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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도깹
작품등록일 :
2020.05.11 20:22
최근연재일 :
2020.10.09 16:13
연재수 :
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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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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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9,471

작성
20.05.14 00:31
조회
2,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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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글자
11쪽

1. 그곳 카지노嘉止魯. 탐락의 방耽樂之房.

DUMMY

임진왜란이 일어나는 시기가 바로 선조시대인 것이었다. 문제라면 그때가 언제인지 배주길로서는 알지 못 한다는 것이었다. 10년 후에 일어날지 내년에 일어날지...


“이럴 줄 알았다면 조선왕 계보만 외우지 말고 임진왜란 일어난 연도도 외워둘걸... 왜 철성이 형은 쓸데도 없는 왕계보나 외우게 해서...”


누군가를 탓하고 자신을 후회해봐야 소용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당장 일어날 것 같지는 않으니...”


만약 어떻게든 능력과 기회가 된다면 왜국에 사람을 보내 상황 알아보리라... 배주길은 그렇게 마음먹었다. 나중에 무슨 난리가 나든 지금이 더 중요했다. 지금 제대로 살 길 마련하지 못 한다면 왜군이 쳐들어오는 임진왜란이 일어나든 외계인이 쳐들어오는 우주전쟁이 일어나든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배주길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시작했다.


“대나무 정도면 좋겠지?”


우선은 굵은 대나무가 필요했다. 손바닥 안에 꼭 쥐어지는 직사각형의 형태를 만들 수 있는 크기의 대나무. 그 대나무로 만든 그 패는 자신의 미래를 여는 패가 될 것이 분명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안다. 시대가 달라도 사람은 같다는 것.”


이것이 배주길이 자신의 성공을 장담하는 이유였다.


* * *


“아이고. 형님. 그건 달걀로 문지르셔야지.”

“달걀은 먹어야지 왜 눈에 문질러? 그나저나...”


용길이 퍼렇게 멍든 눈 주위를 매만지며 물었다.


“그나저나 고스톱? 뭔 이름이 그런가? 한자로는 어찌 쓰고?”

“재미만 있으면 되는 거지 이름이 뭔 상관이랍니까? 그리고 한자라니요? 용길 형님은 작대기 놓고 한 일 자 하나 못 쓰잖소?”

“하긴 그렇지만...”


용길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다 버럭했다.


“이놈아! 한 일 자는 써!”

“누가 뭐래요? 나저나 알아는 봤소?”

“어... 그랬지. 그런데 다들 별 미친 놈 다 보겠다는 눈으로 쳐다보는 걸세.”

“혹시 용길 형님 그 꼴로 간 거요?”

“응.”

“하아...”

“동생 그 한숨은 뭔가?”

“아... 그런 게 있소. 아무튼 그래서 못 한다는 거요? 거 참... 그 놈의 잘난 화투장 하나 만들기 되게 힘드네.”


배주길의 계획은 이랬다. 조선 시대에 플라스틱은 꿈도 못 꿀 일이니 가볍고 단단한 대나무를 네모난 형태로 얇게 자르고 거기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일이 그리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니 쇠로 그림 모양을 만들어 달궈서 낙인찍듯 찍자는 것이었다. 홍싸리와 흑싸리가 혼동되겠지만 그건 다른 방법으로 구분하기로 했다. 그냥 글자로 흑, 홍 만 쓰면 될 일이었다. 한자도 필요 없었다. 훈민정음이 있으니까.


“겨우 한 명 해준다고 하네.”

“그럼 된 거고. 난 또 괜히 걱정했네. 그럼 이제는 장소가 문제인데...”


그 말에 용길이 냉큼 대답했다.


“안 쓰는 상여집이 있기는 한데...”

“상여집? 그거 좋다! 어디보자... 장소도 정해졌고.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그거겠지?”


배주길은 대나무 조각을 들어다보았다. 화투를 만들기 위한 대나무조각. 하지만 다르게 이용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일단은... 아쉬운 대로...”

“그런데 언제 할 건가?”


용길이 묻자 배주길은 씩 웃었다.


* * *


상여집은 동네에서 떨어진 곳에 있었다. 아무래도 죽은 사람에 관련된 물건이니 사람들이 가까이 하려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른바 혐오시설인 것이었다. 바꾸어 말하자면 은밀한 일을 하기에는 딱 좋은 장소인 셈. 이 상여집에 몇 사람이 모여들었다.


“그런데 내가 말하기는 했어도 여기는 좀 아닌 것 같아. 저 상여를 좀 보게. 으스스 한 것이 소름이 다 끼치는구먼.”


용길이 팔을 쓰다듬으며 말하자 배주길은 피식 웃었다.


“어차피 죽으면 다 타고 갈 건데 뭘 그리 겁내쇼?”

“타긴 뭘 타. 우리 같은 천한 것들은 거적때기에 싸서 지게에 지어 나르면 끝인데.”

