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

천재 아이돌이 능력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강동태수
작품등록일 :
2022.05.11 19:24
최근연재일 :
2022.08.05 01:20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616,649
추천수 :
16,663
글자수 :
360,387

작성
22.05.17 17:39
조회
14,652
추천
383
글자
12쪽

8화- 너는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는데

DUMMY

8화- 너는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는데


"하하, 잔반 처리 당하는 줄 알았더니 예상외네요."

"잔반이요?"


의례적인 예의 차릴 생각도 없는 노골적인 말에 표정이 구겨졌다.


이 새끼들도 설마 '잔반'같은 단어를 방송에 내보내진 않겠지.


'작가 인성부터 글렀네.'


서바 예능의 메인 작가는 날카로운 인상에 동글동글한 안경을 낀 여자였다. 많아야 30대 초반도 안 된 여자가 이 정도 크기 예능의 메인작가 자리를 맡다니. 인성과 능력치가 정확히 반비례하고 있었다.



출전신청을 한 제이에스 연습생들이 한 무더기. 실제로 출전권을 얻기 위해서는 오디션 프로 제작진들과의 사전 인터뷰를 통과해야 했다.


저 여자 머리 위에서 이상한 협박을 시작한 상태창 놈 때문이 아니더라도.


[최초의 미션!]

~메인 작가의 마음을 GET

- 서바이벌 출전권을 얻습니다

- 보상 : ???

- 실패 시 : 패널티 시나리오, '연습실의 먼지가 되었다'가 실행됩니다



[이경우, 새싹 연습생]

- 외모 : B(돼지 새끼)

- 춤 : A

- 가창 : A

- 잠재력 : SSS


상태창 놈이 또 지멋대로 등급 옆에 부연 설명을 해놓은 게 보였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저 새끼 정체도 모를 놈이 자꾸 내 불알친구처럼 툭툭 장난 거는 것도 부담스럽다.




"어후! 나 이제야 눈이 좀 풀리는 기분이야. 갑자기 앞이 밝아지네."


안경을 벗고 눈 맛사지하는 시늉까지 하는 여자를 보며 생각했다.


'눈이 더럽게 낮군.'


살 다 빼고나면 아주 기절하겠네.


너무 한 번에 다 빼면 이모가 또 애를 얼마나 잡은 거냐고 당장 기획사로 달려갈 것 같아 반만 빼고 왔다. 물론 상태창 시켜서. 어쩐지 상태창을 꼬봉처럼 쓰고 있는 기분이다.


작가의 칭찬을 들은 상태창이 뿌듯해 하듯 빛무리를 흔드는 게 꼭 좋아서 몸을 배배 꼬고 있는 것 같아 기분 나쁘다. 내가 칭찬 받았는데 왜 지가 좋아하는지.

어쨌건 손 하나 까딱 안 해도 입만 움직이면 알아서 굴러가니 회귀하고 노비놈이 하나 생긴 것 같아 편하긴 하다.

어차피 안 도와줘도 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라 별 도움은 안 되는 것 같지만.


인터뷰 때 대단한 걸 시키진 않겠지. 아이돌은 결국 첫째도 둘째도 얼굴이다. 그래서 외모만 레벨업하고 왔다.


이정도로도 내일 제이에스에 가자마자 B반으로 다시 올려보낼까봐 걱정이었다.


또 천영훈한테 끌려가 4명의 쓰레기와 같이 데뷔하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오늘 인터뷰에 합격해야 한단 이야기다.


"오늘 하루 인사를 몇번 했는지 모르겠네. 반가워요, 메인작가 신아미예요."



눈 앞의 볼살이 뽀둥한 연습생을 바라보는 신아미의 안경이 조명 아래 음산한 빛을 뿜었다.



**

'그래도 제이에스는 제이에스네. 턱선 보소.'


이경우라는 작달막한 연습생이 회의실로 들어오는 순간, 신아미의 눈이 안경 속에서 재빠르게 그의 전신을 스캔했다. 이후 곧바로 내적 비명을 질렀다.


합격!


키가 좀 작은 게 아쉽지만, 그 정도야 나름 수요가 있으니 괜찮을거다.


