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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이돌이 능력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강동태수
작품등록일 :
2022.05.11 19:24
최근연재일 :
2022.08.05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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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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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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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1화- 이번엔 저 놈은 내거다

DUMMY

11화- 이번엔 저 놈은 내거다


- 서바이벌 촬영 일주일 전 -


한밤중, 더벅머리를 한 소년이 노인의 앞에 상을 내려놨다.


"할머니, 이것 좀 먹어."

"응, 뭘 또 이런 걸 가져왔어. 내 새끼나 많이 먹지."

"할머니··· ."


노인은 이미 비쩍 마른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소년의 제멋대로 자란 더벅머리 아래, 시골 아이답지 않은 하얀 얼굴 아래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재덕아."

"응."

"이 할미가 할 말이 있다."

"그냥 아무 말 안 하고 누워있으면 안돼? 아님 누워서 말해, 할머니."

"...그래."


일어서려던 노인이 그대로 방바닥의 이불에 등을 누인 체,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가수가 되겠다고 서울로 가출했던 자식이 어느날 내려와 던져놓고 다신 찾지 않았던 사내아이. 핏덩어리를 노인네 혼자 소를 키우고 트랙터를 몰며 기른 세월이 어느덧 십수년. 이젠 더이상 이 살같은 손자 놈을 이 깡촌 오지에서 살 날 얼마 안 남은 노친네나 돌보며 썩게 할 수 없다고 결심을 굳힌 노인이었다.


"재덕이 네 놈, 서울로 올라가라."

"할머니 진짜 노망났어? 나 없으면 봉순이 여물은 누가 줘. 할머니 꼼짝도 못 하면서."


봉순이는 두 사람이 송아지 때부터 키우는 암소였다. 학교가 끝나면 트랙터를 몰고 봉순이에게 여물을 주는 것이 17세 반재덕의 목가적인 일상이었다.


"소는 내가 알아서 키울테니, 너는 서울로 올라가라."

"아 진짜, 할머니!"


정체불명의 신청서가 이 산간오지의 집 앞까지 도착했던 게 며칠 전의 일이었다. 어떻게 주소를 알았는지 손자 놈을 수신인으로 당도한 방송 참가신청서.


- 뭔 일이여, 시상에 서울에서 여까지 이런걸 받아봐. 할매 또 토토했어?

- 지랄 말어, 또 토토하면 나 우리 재덕이한테 맞아죽어. 이거나 뭐라고 써있는지 읽어주고 가.

- 아 빚 갚으란 거 아니네. 어디 보자, 데뷔... . 서바이벌 참가 신청서? 할매, 이거 재덕이한테 온건가본데? 그 엠제이넷이면 노래 나오는 방송국이잖여. 이거 재덕이 나오라고 보냈나보네. 그 놈 작년에도 이런 거 나갔잖여!


“접때도 이 할매 아파서 돌아왔잖여. 언제까지 여기 있을겨, 나 뒤질 때까지 너도 여기서 썩을겨?”

“그래도 할머니가 아픈데 내가 어떻게 서울에 가!”

“...내가 김씨 통해서 이미 그 종이 쪼가리 보냈다.”

“!”

“재덕아.”


할머니의 쪼글쪼글한 얼굴에 답지 않게 위엄이 서려있는 걸 본 반재덕이 입을 다물었다.


“니 어매 찾아야지. 찾아서 그 빌어먹을 년 뒈졌는지 보고 와야지. 할매 안 죽으니께, 너 가서 그 티비 나가라. 안 그래도 그 대머리 놈이 계속 찾잖여, 너 설 좀 오라고.”


힙합 레이블 ‘더 스나이퍼’의 수장, 칼날. 작년 엠제이넷의 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비트]의 심사위원이었던 그는 지금까지 명절마다 반재덕에게 안부 문자를 보내오고 있었다.


‘쇼미더비트 시즌 1’. 엠제이넷이 야심차게 준비했으나 인재풀의 협소함에 망해버린 서바이벌 프로그램. 작년 전국 각지의 언더래퍼 참가자를 모아 벌인 경연의 예심 오디션 도중 할머니가 쓰러졌다. 오디션을 포기한 게 아깝다 생각했지만 프로그램이 쫄딱 망한 걸 보고 차라리 잘됐다 생각했었다. 그럼에도 접지 못했던 미련.


“너 원래 가수하고 싶다 했잖여. 할매 안 죽으니께, 니는 니 하고싶은 거 하고 와라.”

“할머니.”


자신의 손을 꼭 붙잡은 마른 손가락에 가슴이 아려왔다.


“할매 안 죽어. 할매는 죽어도 내 새끼 가수되는 거 보고 죽고 싶다. 응? 안 그럼 내가 눈을 못 감겠어, 재덕아.”

“... .”


