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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도깹
작품등록일 :
2020.05.1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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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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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166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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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9,471

작성
20.05.23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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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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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
10쪽

3. 키우다.

DUMMY

칩은 8개였다. 기본적으로 쌀을 기준으로 홉, 되, 말, 섬으로 만들되 반 홉, 한 홉, 반 되, 한 되, 반 말, 한 말, 반 섬, 한 섬. 이렇게 정했다. 칩은 백자로 만들었기에 흰색 바탕이었다. 그 위에 홉은 녹색, 되는 파란색, 말은 붉은색, 섬은 노란색으로 구분을 지었고 여기에 다시 검은색과 갈색의 색을 첨가했다. 검은색이 들어가면 한 홉, 한 되, 한 말, 한 섬이고, 갈색이 들어가면 반 홉, 반 되, 반 말, 반 섬이었다. 당연히 반 홉의 칩이 가장 많이 만들어지고, 한 섬의 칩이 가장 적게 만들어질 예정이었다.


“그럼 언제쯤이면 다 만들어질까?”


배주길이 묻자 말동이 살짝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그게... 처음 만드는데다... 만드는 것도 제법 많잖수. 나라에 바치고 관에 바칠 물건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면서 백주대낮에 술을... 하아... 됐고. 아무튼 그런가? 그럼 쉬엄쉬엄 만들도록. 제대로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니까.”

“저... 그럼 빚은...”

“그건 탕감해주지. 물론! 이 물건을 만들어 내 손에 쥐어준뒤에. 라는 각서는 쓴 후에.”

“그거라면.... 근데 글을 모르는데...

“그건 걱정 말고.”


배주길은 미리 준비해 간 각서를 꺼냈다. 배주길도 곧바로 만들어지리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당장 만들어진다고 해도 그 칩이 곧바로 쓰이지는 못 할 것이었다. 배주길이 처음부터 칩을 생각했으면서도 지금 맡긴 것은 단지 어떤 재료로 만들지 찾지 못해서만은 아니었다. 당장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직 작은 하우스 수준인데 칩을 쓴다는 것은 동네 뒷산 오르면서 에베레스트 등산 장비 갖추는 꼴이었다. 그래서 천천히 생각하고 있던 중에 문득 자기로 만들 생각이 나 겸사겸사 실행한 것이었다.


“아! 그리고 말이지. 나중에 이 물건이 아니라도 내가 물건 부탁하면 해 줄 수 있지? 물론 셈은 해 주고.”

“어이구 물론이오. 형님 부탁인데 굳이 셈이 아니더라고 해 드려야지.”

“어? 셈이 아니더라도? 흐음... 그럼...”


배주길이 눈을 빛냈다. 당장 그럼 내 물건은 공짜로... 라는 말이 나올 기세!


“아이고 형님.”


말동이 울상을 했다.


“농담이야. 농담! 거 참... 순진도 정도껏이어야지... 동생에겐 농담도 못 하겠네. 그러니 돈이나 잃지...”


배주길은 혀를 찼다. 말동이 돈을 잃는 이유는 간단했다. 같이 화투치는 사람이 자신의 패 좋지 않다고 한숨쉬면 그걸 그대로 믿어버리는 것이었다. 말동이만 아니라 그 동생들이 다 그랬다. 이 점만 잘 이용하면 오동잎 형제를 완전히 자신의 밑으로 둘 수 있을 거라고 배주길은 생각했다.


“그럼 수고들 하고. 난 가네.”

“예. 살펴 가십쇼.”


배주길은 한 가지 걱정을 덜어낸 홀가분한 마음으로 말동의 집을 나섰다.


칩을 해결한 후 배주길은 다른 고민에 빠졌다. 현재 탐락방이라 불리는 하우스에서 하고 있는 도박은 화투와 투전이었다. 덕분에 화투패와 투전패로 사람들이 나뉘었다. 아무래도 사람들 각자의 취향 탓인 듯 했다.


“이것만 가지고는 안 돼.”


