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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이돌이 능력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강동태수
작품등록일 :
2022.05.11 19:24
최근연재일 :
2022.08.05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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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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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51화- 포지션 전쟁, 배신-5

DUMMY

51화- 포지션 전쟁, 배신-5



4화의 방영 후, 예상대로 인터넷이 뒤집어졌다.


[드림 아이돌, 투표 방식 전면 개정! 이제 1인 1픽으로]

[드림돌 이제 진짜 최애를 가린다. 오늘부터 한명에게만 투표 가능!]

[만인의 차애픽 이제 상위권에서 내려가나···1인 다픽의 전면 폐지]

[“차애도 살리고 싶어요”, 드림 아이돌의 갈수록 잔인해져가는 투표 방식]


포털 사이트의 연예 기자들마저 과몰입해 저마다 앞으로의 투표 전망에 대한 예측과 분석 기사를 내고 있었다.


뚜렷한 최애가 없이 인지도 있는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투표해 온 시청자들이 많은만큼, 단단한 코어 팬덤을 아직 갖추지 못한 연습생들의 하락을 누구나 예측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타겟이 된 건, 안동태와 같이 상위권 연습생들과의 친분으로 1인 다픽제의 가장 큰 수혜를 받아왔던 차애픽 수혜자들이었다.


개인 팬덤이 강한만큼 상대적으로 여기에 손해를 봐온 인기 연습생들의 팬덤은 이 소식에 환호했다.


방송 말미, 투표 제도의 변화에 대한 발표 후, 커뮤니티에는 절망과 환희가 한데 섞인 폭풍이 휘몰아쳤다.



[그는 좋은 동태였습니다]

바이바이 동태

함께 해서 지겨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ㄴ최사랑 팬들 진짜 X스럽다ㅠㅠ 최애 인기 있다고 나대는 거 봐

ㄴㄴ이러다 동태 인기순위 변동 없으면 어쩌려고 저럼?

ㄴㄴ니 운영자야? 아이디 보임?ㅋㅋㅋㅋ최사랑 팬인 척 하면서 어그로 끄는 거잖아

ㄴㄴㄴㄹㅇ안동태만 위험한가 차애픽인 애들 다 죽었지 뭐

ㄴㄴㅋㅋㅋㅋ최사랑 팬들 그거 차애 투표 얼마나 해줬다고 그러다 투표 시작하고 안동태 인기 똑같으면 어쩌려고 저럼?

ㄴㄴㄴ내말이 요즘 동태 네임드들 팔로워 두배 됐는데ㅋㅋㅋㅋ언젯적 차애픽이야 우리 동태 순위 떡상 가자

ㄴㄴㄴㄴ네 다음 인기멤들 이용해서 팬 빼간 거지새끼 팬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ㄴㄴㄴ동프들 행복회로 오진다ㅠㅠㅠ응 니새끼 폭락 예상멤 1위임 수고



제로 베이스에서 재개된 투표 첫날. 자정이 지나자마자, 투표 방식 변화 후 24시간 동안의 투표 결과 실황이 불판에 중계됐다.


가장 사람들의 이목을 끈 건 누가 1위를 했느냐. 그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애픽에서 배제던 샹웨이를 비롯한 외국인 멤버들의 순위가 해외 팬 화력에 힘 입어 몇단계씩 올라갔다.


그리고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던 차애픽들 중, 사람들의 예상을 뒤집은 안동태의 투표 결과가 핫게시글에 올라갔다.



[오늘자, 드림돌 투표결과 이변을 일으킨 동태좌의 위엄]

드림돌 투표 재시작된 지 24시간 집계현황 나오고 지금 드림돌 불판 난리난 이유ㅋㅋㅋㅋㅋㅋ

상위권은 샹웨이 위수현 말고 예상보다 큰 변동 없는 가운데 모두가 폭락할거라 예상했던 차애픽들 순위


안동태 제외한 모든 차애픽 연습생들 순위 떡락한 가운데


(동태좌의_위엄.jpg)

1. 안동태: 일 평균 1만표->현재 하루 1만 2천표로 오히려 올라감

2. 정우석: 일 평균 5천표-> 하루 2천표로 절반 아래로 떡락

3. ...


