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

천재 아이돌이 능력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강동태수
작품등록일 :
2022.05.11 19:24
최근연재일 :
2022.08.05 01:20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617,388
추천수 :
16,663
글자수 :
360,387

작성
22.06.25 13:11
조회
9,008
추천
298
글자
12쪽

36화- 빌런-5

DUMMY

[빌런이요? 아, 그건 사실 제 이야기였어요.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지만··· ]


- JD, 임페리얼. 데뷔 4년차 네오뮤직지誌와 -




빌런(Villain). 한국 원탑 여솔 오하영의 히트곡, Hero를 완전히 새롭게 해석한 리메이크이자, 보이그룹 임페리얼의 데뷔곡.



자신을 버린 여자를 악마로 표현하며, 그녀에게서 놓여날 수 없는 운명을 노래한 이 어두운 분위기의 노래는, 임페리얼을 데뷔와 동시에 쟁쟁한 대형 가수들을 모두 제치고 연간 음원차트 1위를 하게 만들어줬다.


빌런의 작곡가 JD는, 데뷔 후 몇년 뒤에 한 인터뷰에서 빌런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라 지나가듯 말했었다··· .


**


사전 공개방송은 철저한 비밀엄수 조항에 서명해야 입장할 수 있었지만, 그게 지켜질 리가 없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오늘 1차 경연의 후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이들이 들끓고 있었으니까.


[7신데 아직도 후기 안 올라오네]

이쯤이면 다 끝났겠구만 프리뷰 하나 안 뜨네 홈마들 게을러 터졌노 ㅉㅉ

ㄴㅋㅋㅋㅋㅋ미친 이제 대놓고 사녹 중에 후기 쓰라고 하고 있네 제정신임?

ㄴ뭐래 사진 촬영 금진데ㅋㅋㅋㅋㅋ유포하면 엠제이넷에서 고소한댔음

ㄴㄴ넌 그걸 믿냐?

ㄴㄴㅋㅋㅋㅋ그래도 찍을 사람 다 찍는다 당장 못 풀어서 그렇지

ㄴㄴㄴㄹㅇ 어차피 언젠가 다 뜸.... 언제 뜰지가 문제지ㅠㅠㅠ


네티즌이 현장평가단의 사녹 후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저녁 시각. 정작 녹화 방송은 그 몇시간 뒤, 밤이 다 될 무렵까지도 계속되고 있었다.



인기 하위권 연습생들로 이루어진 게 뻔한 9조의 무대가 끝난 뒤, 눈물을 터트리는 연습생을 친구들이 등을 두드리며 내려가고 있었다. 위로의 박수 소리 사이로, 객석에서는 그들의 외모와 실력에 대한 날선 품평이 이어졌다.


“그러게 연습을 했어야지. 하위권인 애들은 이유가 있다니까.”

"아, 쟨 데뷔하겠는데?"

"아, 쟤도."

"어우, 쟨 좀 그렇다."



플미표를 구매할만큼 확고한 자기 픽이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다보니, 자기가 미는 연습생의 경쟁자들에 대해서는 잔인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며 장우연은 생각했다.


‘이런 판은 발도 딛지 말아야 한다.’



13년간 아이돌을 파 온 짬에서 나온 감각이 뒷통수에 짜르르 경고등을 울려왔다.


이런 형태면 데뷔 후에도 각 멤버들의 팬덤간 싸움의 여파가 장난 아닐 게 뻔했다. 아마도 덕질 난이도는 지금까지 나온 아이돌 그룹 중에서도 역대급이리라.


1차 경연이 다 끝나가는 지금껏 그녀의 마음을 동하게 할 만한 연습생이 단 한 명도 없던 건 정말 다행이었다. 물론 기대도 안했었지만.


드디어 수시간에 걸친 지루한 경연의 막바지.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마지막은 그야말로 에이스 중의 에이스만 모였다고, 여러분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팀들입니다!네! 팬들의 영웅이 되겠다는 당찬 포부의 이름이죠, 히어로즈와 어벤져스! 오늘 이 두 팀이 멋진 무대로 승부를 겨룰 노래의 소속사는, 제이에스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



갑작스레 터진 지금까지와 비교도 되지 않을 함성. 고막을 찢을 듯한 소음이 장내에 울려퍼졌다.


'엄청난 인기다'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으며 여자는 생각했다.


- 어벤져스! 어벤져스!

- 히어로즈! 히어로즈!


