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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이돌이 능력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강동태수
작품등록일 :
2022.05.1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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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5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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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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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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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37화- 빌런-6

DUMMY

37화- 빌런-6


그건 음악이라기보단, 사람의 신경을 거스르는 노이즈였다.


- 뚜뚜뚜뚜뚜...


고장난 기계가 지직대는 소리와 함께 섞인 건반 소리. 그뒤로 통화의 단절음이 울려퍼졌다. 번잡하게 믹스된 소음의 진원지를 향해, 검은 장막처럼 어둠이 드리워진 무대 위로 관객의 시선이 몰렸다.

그 위에서 조명 아래, 장신의 두 남자가 마주보고 서 대립하고 있었다.



주홍색 고글을 쓴 남자가 올려다 본 상대를 도발하듯 웃었다. 최사랑이 슈트 위에 가죽 하네스 몇가닥을 늘어트린 샹웨이의 멱살을 쥐고 있다, 가슴을 한 손으로 밀어내며 래핑을 시작했다.


- 모두가 널 영웅인 줄 알아

- 난 알고 있는데 넌 숨기고 있는데


한 손을 수트 주머니에 넣은 채, 고개를 한쪽으로 치켜들어 그를 내려보던 샹웨이가 마이크를 들고 래핑을 이어받았다.


- you got me going crazy

- 날 괴롭혀 자꾸 악몽을 꾸게 해



노래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바뀌며, 아련한 일렉트릭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왔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 사이로, 미리 녹음된 코러스의 MR이 객석의 뒤에 위치한 스피커에서 울려퍼졌다.


- 텅 빈, 텅 빈, 텅 빈, 넌 텅 빈...

- 날 괴롭히는 Villain, Villain, Villain, Villain, 이젠,...


무대 뒤 스크린에 불이 들어오며, 영상이 시작됐다. 흰 니트 셔츠를 입은 반재덕이 베일을 둘러쓴 사람의 앞을 멤돌다, 그 앞에 멈춰섰다. 두려움에 망설이던 그의 손가락이 보라색 베일을 잡고 그것을 걷어낸 순간.


펄럭이는 보라색 베일의 뒤로 화면이 전환되며, 스테이지 위에 무릎 꿇고 선 이경우의 전신을 비췄다.


- 모두가 널 영웅으로 알고 있지만 난 알고 있지 보고 있지

- 언젠가 네가 버린 아이, 하지만 Got something up for you


한 번의 플랫도 없는 선명한 고음이 끝 없이 올라가다 멎은 순간.


음산한 전주 속에, 6명의 멤버들이 천천히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와 대형에 맞춰 섰다.


- 쿵, 쿵, 쿵, 쿵, 쿵...


묵직한 808 비트의 드럼 소리 속.


- 워어어어어오...


울부짖음같은 코러스가 스피커에서 터져 나오며, 스모그 속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운 이경우가 마지막으로 무대 중앙부를 향해 걸어 나왔다.


큐브의 남은 한 조각을 맞추듯 비워진 센터 자리에 걸어가 자리를 잡고 선 순간. 오케스트라의 MR이 멎으며 무대 위를 정적이 다시 휘감았다.


전광판이 맨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도열한 6명의 얼굴을 한명씩 비추다, 마지막으로 이경우의 얼굴을 담았다. 두 눈을 감고 있던 이경우가 그것을 뜬 순간.


스모그가 피어오르는 속에 스크린이 검게 변한 뒤, 한 가운데 흰색 글자가 들어찼다.


- Villain -



공백 속에서 울려퍼지는 피아노 소리와 함께 센터에 선 소년의 고음이 브릿지를 열었다. 한번의 플랫도 샵도 없는 맑은 음색이 끝없이 올라갔다.


- 모두가 널 영웅으로 알고 있지만 난 알고 있지

- 넌 숨기고 있어 텅 빈 네 마음, 그 안의 villain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이 팽팽한 일렉트로닉 기타음이 울려퍼지며, 7명의 일사분란한 군무가 시작됐다.


**



절반은 캐주얼한 티셔츠, 절반은 정장풍 수트 위로 몇가닥의 하네스나 버클을 둘러 테크웨어를 믹스한 무대 의상들.



- 널 무너트릴 villain 그 텅 빈

- 텅 빈, 텅 빈, 텅 빈, 넌 텅 빈



검은 티셔츠 소매 아래로 한쪽 팔에만 검은 아머를 두른 소년의 고음 브릿지가 끝나면, 마이크를 입가에 직각으로 가져다 댄 샹웨이의 씹어뱉는 래핑과 함께, 상반신의 움직임과 엇박으로 가슴을 두드리는 7명의 단체 군무가 이어졌다.


- 데려가줘, 네 마음 속. 텅빈 그 곳으로



캐주얼한 검은 박스티 위에 버클이 주렁주렁 달린 멜빵 카고바지를 입은 앳된 소년이 가슴을 두드리는 모습이 전광판에 잡히며, 객석에서 비명이 터졌다.


