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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도깹
작품등록일 :
2020.05.11 20:22
최근연재일 :
2020.10.09 16:13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96,178
추천수 :
1,981
글자수 :
289,471

작성
20.05.20 12:08
조회
1,819
추천
36
글자
7쪽

2. 탐락의 저승사자라 불릴 사나이.

DUMMY

“오라버니!”


누군가 쪼르르 달려와 폭 안겼다. 조선에 와서 처음 만난 아이였다.


비선. 크고 동그란 눈을 똘망똘망 뜨고 자신을 바라 본 후, 처음만난 자신의 손을 잡고 마을로 안내한 아이가 비선이었다. 그때 비선의 나이 5살이었다. 나중에 동네 사람에게 들으니 길가에 버려진 불쌍한 강아지나 고양이, 심지어 다친 쥐도 집으로 데려가는 착한아이라나 뭐라나. 배주길로서는 어쩐지 개 고양이 쥐가 된 기분이기는 했지만 덕분에 이곳에 잘 흘러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근데 오라버니 우리 혼인은 언제 해?”

“호, 혼인? 음... 그게 말이지...”


배주길은 한숨을 쉬었다. 이 마을로 이끈 비선과는 꽤 친하게 지냈다. 마을 사람들도 친절했고. 덕분에 시공간을 뛰어넘어 조선에 온 것에 대한 정신적인 혼란이 빠르게 수습되고 마음도 안정이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배주길은 그만 비선에게 나중에 혼인하자는 농담을 했다. 항상 오라버니라고 부르며 잘 따르는 비선이 귀여워서 자신도 모르게 한 농담이었다. 보통 그런 농담을 하면 아이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든 조금 지나면 잊는 것이 정상인데 비선은 그렇지 않았다. 그걸 끝까지 기억하고 사람들에게 자신은 배주길의 아내라고 말하고 다니는 것이었다. 그것을 들은 다른 사람들은 남녀할 것 없이 다들 깔깔대며 크게 웃었고...


‘요 놈의 주둥이. 꿰맬 수도 없고 에효...’


매달리는 비선에 몸이 흔들리면서 배주길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카지노에 있을 때 쭉쭉빵빵 몸매 죽여주는 아가씨들만 보던 배주길이었다. 비록 사귀지는 못 했지만 아무튼 눈만 돌리면 사방으로 그런 여자들이 헐벗고 다녔다. 그러니 가난해서 밥도 제대로 못 먹어 말라빠진데다 비실대는 요런 0살 꼬맹이가 눈에 찰 리가...


“오라버니! 그 눈빛 이상해.”

“아.. 아냐. 아냐.”


쬐기만 게 눈치는 또 빨랐다.


‘이건 뭐 한숨 쉴 일만 생기네. 이러다 정말 말이 씨가 된다고 비선이랑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당장 은팔찌 철컹거리는 손목이 연상되어 부르르 떨렸다. 물론 조선에서 그럴 일은 없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잠시 시달리다 천천히 일어났다. 이제 날이 저물고 있었다. 날이 저물면 그때부터는 배주길의 세상인 것이었다.


* * *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상여집에서 시작한 배주길의 사업은 이제 작은 집으로 옮겨졌다. 말 그대로 초가삼간 오막살이였다. 초가삼간이라지만 방은 두 개였다. 큰 방은 도박을 하는 방이었고, 작은 방은 배주길이 쓰는 방이었다. 거의 잠만 자는 방이지만 가끔은 노름하러 온 사람들이 많으면 내주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방 안에는 사람들 땀 냄새에 발 남새에 오만가지 냄새가 가득차기는 했지만 그 사람들이 다 주머니를 채워줄 사람들이라 생각하면 크게 불평이 나올 일은 아니었다.


“자자 어서 오시지요.”


그 날도 배주길은 사람들을 맞이했다.


“여기가 가지노인가 하우소何遇所인가 하는 별천지인가? 별로 대단한 것 같지는 않구먼.”


처음 온 사람들은 이런 반응이었다.


“헛험! 그나저나 내가 저런 천한 것과 같이....”


이런 양반도 있었다.


“하하하. 뭐든 겉만 보면 모르는 겁니다. 본디 뚝배기보다 장맛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지금은 보시다시피 이리 작아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 일이 번창하면 나리들은 더 좋은 방을 따로 만들어야지요.”