삼일 뒤, 캐리어를 끌고 서울에 도착한 반재덕은 엠제이넷 사옥으로 향했다. 그리고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전을 위한 사전 인터뷰에 막바지로 합격했다. 신아미는 짜증나게시리 마감기한이 다 되어서야 나타났던 시골뜨기의 프리스타일 랩에, 사전 인터뷰에서 세 번째로 벌떡 일어나 물개박수를 쳤다.





**


~보너스 트랙~

- 미션, ‘서바이벌에서 살아남기’가 생성됐습니다.

- 각 단계를 통과해 살아남을 때마다 보너스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 서브미션: 1차 심사에서 B등급 이상을 획득합니다

- 성공 시 보상 : ???

- 서브미션을 실행하시겠습니까?

(Yes/No)

- 이경우 돼지새끼가 응답을 안 해 자동으로 서브미션이 실행됩니다...



아이돌 연습생들이라 하면 다 예쁘고 잘 생겼을 것 같다 생각한다면, 그건 당신의 착각이다. 못 믿겠다고? 그럼 당장 이 곳에 와 여기 모인 99명의 얼굴을 보라.


그런 생각을 하며 3등석 의자에 앉아 입장하는 연습생들마다 열심히 박수쳤다.


에이센트의 앞날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모든 적들을 다 분석해 패퇴시키기 위해 열심히 이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했던 전생에서도 생각했지만, 이 세트장은 정말 아니었다. ‘경쟁과 잔혹함’을 모토로 한 프로그램의 색을 가장 잘 보여주는 구성.


최상층 계단에 화려하게 위치한 1등석부터 맨 아래층에 있는 99등석까지. 피라미드 형태로 자리한 99개의 의자에 번호를 커다랗게 붙여 자기 자리를 찾아가게 해놨다.

입장할 때부터 연습생들은 층마다 놓인 99개의 의자들 뒤, 거대한 전광판 속 고딕체 자막과 마주해야 했다.


‘본인의 예상등수에 가서 앉으세요’라고.


- 경우씨! 인터뷰 좀 해줘. 대본 여기 있으니까 자기는 그냥 읽기만 하면 돼.

- 아니 이런 것까지 대본 있어요?

- 당연하지! 자기 얼굴에는 이런 좀 가련한 분위기로 가는 게 좋아.

- ... .


[..정말, 잔인하다고 생각했어요. 경쟁이잖아요? 이렇게 처음부터 등수를 찾아간단 게. 실감이 확 났죠. 아, 정말 싸움이구나. 그리고 위로 올라가야되겠다...]


시키는대로 한껏 슬픈 얼굴을 하고 가증을 떨어줬더니, 신아미가 바로 이거라고 좋아하면서 카메라맨을 데리고 돌아갔었다.


‘애쓴다.’


규모가 큰 기획사 출신들을 우선 입장시킨 덕분에 우리는 거의 첫 번째로 자리를 맡을 수 있었다. 내 지시대로 1등석에 앉은 안동태를 센터로, 사랑이 형과 각자 센터 안동태의 좌우 2, 3등석에 앉아 녀석을 보필하는 형태였다. 이건 무슨 ‘우리가 바로 제이에스다’도 아니고.


민망하지만, 어쩔 수 없다. 첫 번째 방영분에서 주목받아야 하는 건 우리가 아니니까. 사랑이형과 나는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보험왕은 아니었다.

1차 심사 후에 있을 미션에서 통과하려면 초반에 최대한 안동태가 분량을 받아야 했다.


[안동태, 18]

- 노래 : C

- 춤 : B

- 외모 : C


...다시 봐도 답이 없는 능력치다. 어쨌든 욕을 먹거나 악편을 당하더라도 무조건 분량을 받아야 한다. 탈락자들 역시 어지간한 중소 소속사 아이돌보다 주목받게 되는 오디션이니까. 하다못해 나중에 보험 영업을 또 하게 되더라도 도움이 될거다.

같이 데뷔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미 7년간 연예계에서 굴러온 나였다. 철없는 몽상보다 현실을 찾을 수밖에 없단 거다.


98개의 의자는 모두 먼저 앉는 사람이 주인이지만, 안동태가 앉은 1등석만은 예외다. 누구든 입장할 때마다 1등석을 원한다면 계단을 걸어올라가 안동태에게 결투를 신청해야 했다. 그리고 안동태는 프로그램의 중반인 지금까지 벌써 3명의 도전자를 격파했왔다. 팔씨름으로.


적어도 1화에서 분량은 안동태 혼자 10분은 맡아놨다는 얘기다. 본격적인 시작 전 곧 있을 미션에서 보험왕이 살아남으려면 이렇게라도 해야했다.


"야, 야. 쟤 봐. "


처음에 긴장해 있던 연습생들도 입장만 한시간 넘게 이뤄지자 자세가 느슨해져 있었다. 어느덧 이름이 조금이라도 알려진 기획사 소속 연습생들의 입장이 모두 끝나고, 소속사 없는 개인 연습생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한 소년의 등장에 2번째 단에 앉은 아이들이 키득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눈 뜨고 졸고 있던 상태 그대로 전광판을 보다 벌떡 일어날 뻔 했다.


