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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이돌이 능력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강동태수
작품등록일 :
2022.05.11 19:24
최근연재일 :
2022.08.05 01:20
연재수 :
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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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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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0,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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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4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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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35화- 빌런-4

DUMMY

35화- 빌런-4


노래가 나오는 3분 내내 입을 벌리고 있는 두 명의 멘토의 얼굴은 제법 볼 만했다.


[믿을 수 없는!]

[경악에 찬 트레이너들!]

[대체 히어로의 편곡은 어떤 노래가?!]


대충 이런 류의 자막이 저 얼굴들 위로 둥!둥!둥! 떠오르는 방송 편집이 절로 예상될만큼. 포인트는 저게 절대 방송을 의식해 나온 리액션들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거였다.


‘그럴만도 하지.’


이 노래의 원래 제목은 ‘빌런(Villain)’. 임페리얼의 데뷔곡이자, 제이디에게 데뷔 첫해에 올해의 작곡가 상을 안겨준 노래였으니까.


이름도 없는 중소 기획사의 신인으로 데뷔 전까지 방송계의 그 어떤 주목도 받지 못했던 임페리얼은, 이 노래 하나로 그해 모든 음원 강자들을 제치고 전 음원 사이트 1위를 차지했었다.


아직은 데모곡일 뿐이지만, 임페리얼을 단숨에 거대 팬덤을 보유한 3대 보이그룹 중 하나로 도약하게 한 히트곡이었으니까. 원래 3년 후에나 나와야 했을 노래의 원래 버전이, 고작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경연곡 중 하나로 나오게 됐으니.


이미 밤마다 A등급 숙소에 모여 이 노래로 안무 연습까지 하고 있는 우리 7명을 제외하고, 두명의 멘토 외에 상대팀 7명까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건 당연했다.


‘문제는··· .’


“그런데 이걸 도대체 어떻게 표현할건데? 안무는, 너희 중에 안무 짤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장은희가 이미 우리 모두가 예상했던 우려를 표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움직이는 재규어블루가 옆에서 덩달아 치는 맞장구까지.


평생 춤에만 매진하느라 여자 손 한번 못 잡아봤다는 재규어블루는 장은희의 수족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같이 멘토 평가를 받느라 이 곳에 있다 노래를 들은 히어로즈 팀 멤버들의 얼굴에도 강한 거부감이 어려 있었다.


카메라만 없었다면 어떻게든 이 노래를 우리가 하지 못하도록 전원이 강력 항의라도 할 태세였다.



‘완전히 뒤바뀐 노래로 경연하는 데에 멘토들이 반대할 수 있단거지.’


내 눈짓에, 대기하고 있던 샹웨이가 이미 준비해왔던 멘트를 꺼냈다.


“샹웨이, 이경우가 같이 했다. 안무, 이미 있어. 어벤져스, 잘할 수 있다.”


몸집이 큰데다 차갑게 생긴 탓에 어린애같이 어눌하게 말하는 데도, 그가 입을 열면 괜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 우명우도 아예 샹웨이가 노려보면 찍소리도 못하고 입을 다물 정도니까.


“1차 경연은 분명히 어떤 편곡도 허용된다고 했어요.”


샹웨이가 운을 띄웠으면, 다음은 내 차례였다.


“완전히 자유롭게, 참가자들의 역량대로 하는 게 경연 규정으로 압니다. 규정대로라면, 발라드를 댄스로 바꾸는 것도 아무 문제도 없어요.”


한참을 고민하느라 침묵하던 장은희가 입을 열었다.


“분명 규정상으로는 문제될 게 없어. 원곡자가 반대할 것도 아니고. 오하영샘도 편곡이라도 해보라고 했었으니까.”

“맞아, 오하영이 자기 입으로 편곡하라고 했었지.”


변덕쟁이 재규어블루가 장은희의 말마다 목이 떨어져라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저희가 준비해온 안무가 이미 있습니다.”

“...!”


위현수의 다급한 말을 끊고 내가 먼저 치고 나갔다. 멘토의 걱정만 치우면 된다. 규정에 문제될 게 없는 이상, 상대팀이 카메라 앞에서 반대할 수 있는 명분 따윈 없었다.