- 경우야아아아아!!!

- 으아아아아아악! 나랑 같이 죽자 그냥!!!


옆자리 여고생은 이제 앞 의자 등받이에 자기 이마를 쾅쾅 찧어대고 있었다. 의자 등받이를 부드러운 재질로 만든 건 정말 다행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오늘 이 곳에서 몇 명이 죽어 나갔을 것이다.



- 데려가줘, 네 마음 속. 텅빈 그 곳으로



그야말로 광적인 인기. 작고 마른 몸에 볼살만 잡힐 듯이 동그란, 요즘 유행이라는 트렌디한 얼굴. 아이돌 팬들이 전통적으로 좋아하는 씹덕 메보상이니 인기가 많을 만도 했다.


‘이름이 이경우? 귀엽게 생기긴 했네.’


인형처럼 이목구비가 또렷한 전형적 제이에스 상을 요즘 시대에 맞게 진화시키면 저럴까. 그야말로 신구세대를 한번에 잡을만한 마스크라고 생각하던 여자가, 혼자서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어쩌라는 거야, 너무 어려.’


그래도 지금까지 미성년자 덕질은 해 본 적이 없는데, 저 애는 고등학생도 아니고 아예 중학생같이 생겼다.


고개를 흔들며 생각을 떨치다, 다시 전광판을 정신없이 쫓았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군무에서 잠시라도 시선을 떼기 아까운 무대였다.


키는 한 175, 176쯤 될까? 절대 작지 않은 키인데, 다른 멤버들 대부분이 워낙 장신이다 보니 대형에서 혼자 약간 푹 꺼져 보이는 게 안타깝단 생각이 든 순간, 다시 자기도 모르게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뭔 소리야, 뭐가 안타까워. 너나 잘해!’


정신 차려, 정신 차려, 중얼대며 혼자 앉아 자꾸 헤드뱅잉하는 그녀를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은 건, 주변의 모두가 무대에 정신없기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 넌 날 괴롭히는 Villain, Villain, Villain, Villain,...


이경우와 최사랑이 만든 화음이 끝나면. 검은 정장에 넥타이 위로, 왼쪽 가슴에서 시작된 가죽 하네스 몇가닥을 반대 어깨까지 사선으로 늘어트린 샹웨이가 그 앞으로 나왔다. 7명이 엇박으로 몸을 움직이며 심장부근을 손으로 터는 군무가 이어졌다.


- 데려가줘, 네 마음 속. 텅빈 그 곳으로


- 으아아아악!



검은 마스크를 쓴 반재덕이 무대 돌출부로 걸어 나갔다.


- mama please listen, I got something up for you


그가 돌출부 스피커 앞에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아 라임에 맞춰 한 팔을 위로 흔들 때마다, 검은 모자 아래로 달랑이는 검은 이어링이 조명에 반짝였다.


- my hero seized everything ever she wanted


마스크 위로 두 눈을 감은 반재덕이 한숨같은 래핑을 쏟았다.


- I’m the villain the little boy you abandoned

- 싫어해도 상관없어 보고 싶어 여기까지 왔어


마이크를 양손에 들고 두 눈을 감은 반재덕의 얼굴은 마스크와 모자에 가려져 있어 표정을 알 수 없었지만, 장우연은 그가 왠지 울고 있는 것 같단 느낌을 받았다.

그 양 옆에서 반재덕의 어깨에 한쪽씩 손을 올리고 선 이경우와 최사랑이 격렬한 래핑 뒤로 고음과 저음의 화음을 쌓아나갔다.


- 텅 빈, 텅 빈, 텅 빈, 넌 텅 빈

- 널 괴롭게 한 Villain, Villain, Villain, Villain, 이젠,...


브릿지가 끝나면 샹웨이가 다시 둘의 앞으로 나오며 래핑을 뱉었다.


- 데려가줘 네 마음 속 텅빈 그 곳으로


- 으아아아아악!!


코러스에서 일렬로 선 7명이 엇박으로 양 어깨를 움직이며, 동시에 한쪽 손으로 가슴을 두드리는 포인트 안무 부마다 객석에서 비명이 터져나갔다.


- make it last 시작부터 끝까지

- Left to the right 전부 다 널 위한 노래

- You got me going crazy

- 난 벗어나지 못해



전광판 속에서 센터에 선 샹웨이의 뒤에 일렬로 모여든 6명이 양옆으로 한명씩 동선을 이동하며 가로 한 줄로 퍼져나가는 군무에 시선을 못 박은 채 장우연은 생각했다.


'반칙이다. 반칙이야.‘



비겁하게 치트키를 쓰다니. 단체 군무에 테크웨어라면 그야말로 코디계의 최종병기가 아닌가.


