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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도깹
작품등록일 :
2020.05.11 20:22
최근연재일 :
2020.10.09 16:13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96,175
추천수 :
1,981
글자수 :
289,471

작성
20.05.12 00:25
조회
3,578
추천
67
글자
7쪽

1. 그곳 카지노嘉止魯. 탐락의 방耽樂之房.

DUMMY

“이보게. 주길이. 뭐 하나?”


소똥아범이 길에 앉아 쉬고 있는 배주길을 보며 물었다.


“그냥 하늘을 보고 있습니다.”

“허허. 하늘을 보면 쌀이 나오나 베가 나오나. 땅이라도 보고 다녀야 쑥 한줌이라도 얻지.”

“하하... 쑥이라...”


배주길은 그냥 가볍게 웃었다.


“쯧쯧... 젊은 사람이...”


혀를 차고 멀어지는 소똥아범을 보며 배주길은 땅에 침을 뱉었다.


“망할 놈. 나이는 나보다 고작 두 살 위면서 스무 살은 위인 것처럼 행동하네.”


그리고는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조선 땅에 처음 왔을 때도 하늘은 저렇게 파란 색이었는데...”


사실 그때 이상한 것을 짐작해야 했다. 분명 그때 대한민국에서 본 하늘은 구름도 많고 미세먼지도 안개 낀 듯 나쁜 수준이었다. 그런데 굴러 떨어져 토굴에서 나온 그 짧은 한순간에 눈이 시리도록 파란 색 하늘이 된 것이었다. 산을 내려가서 처음 마을을 보고 배주길은 잠시 자신이 청학동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하지만 인천에 청학동이라니? 말을 걸어보았지만 반 정도만 통했다. 그때는 배주길이나 마을 사람들이나 서로가 이게 웬 희한벌거숭인가? 하며 쳐다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행색 이상한 오랑캐가 나타났다고 포도청 관원과 포졸들이 들이닥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아니 신고 안 한 마을 사람들이 고마운 건가? 그때부터 배주길은 그 마을에서 살기 시작했다. 과거의 시대를 배우면서.


“하하. 그때는 정말 실감조차 나지 않았지. 조선시대에 그것도 평양이라니... 이건 뭐 시공간을 뛰어넘은 거니까. 아무튼 그렇게 5년이야. 나도 이제 서른 살...”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젊은 나이였다. 대학 나오고 군대 다녀오고 대학원까지 나오고 거기에 재수를 했거나 유학을 다녀왔다면 지금이 사회에 발을 내딛을 나이인 것이다. 하지만 조선에서는 과장 좀 보태서 중늙은이 취급인 것이었다. 남들도 그러고, 스스로도 나이가 들었다고 여기고.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 만난 소똥아범만 해도 이미 손자까지 있었다. 14살에 장가를 들어 곧바로 아이 낳았고 그 아이가 14살에 장가를 들자마자 또 곧바로 아이를 낳았으니 32살에 할아버지인 것이다. 아무리 빨리 결혼해 일찍 아이 가지는 조선이라도 소똥아범은 너무 빠른 거라 마을 사람들에게 놀림감이 되곤 했다. 반면 배주길은 서른이 다 되어 가는데도 성혼하지 않아 놀림감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난 젊어. 이제 시작이야. 이제 조선에 대해 알 만큼 알았고. 적응할 만큼 적응했어. 이젠 사발에 고봉으로 올린 밥도 먹을 수 있어. 말도 잘 통하고.”


배주길은 일어섰다.


“이제부터 시작인거지. 다만... 뭘 시작하냐. 가 아니라 어떻게 시작하냐. 이게 문제겠지만. 하지만!”


이를 악다문 배주길은 주먹을 꽉 쥐었다.


* * *


배주길은 슬슬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하아... 처음이 어려워. 처음이. 할 만한 건 많은데 말이지. 뭐 하나 딱 하게 되면 다른 것들도 잘 나갈 수 있는데...”


그렇게 고민을 할 때였다. 밖에서 뭔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린가 싶어 배주길이 나가보니 점이네가 용길이를 야무지게 패고 있는 중이었다.


“아이고! 형수님 왜 그러셔?”


배주길이 급히 나가 말리자 점이네가 씩씩 거리며 용길의 뒤통수를 치며 말했다.


“동생 들어봐. 아 글쎄 이 화상이 투전을 했지 뭐야.”

“투전...”

“내일이 시아버님 제사라 제사상에 제대로 된 흰쌀밥이나 한 그릇 올려놓자고 여기저기 아쉬운 소리해가며 쌀을 꾸어왔더니 글쎄 그걸...”