“경우야, 발라드를 댄스로 바꾸는 건 기존 가수들이라 해도 소화하기 쉬운 게 아냐. 정말, 아주 잘하는 게 이상, 오히려 원곡 팬들한테 노래를 망쳤단 말만 듣게 될 수 있어. ”

“그럼, 그냥 여기서 보여드릴게요.”

“아니, 경우군. 그동안 안무까지 다 짰단 말인가? 며칠만에 편곡에 안무 연습까지 해왔다고?!”


안무를 새로 짠 게 아니라, 원래 임페리얼의 7명이 추던 춤을 그대로 따온 거였지만. 노래도 안무도 이전 생에서 제이디가 만든 거였으니 완전 공으로 먹고 있었지만. 남들이 보기엔 이런 우리가 괴물처럼 보일 일이었다.


일주일간 그 굴욕을 참으며 밤마다 7명이 모여서 함께 연습해 왔다.


어벤져스는 춤 능력치에 거의 전원이 특화된 그룹.

7명의 춤 등급 평균을 낸다면 최소 B+ 이상. 이미 있는 안무를 며칠만이라 해서 소화 못할 리 없었다.


결국 회의실에 있던 신아미와 김중영까지 호출된 리허설 무대 끝에, 히어로의 댄스곡 버전인 빌런은 우리의 최종 경연곡으로 선정됐다.


**




[대형기획사에서의 데뷔 VS 드림돌에서의 데뷔]

뭐가 더 어려울 거 같음?ㅇㅇ

ㄴ꾸준글 징하다ㅋㅋㅋㅋㅋ 드림돌 팬들 또 나대네 대형 애들 좀 놔라

ㄴ오디션그룹 기세 보면 데뷔만 하면 대형 신인들도 다 제칠 것 같은데ㅋㅋㅋㅋㅋㅋ 느그 대형들도 엠제이넷 보기엔 다 중소야 대형 팬들아ㅋㅋㅋㅋㅋㅋ

ㄴㄴ드림돌 팬들 말하는 거 보면 지들이 무슨 엠제이넷 주주인 줄ㅠㅠ 아직 무대 하나도 제대로 안 했는데 존나 나대

ㄴㄴㄴ내 말이 나 요즘 재네 땜에 파랑새 안 들어감 내 돌 패는 애들 인장 보면 다 드림돌 연생 인장임 8비트 선글라스 이모지까지 있음 빼박임

ㄴㄴㄴ 야 ㅅㅂ 내말이 연생 애들이 어려선지 팬들도 다 딩초만 있나 나대는 것만 보면 드림돌 데뷔도 안했는데 이미 지 새끼들이 빌보드 씹어먹었음

ㄴㄴㄴㅋㅋㅋㅋㅋ저러다 지 픽 나중에 떨어지면 한강 가는 거 아니냐 서바 팬들 애잔하다···

ㄴㄴㄴㄴ대형 팬들 선 넘네ㅋㅋㅋㅋㅋ또또 소속사 자아의탁해서 데뷔도 못한 어린 애들 패고 있쥬ㅋㅋㅋㅋㅋ 니네 오빠 늙은 게 드림돌 잘못이야??

ㄴㄴㄴㄴㄴㅋㅋㅋㅋㅋ네 다음 지새끼 인기 하위라 데뷔도 못 하게 생긴 연습생 팬ㅋㅋㅋㅋㅋㅋ 가서 게임이나 해라 렙업해서 투표권 얻어야지ㅋㅋㅋㅋㅋ



‘졸려 죽겠는데 빨리 끝났으면 좋겠네.’


입장권을 시큐에게 보여주고 촬영장 안으로 들어가며 장우연은 생각했다. 어제 새벽까지 제이에스에 자아의탁해 드림돌 팬들과 간만에 키보드 배틀을 뜨다보니 수면이 부족했던 것이다.



드림돌의 사전 공개 방송 녹화일. 엠제이넷 공개 스튜디오는 대부분 수십만원대까지 치솟아오른 공방신청 플미표 구매자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마침 달의 분화구도 생생하게 찍을 수 있을 듯한 바주카포같은 카메라를 든 여자 두명이 시큐에게 양팔을 붙들려 쫓겨나오고 있었다.


