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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이돌이 능력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강동태수
작품등록일 :
2022.05.11 19:24
최근연재일 :
2022.08.05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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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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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연습생이 외모를 또 숨김

DUMMY

9화- 연습생이 외모를 또 숨김


“정말 제이에스래?”

“무대연출이나 극작과 아님? 잘못 온 줄.”



실용음악과 학생들은 하나같이 꽃같은 외모에 공부로 바닥을 깔아줘서 내신 따기에 아주 좋은 친구들이었다.


[이경우, 새싹 연습생]

- 외모 : C (완전 돼지새끼)


아무래도 B등급으로 제이에스에 도로 들어가기 가 영 찜찜해 상태창으로 살을 도로 찌워놓은 상태로 등교했다. 합숙 들어갈 때까지 일주일만 버티면 되니까.

...레벨 다운도 되는 줄 알았으면 진작에 살 찌운다고 고생 안 하고 다 저 놈 시키는 거였는데.


“아 좀 비켜 이 돼지야.”

“살살 해라. 넘어지면 혼자 못 일어날 것 같은데.”


오늘도 낄낄대며 급우들이 나를 치고 지나갔다.

못 생겨본 적이 없다 뚱뚱해지고 나니 왜 외모로 자존감이 낮아지는지 알 것 같았다. 은근히 빡치네, 시발.


몸이 무거워서 피하기도 힘들다.


연예인 학교라는 곳이 외모도 되고 소위 잘 나가는 애들이 모여있는 곳이다보니 노는 것들도 많았다. 웬 돼지같은 녀석이 자기들이 다 오디션 탈락했거나 갈 엄두도 못 냈던 제이에스 연생이라는 게 배알이 뒤틀리나보다.

연예계 지망하는 애들만 모아놓은 곳이다보니 제이에스 지하실에서만큼은 아니더라도 공부도 안 하는 놈들이 괜한 신경전이 있었다.


..같은 학교인데 이전 생에선 한번도 겪어본 적 없는 일들을 겪고 있었다.


그땐 제이에스 캐스팅 되고 3개월만에 데뷔조 들어가 준비했으니까 학교에 올 날도 잘 없었지. 데뷔하고 바로 확 뜨는 바람에 너무 바빠져 자퇴했었다.


‘경우야아아아아아악!’

‘경우 오빠아아아아!’

‘경우 혀어어어어엉!’


데뷔하고는 출석체크하러 한번씩 올 때마다 사방에서 소리 질러대고 핸드폰 플래쉬를 터트려서 누가 한 반에 있는지 제대로 얼굴 볼 수도 없었다. 같은 반 급우들이 교실 안에서 플랜카드를 들고 내가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남자애들도 마찬가지. 연예계도 인맥이다보니 친해지고 싶어 잘 해주는 애들만 대해서 항상 아쉬운 기억이었는데.



결국 친구 한명 못 사귀고 자퇴한 고등학교였는데 데뷔 후 에이센트 이경우의 학창시절 친구라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수도 없이 튀어나와서, 그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내심 미안했었다.


'그땐 학창 시절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로망은 얼어죽을. 데뷔도 못한 외모 C등급 뚱땡이 연습생으로 학교 다니려니 하루라도 빨리 자퇴하고 싶은 매일이었다.



“헉! 우명우다.”

“어머!”


급식실 여학생들이 소란스러워 보니 밥을 처먹으러 온 우명우 놈이 식판을 들고 있었다.


‘내가 바빠서, 먼저 좀 갈게’


나를 괴롭히던 좆소 연습생 놈이 새치기하는 우명우에겐 찍소리도 못하고 얼어있었다. 얼굴은 왜 빨게져 있는거야? 미친 놈들인가? 유명인이 말 걸어줘서 영광이라는 듯 쑥쓰러워 하고 있다.


단체로 미쳤구만.


“야, 너 오늘은 한 그릇만 먹냐?”

“짜식, C반에 가더니 정신 차렸구만.”

“마, 나도 처음 C반 갔을 땐 너같았어.”