’이 정도면 이길 수 있는 건 오직 제복 뿐이다.‘


아니, 제복도 안된다. 테크웨어를 입은 이경우가 헐렁한 반팔 소매 아래 드러난 오른 팔의 딱 절반까지만 검은 아머를 둘렀기 때문이다. 마이크를 잡은 왼 손은 손가락 딱 세개에만 검은 링을 끼고 있다.


가사에 취해 미간에 주름이 깊어질 때마다, 마이크를 잡은 손등 위와, 아머에 가려지지 않은 절반의 팔뚝 위로 힘줄이 도드라졌다.


옆자리 여학생이 전광판이 그의 팔뚝 위로 도드라지는 힘줄을 비출 때마다 의자 등받이에 머리를 계속 쾅쾅 찧고 있었다. 장우연은 갑자기 안타까워졌다.


‘내가 열 살만 어렸으면 같이 머리를 찍었을텐데.’


생각과 동시에 또 다시 고개를 양 옆으로 흔들며 마음 속 망령을 퇴치했다.


- 텅 빈, 텅 빈, 텅 빈, 넌 텅 빈

- 난 널 괴롭히는 Villain, Villain, Villain, Villain,...


고음과 저음으로 화음을 쌓는 두 사람의 브릿지 파트가 끝나자마자, 저음으로 한글자씩 씹어 뱉는 샹웨이의 래핑이 이어지는 구간.


- 데려가줘, 네 마음 속. 텅빈 그 곳으로.


나레이션의 끝과 함께, 마지막 벌쓰의 멜로디가 시작되기 전.

잠시간의 공백과 함께, 7명의 오른 발이 동시에 스테이지를 구르며, 공중으로 도약했다.


- 텅빈, 텅빈, 텅빈, 그 곳으로

- 으아아아아악!



착지와 동시에 7명이 각자 스테이지의 끝, 관객들의 바로 앞 돌출부로 걸어 나갔다. 객석에서 이미 코러스를 외운 관중들이 멤버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환호했다.


스탭의 제지도 소용 없이, 스테이지 앞으로 관객들이 달려나와 그 앞에서 라임에 맞춰 한팔을 높이 들고 흔들었다. 7명이 코러스를 부르면 바로 객석의 때창이 따라붙었다.


- 텅 빈, 텅 빈, 텅 빈, 넌 텅 빈

[텅 빈, 텅 빈, 텅 빈, 넌 텅 빈!]


- 난 널 괴롭히는 Villain, Villain, Villain, Villain,...

[난 널 괴롭히는 Villain, Villain, Villain, Villain!]


- 데려가줘, 네 마음 속. 텅빈 그 곳으로.


샹웨이의 래핑과 함께, 노래가 멎었다. 7명이 등을 돌리고 뒤를 돌아본 자세 그대로 멈춰섰다.


- 뚜, 뚜, 뚜, 뚜,.... .



도입부의 통화 단절음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며, 전광판이 헐떡이는 7명의 얼굴을 차례대로 비췄다.


- 텅 빈, 텅 빈, 텅 빈, 넌 텅 빈

- 텅빈 그 곳으로.



- 으아아아아아악!


스피커에서 울려퍼지는 코러스와 함께, 박수와 함성이 장내를 메웠다.



**



이전 생에서 Villain의 노래가 전국 어디에서나 흘러나왔던 201X년의 겨울. 그 노래를 만든 제이디는 분명 꿈 꿨을 거다. 자신을 버리고 간 어머니가 자신이 만든 노래를 듣고 조금이라도 괴로워 하기를.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타격을 줄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라며 기대했었겠지만.



문제는 은유와 상징으로 가사를 쓰다보니 영락 없이 자기를 버린 연인에게 보내는 러브송으로 들린단 거였다.

제이디의 어머니는 분명 아들이 독학해 쓴 영어 가사의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했으리라. 그 성격이라면 분명히 낭만적인 러브송이라고만 생각할 법 했다.



“올해의 작곡가 상은! 축하합니다, 임페리얼의 제이디!”


임페리얼이 데뷔한 해, 연말 음원 대상 시상식. 제이디에게 기쁜 얼굴로 올해의 작곡가 상 트로피를 건네준 시상자는, 오하영이었다.


“감사합니다.”


오하영이 건넨 커다란 꽃다발을 꼭 끌어안은 제이디가 무표정한 얼굴로 수상소감을 마치고 내려간 뒤, 무대 뒤에서 계속 소매로 눈물을 닦은 건, 당시 그와 한 무대에서 그의 바로 옆에 서 있던 몇명만이 눈치 챈 해프닝이었다.



‘텔레파시 능력자도 아니고, 말을 해야 상대가 알지.’


음침하게 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노래를 전국에서 울려퍼지게 해, 그녀가 후회하게 해주겠다니. 막상 그녀는 아들이 이후로 혼자 몇 년간 우울증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가 누구인지 몰랐으리라. 둘은 정말 외모부터 하나도 닮지 않았으니까.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ㅠ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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