그러자 용길이 버럭 소리 질렀다.


“시끄러! 우리같은 천것이 제사는 무신 놈의... 켁!”

“그러워욧! 내 아버님 제사야? 당신 아버님 제사잖아! 흐유... 죽일 동생도 들어보라고.”

“저 주길입니다. 형수님.”

“아무튼! 우리가 아무리 천하다고 하늘에서 뚝 떨어졌겠어?”

“아이고 형수님도 참... 우리가 하늘에서 떨어졌으면 하늘이 아버지지요. 그럼 우리가 신이게? 우리가 예수님 동생도 아니고...”

“예수님? 예수가 누군데? 이름 하난 예쁘네.”

“그, 그게... 아무튼 있어요. 그나저나... 그래서 형님이 투전판에서 다 잃은 거요?”

“그렇다니까. 어떤 썩어빠질 놈팽이와 투전판을 벌였는지...”


그러자 용길이 다시 외쳤다.


“떼끼! 양반님네 욕했다 치도곤 당할려고!”


그 말에 배주길과 점이네가 용길을 바라보았다.


“아, 아니 그게... 그래! 양반님네랑 쳤다! 어쩔래? 그리고 그 양반님이 말했어. 천한 것들은 제사 지내면 안 된다고.”


배주길은 한숨을 쉬었다.


“형님을 잡아 솥에 끓이시건 석쇠에 구우시건 맘대로 하쇼. 힘쓰는 일 필요하면 내 도우리다. 아! 나 고기 잘 굽는 것 아시죠?”

“아니 동생...”


용길이 배주길을 잡아끌었지만 배주길은 용길의 손을 뿌리쳤다.


“용길 형님. 세상에 사내가 살면서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것에 세 가지 있는데 그게 술, 도박, 계집이요. 그런데 형님은 셋 다 빠....”


순간 흠칫한 배주길은 슬며시 고개를 돌려 점이네를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점이네의 표정과 눈빛이 심상찮았다.


“이 썩을 사내가 술도 모자라 도박에까지 미친 건 아는데 계집? 계에지입? 그건 누! 구! 지! 동! 생?”

“그럼 안녕히 계십쇼!”


배주길은 냅다 도망쳤다. 뒤에서 용길이 비명소리가 들렸지만 배주길은 그것을 환청이라 여겼다.


“그래 환청일거야. 무조건 환청이야.”


그 환청 참으로 길게도 들렸다.


* * *


배주길은 허리춤을 만져보았다. 제법 두툼한 주머니. 그 주머니에 작은 은덩이가 들어있는 것이다. 용길과 투전을 벌였던 양반에게서 따낸 것이었다.


“그것도 양반이라고... 양아치다 양아치. 하긴 뭐 양반이나 양아치나 앞 글자는 같네. 흥! 양반이라고 목에 힘주지만 나한테는 안 되지. 도박이 양반 상놈 따져 되고 안 되는 건 아니니까. 그런 되지도 않는 실력으로 날 상대해? 어림없지.”


배주길은 킥킥 댔다. 아마 그 양반은 자신이 돈을 딴 것으로 알 것이 분명했다. 배주길이 이기다 지다를 반복하면서 정신을 홀려버렸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몇 판을 내리 져줬으니 누구라도 자신이 딴 것으로 여길 것이 분명했다.


“역시 난 이게 어울린다니까. 투전은 처음인데도 이렇게 잘 하잖아. 어디보자... 이제 방향 제대로 잡았어! 두고 봐라. 조선의 돈들아. 내 주머니가 기다린다!”


배주길은 주먹을 꽉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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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3. 키우다. +2 20.05.21 1,845 38 9쪽
11 2. 탐락의 저승사자라 불릴 사나이. +1 20.05.20 1,819 36 7쪽
10 2. 탐락의 저승사자라 불릴 사나이. +1 20.05.19 1,853 34 8쪽
9 2. 탐락의 저승사자라 불릴 사나이. +1 20.05.18 1,946 33 7쪽
8 2. 탐락의 저승사자라 불릴 사나이. +1 20.05.17 2,065 41 7쪽
7 2. 탐락의 저승사자라 불릴 사나이. +4 20.05.16 2,213 42 7쪽
6 2. 탐락의 저승사자라 불릴 사나이. +1 20.05.15 2,388 38 7쪽
5 1. 그곳 카지노嘉止魯. 탐락의 방耽樂之房. +5 20.05.14 2,661 4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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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곳 카지노嘉止魯. 탐락의 방耽樂之房. +4 20.05.12 3,579 6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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