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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이돌이 능력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강동태수
작품등록일 :
2022.05.11 19:24
최근연재일 :
2022.08.05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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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30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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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포지션 전쟁, 처형-1

DUMMY

54화- 포지션 전쟁, 처형-1


- 난 싫어!

- 아, 형. 좀 봐줘요. 이번엔.

- 싫다니까? 네가 왜 쟤한테 그렇게까지 해줘? 쟤가 뭔데. 왜 쟤한테 좋은 파트 다 몰아주고 네가 뒤에 빠져 있어야 돼. 너 쟤한테 돈 빌렸어?

- 아, 아니라고! 내 말 좀 들어봐!

- 안 듣는다고. 네가 센터 해. 안동태 말고. 쟤가 뭔데? 뭔데 네가 뒤에 있고 쟤가 센터를 하는데!



‘그럴 땐 언제고.’



1차 레벨 테스트를 위한 기획사별 평가 전. 안동태한테 파트를 몰아줬으면 좋겠단 내게, 최사랑은 끝까지 화내며 반대했었다. 평소의 온화한 태도에서 상상할 수 없던 험악하게 화내던 모습.


- 저 새끼 때문이야. 너만 A 못 받은 건. 다 쟤 때문이라고.

- 아, 형 동태 왜 그렇게 싫어해요. 불쌍한데 좀 봐줘요.

- 뭐가 불쌍해? 하나도 안 불쌍해. 절대 안 친해질 거야. 너무 싫어. 눈도 동태눈깔이야.


아이돌 연습생이란 인간이 까빠 용어를 쓰며 욕할만큼 최사랑은 안동태를 싫어했다.

나 때문에 여기 와서 만난 안동태가 곁에만 와도 경기를 일으키며 밀어내던 게 언제였나 싶을만큼. 넉살 좋은 놈답게 안동태는 늘 최사랑의 옆에 붙어 지분대기 시작하더니, 금새 그와 가까워지는 데에 성공했다.


- 어떡하지. 팬들이 동태 욕 하는 게 너무 심해... . 다 나 때문인 것 같아.

- 아, 안동태 신경 끄고 형은 형 데뷔하는 것만 신경 쓰라고, 제발! 걔가 뭔데 형이 그렇게 걱정을 해줘야 돼! 그만해!

- 하지만, 경우야. 어떻게 안될까?

- 쟤가 저렇게 생긴 걸 내가 어떻게 해? 내가 의사야? 나 연습생이야. 내가 쟤 얼굴을 뭘 어떻게 해줘?!

- 그치, 수가 없겠지. 동태도 같이 데뷔하면 좋은데··· 쟤가 데뷔 못하면 뭐 하겠어. 유튜버도 못하고. 보험 영업은 잘 할 것 같지만···

- 철 없는 소리 좀 그만하라고. 쟤 형한테 경쟁자야. 진짜 배가 불렀어?! 서바가 그렇게 만만해?! 형, 데뷔가 하고 싶어?

- ... .



- 아, 사랑이 형 저 좀 그만 미워하라구요!

- 히힛, 이경우. 너랑 있으면 내 꿈도 꼭 이뤄질 것 같단 말야. 이상한 놈.



그렇게 안동태는 어느샌가 우리 둘 사이에 잔잔히 스며 들어 있었다.



이런 일 쯤이야, 이전 생에서도 이미 수도 없이 봐왔다.

조금의 인기라도 얻자마자 지금까지와 다른 이처럼 태도가 변하는 사람들. 어쩌면 그들도 스스로가 원래 그런 사람이었음을 몰랐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오하영의 지시를 받고, 합숙소의 복도를 뛰어가는 내내 생각했다.



‘안동태의 그릇에는 안동태에게 맞는 얼굴이 있었던 거지.’



모든 걸 원래대로 되돌려야 할 때가 됐다고.


**


2차 경연 날. 댄스1조의 차례.


무대 위, 뒤와 양옆에 자리한 거대 스크린이 연습복을 입고 둥글게 둘러앉은 7명의 모습을 비췄다.


전광판에 비치는 영상 속, 건들대는 핑크머리가 입을 열었다.


