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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이돌이 능력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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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태수
작품등록일 :
2022.05.11 19:24
최근연재일 :
2022.08.05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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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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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0화- 테마곡의 센터

DUMMY

20화- 테마곡의 센터


외모는 전혀 닮지 않았으나, 재규어블루는 이경우에게서 자신의 젊은 시절을 봤다 생각했다.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게 고작 3일 전.


- 아 걱정 좀 마시라구요! 난 무대체질이니까.


사흘 전, 심드렁한 얼굴로 그렇게 말한 게 마지막이었지. 같은 방 B등급들이 새벽까지 남아있는 체육관에서 그 혼자 일찌감치 숙소로 들어갔던 소년.


별 것도 아닌 일처럼 가볍게 말하더니, 뒤에서 이런 무대를 홀로 준비해 왔었다.


- 왼 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라, 그런건가.


그 구절은 자기 선행을 남에게 티 내지 말라는 뜻이었지만, 재규어블루는 그것이 이 상황에 적절하다 생각했다. 그의 학력은 고등학교 중퇴. 춤의 전문가지만 배움은 짧았다.


‘안 보이는 곳에서 연습한 것이다. 모두가 잠든 후에.’


비록 이경우는 이주간 정말 숙소에 들어가 일찍 잠들었을 뿐이지만, 재규어블루는 그의 제자가 사람들이 없는 숙소에서 조용히 연습을 쌓은 거라 생각했다.



“...역시, 이경우. 일찍 숙소로 가, 빈 방 안에서 혼자 연습하고 있었군.”

“... .”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알아서 자신에게 좋게 생각해주는 것 같아, 이경우는 입을 다물었다.


재규어블루의 눈에 눈물이 차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왼쪽에는 침통한 오하영의 시체같은 모습. 오른쪽의 장은희는 새빨간 코를 훌쩍이며, 애써 밝게 웃음짓고 있었다.


'짝짝짝'


스탭 한명이 박수를 치자, 옆 사람이 그것을 따라했다. 점차 박수 소리는 장내로 번져갔다.


- 와아아아아!

- 이경우! 이경우! 이경우!


무대를 바라보는 모두의 얼굴에 감동이 떠올라 있었다.


'성장서사 쌓으려고 일부러 못 하는 척 한 거 아니냐 물어볼까 걱정했는데.'


장내에 울려퍼지는 열화와 같은 함성과 박수세례 속에, 이경우는 침착한 얼굴로 생각했다.


어쨌든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일이었다.


연극적으로 한 템포 숨을 크게 내쉰 재규어블루가 잠시 눈을 꼭 감고 할 말을 참았다 다시 눈을 뜨고 그를 바라봤다. 그 소같이 큰 눈동자 속에 비친 제자에 대한 기특함이 얼굴 가득 차올라 있었다.



“잘했다, 경우야. 선생님은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



와아아아아!



체육관에 함성과 박수가 메아리쳤다.


**


그룹의 리더로써 늘 발생 가능한 모든 위험을 대비해야 마음을 놓고 잘 수 있던 전생의 버릇 탓일까. 오늘 무대 후 받을 수 있을 모든 공격에 대해 방어 멘트를 준비했던 이경우는 이 순간, 안도와 함께 허무함을 느꼈다.


준비한 모든 게 쓸데없는 짓이 됐기 때문이다.


...분명 이런 말이 나올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심사위원 세 명 별로 대응 멘트를 어제 새벽까지 연습했다.



'비결이 뭐에요?'

'어떻게 단기간에 이렇게 잘하게 된거죠?'

'혹시...일부러 능력을 숨겼던 건 아닌가요?'


오하영이 이런 말 한마디만 하더라도, 방영 직후 '억지 성장서사를 위해 연기했던 연습생'으로 논란이 제기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경우 레벨평가 결과 영 쎄한 거 나만 그래?]