안동태 혼자 개정 전보다 투표수 더 올라감ㅋㅋㅋㅋㅋ

지금 불판에서 최사랑 팬들 자기들이 안 뽑아주면 안동태 떡락한다고 맨날 개처럼 패다 역으로 두들겨 맞는 중ㅋㅋㅋㅋㅋㅋ

ㄴ애프들 나대더니 꼴 좋다ㅋㅋㅋㅋㅋ것봐 동태 인기 많아졌다고 해도 안 믿더니ㅋㅋㅋㅋ

ㄴㄴㄹㅇ동프도 아닌데 애줌마들 X된 거 보니 속이 시원하노ㅋㅋㅋㅋ

ㄴㄴ안동태가 보살이지ㅠㅠ 최사랑 팬들한테 진드기 취급 당하고도 계속 친하게 지내는 게

ㄴㄴㄹㅇ내가안동태면 최사랑 팬들 쌉소리하는 거 보다 최사랑도 손절해버림

ㄴㄴㄴ내말이 괜히 인기멤 팬들이 다 뽑아주는 거고 인기 허상이라고 정치질만 당했잖아 동태 너무 불쌍해ㅠㅠㅠㅠ

ㄴ성형을 그렇게 했는데 인기라도 올라가야지 안 그럼 돈 아까워서 어캄ㅉㅉ

ㄴㄴ네다음 생색 냈던 거 다 털려서 쳐맞고 계시는 애줌마ㅋㅋㅋㅋㅋ응 안동태 인기 다 안동태가 얻은 거였쥬

ㄴㄴㄴ그래 니새끼 성형해서 인기 많아져서 참 좋겠다ㅠㅠㅋ

ㄴㄴㄴㄴㅋㅋㅋㅋ응 그래 우리 애 성형해서 이제 동랑단 필요없어 최사랑 없어도 인기 많아ㅋㅋㅋㅋㅋ

ㄴ근데 진짜 안동태 인기 많아짐 네임드들 팔로워 수 성형 전 3배는 될 듯

ㄴㄴㅠㅠㅠ성형 안 하고 인기 없느니 성형하고 인기 많아지는 게 백배 낫다.... 솔직히 동프들 부럽네


안동태의 득표수가 최소 절반 아래로 떨어질걸 예측했던 네티즌의 예상과 달리 이변이 일어났다.


외모 변화 후 얻은 팬덤 유입에 힘입어, 안동태의 첫날 투표 순위는 15위로 약진했다.



**


합숙 5일차. 사전 리허설이 끝난 오후. 숙소 건물 뒤 공터.


찌푸린 얼굴로 스마트폰 스크롤을 내리는 안동태의 목에, 억센 팔이 걸렸다.


"야! 좀 그만 봐. 넌 어떻게 하루종일 서치만 하냐?! 으휴!!"

"아, 담배 냄새! 좀 치워요. 짜증나니까. 시발. 커피까지 먹고 왔나.”


자신을 밀어내는 안동태의 한쪽 발을 용화영이 구두굽으로 툭툭 쳤다.


"이 새끼, 웃기네. 왜, 또 최사랑 빠순이들이 니 욕하는 거 보고 있었냐? 그래서 빡쳐서 나한테 풀어? 어, 임마?"

"아, 내 폰 내놓으라고!”

“어디 보자, 일부 애프들이 안동태 걱정해서 최사랑 대신 뽑아준 거... . 와, XXX들 진짜 말 X같이 하네. 이게 말이 돼? 이것들이 아직도 우리 동태를 X으로 아네?!”


스크롤을 내리며 자신을 조롱하는 댓글들을 소리 내 읽는 그를 노려보는 안동태의 얼굴은 이미 시뻘개져 있었다.


“야야, 알았어. 니 폰 여기 있다. 그래서, 최사랑은?"

"...화장실 다녀온대요. 우리 여기 있으니까 바로 오라고 했어요.”

“캬--, 독하다, 독해. 나같으면 계속 누워서 쉬었겠다. 빠순이들한테 사랑이 아퍼요우, 호 불어주세요우, 대강 애교 부리면 더 열심히 투표해줄텐데. 뭐 다친 걸 숨기고 투혼을 발휘하냐. 미친 놈인가?”

"아, 남한테 피해 주기 싫다잖아요!"

"이 새끼도 웃기네. 그 피해 주지 말라고 계속 꼽 준 게 누군데? 쟤 저러는 거 다 너 때문이잖아, 임마. 니가 이번 무대가 니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아냐고 징징대서.”

“조용히 해요. 왔어요.”


안동태가 공터 입구께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목소리를 낮췄다.