“노비나 백정도 아닌데?”

“양반님들 보기에 우리나 백정이나 노비나 다 거기서 거기지. 그리고 어차피 가진 것이 없잖은가? 솔직히 우리가 뭐가 있다고 언감생심 상여를 타나? 내 누누이 말하지만 우리 같은 천것들은...”

“아이고. 알았소. 그 놈의 우리 같은 천것. 그러다 천것이 만것 되겠네. 어서 자리나 마련합시다.”


두 사람이 자리를 넓히는 등 준비를 하자 약속 된 두 사람이 들어왔다.


“아이고. 김진사 나리.”


배주길이 급히 인사를 올렸다.


“엇험! 대체 뭔데 날 여기까지 오게 한 겐가?”


김진사. 김주평은 짐짓 헛기침을 하며 물었다. 용길의 돈을 땄다 다시 배주길에게 털린 양반이 바로 김주평이었다. 천석꾼은 아니어도 백석꾼은 된다고 자랑하던 제법 부자였지만 지금은 반 이상은 까먹은 상태였다. 투전에 빠진 까닭이었다. 듣기로는 같은 양반들도 백안시하며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래도 빌붙는 자들이 있기는 했다. 술도 잘 사고, 쌀도 잘 꿔주기 때문이었다. 투전에 빠진 양반인데다 인맥도 나름 넓은 양반. 거기에 인간성 근본이 양아치라 쓰다 버려도 미안한 감정이 안 들 양반. 배주길이 딱 원하는 인물이었다. 물론 쓰는 동안에는 그 못된 성질 어떻게 부릴지 모르지만 아첨만 잘 떨어준다면 다루기는 쉬울 인간이기도 했다.


“재미있는 놀이가 있어서입니다.”


배주길은 은근히 자리에 권하며 김주평 옆의 사람을 보았다. 그는 평양의 상인인 장덕팔이었다. 양반과 상인. 배주길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었다. 가난한 사람 털어봐야 얻을 건 없었다.


“자아! 앉으시고.”

“허허. 투전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라니 궁금하네 그려.”


누가 노름에 빠진 양반 아니랄까봐 새로운 노름이란 말에 눈부터 번뜩이는 김주평이었다.


“그러게 말입니다요. 나리 생각이 소인 생각입니다. 그럼 패죽일이. 여기 앉으면 되나?”

“아씨! 패죽일이 아니라 배주길이라니까...”


배주길은 투덜대며 김주평과 장덕팔을 자리에 앉혔다.


패죽일. 그건 원래 배주길의 별명이었다. 21세기에 학교 다닐 때도, 교도소에 있을 때도, 직장에서도 그렇게 불렸다. 남들이 하도 그렇게 부르니 배주길 자신도 입에 붙어 가끔 실수로 나오는 건데 전에 한 번 말 잘 못했다가 다른 사람들이 그리 계속 부르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이름을 패죽일로 아는 듯 했다.


“대한민국이나 조선이나...”

“응? 뭐라고?”

“아닙니다. 나리. 자아! 그럼 고스톱하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게 화투라는 겁니다. 이것을 요래요래 섞고...”


그날 네 사람은 밤을 꼬박 새웠다. 심지어 새벽이 한참 밝았어도 김주평과 장덕팔은 일어날 생각을 안 했다. 워낙 노름에는 도가 튼 사람들인데다 셈을 잘 하는 사람들이어서 금방 배우고 또 그 맛에 빠진 것이었다. 결국 견디다 못 한 배주길과 용길이 억지로 일으킬 정도였다. 물론 제대로 일어나지는 못 했다. 발이 저리고 다리에 쥐가 나서 그저 앉은 것을 주무르고 두르려 겨우 풀리게 하니 이미 아침이 훤해 이미 해가 중천이었다.


“허허. 거 참 고스톱인지 뭔지 참말로 재미있네.”


김주평은 만족스런 모습이었다. 그때를 놓치지 않은 배주길이 급히 말했다.


“고작 고스톱가지고 그러십니까?”

“아니 고스톱만큼 재미있는 놀이가 또 있는가?”

“이를 말입니까. 다음에는 포커와 마작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김주평의 눈에 기대감이 어렸다.


“그런 것도 있나? 뭔지 모르지만 재미있을 것 같구먼. 그럼 부탁 좀 함세. 이런 놀이가 있음을 이제 안 것이 진정... 진정...”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모르지만 아마 잊어버린 것이리라. 배주길은 속으로 혀를 찼다. 정말 ‘너도 양반이냐?’라는 질문이 목까지 나왔지만 꾹 눌러버렸다. 그리고 지금이 중요한 때였다.


“그런데 나리. 이 고스톱도 노름의 하나이온데...”

“응? 그래서?”


되묻던 김주평이 무릎을 쳤다.