거기다 나이까지 어리다. 눈 앞의 연습생의 프로필을 찬찬히 훑던 신아미가 절로 흐르려는 침을 삼키는 소리가 회의실을 울렸다. 또아리를 튼 뱀의 앞에 선 햄스터같이 가련한 인상의 연습생의 어깨가 그 소리에 움칫 떨리는 걸 보며 신아미는 생각했다.


'하핫, 군침이 싹 도노.'


이미 이 프로그램 준비를 위해 짹짹이 계정을 파 청소년 연령대 아이돌 팬들과 짹친을 맺고 그들의 취향을 파악해 온 그녀였다. 과몰입한 나머지 평소 말투에서도 걸핏하면 소위 ‘짹짹이 급식체’가 나올 정도로. 뱀같은 눈썰미가 광속으로 연습생의 프로필을 스캔했다.


- 이경우, 18세

- 174/62kg



프로필에 체중은 속여놓은 수작까지. 순진하게 생겨서 하는 거 보소.

제이에스에서 보내온 프로필 상 몸무게는 거짓말인 게 분명했다. 그러나 탱글탱글한 볼살에도 다 가려지지 않는 이목구비를 보니 그 정도는 충분히 용서할 수 있었다.


"작가님 이름이 참 예쁘시네요."


성격도 요즘 애 답지 않게 싹싹한 거 봐. 웃을 때 초승달처럼 가늘어지는 선한 눈웃음까지. 신아미는 전율 속에 마음 속으로 함성을 세번 외쳤다.


'합격! 합격! 얼굴이 합겨어어억!!!'


두 시간 동안 제이에스에서 갖다 버린 게 분명한 남은 반찬같은 놈들을 인터뷰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던가. 제이에스에서 보내놓은 일련의 연습생 군단을 인터뷰하는 내내 혼이 빠진 상태로 신아미는 생각했었다.


'어차피 버릴 거 방송국에다 갖다 버렸구나!‘


엠제이넷 오디션 프로가 무슨 자기들 쓰레기 소각장도 아니고. 몇시간 동안 속을 끓였던 천영훈에 대한 괘씸함을 잠시 한구석으로 치워뒀다.


너 오늘 나한테 딱 걸렸어.


동글동글한 안경 아래 신아미의 눈빛이 음흉하게 빛났다. 이제 와 오디션에 참가한 걸 재고해보고 싶다 하더라도 절대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나이가 어린 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일반적인 소속사의 계약기간 7년 이후에 재계약까지 해서 뽕을 뽑아먹을 수 있을만큼.


그들이 이번 오디션에서 가장 중시하는 게 나이였다.


남자 아이돌 군백기가 보통 맏형 나이가 만 27,8세 정도 될 때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아무리 잘 나가던 그룹도 군백기 시작부터 하락세로 접어드는 게 이 나라 보이그룹들의 한계였다.


이번 오디션은 모기업인 엠제이 네트워크에서 사활을 걸고 만드려는 프로젝트.


가요계의 고인물 삼대장 엔터가 굳건히 못 박고 있는 아이돌 산업에까지 이제 엠제이 네트워크가 진출해 직접 다 해먹으려는 때였다. 그리고 그걸 위해 파견된 신아미였고.


가장 좋은 건 교포와 외국인으로 채우는 거였지만 어쨌건 케이팝 타이틀 달려면 핵심 멤버들과 센터는 한국인이 맡아야 한다.


그런데 뽑을 놈이 없던 것이다.

이전까지 인터뷰한 '무늬만 제이에스'였던 연습생들의 행렬에 낙담했던 작가는 돌연 입 안에 군침이 싹 도려는 걸 참으며 탐색을 이어갔다.


마주한 연습생의 포장지가 너무 멀끔하니 되려 내용물에 대한 의심이 났다. 실력이 심각한 수준이거나 하자가 있는 건 아닌가.


그래도 설마 자사 연습생 방송 내보냈다 과거 폭로라도 터지면 자기들도 같이 망신인데 과거 검증도 안 하고 보낸 건 아니겠지.


나이, 취미, 가족관계, 아이돌은 언제부터 하려고 했냐 등등. 의례상 질문 몇가지가 끝난 뒤 신아미가 드디어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요. 그럼 오늘 인터뷰는 여기서 끝내고. 촬영은 일주일 뒤에요. 자세한 내용은 문자로 갈 거니까 그거 보면 되고. 그냥 가기 아쉬우니까 나가기 전에 어떻게... 노래 한번 해보겠어요?”