- 센터는 그럼, 어울리는 사람 추천해 볼까?


곱슬대는 짙은 갈색 머리 소년이 웃으며 답했다.


- 저요! 추천! 센터는 사랑이 형이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렇게 말하며 안동태가 옆자리 최사랑의 어깨에 한 팔을 걸어 그를 자신 쪽으로 끌어 당겨 안으며 귓가에 말했다.


- 그치? 형?

- ... .



'우욱, 씹.‘



화면 속에서 나오는 댄스 1조의 모습에 구토가 올라오려는 걸 참으며 장우연은 생각했다.


'으악. 어린 놈이 비게퍼 노골적인 거 보소. 보통 낯짝이 아니네.'


눈살이 찌푸려질만큼 노골적인 비게퍼였다.


(*비게퍼(business gay performance) : 보통 오랫동안 못 뜨거나 앞으로도 가망 없어 보이는 그룹에서 타 멤버에게 하는 망붕 노림수 퍼포먼스를 뜻한다. 특히 연애하다 걸렸을 때, 병크 쳤을 때에 타멤과의 관계성을 강조할 수 있어 큰 팬덤 회복 효과를 보인다.)


안동태가 최사랑의 어깨에 계속 턱을 올려놓고 귓속말하는 장면에, 객석에서 비명에 가까운 신음이 쏟아졌다. 둘이 붙어있는 수위가 심할수록, 주변에 입을 가린 여자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최사랑! 안동태! 최사랑! 안동태!”


뒷자리의 미친 사생이 한쪽 주먹을 응원봉 대신 위아래로 흔들며, 최애와 차애의 이름을 구령처럼 연호했다.


장우연이 뒤에서 들려오는 그 외침을 비웃었다.


'저게 좋아?'


화면 속, 양아치상 연습생이 노골적으로 질척일 때마다, 정작 당하는 최사랑은 얼굴이 당황으로 딱딱하게 굳어가고 있는 게 관심 없는 제 눈에도 보이는데.


역시 최애의 심정이 어떻게 되건, 그 위에 자기 망붕이 먼저인 관계성 악개다운 반응이었다.


드림돌 편집팀이 전날 밤을 새워가며 만든 무대 티저. 객석의 무대 뒤와 양옆을 채운 전광판 속. 눈매가 사나운 핑크머리, 용화영이 최사랑의 건너편에 앉은 안동태에게 능글대며 물었다.


- 자. 동태군. 그럼 최사랑 연습생을 추천한 이유가 있나요?

- 사랑이 형이 제일 잘 생기고, 귀엽고! 또, 섹시하고?!

- 하하하! 사랑이 형, 섹시하지. 섹시해.

- ... .


가운대에 저를 두고 농짓거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둘 사이에 끼어, 최사랑은 연신 입을 다물고 있었다.


- 그럼, 센터는 우리 최사랑군으로! 자, 다들 박수!

- 야아아아아! 잘 부탁한다!

- 그럼, 리더는 화영이 형으로!


용화영과 안동태가 앞에 나서 의견을 밀어 붙이니 다른 사람들이 다른 의견을 내기 어려웠다.

할 말은 많지만 할 용기가 없다는 얼굴을 한 연습생들을 카메라가 잠시 좌에서 우로 길게 훑었다.

화면은 이윽고 다른 장면으로 전환됐다.


댄스 1조의 단체 연습 도중, 홀로 멈춰 서 연습실 벽에 기대 선 최사랑의 전신에서부터 그를 잡은 카메라가 상반신을 줌인했다.

눈 밑이 거뭇하니 기운이 빠진, 핏기 없는 얼굴.


워낙 하얀 편인데다 지나가는 단체 연습 영상 중 하나이기에, 최사랑 한명만 유심히 살피지 않는다면 알아채기 힘들만큼 티가 나지 않았다.


[왠지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 최사랑 연습생!]


그의 얼굴 밑으로 두둥! 효과음과 함께 띄워진 주황색 글자가 아니었다면.

드림돌 편집팀이 오늘 새벽까지 잠을 포기하고 티저를 재편집하며 끼워 넣은 자막이었다.