최사랑이 한쪽 다리를 절뚝이며 한 손을 들어 이쪽을 보며 웃고 있었다. 주인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강아지처럼 순진해 보이는 그 미소에, 용화영이 손바닥으로 입을 가렸다.

여느때처럼 안동태의 옆에 와 붙어, 그와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니 비웃음이 자꾸 입가를 비집고 튀어나오려 했다.


“형, 리허설하느라 힘들었죠? 역시 본방은 샘들한테 말해서 의자 놓고 앉아서 하는 게... .”

“괜찮아! 이제 무대 한 번만 서면 되는데 뭐. 오늘도 잘 끝났고.”

“그래도... .”

“나 땜에 이제 와서 동선 다 바꿀 순 없잖아. 내 파트는 몇초 안되니까.”


- 지금 센터 바꾸면 안무 다 다시 짜야 되는데. 형, 못 하겠어요?


어제 그가 다쳤을 때, 그렇게 말하며 다친 걸 숨기자 한 건 안동태였지만.


- 선생님들한테 말하면 분명히 동선 바꾸라 할거야. 그럼 우린 하루 만에 동선 다시 짜서 리허설하는 건데, 넌 괜찮겠지만, 너 땜에 이틀만에 안무 새로 못 외운 애들은 본방 분명 망칠거고.


그리고 그렇게 말했던 건 용화영이었지만,

비록 용화영은 내심 댄스 1조가 최사랑으로 인해 피해를 봤지만, 자신이 대신 최사랑의 파트를 맡아 두배로 노력하며 최종 무대를 살렸다는 서사를 받고 싶어 했던 말이었는데. 최사랑 저 미친 놈이 설마 다친 몸으로 안무를 이틀간 그대로 소화해 내겠다고 고집 부릴 줄은 몰랐었다.


“야, 사랑아. 독하다, 독해. 그거 센터 꼭 네가 해야겠냐?”

“어, 어?”

“아니, 너 그렇게 지금도 제대로 못 걷는데 본방에서 실수라도 하면, 우리 조가 다 피해 보는 거잖아. 차라리 지금이라도 빠지는 건 어때? 그래도 네가 탈락하진 않을 거 아냐.”

“아 형, 중도 포기하면 인기 1등도 무조건 탈락이라구요. 어떻게 빠져요?”


이제 와 최사랑의 편을 드는 척 하는 안동태를 향해 용화영이 눈을 부라렸다. 금새 험악해 지려는 분위기에 최사랑이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그, 난 센터같은 건 굳이 안 해도 괜찮아!"


자신 때문에 싸움이 나지 않도록 말리려는 의도였는데, 자기 편을 들어주려던 그 말에 외려 안동태의 얼굴이 확연히 굳어 버렸다. 입을 꾹 다문 안동태를 곁눈질하던 용화영의 입꼬리가 비뚜름하게 올라갔다.


"참, 좋겠네."

"으, 응?"


아이들과 같이 있을 때는 한번도 본 적 없던 무표정한 얼굴의 안동태가 입을 열었다.


얼굴이 달라졌다지만, 이곳에 와서부터 안동태는 아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행동했다.


"누군 아무리 센터 해보고 싶어도 꿈도 못 꾸는데. 그런 건 안 해도 별 상관없고."

“그런 뜻이 아니라!”

"형, 난 진짜 형이 부러워요. 그렇게 '센터같은 건 굳이 안해도 돼'같은 대사 해보는 거. 나도 형처럼 그렇게 여유로웠으면 좋겠다. 난 당장 몇초라도 더 나오면 탈락 안 할까 하고 있는데."

“그게... .”


변명할 틈도 주지 않고, 여느때처럼 익살스럽게 얼굴을 찡그린 안동태가 희극 배우처럼 괴상한 소리를 냈다.


"난 센터같은 건~ 굳이, 안해도 돼! 어때요? 나도 폼 좀 나나?"

"크하하핫! 야, 얼굴 차이가 너무 나잖아! 니가 하니까 이상하다고!”

“아, 왜요? 나도 이제 그래도 얼굴은 비슷한 수준은 되지 않나?”

“비슷한 수준은 임마. 그래봤자 니 와꾸가 쟤랑 비교가 되냐?! 나 정도는 돼야지!”



'난 센터같은 건 굳이 안해도 돼~.' 그의 뒤를 이어 용화영이 방금 전 최사랑의 말을 따라하다 배를 움켜잡고 낄낄댔다.


"... ."


또다. 댄스조 4개팀이 보컬, 랩조의 아이들과 연습과 생활 공간까지 모두 분리되며, 친구들과 마주칠 일이 없어지자마자 그는 고립되기 시작했다.