장내의 군중들은 이미 두 무리로 갈라져, 두 팀의 팬들이 서로 싸우듯 목소리를 높여가며 각자의 최애가 있는 팀을 응원하고 있었다.


- 미쳤나봐, 왠일이야. 제이에스 한대!


보이그룹의 명가로 인정받는 제이에스의 보이그룹은 항상 퍼포먼스 강자들로 손에 꼽혔으니, 객석이 뒤집어질 만도 했다.


옆자리 고등학생 둘이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비명을 질러댔다. 한명은 주먹으로 자기 이마를 퍽퍽 때리고 있다.


옆이 벽이 아닌 게 다행이다. 만약 그랬다면 저 여고생의 이마는 오늘 스스로 벽에 머리를 쾅쾅 박느라 깨졌을지도 모른다.


- 디에잇인가? 설마?

- 아저씨들 어쩌란거야, 당연히 에잇틴이지!

- 디얼쓰, 디얼쓰! 제발!


그러나 두 인기 팀을 위한 경연의 선곡은, 그들 모두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오늘의 경연곡은! 케이팝을 대표하는 여성가수, 오하영씨의 대표곡이죠! 두려움을 떨치고 영웅으로 거듭나자는 희망찬 메시지의 발라드! Hero입니다!"


MC의 입술에서 선곡명이 흘러나온 순간, 장내를 가득 메운 비명소리가 일시에 멎었다.



한 손으로 자기의 이마를 때리던 동작 그대로 정지해 있던 옆자리 여고생이 신음같은 외마디를 겨우 토했다.


“히...히어로가 왜 여기서 나와...?”


**



- 만약 거울에 비친 네 마음 속을 들여다본다면


- 분명 찾게될거야 네 안의 Hero


- 두려움도 슬픔도 없는 곳으로



다소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훤칠한 청년의 얼굴이 전광판에 비칠 때마다, 장내에 탄식이 터져나왔다.



- 저거 지금 라이브 맞지?

- 라이브 AR 아니야?

- 아니라니까. 옆에 애 삑사리 그대로 나왔잖아.



첫 번째 벌쓰가 끝난 뒤의 하이라이트 부. 브릿지 파트를 맡은 센터의 연습생이 무리하다 고음 부에서 실수를 한 탓에, 오히려 그들의 무대가 라이브란 사실이 극적으로 드러났다.


그 실수가 없었다면, 너무 안정적이라 MR로 착각할만큼 자연스러운 무대를 히어로즈 팀은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남자 목소리로 고음을 내기 위해 3키를 낮춰 부른다 해도, 원곡이 그 극악한 난이도로 악명높은 hero다. 같은 소속사의 걸그룹 후배들이 커버할 때마다 원곡의 반도 살려내지 못했다는 악평이 대부분이었을만큼. 그런 노래를 3분여의 시간 동안 연습생들이 이 정도로 안정적으로 소화해낸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 널 데려가 줄 너만의 Hero

- 용기내서 보여줘, 네 안의 Hero


두 번째 벌쓰를 시작한 서브보컬의 목소리 위로, 위수현의 고음이 치고 들어오며 3도 간격의 화음을 쌓는다.


전광판을 가득 메운 위수현의 갈색 눈망울이 조명에 아련하게 반짝이며, 객석에서 한숨이 터져나왔다. 연습생 때부터 팬들이 붙기로 유명한 제이에스니만큼 그 곳의 연습생들의 이름을 든 플랜카드가 곳곳에 존재했다.

전광판이 위수현의 아련한 얼굴 바로 뒤로, 거의 노래에 취해있다시피 감탄 중인 관객의 얼굴을 비췄다. 손에 들린 플랜카드 속 이름은 우명우였지만, 누구나 그것이 다음 방송부터 위수현의 이름으로 바뀌어있을 걸 뻔히 예상할 수 있었다.



불협도 소리의 공백도 없는 안정적인 코러스. 이미 3분여간 홀 안의 관객들이 노래의 분위기에 취해 있었다.


- 이제 용기내서 보여줘, 네 안의 Hero


“으아아아아아악!”



노래가 끝난 뒤, 객석이 떠나갈 듯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이야, 아주 멋진 무대였습니다! 이제 1번부터 7번까지, 들어가기 전 한번씩 인사하고 들어가겠습니다. 자, 이제 현장 평가단 심사위원 분들의 선택입니다. 우리 히어로즈의 멤버들 중, 여러분의 마음을 가장 사로잡았던 멤버를 선택해 주세요!”


