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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겐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선거 전략가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베르겐
작품등록일 :
2023.05.10 19:32
최근연재일 :
2023.11.03 11:00
연재수 :
1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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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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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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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글자
11쪽

상황이 바보를 만든다

DUMMY

“사람들은 재능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유능해지기도 하고 무능해지기도 한다.”

- 피터 드러커 -


김지혁은 김미정에게 일단 칭찬해주고 바로 전체에게 질문한다.


“혹시 업무분장 이나 업무지침 매뉴얼이 있나요?”


오한태가 어리둥절해하며 답한다.


“그런 것은 전혀 없는데요.”

“간단한 것도 없습니까?”

“공지만 주고 그때그때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저는 이런 큰 캠프는 처음이어서 원래 이런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김지혁은 딱 잘라서 말한다.


비정상적인 구조에 대해서 얼버무리는 것이 최악의 행동이다.

그리고 김지혁이 말한다.


“오한태 비서님. 작은 캠프도 체계가 잘 안 잡혀 있기도 합니다.”

“그렇겠죠.”

“그래도 일이 잘 돌아갈 때가 있습니다. 규모와 일이 돌아가는 흐름과는 무관하니까요.”

“이해는 갑니다.”


김지혁이 마저 말한다.


“그런데 큰 조직이 체계가 없으면 상황이 다릅니다.”

“어떤 것이요?”

“문제가 생기면 수습 자체가 안 될 정도로 심각하죠.”

“더 그렇겠네요.”

“그래서 조직이 클수록 체계는 더 필요합니다.”


김지혁은 머리카락을 뒤로 젖히며 말한다.


“초반이라 사람들 교체는 있을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최근에는 SNS의 비중이 커졌습니다.”

“요즘은 SNS가 중요하죠.”

“회사처럼 나눈 형태는 좋은데 문제가 있습니다.”


김지혁은 뜸을 들인다.


“팀과 실이 유기적으로 협업이 이루어지지 않잖아요?”

“지금이 그렇죠.”

“SNS는 폭발력을 일으킬 수가 없습니다.”

“규모가 작지 않은데.”

“오히려 커서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더 머리가 복잡해졌다는 듯이 오현태는 계속 해답을 갈구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에 집중하고 싶은데.”

“구성원들에 대한 특성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건 팀장님들이 하셔야···.”

“그게 안 되고 있는 것이죠.”


김지혁은 숨김없이 말한다. 오한태 비서는 궁금한 것이 많은지 계속 묻는다.


“그리고 또 무엇을 하죠?”

“소통 문제 등에 대한 창구를 개설해야 합니다.”

“아. 그렇군요.”

“그것을 몇 루프씩 돌리고 나서 조정하면 됩니다.”


항상 시간에 쫓기고 있는 이현주 비서가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 지금도 바쁘다고 난리거든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그래요?”

“그래서 저를 부르셨겠죠? 하하.”


김지혁은 기본을 경시하는 이 비서의 말에 웃으며 답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급하다는 명분에 기본적으로 해야 할 절차를 무시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일하지 않는 것만 못한 경우가 많다.

김지혁이 전체에게 연설하듯 말한다.


“핵심은 의지와 실천입니다.”

“그렇죠.”


이현주 비서가 맞장구를 친다.


“선거 캠프에서 개개인이 능력도 향상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일해야 지치지 않습니다.”

“그건 좋네요.”


이번에는 오한태가 맞장구를 친다.


“어디 가서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이 노력과 소양들이 도움이 됩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게다가 업무가 효율적으로 되어야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잘 나옵니다.”

“맞아요. 맞아.”


마지막에는 김미정이 신나서 말한다.

김지혁은 이현주의 지적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핵심을 빗나갔다. 업무를 분석해서 분장하고 조직을 정비한다는 것은 권력의 재조정을 의미한다.


캠프에도 권력 게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권력 게임에서 탈이 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하는 것이 가장 관건이다. 물리적 시간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김미정이 뜬금없이 한마디 한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이렇게 선거 캠프에서는 대화 속에 끼어든다.

이런 것들을 탈 없이 받아주는 것이 원래 이 조직의 리더들이 가져야 할 덕목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의 행동에 민감하면 안 된다. 그냥 흘려야 한다.

김지혁이 모두에게 물어본다.


“여러분들한테 공통으로 궁금해서 물어볼 게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팀장님께서 매일 정례 회의를 하나요?”

“아니요.”

“그리고 피드백을 주나요?”

“아니요.”


모두 같은 대답을 한다.

짜증 섞인 목소리로 김미정이 말한다.


“알아서 일을 찾으라고 하시던데요?”

“그랬군요. 하하.”

“도우러 왔으니까 할 수 있는 일 알아서 하시면 된다고.”


이현주 비서는 계속해서 불만을 토로한다.


“다른 일이 있으신지 거의 자리에 없으시죠.”

“바쁘신가 보네요.”

“회의 다니느라 바쁘신 것 같아요.”

“그럴 겁니다. 아마도.”

“팀의 개념이 약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현주 비서는 팀의 역할에 대해 말하면서 정곡을 찌른다. 일을 하는 사람은 모를 리가 없다.

오한태는 이제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말투로 말한다.


“저는 말씀드린 대로 교정 관련 오더만 거의 받고 있습니다.”


김지혁이 많이 겪었던 상황이 또 다가왔다.

이런 경우에는 섣불리 팀장을 문제 삼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기도 전에 논쟁만 일삼다가 선거가 끝난다.