처음에 이 은근한 기류를 조성한 건 용화영이었으나, 그 옆에는 항상 안동태가 있었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


카메라가 없는 사각지대의 공터. 다른 댄스조 연습생들도 잘 찾지 않는 후미진 공간에 끌려올 때마다 최사랑은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 어이, 담배들 좀 끊어라 이 골초들아!


댄스 1조 팀원들은 안동태나 용화영 중 한명이 최사랑의 목에 헤드락을 걸어 끽연장소로 그를 데려갈 때마다 셋을 웃으며 타박했다.

카메라 앞에서야 누가 봐도 셋이 절친으로 보이도록 행동했으나, 이 곳에 도착하고 나면 늘 그랬듯이 분위기가 묘해졌다.


둘을 보며 내내 비웃던 용화영이 안동태에게 한 팔을 두르며 최사랑의 어깨를 툭툭 쳤다.


“눈치 좀 키워라, 눈치 좀. 야, 동태야. 가자. 뭐하냐?”

“동태야, 형은 정말 그런 뜻이 아니라!”


대답을 들을 생각도 없다는 듯 굳은 얼굴로 그를 두고 걸어 나가는 안동태와 용화영을 따라가려고 했으나, 절뚝이는 발로 속도를 내기는 무리였다.


“윽...!”


무리해서 빨리 걸으려다, 비명을 터트린 그를 둘 중 누구도 돌아보지 않았다. 벌써 용화영의 뒤에 붙어 공터를 빠져 나가는 안동태를 바라보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이번 평가만 끝나면 돼... .’


안동태가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방송 초기에 인터넷에서 그의 팬들이 안동태를 괴롭히는 일로 자신이 미안해할 때마다, ‘그런 거 신경 쓰지 말아요!’하고 웃던 놈이었는데.


투표 방식이 변한다고 알려지고 이경우 무리와도 떨어지게 된 뒤. 정확히는 이 곳에 온 두사람의 사이에 용화영이 끼어들게 된 뒤로, 안동태가 그를 대하는 태도는 이전과 확연히 변해 있었다.


원래 제이에스에 있다 중소 기획사로 옮겼기에, 제이에스의 장수 연습생인 안동태와도 안면이 있던 용화영은 이 곳에 와 안동태와 다시 빠르게 가까워졌다.

카메라가 없을 곳에 있을 때마다 계속 안동태에게 최사랑에 대한 열등감을 자극하는 말들을 하는 놈에 대해 신경쓰지 않으려 했지만, 지금의 안동태는 그보다 용화영의 옆에 붙어 있는 때가 더 많아지며 그를 멀리하고 있었다.


“...경우 보고 싶어.”


주저앉아 발목을 어루만지다 보니 눈물이 고여왔다. 이럴 때마다 숙소에 있는 동생이 생각났다.

내가 형인데. 자기 경연에 신경쓰기도 바쁜 동생을 걱정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며 이를 악 물고 다시 일어나, 절뚝이며 공터의 입구까지 걸어갔다.


“제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용화영을 상대할 때마다 머리도 몸도 기운이 다 빨려 나가는 것처럼 피곤했다.

이제 한번의 최종점검과 생방 무대만이 남아 있다. 절뚝이는 다리로 해내야 할 무대들은 곧 끝날 것이다.


**



‘궁금한 게 있다면 직접 물어봐야지.’


이런 걸로 스트레스 받으며 컨디션 망치는 건 사양이다.

그래서 나는 리허설 직전, 위수현을 불러냈다. 음침한 놈답게, 절대 눈에 안 띌 장소가 있다며 굳이 공터 구석에 벽 하나 더 들어가야 있는 곳을 알고 있었다.


‘진짜 수상한 놈이라니까. 이런 장소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시멘트 벽면 아래에는 개구멍같이 생긴 커다란 틈이 나 있었는데, 성인 남자 두명은 충분히 드나들 수 있을 크기의 틈이었다. 그 공간을 지나 들어가면 또 다른 벽 사이에 두세명은 들어가 있을 수 있는 복도처럼 길다란 틈이 있었다.


[야, 너 회귀했냐?]


이 말 하나 물어보려는데 왜 이렇게 떨리는 건지. 일단 그 말을 하려고만 해도 손발이 오징어처럼 구워질 것 같은 오글거림이 몰려왔다.