현장투표단은 각 팀의 무대가 끝날 때마다 그 팀에서 가장 잘 한 멤버를 선택한다.


두번째 팀이 무대를 마친 뒤에는 그 팀의 1등과 함께, 먼저 무대를 한 팀과 둘 중 더 잘 한 팀이 어디였는지를 평가했다.


좀, 한번에 투표 다 끝내게 할 순 없나. 연신 궁시렁대면서도 오른손에 들린 버튼을 때에 맞춰 누르며 여자는 생각했다.



‘끝났네, 끝났어. 어떻게 된 게 번호도 럭키세븐이냐.’


위수현이 인사할 때에 자신처럼 대부분의 관객들이 버튼을 누르기 위해 부산해졌던 것이다.


이 정도면 결과는 안 봐도 뻔하다. 십삼년 동안 아이돌을 파며, 그간 뛰어온 음악방송과 예능의 공개방송이 몇번이며, 투어와 콘서트가 몇 번이었던가.



앞팀이 무자비할 정도로 잘 해버렸다! 앵콜이라도 신청할 기세인 방청객의 앞에서, 여운이 식기도 전에 자신들의 무대를 시작해야 한다.


여자는 앞쪽 팀의 무대와 낱낱이 비교되며 상대적 저평가를 받을 2번째 팀에 대해 마음 속으로 깊은 애도를 보냈다.


‘잘 가라, 샹샹바. 어차피 탈락은 안하겠지만.’


괜찮다. 그녀의 덕메가 좋아하는 샹웨이는 중국 팬들이 집을 팔아서라도 데뷔권까지 올려줄 테니까. 다만 이 무대는 버린다고 해야될 것이다.


"다음은 케이팝의 어벤져스가 되겠다는 포부로 모인 팀이죠! 이경우, 샹웨이, 최사랑, 안동태, 고민남, 노운수! 퍼포먼스 에이스들의 무대입니다. 어벤져스!"


- 꺄아아아악!


어벤져스 조의 팬들이 열과 성을 다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는 바람에 다시 귀를 틀어막아야 했다. 방금 무대를 끝낸 히어로즈에 지지 않기 위해, 몇배로 크게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그 비명들에 이미 승기를 뺏긴 불안함이 어려있었다.


'불쌍한 샹샹바, 대전팀을 너무 센 델 만났어.'


뒤에 나오는 팀이 물구나무 서서 노래 부르기라도 하지않는 이상, 기세를 뺏어올 수 없을거다. 아마도 뒤를 잇는 어벤져스의 무대 3분 내내, 관객들은 방금 위수현이 무대 위에 남기고 간 잔상만 떠올리며 아쉬워할 테니까.



상관없다. 자신은 오늘을 마지막으로 케이팝을 뜰 예정이니까.


이 시끄러운 곳에서 나가는 순간, 저들을 다시 떠올리게 될 일도 없으리라. 몇 안되는 진짜 덕친들을 조용히 비계 탐라로 데려갈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 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

- 띠띠띠띠띠띠띠띠... .


정적 속에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뒤섞인 기계음이 울려퍼졌다.



"악, 시끄러!"

"이게 무슨 소리야?"

"사이렌? 누가 다쳤어? 앰뷸런스가 왜... ."

"아니야, 소리 나는 데가 무대 위야."


사이렌 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기분 나쁜 소음의 진원지를 향해, 관객의 시선이 순식간에 무대 위로 몰렸다.



"기계음...? 이런 노이즈를, 발라드에 넣었다고?"




고장난 기계가 지직대는 듯한 요란한 소음이 멎은 뒤, 스튜디오는 잠에서 깨어난 듯 한동안 정적이었다.


무대 위, 어둠 속에 천장에서 내려오는 둥근 조명이 무릎 끓고 앉은 남자를 비추고 있었다.


그 정적 속. 앳된 얼굴의 소년이 양 무릎으로 스테이지를 누르고 앉아 곧게 등을 세우고 있다. 둥근 조명을 홀로 받은 채 고개를 뒤로 젖힌 이경우의 머리가 천천히, 음산한 멜로디에 따라 둥근 선을 그리며 움직였다.


- 모두가 널 영웅이라 하지만


한 손으로 잡은 헤드 마이크에서, 그 앳된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저음이 흘러나왔다.

성대를 부러 긁어가며 변조한 특이한 음색. 스산한 전주가 내리 깔렸다.