고생한 보람이 아깝지 않게도 편집의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 뭐야, 사랑이 어디 아파?

- 헉, 우리 애기 어떡해... .


곳곳에 최사랑의 플랜카드를 든 이들의 안타까운 신음이 흘렀다.

화면은 찰나의 시간 동안 암전됐다, 새로운 장소로 향했다.



어디인지 모를 방 안, 주저앉은 최사랑의 주변을 멘토 3명이 둘러싸고 서 있었다.



- 사랑아. 어쩜. 어떻게 이런... . 왜, 왜 선생님에게 말해주지 않은거야?


잘게 떨리며 겨우 이어지는 목 맨 음성.


- 흑. 난 네가 이런 줄도 모르고···


두 눈 가득 찬 눈물을 긴 손가락으로 훔치며 울음을 터트리는 오하영의 가련한 얼굴이 전광판에 가득 찼다.



**


2차 경연 전날, 20시 경. 멘토 장은희의 숙소 방 안.


“어머어머, 이 쌤이 생전 도움되는 일을 다 하네! 꺄하하핫."

"..신 작가님은 진짜 시청률에 미쳤니? 저 새끼 꼴 보고도 웃음이 나와?"


치를 떨며 재떨이에 연초를 비벼 끈 오하영이, 그 위로 침을 뱉었다.


“아, 오쌤. 내 방 안에서 담배 피우지 말라고! 나가서 피우고 와!”

“시끄러워. 내가 실내 흡연하는 게 싫으면 연습생 주제에 사생 몰고 다니는 저 놈을 욕해.”


오하영이 풀 죽어 바닥만 내려보는 최사랑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이며 장은희와 실랑이할 때.


김중영의 지시에 따라 방 구석 구석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스탭들을 보던 신아미가 기겁해 다급히 두 손을 흔들며 외쳤다.


"아, 우리 피디님 센스 없는 것 봐! 이 상황에서 카메라를 다 보이게 설치하면 뭘 찍자는 거니?! 정말 센스 없어, 센스 없어."

"아니, 신작가. 아무리 그래도 여자 방에 몰카 설치는 좀... ."

"여기가 장은희 샘 방인지 재블샘 방인지 방송에 나와요? 그런 건 피디님이 알아서 잘라서 갖다 붙여!"


카메라를 협탁과 커텐 뒤를 비롯해, 자세히 찾아보지 않는다면 결코 발견할 수 없을 곳에 설치하도록 스탭들을 닦달하고.

그뒤로도 한참 방 안에 모인 오늘의 배우들에게 상세한 지시 사항을 두번 세번 설명한 뒤에야 신아미는 김중영의 뒷목을 낚아채 그를 데리고 방을 나섰다. 촬영진 일동이 서둘러 둘의 뒤를 쫓았다.



수분 뒤, 장은희의 숙소 바로 옆방.

어둠 속에서 촬영진은 숨을 죽이고 장은희의 방문이 열리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좁은 공간 안에 모여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던 스탭 중 한명이 긴장으로 침을 삼키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졌다.

화면 안에는 4개 방향에 설치된 카메라에서 전송된 장은희의 방안 풍경이 나오고 있었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전등불까지 꺼버려 어둠에 잠긴 방 안에서, 신아미가 모니터 화면의 빛을 받아 빛나는 안경을 고쳐쓰며 음산하게 뇌까렸다.



“자, 얘들아! 보여줘, 그림이 될 장면.”


그렇게 대기하기를 또 다시 5분, 10분···


“이경우는 도대체 뭐하고 있는거야? 가다가 어디 똥통에 빠졌나?”


짜증 섞인 김중영의 말에 신아미가 정색하며 호통쳤다.


“아, 우리한테 시간 충분히 주려고 그러겠죠! 오늘 일도 이경우 아니었으면 감독님이 알았겠어요?!”


프로그램 작가가 저 정도로 한 연습생만 편애해도 되는 건가 싶을만큼, 이경우와 관련된 일이라면 득달같이 비호부터 하고 보는 신아미였다.


분할화면 중, 방문을 정면에서 찍고 있는 카메라에서 전송된 영상을 눈에 힘을 주며 바라보고 있던 그녀가 기다리다 못해 입을 쩍 벌려 하품을 할 무렵.