일찌감치 와 개구멍을 가리고 서 있던 위수현은 날 보자마자 주위를 살피며 이곳으로 끌고 들어왔다. 그러곤 벌써 삼십분째 앉아서 햇볕만 쬐고 있었다.


‘대답이 듣고 싶다면 기다려’라니. 결국 참다 못해 놈이 등을 기대고 앉아있는 벽 쪽으로 다가갔다.


“형, 나 꼭 물어볼 게 있어요.”

“쉿, 가만히 있어. 벌써 손님들 온다.”

“뭐하는...!”


위수현이 내 몸을 끌어 머리를 벽에 갖다 누르는 바람에, 벽에 귀를 댄 채로 왼쪽 볼이 눌려 복어같은 모양새가 돼버렸다.


발소리가 가까워진 후, 위수현의 얼굴을 향해 내뻗었던 내 왼쪽 주먹은 공중에서 뚝 멎었다.


벽 뒤에서 들려오는 남자 목소리들에, 어느새 내 옆에서 자기도 벽에 귀를 갖다대고 있던 위수현과 눈이 마주쳤다. 눈을 가늘게 하고 웃는 기분나쁜 미소.


잠시 후, 난잡한 대화 속에 최사랑의 기 죽은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그 내용에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다쳤다고? 근데 왜 나한테 말도 안하고... .’


오늘 리허설만 해도 댄스4조까지 끝난 뒤에야 보컬조의 차례라 막상 촬영장 안에서는 마주칠 수 없었다.

나이가 몇 살이나 어린 놈들 앞에서 대거리도 못 하고 있는 그 꼴을 참고 있으려니, 주먹에 힘이 들어가며 뒷머리가 뜨끈해져 갔다.


화가 너무 나서 눈 앞이 새하얘지는 기분. 이전 생에서, 최사랑이 죽은 몇 년 뒤 우명우와 김우환의 대화를 방 안에서 엿들었을 때 느꼈던, 바로 그 감각이 머리 속에 들어차 속이 메스꺼웠다.


- 그 날 최사랑 길빵 사진 찍은 건 누가 뭐래도 너야. 내가 아니라.”

- 나, 난 니가 사진만 갖다 주면 나머진 다 니가 알아서 한다고 해서.”

- 그래. 그 사진 합성하잔 아이디어 냈던 건 나. 나한테 소스 제공하고 내가 게시판에 사진 갖다 붙이는 동안 사람들 오는지 망까지 봐줬던 게 너였다고. 김우환.



잠시 후, 다리를 끌며 걷는 소리까지 완전히 사라지고도 한참이 지나도록 나는 그 자세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어휴, 타이밍 맞추느라 힘들었네.”

“...어떻게 안 거예요?”

“그게 중요한가? 내가 말했잖아. 쓸데없는 데에나 신경 쓰는 게 안타깝다고.”

“... .”


말을 잊고 떨고 있는 내 머리 위로, 빙글대며 웃는 위수현의 손길이 닿았다. 머리를 헝클이는 동작에도,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분노로 잠식된 머리가, 이성을 되찾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 꼬마는 항상 이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어요. 데뷔한 사람들이 괜히 급이 맞는 애들끼리 어울리라고 하는 게 아니야.”

“야, 너 어떻게 안 거냐고.”

“오, 이제 말 놓네?”



킬킬대는 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나도 저 정도로까지 할 줄은 몰랐어. 그냥, 용화영이 어떤 놈인지 아니까. 뭐, 안동태는 잘 안다고 하긴 힘들지만.”

“... .”

“솔직히 쟤가 뭐가 나쁘냐? 나름대로 생존하려고 전략을 짰던 거야. 안동태라고 비위 맞춰주며 지보다 잘난 놈 옆에 붙어 있는 게 좋았겠어? 이제 네 친구가 이용 가치가 없어졌으니, 전략도 달라졌겠지. 그동안 참았던 것도 풀고 싶을테고. 그냥 당연한 일이라고.”


멋대로 실컷 떠들어대는 위수현의 눈을 바라봤다. 저 항상 위에서 사람을 내려다보는, 재미있는 장난감을 보는 것 같은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생에서부터.



긴장으로 땀이 벤 내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내내 참았던 말이 내 입술에서 흘러 나왔다.



“...형, 혹시, 미래에서 회귀했어요?”


작가의말

답답하실 것 같아 다음편을 빨리 올리려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가 또 감사 인사를 놓쳤습니다ㅠㅠㅠ

후원해주신 은시랑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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