- 난 다 알고 있지, 넌 숨기고 있어.


다음 순간 무대로 걸어 나오는 샹웨이의 래핑이 이어졌다. 그뒤를 이어, 나머지 멤버들이 천천히 무대로 나와 아직 꿇어앉아 있는 소년의 주위로, 둥글게 대형을 맞춰 섰다.


특수부대 군복을 연상시키는 검은 의상들의 위, 가슴부에 사선으로 장식띠를 두른 올블랙 의상. 그 중의 한명은 고글을 끼고 있었다.



“테,.. 테크웨어?”

"뭐지? 이거 히어로 아니야?"



누가 봐도 댄스곡. 그것도 격렬한 퍼포먼스를 하기 위해 준비된 의상들. 도입부의 사이렌 소리에, 어느덧 객석은 찬 물을 끼얹은 듯 소음 하나 없는 정적에 감싸여 있었다.


전광판 속, 최사랑의 눈이 주홍색 고글 안에서 차갑게 빛났다. 무릎을 꿇고 앉은 소년의 가벼운 허밍 뒤로, 그 앞에 선 최사랑이 한없이 낮은 저음으로 화음을 쌓아갔다.


- You got me going crazy

- 날 괴롭혀 악몽을 꾸게 해


쿵, 쿵, 쿵, 쿵, 쿵...



단조로운 808 비트의 드럼 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졌다.


작가의말

늦었습니다ㅠㅠㅠ 다음편은 월요일에 올라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아이돌이 능력을 숨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3 33화- 빌런-2 +13 22.06.21 9,789 264 17쪽
32 32화- 빌런-1 +8 22.06.18 10,664 274 17쪽
31 31화- King은 누구? +17 22.06.14 10,778 311 18쪽
30 30화- Fireproof +11 22.06.13 10,438 308 13쪽
29 29화- Wherever You Go +13 22.06.11 10,989 351 17쪽
28 28화- On Air, 연습생이 과거를 숨김 +11 22.06.10 11,423 330 15쪽
27 27화- 즐기는 자 +14 22.06.08 11,347 296 14쪽
26 26화- 자기PR, 대전쟁의 개막 +8 22.06.08 11,556 330 14쪽
25 25화- 제작발표회 +9 22.06.07 11,559 326 14쪽
24 24화- 케이팝의 망령들 +6 22.06.05 12,058 360 12쪽
23 23화- 이 세상에 가족같은 그룹이란 게 있을까요? +9 22.06.04 12,036 356 13쪽
22 22화- 그 남자, 주인공이 될 사람 (수정) +11 22.06.03 12,336 335 14쪽
21 21화- 샹웨이는 참지않긔 +9 22.06.02 12,476 339 11쪽
20 20화- 테마곡의 센터 +8 22.06.01 12,630 344 11쪽
19 19화- 메인댄서가 능력을 안 숨김 +18 22.05.31 12,742 366 12쪽
18 18화- 3분의 메인댄서 +10 22.05.29 12,709 347 14쪽
17 17화- 팬이 붙기 전에 +9 22.05.28 12,837 331 15쪽
16 16화- 연습생이 실력을 또 숨김 +8 22.05.26 13,326 310 13쪽
15 15화- 서사의 제물 +11 22.05.26 13,459 347 15쪽
14 14화-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11 22.05.25 13,405 348 14쪽
13 13화- 전통적 제이에스상 +10 22.05.23 13,538 347 15쪽
12 12화- 이럴거면 간판 내려 +13 22.05.21 13,870 351 15쪽
11 11화- 이번엔 저 놈은 내거다 +9 22.05.20 14,199 357 11쪽
10 10화- 남 탓 멈춰! +20 22.05.19 14,451 347 12쪽
9 9화- 연습생이 외모를 또 숨김 +11 22.05.18 14,643 375 13쪽
8 8화- 너는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는데 +12 22.05.17 14,669 383 12쪽
7 7화- 어쩌다 미래를 바꾼 몸이 되었나 (2) +15 22.05.16 15,082 369 12쪽
6 6화- 어쩌다 미래를 바꾼 몸이 되었나 (1) +12 22.05.14 15,149 346 11쪽
5 5화- 슈퍼루키 연습생이 외모를 숨김 +8 22.05.13 15,332 340 13쪽
4 4화- 슈퍼루키 연습생이 능력을 숨김 (2) +20 22.05.12 15,986 41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