“그렇다면야 뭐...”


사실 처음에 온 사람들만 조금 불편하다는 기색이지 도박에 빠진 그들은 양반과 천민이 어울려 도박판을 벌이는 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이 없어 못 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더 컸다.


“하아. 도박으로 평등사회 만들 줄은 몰랐네...”


양반과 천민이 어울려 도박을 하는 것을 보며 배주길은 쓴 웃음을 지었다.


* * *


“그런데 말일세. 이곳을 뭐라 부르면 되겠는가?”


어느 날 한 나이가 지긋한 양반이 물었다.


“예? 아... 그러니까... 하우스라고 할까? 카지노? 글쎄올시다... 아직 확정은 못 했습니다만... 사람들이 하우소라 부르니...”

“하우소? 가지노? 허! 그 이름 말고 말일세. 이곳이 하우소임은 나도 아네. 허나 하우소라도 이름이 있을 것 아닌가? 하다못해 산기슭에 정자를 하나 만들어도 무슨 정이라고 하지 않던가?”

“하하... 그렇습니까? 음... 하지만 이름이 중요하겠습니까?”

“중요하지. 중요해.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러는가.”


그 양반은 잠시 고개를 갸우뚱 거리더니 이리 말했다.


“이곳은 즐거움을 탐하는 곳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탐락방耽樂房이란 이름이 어떤가?”

“타... 탐락방이라고요?”


배주길이 떨떠름하게 되묻자 그 양반 대신 다른 주변에 있던 사람들 외쳐댔다.


“허허. 탐락방이라... 그거 기가 막힌 이름일세.”

“이곳에 딱 맞는 이름이 아닌가?”


그런 주변의 반응에 배주길은 뒤통수를 긁적이면서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모름지기 고객들이 원하면 그것에 맞추는 것이 기업가의 정신인 것이었다.


“탐락방이라... 그거 좋은 이름입니다. 그럼 이곳을 탐락방이라고 하도록 하지요.”

“허허. 좋네. 그런 내 기념으로 현판 하나 맞춰주도록 하지.”


이름을 지어준 양반은 껄껄 대며 웃었다.


“하아... 그러고 보니 그 양반 이름을 모르네. 정선달이라고 했지? 이름이 선달이 아닌 이상에야...”


배주길은 가끔 그 양반을 생각하곤 했다. 당시에도 꽤 나이가 있던 양반이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노환으로 죽었다고 하는데 죽기 몇 달 전은 무척 즐거운 표정을 달고 있었다고 했다. 배주길이 기억하기에 정선달은 정말 도박을 놀이로서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만 둘 때 그만 둘 줄 알고, 또 그때가 되면 과감히 일어섰다. 세상 사람들이 다들 정선달만 같으며 세상 모든 도박장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었다.


“글쎄... 과연 그 정선달 양반처럼 즐겁게만 하고 끝낼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미 인천의 카지노에서 숱하게 봤었다. 카지노에 한 번 발을 들이고, 노름에 한 번 빠진 사람들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를. 그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문득문득 자신이 잘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배주길이었지만 배주길에 볼 때 굳이 자신이 아니더라도 조선에 도박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투전은 기본이고, 별의 별 도박이 다 있었던 것이었다.


“어쩌겠어. 어차피 도박으로 잃을 거면 나한테 잃으라고 하지.”


물론 역사에 나쁜 이름을 남길 거라고 생각하는 배주길이었다.


“그럼 오늘도 쓸어 볼까?”


탐락방으로 오는 손님들을 맞으러 나가는 배주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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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탐락의 저승사자라 불릴 사나이. +1 20.05.20 1,820 36 7쪽
10 2. 탐락의 저승사자라 불릴 사나이. +1 20.05.19 1,853 34 8쪽
9 2. 탐락의 저승사자라 불릴 사나이. +1 20.05.18 1,946 33 7쪽
8 2. 탐락의 저승사자라 불릴 사나이. +1 20.05.17 2,065 41 7쪽
7 2. 탐락의 저승사자라 불릴 사나이. +4 20.05.16 2,214 42 7쪽
6 2. 탐락의 저승사자라 불릴 사나이. +1 20.05.15 2,388 3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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