“아, 아저씨. 내가 직접 나간다구요.”

“치지 마, 치지 말라고! 내 발로 나간다고. 아, 카메라 건들지 말라구요. 나가니까.”



‘어휴, 하수들. 카메라는 치마 밑에 숨기고 왔어야지.’


어둠 속에서 겨우 자리를 찾아 앉으며, 장우연은 시큐에게 끌려 나가는 여자들을 비웃었다.



주변의 방청객들 중 혼자 와 있는 것도 그녀 뿐. 아무래도 플미표 구매자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대부분이 플랜카드를 들고 각자의 픽에 대해 열심히 떠들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장우연은 생각했다.


‘방구석 꿔보*들 시끄럽네. 그딴 데 돈 쓰지 말고 집에서 부모님한테 효도나 해라.’

(*꿔보: 꿔다놓은 보릿자루. 사생팬들이 자신을 저격하는 정상 팬들과 싸울 때 쓰는 멸칭.)


사실 플미표를 구매해 공방까지 나온 이상에 꿔보는 맞지 않는 말이었지만.


고도로 발달한 아이돌 팬은 머글과 구분되지 않는다 했던가. 자신이 덕질할 때에 심심하면 듣던 꼰대스러운 말이 이제 다른 아이돌 팬들을 볼 때면 저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오려 하는 장우연이었다.


플랜카드를 들고 반짝반짝이는 기대에 찬 눈빛들을 보고 있으니, 새삼스레 작년에 한강까지 가 빙빙이의 굿즈를 불태울 당시의 심정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바보들아. 어차피 이 세상에 있는 아이돌은 단 두 종류밖에 없다고.’


당시의 기억을 되짚자 뒷목이 뜨거워져와, 그때 가슴에 새겼던 말을 미친 사람처럼 입 안으로 중얼댔다.


‘이미 사고를 친 놈과, 앞으로 칠 놈. 그 두 개 외에는 없는 게 아이돌이다.’


십년 넘게 멀쩡히 활동하다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결혼까지 골인한 뒤에도 잘 사는 아이돌들까지 다 싸잡아 모욕하는 말이지만, 그렇게라도 자신이 옳다고 믿고 싶었다.


그녀의 구(‘옛, 오래, 늙은이’의 구舊)최애가 일년 전 소위 말하는 ‘둘기’를 하는 바람에, 강제로 탈덕을 ‘당했었기’ 때문이다.



‘저는 언제까지나 우리 스텔라의 곁에 있을 거에요!’


스텔라는 그녀가 덕질하던 제이에스의 5인조 그룹 디얼쓰(The Earth)의 팬덤명이었다. 지구의 곁을 멤돈다면 달이라고 해야지 왜 별이라고 지은건지 지금까지도 이해되지 않는 작명이었지만, 다행히 지금에 와선 다 상관없는 일이었다.


입만 열면 우리 영원하자 말하던 중국인 멤버이자 그녀의 최애. 그 놈이 케이팝 씬에서 인기를 얻으며 본국 예능에 몇 번 나가 돈 맛을 보더니, 브로커와 만났다는 파파라치 사진이 웨이보에 뜬 지 얼마나 됐다고. 고향 집에 다녀 온다고 출국하더니 그 뒤로 다신 한국에 오지 않고 소속사로 내용증명만 보내왔다.


‘아니야, 빙빙이는 돌아올거야.’


반년간의 애타는 기다림은 반년이 더 지난 후엔 ‘돌아오면 내가 죽여 버리겠다’는 저주로 화했다.


한강변에서 빙빙이의 굿즈를 불 태울 때, 그녀는 아이돌이란 종자들에 대해 이제 정말 그 어떤 기대도 하지 않겠다 결심했었다.


그 뒤로는 이미 최애가 튀어버린 그룹 팬덤에 엉덩이를 붙이고 눌러앉아 의리 스밍*을 돌려주다, 그마저도 질린 후엔 케이팝의 흔해빠진 망령 1로 커뮤니티에서만 미적대고 있었다.