뚝딱이가 갑자기 그렇게 잘 할 수 있나? 1차 때 일부러 못 하는 척 한 것 같음

<이주동안 피나는 연습을 통해 잘 추게 된 몸치>

이런 성장 서사 받으려고 연기한 거 존나 티 남

ㄴ 불여우 새끼 레게노...

ㄴ 어린 놈이 시청자 기만부터 배웠누

ㄴ레알 완전 티 나는데ㅋㅋㅋㅋ데뷔도 못한 놈이 머리 굴리는 거 보소ㅋㅋㅋㅋ한편의 연극을 하셨다

ㄴ머가리 피도 안 마른 게 시청자 기만했네 뚝딱이 가르치느라 고생한 재블은 무슨 죄임? 민폐갑

ㄴ앞으로 이경우 거른다 애가 겉과 속이 다르네



'아, 그렇구나.'


드림돌의 성공 이후. 회귀하기 3, 4년 쯤 전부터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던 아이돌 서바 프로그램들.

그 시효였던 드림돌에서 가장 먼저 나와, 후발주자인 서바들에서도 유행했던 것이 성장서사였다.


초반에 실력이 떨어지던 연습생이 노력해 훌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 강한 인상을 주는 것. 열정과 간절함을 시청자에 어필하기에 가장 좋은 서사였다.


고로, 7년 전인 지금은 아직 한국 서바에서 지금은 흔하디 흔한 '성장서사'라는 개념이 아직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는 거다.


백여명에 달하는 연습생들이 나와 투표를 통해 데뷔하는 것 자체가 대중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던 시기.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연습생들 사이에서, 설마 일부러 못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위험을 감수할 사람이 나오긴 힘들었다.


'설마 그런 간 큰 놈이 있을 거라곤 생각 못하겠지.'


잠시 후 오하영의 얼굴이 전광판에 들어찼다. 등급을 발표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은 손이 떨리고 있었다.


“이 경우 연습생의 등급은, A입니다... .”



툭. 무대 위에 하얀 운동화 한 켤레가 굴러 떨어졌다. 무대에 신고있던 운동화를 집어던진 노운수가 한발이 양말인 채로 일어나 박수쳤다.


신발을 벗어 던지는 퍼포먼스. 댄서들이 자신이 감탄할만큼 멋진 춤을 보여준 댄서에 대해 경외의 의미로 벌이는 세레머니였다.


몇몇 연습생이 그를 따라 자켓과 운동화를 벗어 무대 위로 던지기 시작했다.


다음 무대를 진행해야 한다는 스탭의 호소에도, 장내를 뜨겁게 메운 함성과 열기는 한동안 진정되지 않았다.




“으아아아악!”



심사 결과에 정중히 허리를 굽혀 인사한 후 내려간 객석에서 나는 사랑이 형과 보험왕에 의해 공중에 던져졌다. 몇 번씩 천장을 향해 나를 내던지는 두사람이 곧 울 것 같은 얼굴이라 못 도망 갔다, 젠장.


“으아아악! 그만해! 그만 하라고! 나 고소 공포증!”

“시끄러워, 그냥 축하 받으라고. C반 열등생!”


어느샌가 몰려온 주변 놈들까지 합세해, 아이들이 나를 다 같이 집어 던졌다. 체육관 천장을 향해 패대기 쳐졌다, 다시 팔 여러개에 받쳐지는 내 비명이 체육관을 울렸다.


“시발, 존나 멋있어 이경우!”

“반했다고! 미친 놈아, 어떻게 한거야. 공유 좀 해!”

“우와아아아악!


매년 가요대상을 받을 때에도 당한 적 없던 일을, 고작 연습생 등급 평가에서 A를 받았다고 받을 줄이야.

근데 이 자식들, 나 싫어하는 거 아니었나?


'역시, 그랬구만.'


자기들도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희망. 이들에게 오늘 A등급을 받은 제이에스의 열등생은 희망이 된거다.



아이들의 무리 사이로, 저 멀리서 두 팔을 좀비처럼 늘어트리고 이곳을 노려보는 우명우가 서있었다. 두팔을 그야말로 부들부들 떨고 있다.