물론 화투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다만 화투는 꽃돌이라는 은어로 불리는 고스톱이 대세인 상황이었다. 꽃돌이는 배주길이 고도리라는 말을 한 것을 사람들이 잘 못 알아듣고 쓰기 시작한 말이었다. 배주길은 고스톱 외에 민화투나 섯다 등도 선보였지만 그나마 투전과 비슷한 섯다만이 사람들이 할 뿐 민화투는 거의 하지 않았다.


“결국... 다른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건데...”


당장 떠오른 것은 포커였다. 그 외 블랙잭이나 다른 것들도 많이 있었다. 문제는 트럼프카드였다.


“그런 종이라 없단 말이지...”


조선의 종이가 질이 좋기는 하지만 빳빳하고 탄성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다른 재료를 찾자니 찾을 수가 없었다. 종이에 옻칠까지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하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네.”


그렇게 배주길이 고민을 할 때였다.


“이보게. 주길이.”


장덕팔이 찾아왔다.


“어이구. 장 행수님. 어쩐 일이십니까?”

“이보게 주길이. 아니 패사장.”

“거 참... 나 배가라니까... 그나저나 뭔 일이요?”

“일이 좀 복잡해졌어.”

“뭐가 말인가요?”

순간 배주길은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닌가 겁이 확 들었다.


“자네도 알려나 몰라. 필복이라고.”

“알죠. 개뿔도 없는 주제에 매일 와서 고스톱치는 인간요. 어디보자... 그 인간 빚이...”

“쌀 닷섬은 넘지.”

“그렇군요. 꽤 되네. 그런데 그걸 다 기억하십니까?”

“기억해야지. 그 문제인데.”

“왜요? 배 째랍니까?”


배주길의 하우스 탐락방에서 단순히 도박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그것만이라면 배주길은 얻는 이익이 없었다. 하우스에 입장료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고, 딱히 사용료를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자신도 사람들 틈에 껴 도박을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냥 사람들과 어울려 하는 것이라면 상관없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에 배주길이 이익을 얻는 방법은 대부업이었다. 도박에 쓸 쌀을 꿔주고 이자를 받는 방식이었다. 오동잎 형제들도 그렇게 빚을 진 것이었다.


“허! 그놈 배 짼다고 뭐 나오겠나?”

장덕팔에 허허 웃었다.


“그죠. 그놈 뱃속에서 콩팥 빼낼 수도 없으니...”

“이 사람! 그딴 걸 꺼내 어디에 쓰게?”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어디보자... 그 사람 땅이 몇 마지기 있다고 했더라...”


배주길의 말에 장덕팔이 혀를 찼다.


“그래서 문제야.”

“뭐가 말입니까?”

“필복이 그놈이 관아에 꼰질렀네. 여기 큰 노름판이 있고 거기서 빚까지 졌다고.”

“아니! 노름도 제 놈이 제 발로 와서 하고, 빚도 제 놈이 원해서 지고는 뭔 소리랍니까?”

“내 말이! 하지만 세상이 그리 호락한가? 황대붕인지 황뱁새인지 있으나 마나야.”


장덕팔의 말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대충 그러졌다.


“아이고 행수님. 황뱁새라니요. 그건 뱁새에 대한 모독입니다.”

“허허. 그런가? 그나저나... 이 상황을 어쩔꼬...”

“어쩌긴요. 김주편 그 놈을 불러 와야지.”


김주평이 왔다.


“허험. 무슨 일인데 감히 날 오라가라 하는 것가?”


한껏 배를 내밀며 목소리를 까는 김주평이었다.


“나리. 나리께서 해 주실 일이 있습니다.”

“해 줄일?”

“예. 이 고을 사또와 기생집에 가서 걸판지게 놀아 주시면 됩니다.”

“뭐라?”


순간적으로 혀로 입술을 훔치는 김주평이었다. 하지만 하는 말은 행동과는 달랐다.