열심히 하면 너도 형님처럼 다시 올라올 수 있다. 키득키득하는 보험왕 무리가 내 밥 위에 고기를 얹어놓고 있다. 더러운 놈들. 이거 먹고 살 쪄서 영원토록 C반에 남아 있으라는 수작이 분명했다.

C반에 온지 두달째. 마침 학교에서도 보험왕 무리와 한 반이 되는 바람에 이 놈들이 학교에서도 들러붙어 있었다.


보험왕은 내가 강등된 뒤 ‘형님은 네가 C반에 떨어졌다고 해서 버리지 않는다’같은 개소리를 하더니, 마침 신학기에 이 놈들과 한 반이 되는 바람에 학교에서까지도 내 옆에 들러붙어 있었다.


어쨌건 합숙 들어가기 전까지는 이 상태로 있어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일주일만 참자, 일주일만.'



생각을 너무 많이 하니 배가 고파 한그릇 더 먹기로 했다. 속이나 채우자.


“아이쿠,미안!”




쨍그랑, 내 식판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급식실에 울렸다. 한 그릇 더 받으러 줄을 서려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작스레 어떤 놈이 뒤에서 민 것이다.

급식판에 남아있던 음식물이 식당 바닥과 내 바짓단을 적셔왓다.



뒤를 돌아보니 우명우가 친구들과 함께 내 뒤에 서있었다. 제길, 재수없게.


이전 생에서 나와의 첫 만남에서부터 친한 척 하며 달라붙었던 우명우다. 물론 지금 눈 앞에 있는 놈의 얼굴에 가득한 혐오감을 보니 그럴 걱정은 없어 보이지만.

우명우는 입술을 깨물고 터지려는 웃음을 참고 있었다. 명백하게 비웃는 표정을 보니 알 수 있다.


...나보다 이 새끼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 이 자식, 지금 일부러 부딪친 거다.


마블 영화 악당처럼 연극적으로 양 팔을 들며 오버하는 제스처.


“아이고 미안, 내가 너 오는 걸 못 봤네.”


국그릇이 바닥에 쏟아지며 내용물이 튄 바지가 엉망이었다. 하필 오늘 급식은 부대찌게라 라면 면발에 소세지, 반찬으로 나온 김치까지 다 튀겼다. 화장실 가서 벗어서 빨아야되게 생겼는데. 잘못하면 하나 새로 사야할 판이다.

야비한 눈이 안 보이래야 안 보이기 힘든 육중한 내 몸을 위아래로 훑었다. 그 말을 하면서 입술을 꾹 깨무는 게, 터지려는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때였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보험왕이 소리쳤다.


“뭘 못 봐? 니가 불도저같이 뒤에서 밀어 붙이던 거 내가 다 봤는데. 얘 덩치를 봐라. 이게 안 보이면 무슨 장님이냐?”


저게 편 들어주는 거야, 내 욕하는 거야. 우명우는 낯짝이 두꺼워 보험왕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다.


“아냐, 아냐. 나 진짜 못 봐서 그랬어. 하여튼 미안해. 아이고, 나 땜에 바지 다 버려서 어떡하냐.”


표정은 아주 즐거워 보이는데. 상대하지 말아야 되는데 빡침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 내리눌렀다.

우명우는 이전 생에서부터 C반 연습생들을 극도로 싫어했다.

제이에스는 연습생들간 경쟁심을 부추기기 위해 연습공간에도 차별을 뒀다.


제이에스에서 아끼는 연습생들을 모아놓은 A반 연습실은 1층. 퇴출 직전의 문제아들만 모아놓은 C반은 곰팡내 나는 지하에 처박혀 있어 항상 A반 연습생들이 춤 연습할 때마다 발 구르는 층간소음에 시달려야 했다.


이전 생에선 들어오자마자 A반에 넣어져 3개월 뒤 데뷔했으니 C반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었다. 그때도 우명우가 간혹 얼굴 모르는 연습생들과 카페에서 마주칠 때마다 인상을 구겼던 적이 있었지만 사이가 안 좋은가 생각하고 넘겼었다.