- C반은 그냥 가지 않거든요.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거죠. 외모, 실력, 인성 그게 뭐든.


그런 C반의 열등생이 제이에스의 다른 어떤 연습생보다도 멋진 무대를 보여주고 최고등급을 받아갔다.

이게 아이들의 마음에 나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불태운 것이다.


연습생들의 세계는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정글이다.


- 인간 오징어라니까

- 저 얼굴로 데뷔 못한 거 봐. 문제 있는 거라고.

- 근성이 없어서 그래. 열심히 하면 저 상태겠냐?


이전 생에서 천영훈의 최애란 역겨운 호칭으로까지 불렸던 나다.

제이에스의 지하실에서라고, 이 곳의 우명우같은 짓을 하는 놈이 없었을까?


아니. 몇배로 더 심한 사람들이 있었다. 견제하려 치졸한 소문을 퍼트리는 이들의 입을 다물리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항상 하나 뿐이다.


'결국 최후에 올라가는 건 실력 뿐이니까.'


노력에서 기반한 실력으로 눌러 버리는 것. 그게 내가 백여명이 넘는 연습생들로 가득한 제이에스의 지하실에서 살아남은 방법이었다.



와아아아아!



“그만하라고, 미친 놈들아아아!”


간절한 애원에도 소용없이, 내 비명소리는 어느샌가 수십명의 연습생들의 아우성에 파묻혀 버렸다.



**

- 정식 평가에서 A등급을 획득했습니다.

[2번째 서브미션, 레벨 테스트 2를 통과했습니다]

- 사용자, 이경우가 미션의 보상으로 신규 특성을 획득했습니다

- 새로 획득한 보상을 확인하시겠습니까?......




시즌 1부터, 드림돌 시리즈의 전 시즌에서 이어진 징크스가 있었다. 바로,


'테마곡의 첫 센터는 반드시 데뷔한다'


초반 주목도가 최후의 대중 투표 결과에까지 파급력을 미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일찍부터 가장 많은 시청자에게 얼굴을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백여명에 가까운 연습생들 중 시청자 투표로 데뷔 멤버가 정해진다는 생소한 컨셉이 대중에게 거부감으로 다가온 시기.


'저런 걸 누가 덕질해' 하고 시작했던 사람들이 각자의 신념을 벗어던지고, 바야흐로 머리채를 풀고 드림돌이라는 전투장에 뛰어들게 되는 가장 큰 계기.

이 무대 한번으로 자신의 픽을 잡은 사람들이 투표 시작 전부터, 각자의 최애를 데뷔시키기 위한 전쟁을 시작할 거다.



음방 무대를 위한 사전녹화장.


'당연히 제작 발표회가 음방보다 먼저 있을 줄 알았더니.’


다음주, 뮤직 카운터에서 공개될 테마곡 단체무대가 생방송이 아닌 사전 녹화로 진행됐던 것이다. 하루 종일 99명의 무대를 관람하느라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레벨 평가가 끝나자 마자 쉴 틈도 없이 음방 사전 녹화가 이어졌다.


이전 생과 달리 이번 시즌 테마곡의 첫 센터는, 사랑이 형이 가져갔다.


99명 전원이 모두 평가를 마친 뒤, A등급 5명이 모여 오늘 최고의 무대를 보여줬다 생각하는 센터를 뽑게 한 무기명 투표.


우리 둘의 몰표를 받은 사랑이 형은 이전 생과 다르게, 택배맨이 아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센터가 됐다. 그 외에는 샹웨이, 우명우가 각자 자신에게 투표한 1표를 가져갔다.



[센터 경우]


사랑이 형의 필체로 적힌, 내가 받은 단 1표의 센터 표를 손에 든 채로, 힘 빠진 웃음을 터트렸다.