[반재덕, 17/ 개인]

특기: 랩 메이킹, 기타 연주


더벅머리에 뿔테 안경을 낀 연습생이 들어서고 있었다.


“아이고, 렌즈라도 끼고 오지. 어쩌냐.”


사랑이 형이 안동태를 건너뛰고 내게 말을 걸었지만, 대답할 수 없었다. 흥분으로 무릎 위에 움켜쥔 손 안에 땀이 베어나왔다.


‘나왔다, JD.’


이전 생에서 날 가장 곤란하게 했던 남자.


휘유. 의자에 등을 털썩 기대고 휘파람을 부는 나를 사랑이 형이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다.


“뭐야, 너 아는 애야?”

“... .”


‘마.이.크.조.심.’


말 없이 입술만 움직여 주의시키자, 사랑이 형이 그제야 제 블레이져에 끼워진 마이크를 바라봤다. 그와 나 뿐만 아니라 이 곳에 있는 99명 연습생들의 의상에 소형 마이크가 장착돼 있었다. 오가는 작은 대화 내용마저도 언제든 편집돼서 멋대로 사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허리가 꺽어져라 인사하고 걸어 들어오는 소년에게 의례적인 박수가 이어졌다. 이 곳에 오기 전 전문 샵에서 단장하고 온 사람들 사이에 그 혼자 이질적인 모습. 덥수룩하게 내려온 곱슬머리와 안경에 가려진 소멸할 것 같이 작은 얼굴. 남는 의상을 받은건지 체격에 맞지 않아 다소 짧은 기장 아래로 드러난 늘씬한 팔 다리.


이전 생에서 데뷔 후 7년의 활동기간 동안, 에이센트는 총 세 번의 커다란 위기를 맞았었다.


첫번째는 바로 지금 내가 참가해있는 이 오디션 프로의 데뷔그룹이었다. 데뷔앨범이 이 오디션 그룹이 화제성을 선점하는 바람에 망했으니까.

마지막 위기는 당연히 병크 폭탄 두명이었고.


그 사이에 있던 가장 큰 위기가, 저 남자가 있는 그룹 때문이었다.


싱어송라이터 제이디. 삼년 뒤 데뷔하는 자체제작돌, '임페리얼'의 전곡 작사작곡을 담당한 멤버. 수년 뒤 ‘중소의 기적’이라 불리게 되는 초인기 그룹의 주축이 될 남자였다.


연말 시상식마다 제이디가 만든 노래가 음원 연간 차트를 휩쓰는 바람에 대상을 놓고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던가. 승승장구하던 에이센트는 저 남자 때문에 몇번이나 대상 트로피를 뺏기고 박수 셔틀을 하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너, 이제 나한테 딱 걸렸어.”


남는 자리를 두리번대며 찾는 반재덕을 바라보며 중얼대는 나를 두 사람이 이상하게 바라봤지만, 입가로 웃음이 비어져 나오는 걸 멈출 수 없었다. 곧 수백배로 폭등할 코인을 미리 알아본 사람의 심정이 이럴까?


아무래도 미래는 나에게 좋은 쪽으로 변하고 있는 게 확실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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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빌런-1 +8 22.06.18 10,652 274 17쪽
31 31화- King은 누구? +17 22.06.14 10,764 311 18쪽
30 30화- Fireproof +11 22.06.13 10,427 308 13쪽
29 29화- Wherever You Go +13 22.06.11 10,978 351 17쪽
28 28화- On Air, 연습생이 과거를 숨김 +11 22.06.10 11,410 330 15쪽
27 27화- 즐기는 자 +14 22.06.08 11,331 296 14쪽
26 26화- 자기PR, 대전쟁의 개막 +8 22.06.08 11,544 330 14쪽
25 25화- 제작발표회 +9 22.06.07 11,544 326 14쪽
24 24화- 케이팝의 망령들 +6 22.06.05 12,044 360 12쪽
23 23화- 이 세상에 가족같은 그룹이란 게 있을까요? +9 22.06.04 12,022 356 13쪽
22 22화- 그 남자, 주인공이 될 사람 (수정) +11 22.06.03 12,323 335 14쪽
21 21화- 샹웨이는 참지않긔 +9 22.06.02 12,462 339 11쪽
20 20화- 테마곡의 센터 +8 22.06.01 12,618 344 11쪽
19 19화- 메인댄서가 능력을 안 숨김 +18 22.05.31 12,730 366 12쪽
18 18화- 3분의 메인댄서 +10 22.05.29 12,699 347 14쪽
17 17화- 팬이 붙기 전에 +9 22.05.28 12,823 331 15쪽
16 16화- 연습생이 실력을 또 숨김 +8 22.05.26 13,311 310 13쪽
15 15화- 서사의 제물 +11 22.05.26 13,447 34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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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슈퍼루키 연습생이 능력을 숨김 (2) +20 22.05.12 15,969 4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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