(*의리 스밍: 보통 음원 사이트 스트리밍권 이용기한이 남은 김에 몇주 정도 해주며, 운 좋으면 추첨 이벤트에 당첨돼 케이크 기프티콘 등을 받는다. 쓸데없이 계정만 오래 돼서 총공팀이 찐팬으로 오인하는 일이 있다.)


- 네가 대신 가줘! 우리 샹웨이 나 대신 투표해 줘야 돼! 사진 꼭 찍어오고!


삼년이나 같이 덕질하던 덕메*가 플미표까지 사놓고 출장을 가게 된 것만 아니었다면, 샹웨이인지 뭔지의 사진을 찍어주려고 또 다시 대포 카메라를 들고 이런 데에 앉아있어야 할 일 따윈 없었을텐데.


(*덕메: 덕질 메이트. 보통 공방이나 생일 카페 등을 같이 돌다, 할 말이 다 떨어지면 다른 아이돌들의 루머를 공유하는 이들이 있다.)


시큐의 눈을 피해 번개같이 셔터를 누르는 거야 이 바닥에서 누구나 하는 일. 하지만 그 상황에서 몇만 RT를 탈만한 퀄리티의 사진을 건져내는 그녀같은 사람은 무척 드물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그리고 누구보다도 잘 찍는 것. 만약 걸렸을 때에는 시큐를 피해 군중 사이를 헤치고 바퀴벌레처럼 잘 도망 가는 기술까지.


그녀는 빙빙이의 팬덤에서 악명이 자자한 사생 홈마이자, 그 사진의 퀄리티로 다른 팬덤에서까지 유명한 네임드 찍덕이었다.


[사생 홈마* 원썸머드림의 탈덕을 축하합니다]

원썸머드림 계폭을 축하하기 위해 이벤트 진행합니다.

RT하신 분 추첨해서 10만원 현찰로 쏴드려요.

ㄴ축하합니긔 정병 사생 탈덕이라니 개부럽노

ㄴ탈덕 이벤트하면서 탐라에 다 사생 홈마 사진들인 게 레게노

ㄴ이러니까 사생이 근절 안되지ㅋㅋㅋ 인장 프로필도 다른 사생홈마가 찍은거네


(*홈마(홈마스터): 해외팬들이 쓰던 콩글리쉬였으나 어쩌다보니 국내에서도 다 홈마라 하게 됐다. 발생 초기 대포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해 대포여신이라 불리웠다.)


그녀가 탈덕*할 때 빙빙이 팬덤에서 열린 RT 이벤트는 셀 수도 없었다. 늘 우울하던 팬덤이 잠시 축제 분위기를 맞았을 정도. 마지막에 큰 웃음을 줘 다행이라 생각하며 계정 휴면 버튼을 눌렀었다.

(*탈덕: 탈 아이돌 덕질. 보통 몇달 쉬었다 다른 아이돌로 갈아타기에 덕질 자체는 그만두지 않는 휴덕일 경우가 많으나, 일단 모두가 자신은 판 자체를 뜰거라 주장한다.)


샹웨이의 레전드 사진을 꼭 찍어와 달라는 부탁을 거절하기엔, 탈덕 전까지 덕메가 그녀에게 찍어다 준 빙빙이의 데이터가 너무나 많았다.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서바이벌 그룹 덕질이라니. 너무 뜬금 없는데다, 완전 정병길 예약이잖아.’


그녀와 그녀의 친구는 일년 전까지 제이에스 아이돌만 대를 이어 충성해온 속칭, 진성 ‘제이에스빠’였다.


몇년 간 고인 물 팬덤 안에서 그간 쳐온 병크로 배척받다 신인 그룹이 데뷔하면 가장 먼저 내려가 네임드 홈마 자리 먹기를 반복해 온 진성 중의 진성들.


그랬던 그녀가 처음으로 제이에스 아닌 다른 아이돌 덕질을 시작했다고 덕밍아웃*을 했을 때, 그녀는 한 시대가 변하고 있는 듯한 과한 충격을 느꼈다.

