난다면 그건 자신 탓일 거란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어떤지 기분이 그랬다. 자신이 옥패를 가지고 조선에 온 때문에 어르신이 딸과 못 만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만약 옥패가 있었다면 마음의 위안이 되었을 텐데... 하지만 배주길의 상념은 여기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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