어차피 얼굴로라도 합격은 시키겠지만 이 애를 방송에서 어떻게 써먹을지 파악은 해둬야했다. 그리고 이 아이에게 실력까지 기대하진 않을 정도로 신아미는 제이에스에서 보낸 연습생들의 수준에 대한 기대를 이미 두시간 동안 바닥에 내려놨었다.


“...어느 정도로 하면 될까요?”


역시, 영 자신 없는 거지. 연습생의 얼굴에 고민이 가득한 걸 보며 신아미가 다급해졌다. 혹시라도 창피하다고 촬영날 안 온다고 하면 안된다. 어떻게 잡은 나가리들 속 왕건이인데.


“하핫! 내가 주책스럽게 부담을 줬네. 괜찮아, 괜찮아. 넌 싫으면 그냥 아무 것도 안 해도 돼. 노래에 자신 없으면 춤 춰도 되고. 그것도 싫으면 그냥 아무 것도 하지 마. 숨만 쉬고 있어! 아니 그냥 존재만 해라.”


‘어차피 어딘가 하자가 있으니 여기 나온 걸텐데.’


이렇게 생긴 애가 능력치도 좋으면 뭐하러 여기까지 왔겠는가. 제이에스에선 죽어도 데뷔 못하게 생겼으니 왔겠지. 이 얼굴로도 데뷔 못할 정도면 능력이 심하게 바닥인 거다.


다급히 말을 주워담으려는 신아미를 말간 눈으로 보던 연습생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버스터 보이즈의 원 모어 러브로 할게요."


그리고 그가 노래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결과는 합격이었다. 신아미는 이경우의 무대가 끝난 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두 손으로 물개박수를 치며 힘차게 외쳤다.


“합격! 합격! 무조건 합겨억!”


인터뷰를 찍고 있던 카메라맨과 카메라의 사각 지대에 있던 스탭들까지, 십수명의 함성과 박수소리가 회의실에 울려퍼졌다. 전원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연습생이 수줍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노래하면서 춤 출 때는 자신감이 넘치더니 끝나자마자 멋쩍어하는 ‘갭모에’까지. 감동 속에 신아미는 이번 방송의 대박을 예감했다.

두 시간 동안 제이에스의 잔반을 처리하며 절망했던 신아미가 감동의 눈물을 닦으며 외쳤다.


“너 어디에 숨어있다 이제서야 나타난거니?! 혹시 거기서 데뷔조였어? 너네 사장님이 데뷔조에서 한명 보내준 거야?!”


의자를 밀어넣고 나가려던 연습생이 수줍게 말했다. 절도 있는 동작에 예의바른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아니에요, 데뷔조는 무슨. 저 거기서 연습생 C반이었어요.”


신아미의 한쪽 눈썹이 의아함에 올라갔다.


“C반? 제이에스 연습생 중에 특별 우수반같은 건가?”


다소 맹해보이는 얼굴에 연습생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에요, 그런 거.”


회의실을 나가며 그가 환하게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 아주 개운한 얼굴로.


“제이에스 퇴출 직전 열등생 반이에요. ”


**



어디에 숨어 있었긴. 제이에스 지하실에서 에이센트 안되려고 숨어 있었지.


제작진이 급하긴 했나보다. 대기실 의자에 앉아 아직 인터뷰 중인 형을 기다리고 있는데 벌써 통보 문자가 왔다.


[엠제이넷 신아미입니다. 합숙을 위한 준비 사항 알려드립니다.

............금번 프로그램의 최종 합격자는 엠제이넷 산하 기획사 소속으로 관리될 예정이오니 보호자 동의서와 서약서를 XX일까지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최초의 미션 수행!]

~메인 작가의 마음을 GET~

- 서바이벌 출전권을 얻었습니다!

- 시나리오, '연습실의 먼지가 되었다'가 자동 연기됩니다

- 획득한 보상을 확인하시겠습니까?

- Yes/No


바로 그때, 사랑이 형이 회의실 문을 열고 나왔다.

열린 문틈으로 신아미가 아직도 사랑이 형을 향해 양팔을 흔들어 배웅하고 있는 게 보였다.


“진짜 이래도 되나?”