(*덕질 커밍아웃: 주변인에게 덕질하는 아이돌의 스밍, 투표 등을 부탁하기 위해 사회적 체면을 버리는 헹위 등을 말한다)


너무 오래 아이돌 덕질을 하다보니 시대가 변한걸까. 이제 무슨 아이돌을 대중의 손에 직접 맡겨서 뽑는다는 사이비같은 프로그램이 나오며, 요즘은 그녀의 파랑새 비계 탐라도 이 드림돌이라는 기괴한 프로그램 연습생들의 인장이 뒤덮고 있었다.


대형기획사에서 아이돌을 만들어 내놓으면 그녀같은 소속사 빠들이 무저항적으로 수용하던 덕질 방식이 어쩐지 구시대의 유물이 돼가는 듯해 기분이 이상했다.


이 판에서도 시대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짓도 이젠 그만할 때가 됐지.’


만약 소속사에 자아의탁하는 것이 대형 기획사 팬들의 무의식에까지 침투한 고질병이라면, 그녀는 이미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불치병 환자이리라.

그녀는 그토록 제이에스에서 나온 아이돌이 아니라면 덕질의 시작도 할 수 없는 여자였다.


‘어차피 대형은커녕 변변한 데에서도 데뷔 못하게 생겼으니 나간 떨거지들 아니야.’



이런 쓰레기같은 생각이나 할만큼. 그 선민의식이 바이러스처럼 뇌에 침투한 여자의 눈에 서바이벌 그룹의 무대. 그것도 아직 데뷔도 못한 연습생들의 무대 따위가 찰 리가 없었다.


그게 아니라도, 점점 덕질하는 그룹들의 연령대가 어려지며 이제 더 이상 제이에스 신인을 덕질한다는 일에 어색함과 거부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내가 무슨 씨카프리오도 아니고 말이지.’


대를 이어 제이에스의 신인 그룹만 새로 덕질하다보니 덕질의 시작 무렵, 최애들의 나이가 항상 18세~22세 사이로 고정돼 버렸던 거다.


5년 정도 덕질하다 보면 다들 병크 쳐서 탈덕하다보니 자연 최애가 20대 중반 정도일 즈음엔 탈덕길을 걷게 됐었다.


- 누나 솔직히 변태 아니야?

- 뭐라고 개소리야 이 미친 남동생 새끼야.

- 아니, 덕질하는 애들이 갈수록 어려져 가잖아. 그 외국 배우 씨카프리오도 여친이 25살 되면 헤어져서 욕 먹잖아. 누나 진짜 그러다 시집은 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

- 이 새끼 너 내가 그동안 준 용돈 다 내놔.

- 아, 등짝은 왜 때려 아프게! 난 누나가 걱정돼서 말해주는 거라고!



‘지랄 마라. 난 최소한 미자 덕질은 안 했으니까.’


최후에 남은 양심! 그것이 그래도 최소한 미성년자 덕질은 안 했다는 것. 스무살 밑으로 내려가면 이제 나이 차이가 거의 10살이 될 지경이니 이성을 발휘해 자제할 만 했다.


무엇보다 그녀는 요즘 다른 취미도 시작했었다. 아이돌 덕질을 그만두고 싶어 새로 들인 취미인 장르소설 덕질. 아이돌 팔 때에도 직접 현장에 가 사진을 찍어 날라야 했던 그녀였으니 아이돌물 웹소설도 직접 쓰게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쓰면 다들 공감하겠지’ 당연히 생각하며 연재를 시작했지만.


덕질을 하도 오래 하다보니 일반적인 아이돌 팬들도 알아들을 수 없을 고릿짝 헛소리만 잔뜩 늘어놔서인지, 아니면 글을 더럽게 못 써서인지. 최근엔 ‘이거 아이돌 잘 모르는 40대 아저씨가 쓴 것 같다’는 댓글까지 받고 있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아이돌 덕질만 3년이나 열심히 했는데 그렇게 보일 말이 뭐가 있었죠?’ 서둘러 대댓글을 달았지만 이미 고증의 허술함을 지적했던 댓글 작성자는 진작 하차한 상태.


‘3년은 무슨’.