‘시발, 저런 것들도 제이에스라고 우리랑 카페도 같이 쓰네.’


밖에 나가면 저런 애들과 자기가 같은 제이에스 연습생이라고 생각할 게 견딜 수 없다고 했었지. 그때는 매달 월평에서 강등당할까봐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러려니 했었는데. 우명우는 A반에서 살아남기에도 간당간당했으니까.


‘경우야. 저런 애들이랑 말 섞지 마. 쓰레기 균 옮는다고.’


아아. 나를 비웃는 우명우의 눈을 보니 알 수 있었다. 지금 C반인 나는 녀석의 눈에 쓰레기로 보일 거라는걸.


놀라울만큼 마음에 동요가 없었다. 그때는 몰랐던 놈의 본성을 확인할수록 마음이 차갑게 식고 있었다.


내 옆구리에 달라붙어 데뷔조까지 올라갔던 놈이다. A조의 평균치를 따라가기에도 버거웠던 녀석. 매일 개인강습을 해주지 않았다면 녀석은 에이센트로 데뷔하긴 커녕 진작 강등당했을지 몰랐다.


[에이센트 우명우, 메인보컬 맞아?]


우명우의 발작버튼이던 그 말. 데뷔 후 녀석은 더이상 내게 노래를 가르쳐달라고 찾아오지 않았었다.


“야, 뭘 멍하니 있어. 빨리 화장실 가자.”


밥 먹던 것도 내버려두고 달려온 보험왕 무리가 내 앞을 가로막고 있던 우명우를 밀어내고 내 어깨를 붙들었다. 아무말 안 하고 한참 있으니까 내가 우명우한테 쫄아붙은 줄 알고 도와주러 온 거였다.


아닌데. 원한을 되새기느라 말도 잊고 있던 건데. 정신이 퍼뜩 들게 한 건 가까이 있는 사람들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게 말한 우명우의 목소리였다.


“아, 시발. 더럽게.”


자기를 밀친 보험왕의 손이 닿은 곳을 우명우가 손으로 털었다.


“뭐, 뭐가 더러워? 나 매일 씻고 피부관리도 받는데!”


보험왕의 얼굴이 벌개져 있었다. 무시가 바닥에 깔린 눈빛으로 우명우가 우리를 보더니 상종도 하기 싫다는 듯 자리를 피했다.


'이 새끼가, 진짜.'


낯짝 두껍고 넉살 좋은 보험왕의 저런 얼굴은 처음이다. 동경하던 A반 연습생에게 벌레 취급 당했으니 아무리 넉살 좋은 보험왕이라도 충격을 받을만 했다.


“가긴 어딜 가?”

“!”


아무 일 없었다는 것처럼 우리를 뒤로 하고 휘적휘적 걷던 우명우의 다리가 멈췄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급식실은 어느새 조용해져 있었다.


“너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누구 보고 치우란 거야? 어딜 도망가, 임마. 뒷처리 다 해놓고나서 꺼져.”

“... .”

“세탁비도 물어주고. A반이면 돈도 나오잖아? 너 땜에 바지 새로 사야겠다. 정말 미안하면 돈으로 갚아.”


어이 없다는 얼굴로 날 보던 우명우가 교복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지갑을 꺼냈다. 우명우가 내 얼굴 앞에 수표 두장을 내밀었다.


아, 실수했다. 이 새끼 금수저였지.


“이거면 될까? 정말 미안한데, 내가 좀 바빠서. 바로 연습하러 가야돼.”

“데뷔조도 아닌데 오후 수업 농땡이라니. 팔자가 좋네. 선생님도 네가 데뷔조 아닌 거 아시나?”

“... .”


우명우의 얼굴이 형편없이 뒤틀어졌다. 제이에스는 연습생 때 학업관리도 빡세게 시켰다. 데뷔조도 아닌데 오전수업만 하고 오라고 강요하는 트레이너가 있다면 당장 천영훈에게 해고될 거다.