“허허. 고을 사또와 걸판지게 놀라니 그게 무슨 불온한,.. 그나저나... 기생집이라면 거 뭐냐. 난월이 있는 집?”


물론 결국 본색을 드러내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아하... 나리. 난월이 생각 말고 사또 술 멕일 생각을 하셔야지요.”

“술이야 주면 알아서 먹겠지. 그나저나 정말 난월이 있는 집에서 걸판지게 마셔도 되는 겐가?”

“거 참... 말 많은 양반이네.”


짜증이 난 배주길이 한마디 했다.


“뭐라! 지금 뭐라 했는가?”

“양반이라고 했는데 왜 그러쇼? 나리 양반 아뇨?”

“양반이지. 양반 맞지. 아니 그 보다 그 전에 한 말. 뭐 말이 많아?”

“뭘 틀린 말 했습니까? 자꾸 그러면 다른 사람 보낼 겁니다. 그리고 나리도 하우스 출입 금지할 거고 말입니다.”

“아, 아니 그건 좀...”


김주평은 당황했다. 사실 김주평은 배주길이 만든 도박과 하우스에 길들여진 상태였다. 책을 열만 화투장이요, 잠자려도 눈을 감으면 새 5마리가 맴맴 도니... 꿈을 꿔도 꽃 속에서 노는 꿈이었다.


“알겠네. 알겠다고! 나 원... 나도 그 놈의 하우소인지 해우소인지 만들어야지 이거야 원 참...”


씩씩거리며 김주평이 나가자 장덕팔이 한숨을 쉬었다.


“쯧쯧 어쩌다 저리 됐누... 명색이 양반인데...”

“노름이 저리 무서운 겁니다.”


배주길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노름도 노름이지만 내 보기에는 난월이 덕이 더 큰 것 같으이.”

“사내에게 계집은 노름만큼이나 무섭지요. 내 말하지만 사내란 모름지기...”

“아네. 알어! 술. 계집. 노름. 이 셋을 조심해야 한다고.”


그러면서 장덕팔은 배주길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말일세. 아무리 계집을 조심해야 한다고는 하나 그래도 계집 하나는 끼고 살아야 할 것 아닌가? 성혼을 해야지. 장가 안 갈게야?”

“아니 뭐...”


그냥 가정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가 좋은 배주길이었다. 그리고 조선시대 살지만 21세기에서 살던 배주길이니 혼인에 목을 매는 것도 아니고...


“오호라! 그렇구먼!”


장덕팔이 손뼉을 쳤다.


“자네에게는 비선이 있었지? 비선이 더 큰 다음... 음... 그렇구만.”

“아니라고!”


21세기 같으면 잡았다 요놈! 은팔찌 철컹할 소리를 하는 장덕팔에게 배주길은 꽥 소리 질렀다.


* * *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김주평에게 일을 맡긴 것은 신의 한수였다.


“허허... 그 양반이 그런 능력이 있는 줄 누가 알았을꼬...”

장덕팔은 그저 너털웃음만 터트렸고...

“흐음... 김주평이라... 생각 밖이로군...”

배주길은 김주평을 어떻게 하면 잘 이용할지 갖은 방법을 궁리했다.


“아! 그리고 난월이가 김주평을 어찌 이용해도 되는데 계집들 엮는데는 이용하지 말라고 하네.”

“예? 김주평이하고 난월이가 잠자리 같이 가진 것은 아는데... 하룻밤에 만리장성 쌓는다고 그새 정이 생긴거랍니까?”

“그럴 리가. 김주평이랑 험험 하고 나니 김주평이 10살짜리 아이로 보인다던가?”

“왜요?”

“허허. 낸들 알겠나?”


그러면서 배주길과 장덕팔은 문득 자신의 다리 사이를 바라보다 서로의 다리 사이를 바라봤다.


“흠흠. 전 그리 안 보일 겁니다.”

“허허. 나도일세.”


그렇게 잠시 서로를 바라보던 배주기과 장덕팔은 서로 등을 돌리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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