갑자기 아직도 이 지옥 밑바닥을 뜨지 못하고 있는 스스로가 처량맞게 느껴진 그녀의 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어렸다.


‘사실은··· 13년이다.’


이딴 게 어디 가서 자랑할 일도 아니고 말이지. 고등학생같이 보이는 애들과 함께 이런 곳에 앉아 있으려니 그간 덕질했던 놈들이 쳐온 무수한 병크와 탈덕 과정에서 느낀 회한이 밀려와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두자리수가 넘어가도록 아이돌 덕질했단 걸 밝히면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것 같아 이제 누가 ‘아이돌 덕질 얼마나 했어요’ 물어보면 십년은 줄여 말해야 하는 슬픈 종족. 그것이 대를 이어 신인 그룹을 찾아 내려가며 덕질한다는 진성 제이에스 빠들이었다.


그랬던 그녀의 동족인 덕메조차, 최근 이 드림돌에 나오는 샹웨이라는 연습생의 덕질을 시작했던 것이다.


‘샹웨이인지, 샹샹바인지. 대충 데이터 몇장 찍어 건네주고 덕매들도 정리해야 되겠어.’


이제 아이돌의 돌자만 나와도 지겨워지려 한다. 이미 나는 머글이나 다름 없으니까. 그 놈의 아이돌이 뭐라고 뻑하면 발작하며 싸우는 팬덤간의 전쟁은 보기만 해도 환멸이 났다. 무엇보다 이제 더 이상 아이돌을 보며 불태울 열정같은 게 이 가슴에 남아있지 않았다.


‘빙빙이 놈한테 다 불태워 버렸지, 하얗게··· .’


넌 나의 마지막 아이돌이 될거야.


덕질을 새로 시작할 때마다 그 말만 몇번을 반복해왔는지. 이제 이 지겨운 챗바퀴를 부숴버리고 이 판을 완전히 떠야겠다고. 롱스커트 속에서 카메라를 꺼내며 장우연은 생각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ㅠㅠㅠ


항상 이런 내용을 써도 되는건지 저도 고민이 됩니다. 

이번화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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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 빌런-2 +13 22.06.21 9,780 264 17쪽
32 32화- 빌런-1 +8 22.06.18 10,652 274 17쪽
31 31화- King은 누구? +17 22.06.14 10,763 311 18쪽
30 30화- Fireproof +11 22.06.13 10,426 308 13쪽
29 29화- Wherever You Go +13 22.06.11 10,976 351 17쪽
28 28화- On Air, 연습생이 과거를 숨김 +11 22.06.10 11,408 330 15쪽
27 27화- 즐기는 자 +14 22.06.08 11,331 296 14쪽
26 26화- 자기PR, 대전쟁의 개막 +8 22.06.08 11,544 330 14쪽
25 25화- 제작발표회 +9 22.06.07 11,544 326 14쪽
24 24화- 케이팝의 망령들 +6 22.06.05 12,044 360 12쪽
23 23화- 이 세상에 가족같은 그룹이란 게 있을까요? +9 22.06.04 12,022 356 13쪽
22 22화- 그 남자, 주인공이 될 사람 (수정) +11 22.06.03 12,323 335 14쪽
21 21화- 샹웨이는 참지않긔 +9 22.06.02 12,461 339 11쪽
20 20화- 테마곡의 센터 +8 22.06.01 12,617 344 11쪽
19 19화- 메인댄서가 능력을 안 숨김 +18 22.05.31 12,728 366 12쪽
18 18화- 3분의 메인댄서 +10 22.05.29 12,695 347 14쪽
17 17화- 팬이 붙기 전에 +9 22.05.28 12,822 331 15쪽
16 16화- 연습생이 실력을 또 숨김 +8 22.05.26 13,310 310 13쪽
15 15화- 서사의 제물 +11 22.05.26 13,446 347 15쪽
14 14화-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11 22.05.25 13,389 348 14쪽
13 13화- 전통적 제이에스상 +10 22.05.23 13,521 347 15쪽
12 12화- 이럴거면 간판 내려 +13 22.05.21 13,855 351 15쪽
11 11화- 이번엔 저 놈은 내거다 +9 22.05.20 14,179 35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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