우명우의 얼굴이 곤혹에 젖어 있었다. 의아해하는 주변 학생들의 얼굴을 둘러보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명우, 제이에스 데뷔조라고 그러지 않았어?’

‘곧 데뷔할 거라고 했었는데.’

‘신인그룹 데뷔 밀려서 고민이라 그랬잖아. 그럼, 거짓말 한거?’


속닥이는 아이들을 둘러보며 당황하는 걸 보니 역시 뻔해 보인다. 이 자식 지금까지 주변에 자기가 데뷔조라고 말하고 다닌거다.

무슨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꿈 꾸는 대로 이루어져라 주문을 외웠냐?


가슴 깊은 곳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


“...곧 퇴출될 쓰레기가 주제 파악도 못하고.”


우명우의 얼굴에 둘려있던 상냥한 모범생의 가면이 깨졌다.

이전 생에서부터 우명우는 데뷔 전까지 학교에서 이미지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편이었다.


‘데뷔하면 사는 세계가 달라지겠지만, 어디 가서 내 험담 지어낼지 모르니까.’


열등감에 동기랍시고 무슨 짓들을 할지 모른다고 학교 애들을 비웃었었지. 지금 와서 보니 가장 열등감이 심하던 건 우명우 놈 본인이었다.


‘지가 컴플렉스가 심하니 남한테 풀던거지.’


그야말로 못난 놈의 전형, 대놓고 찌질한 놈이었다.


“그럼 데뷔조도 아니면서 데뷔조인 척 하고 다닌 넌 주제 파악을 아주 잘하시고?”

“이 시,발 니가 뭘 알아!”


다음 순간, 우명우의 더러운 발이 내 배에 와 내리꽂혔다. 주변에 늘어서 있던 애들이 한데 엉켜 서로를 말리고 그 과정에서 몸싸움이 일어나는 속에, 나는 몸을 둥글게 말고 그야말로 죽도록 얻어맞았다.


삼겹살 방어막 덕에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이 일로 단체로 교무실에 불려가야 했다.


나와 성질이 똑같은 이모는 자기 새끼가 남에게 맞고 왔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다음날 오전 학폭위가 소집되고, 오후에는 통지서를 들고 바로 제이에스 사장실로 쳐들어갔다.


장차 크게 될 사람이, 그것도 곧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나갈 애인데 혹시 나중에 문제될 소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서류로 증거를 잔뜩 만들어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건 이모와 똑같은 피가 흐르는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형, 핸드폰만 보지 말고 나랑 놀아.”

“바보야, 맞고 와서 쪽 팔려 저러는 거잖아. 모른 척 해줘.”


‘꺼져’, 영우가 정우의 얼굴에 주먹을 먹이는 귀여운 행동을 하고 있었지만 애들과 놀아줄 수가 없었다.


어느새 영우가 내 종아리를 양팔로 끌어안고 허벅지 위에 조막만한 머리통을 올렸다. 나무에 들러붙은 매미처럼.


“형, 그거 무슨 프로그램이야? 이제 게이머 하는거야?”

“프리미어 프로.”

“바보야! 넌 아직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도 모르냐?!”


동생 앞에서 아는 걸 자랑할 수 있게 되어 뿌듯한 정우의 뒷통수를 영우가 주먹으로 때리는 걸 흐뭇하게 보다 막바지 편집에 집중했다. 나와 보험왕 무리의 음성만 뽑아 제거하려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우명우가 나를 두들겨패는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돌려 우명우의 욕설 외에, 나와 보험왕 무리의 음성이 완전히 제거된 걸 확인하고 저장 버튼을 눌렀다.


“빨리 나와 밥 먹어!”


주방에서 이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쌍둥이가 내 다리를 한 짝씩 잡고 거실로 향하는 내내 질질 끌려왔다.


“형 합숙 들어가기 전에 오랜만에 같이 놀러갈까?”


두 녀석이 방방 뛰는 게 너무 귀여워서인가.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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