99명 중 무대에 설 수 있는 50명의 연습생이 사녹을 위해 마련된 세트장 위, 높이가 다른 단 위에 올라가 각자 배정받은 자리에 서 헐떡였다.


5명의 A등급 에이스와, 반재덕을 포함한 15명의 B등급. 그리고 C등급 인원 30명까지.


남은 49명의 연습생은 관객으로, 화려한 세트장 주위에 둘러 서 친구들이 무대에 선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 저도... 저도 무대에 서고 싶어요

- 너무, 너무 잔인해요


이전 생에서는 자기도 무대에 서고 싶어 눈물을 글썽대는 연습생들의 모습에 시청자들의 동정과, 프로그램의 잔인성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어났다.


당연하겠지만 이런 잔인성은 드림돌의 초반부 화제성을 견인하는 데에 아주 큰 역할을 했었다.


어린 연습생들 사이에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프로그램의 잔혹성을 욕하면서도 시청하는 것은 물론이다. 사람들은 그런 연습생들의 처지에 공감하고, 점차 그것을 넘어 과몰입에 빠져 들었다.



단체 의상을 입고 무대 위에서 춤 추는 친구들과, 초라한 연습복을 입고 세트장 주변에 둘러서 그들을 올려다보는 하위권 연습생들.


계속된 재녹화로 촬영이 연이어지는 새벽 시간.


"하하하핫!"

"우와아아아아아!"


누군가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학수고대해 온 제작진의 의도와 다르게, 녹화 무대에서는 그들이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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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 빌런-2 +13 22.06.21 9,781 264 17쪽
32 32화- 빌런-1 +8 22.06.18 10,652 274 17쪽
31 31화- King은 누구? +17 22.06.14 10,764 311 18쪽
30 30화- Fireproof +11 22.06.13 10,427 308 13쪽
29 29화- Wherever You Go +13 22.06.11 10,978 351 17쪽
28 28화- On Air, 연습생이 과거를 숨김 +11 22.06.10 11,410 330 15쪽
27 27화- 즐기는 자 +14 22.06.08 11,331 296 14쪽
26 26화- 자기PR, 대전쟁의 개막 +8 22.06.08 11,544 330 14쪽
25 25화- 제작발표회 +9 22.06.07 11,544 326 14쪽
24 24화- 케이팝의 망령들 +6 22.06.05 12,044 360 12쪽
23 23화- 이 세상에 가족같은 그룹이란 게 있을까요? +9 22.06.04 12,022 356 13쪽
22 22화- 그 남자, 주인공이 될 사람 (수정) +11 22.06.03 12,323 335 14쪽
21 21화- 샹웨이는 참지않긔 +9 22.06.02 12,463 339 11쪽
» 20화- 테마곡의 센터 +8 22.06.01 12,619 344 11쪽
19 19화- 메인댄서가 능력을 안 숨김 +18 22.05.31 12,730 366 12쪽
18 18화- 3분의 메인댄서 +10 22.05.29 12,699 347 14쪽
17 17화- 팬이 붙기 전에 +9 22.05.28 12,823 331 15쪽
16 16화- 연습생이 실력을 또 숨김 +8 22.05.26 13,311 310 13쪽
15 15화- 서사의 제물 +11 22.05.26 13,448 347 15쪽
14 14화-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11 22.05.25 13,392 348 14쪽
13 13화- 전통적 제이에스상 +10 22.05.23 13,523 347 15쪽
12 12화- 이럴거면 간판 내려 +13 22.05.21 13,856 351 15쪽
11 11화- 이번엔 저 놈은 내거다 +9 22.05.20 14,181 35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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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연습생이 외모를 또 숨김 +11 22.05.18 14,626 37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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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 어쩌다 미래를 바꾼 몸이 되었나 (1) +12 22.05.14 15,133 346 11쪽
5 5화- 슈퍼루키 연습생이 외모를 숨김 +8 22.05.13 15,315 340 13쪽
4 4화- 슈퍼루키 연습생이 능력을 숨김 (2) +20 22.05.12 15,969 4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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