“그렇구나! 뭔가 빠졌다했네. 그래 점수만 냈지 아무 것도 오가지 않았었지. 내 고스톱 재미에 빠져 그걸 깨닫지 못 하였네 그려. 오호 통재라... 내 어찌 그런 실수를...”

“하오나... 소인이나 저기 용길 형님이나 다 빈털터리 신세라 나리께 고스톱의 재미를 다 줄 수가 없사옵니다만...”


배주길이 말끝을 흐리자 김주평이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핫! 걱정 말게. 이 정도 재미있는 놀이면 하려는 사람들이 많을 게야. 기방에서 술 한 잔 마시며 두어 판 두면 하겠다는 사람들 많을 테니까.”


그러자 장덕팔도 곧바로 말을 받았다.


“상인들 중에도 할 사람은 많을 걸세.”

“아이고 감사합니다.”


배주길은 일이 잘 풀리는 것을 느꼈다.


* * *


김주평의 호언장담은 허풍도 허세도 아니었다. 유유상종類類相從. 끼리끼리 모인다고 그런 쪽의 인맥은 김주평이 꽤 넓었다. 상여집에는 열두 명이나 되는 사람이 들어와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 김주평이 여덟 명, 장덕팔이 두 명을 데리고 온 것이었다. 그들은 배주길이 하우스廈遇所라 이름 지은 상여집에서 고스톱을 배웠고 어느새 고스톱이란 새로운 유흥거리에 푹 빠졌다. 더욱이 투전처럼 순전히 운만 바라는 것이 아닌 상대의 패도 읽어야 하는 것이 재미를 더 했다. 아직은 그저 점 당 쌀 한 홉으로 치고 있었지만 이것이 한 홉에서 한 되로, 한 되에서 한 말로. 한 말에서 한 섬으로 바뀌는 것은 오래지 않을 것이라고 배주길은 자신했다.


“아무래도 칩鏶을 만들어야겠어.”


제대로 된 돈이 없는 시대가 조선시대였다. 한 홉에서 한 섬으로 가는 기간은 짧겠지만 그게 또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니었다. 누가 쌀을 그렇게 지고 다니겠는가? 그러니 간편하게 가치를 매길 물건이 필요한 것이었다.


“칩 하나에 쌀 한 홉으로 해야 하나? 어쩔까... 이제부터 슬슬... 구상해 볼까?”


그런 구상도 배주길로서는 즐거운 일이었다.


배주길은 잠시 밖으로 나왔다. 하늘은 어두워지고 있었으며. 저 멀리 놀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검은 색과 붉은 색 사이 파란 색 선만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낮의 푸른 하늘이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마 저들은 오늘밤을 샐 것이 분명했다.


“거참...”


생각해보면 어이가 없기는 했다. 아무리 할 줄 아는 것이 없어도 조선시대에... 아마 자신은 역사에 악역으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하며 키득 웃었다.


“하지만 재미있어. 그 동안의 삶이 마치 지금을 위한 것 같으니...”


배주길은 선명한 붉은 빛에서 점점 검붉게 변해가는 먼 산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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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34 강림(降臨)
    작성일
    20.05.14 19:35
    No. 1

    재미있게 잘 보고갑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탈퇴계정]
    작성일
    20.05.14 23:07
    No. 2

    흥미진진합니다. 조선에 도박장이라니 상상력이 기가 막히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성냥깨비
    작성일
    20.05.17 06:30
    No. 3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꿈돼지
    작성일
    20.08.24 14:23
    No. 4

    아니 쥔공이야 현대인이니 갑자 세는법을 모른다지만 조선시대에는 아는 사람 천지인데 걍 동네 어르신에게 임진년이 얼마 남았냐고 물어보면 되지.. ㅡㅡ
    쥔공 뇌순수 계열임.
    년초마다 무슨년하는걸 방송사가 추첨으로 만드는줄 아나??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8 fo******..
    작성일
    20.09.25 10:24
    No. 5

    선조치세에 임진년이 한번오지 두번오나ㅋㅋ 길가다 아무나 붙잡고 임진년이 얼마남았냐물어보면 끝인데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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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3. 키우다. +2 20.05.21 1,845 38 9쪽
11 2. 탐락의 저승사자라 불릴 사나이. +1 20.05.20 1,819 36 7쪽
10 2. 탐락의 저승사자라 불릴 사나이. +1 20.05.19 1,853 34 8쪽
9 2. 탐락의 저승사자라 불릴 사나이. +1 20.05.18 1,946 33 7쪽
8 2. 탐락의 저승사자라 불릴 사나이. +1 20.05.17 2,064 41 7쪽
7 2. 탐락의 저승사자라 불릴 사나이. +4 20.05.16 2,213 4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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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곳 카지노嘉止魯. 탐락의 방耽樂之房. +5 20.05.14 2,661 4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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