- 쾅!


누군가가 거칠게 문을 열어젖혔다. 얼마나 급하게 뛰어온건지 한참 숨을 헐떡이던 그가 침대 위 앉은 소년을 발견하고 그 곳으로 성큼성큼 다가섰다.



댄스1조 중 가장 먼저 장은희의 방문을 열고 그 곳에 뛰어와 최사랑에게 다가선 사람은,


안동태였다.



“뭐...!”



모니터 화면에 잡힌 안동태의 얼굴에 신아미가 숨을 헉 들이켰다.



**


"헉!"


장우연은 전광판 속에 막 나온 사람의 모습에, 하마터면 혀를 깨물 뻔 했다.


- 뭐, 뭐야?

- 세상에···


놀란 게 그녀 뿐이 아닌지, 객석의 곳곳에서 비명같은 신음이 터졌다.


“말도 안돼··· .”


전광판 속, 어디인지 모를 방의 문을 거칠게 열어젖히고 뛰어 들어온 안동태의 얼굴에 놀란 게 그녀 뿐이 아니었는지, 혼란에 빠진 관객들이 곳곳에서 웅성이고 있었다.


“안동태, 얼굴 미쳤다!”


그 말을 시작으로 일부가 안동태와 최사랑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안동태! 최사랑!”

“최사랑! 안동태!”


비러브드가 주도해 세를 불려온 2명을 같이 묶어 덕질하는 팬덤, 일명 ‘동랑단’의 외침이었다. 만약 둘이 같이 데뷔하게 된다면 둘의 조합이 팬덤 내 메이저 자리는 맡아놓았다 해야 할 크기의 함성이 장내를 가득 메웠다.


전광판 속, 그림같은 외모의 남자가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 사랑이 형, 괜찮아?!


굽이치는 갈색 머리 아래, 커다란 눈과 짙은 이목구비.


방에 뛰어들어 오자마자 침대에 앉은 최사랑의 어깨를 붙잡고 흔드는 안동태의 얼굴은, 그야말로 드림돌 비주얼 에이스의 자리를 바꿔놔야 할 수준이었다.



“쟤 또 그 사이에 시술 받았냐?”


누군가가 외친 말에 장우연 주변의 동랑단이 움찔하며, 분노를 터트렸다. 그러나 그들에게 계속 분노하고 있을 정신 따위는 없었다. 잠시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동랑단의 시선이 다시 바쁘게 전광판을 향했다.


최사랑을 걱정하며 울먹이는 안동태의 얼굴이 전광판에 나올 때마다 장우연마저 숨을 들이켜야 했다.


“하핫, 너무들 놀라신다.”


무대 뒤에서 대기 중인 댄스 1조 가운데, 가장 키가 큰 남자가 그런 객석의 반응에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옆에 선 최사랑보다도 키가 좀 더 커진 안동태가 그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같이 전광판을 보고 있었다.


그들과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모여앉은 보컬 1조의 네명 중, 흑발의 소년 한명이 아까부터 그런 안동태를 주시하며 서 있었다.


**


[안동태, 18]

- 외모 : SSS


“너, 또 뭘 한거야?”


안동태의 머리 위에 뜬 상태창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내 어깨를 위수현이 잡아 세웠다. 놈답지 않게 남의 일에 화를 내고 있었다.


“내가 뭘요?”

“...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빤히 올려다보자 잠시 할 말을 잊고 멍해졌던 그가 내 귓가로 얼굴을 가져다 댔다.


“...너 쟤한테, 복수하려던 거 아니었어?”

“그게 무슨 소리에요? 내가 동태한테 왜요?”


무서운 말이라도 들은 것처럼 겁 먹은 얼굴을 한 내게, 위수현이 얼굴을 구기며 혀를 찼다.


“아, 됐다! 알아서 해. 네 일이니까.”

“형.”


그런 놈을 향해 환하게 웃어주며 말했다.

“기대해요.”

“... .”


위수현이 징그러운 벌레라도 본 것마냥 몸을 부르르 떨었다.

기분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작가의말

늦었습니다ㅠㅠ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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