“아, 형 나만 믿으라니까요. 인터뷰는 잘 했어요?”


사랑이 형이 얼떨떨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 말대로 회사 몰래 오디션 참가 신청서를 넣긴 했지만, 말도 없이 여기까지 온 게 영 불안한가 보다.


“이건 우리가 같이 데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에요. 형 나랑 같이 데뷔하기로 약속했잖아요? 설마 약속 잊어버린 거에요?”

“아니지. 너랑 약속했으니까 당연히 지켜야지. 싸나인데.”


약속을 잊고 있던 건 나였지만. 참 착하고 생각이 깊지 않은 사람이라 다행이다. 원래 잘 속는 건 알았지만, 되려 자기가 미안해하고 있었다. 약속을 지키라면서 계속 협박하자 여기까지 끌려온 것이다.


“형 제이에스에 계속 있으면 걔네랑 같이 데뷔해야 되는데, 그러고 싶어요?”

“아휴, 나도 그건 싫다.”


두 손을 내저으며 질색하는 사랑이 형을 보며 웃었다. A반에 있는 짧은 기간 동안 전 에이센트 멤버들의 텃세에 어지간히 시달린 게 분명했다.


C반 연습생만이 아닌, 상위권 연습생들이 오디션에 참가한 게 제이에스 상부까지 보고돼 천영훈 사장이 뒤집어진 건 촬영이 시작되고도 한참 후의 일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아이돌이 능력을 숨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3 33화- 빌런-2 +13 22.06.21 9,781 264 17쪽
32 32화- 빌런-1 +8 22.06.18 10,652 274 17쪽
31 31화- King은 누구? +17 22.06.14 10,764 311 18쪽
30 30화- Fireproof +11 22.06.13 10,427 308 13쪽
29 29화- Wherever You Go +13 22.06.11 10,978 351 17쪽
28 28화- On Air, 연습생이 과거를 숨김 +11 22.06.10 11,410 330 15쪽
27 27화- 즐기는 자 +14 22.06.08 11,331 296 14쪽
26 26화- 자기PR, 대전쟁의 개막 +8 22.06.08 11,544 330 14쪽
25 25화- 제작발표회 +9 22.06.07 11,544 326 14쪽
24 24화- 케이팝의 망령들 +6 22.06.05 12,044 360 12쪽
23 23화- 이 세상에 가족같은 그룹이란 게 있을까요? +9 22.06.04 12,022 356 13쪽
22 22화- 그 남자, 주인공이 될 사람 (수정) +11 22.06.03 12,323 335 14쪽
21 21화- 샹웨이는 참지않긔 +9 22.06.02 12,462 339 11쪽
20 20화- 테마곡의 센터 +8 22.06.01 12,618 344 11쪽
19 19화- 메인댄서가 능력을 안 숨김 +18 22.05.31 12,730 366 12쪽
18 18화- 3분의 메인댄서 +10 22.05.29 12,699 347 14쪽
17 17화- 팬이 붙기 전에 +9 22.05.28 12,823 331 15쪽
16 16화- 연습생이 실력을 또 숨김 +8 22.05.26 13,311 310 13쪽
15 15화- 서사의 제물 +11 22.05.26 13,448 347 15쪽
14 14화-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11 22.05.25 13,392 348 14쪽
13 13화- 전통적 제이에스상 +10 22.05.23 13,523 347 15쪽
12 12화- 이럴거면 간판 내려 +13 22.05.21 13,856 351 15쪽
11 11화- 이번엔 저 놈은 내거다 +9 22.05.20 14,181 357 11쪽
10 10화- 남 탓 멈춰! +20 22.05.19 14,434 347 12쪽
9 9화- 연습생이 외모를 또 숨김 +11 22.05.18 14,626 375 13쪽
» 8화- 너는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는데 +12 22.05.17 14,653 383 12쪽
7 7화- 어쩌다 미래를 바꾼 몸이 되었나 (2) +15 22.05.16 15,065 369 12쪽
6 6화- 어쩌다 미래를 바꾼 몸이 되었나 (1) +12 22.05.14 15,133 346 11쪽
5 5화- 슈퍼루키 연습생이 외모를 숨김 +8 22.05.13 15,315 340 13쪽
4 4화- 슈퍼루키 연습생이 능력을 숨김 (2) +20 22.05.12 15,969 41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