그렇다면 팀장은 있으나 마나 한 존재로 놔둔 채로 일부터 돌아가게 해야 한다. 잔인해 보이지만 어쩔 수가 없다. 기차는 달리고 있으니까.


이 상황에도 일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팀장의 선택지는 2가지가 된다.

첫 번째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역할 수행을 할 것이고 두 번째는 다른 팀으로 보직을 변경하기를 바랄 것이다. 선거 캠프의 전형적인 딜레마를 보여주고 있다.


이 구조에서 당선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는 형태로 일을 돌아가게 하는 것.

그것이 핵심이다.


문제만 말하고 대안을 제시 못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조직을 더 망가뜨린다. 그래서 김지혁을 불렀을 것이다. 김지혁은 늘 같은 문제에 직면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김지혁은 진단과 대안만 제시해야지 엮이면 안 되겠다는 강한 느낌을 받는다.


이미 세 명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캠프 안이 뻔히 보인다. 그래서 더 깊숙하고 빠르게 구성원 특성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밥 먹는 와중에 오한태에게 부탁했던 메시지도 검토했다.

생각보다 글이 너무 좋다. 카피라이터 자질이 있다. 게다가 나이도 젊다. 오한태는 마음껏 일할 수 있게끔 기회를 열어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네 명은 선거 캠프 사무실로 들어선다. 첫날이라고 해도 늘 자주 보는 풍경이다 보니 김지혁에게 낯설다는 느낌이 없다.

박주희 팀장이 도끼눈을 뜨고 다가온다.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유튜브 업로드 담당자랑 먼저 얘기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자기 용건만 바로 말한다. 이렇게 사람들한테 대하면 사람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네. 일하시는 공간에서 바로 얘기하겠습니다.”


자원봉사자로 온 유튜브 업로더가 말한다.


“영상을 받으면 업로드는 제가 하고 있습니다.”

“예. 그러시군요.”

“조회수나 구독자가 늘지를 않습니다.”

“이유를 분석해 봐야겠네요.”

“구독자가 늘었으면 좋겠는데.”

“유튜브를 한 경험이 있으셔서 담당자 된 거 아니세요?”


김지혁은 당연히 이 사람이 경험이 있다고 생각해서 말했다.

담당자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만질 수 있어서 담당이 됐습니다.”

“유튜브 운영 경험은 없으시다는 얘기네요.”

“주로 수정사항이나 편집 사항을 받아서 올립니다.”

“캠프 경험은 있으십니까?”

“선거 캠프는 처음이에요.”


김지혁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유튜브 자체가 기획이나 제작은 그렇다고 쳐도 운영과 편집이 분리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아무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나서서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분위기일까?


두 가지 모두 캠프에는 좋지 않다.

유튜브의 관리자 모드 상황을 보니 심상치 않다.

제목 이외에는 심지어 메인 해시태그 3개가 링크도 안 되어 있다.


내용도 부실할뿐더러 500자 검색어 칸도 비어 있고 ‘재생목록’으로 분할 집중화도 안 되어 있다. 카드나 추천 영상도 설정되어 있지 않다.

그냥 영상을 보려면 봐라. 안 보면 말고 식의 입력 상황이다.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고 누구도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른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관리자 모드에서 어떻게 업로드가 되어 있고 입력이 되어야 할 내용은 입력이 되어 있는지를 담당자와 함께 살펴본 후에 김지혁이 말한다.


“운영상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요?”

“제작과 운영이 분리되어야 합니다.”

“분리되어야 해요?”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아예 업로드한 내용이 보이지 않아 어이가 없는 김지혁은 속으로 생각한다.


‘이런 아마추어들을 데려다 놓고 선거를? 그것도 시장 선거를?’


“키워드 분석이나 트렌드 분석도 안 하시죠?”

“안 하고 있습니다.”

“그럼 정확히 무엇을 하시는 거죠?”

“예. 저는 받은 소스로 편집하고 그대로 업로드만 합니다.”


마지막 대답에 김지혁은 기가 막힌다. 영상만 업로드를 하는 것은 일이라고 할 수 없다. 하루에 영상이 2개 정도 올라오는데 종일 그 일만으로 한 명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 사람이 많아도 아웃풋이 적을 수밖에 없다.


속으로 들어가 보니 실력과 경험이 부족한 인력들로 구성된 오합지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지혁은 더 얘기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생각하고 번지르르한 말을 던진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이해했습니다. 편집 잘하시네요!”


김지혁은 영혼 없는 칭찬을 이번에도 아끼지 않는다. 초반부터 부딪히고 싶지 않다. 며칠 나오다가 마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서 더 그렇다.

담당자가 콘텐츠를 통한 소통의 본질 자체를 모르는 상태다.


디테일이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담지 못하고 있다.

‘만들었으니 보아라.’ 식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


블로그를 하는 이현주 비서와의 얘기에서도 같은 상황이다.

블로그가 노출되기 위한 기본 조건들이 콘텐츠에 포함이 되지 않았다. 제목을 설정하는 방식과 키워드 입력 등에 대해서 전략적 접근이 전혀 없다.

같은 문제다. 이 팀은 운영에 대한 개념이 없다.


아무리 주방장이 뛰어나고 음식이 맛있어도 홀 서빙에서 제때 정확한 음식과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절대 맛집이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운영은 고객과의 접점이자 완성이다. 선거 캠프의 고객은 유권자인데 지금 이 캠프는 유권자에게 ‘알아서 처먹어라.’라는 식의 콘텐츠를 남발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팀장님 다른 SNS 담당자들도 알려주세요.”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제가 하구요. 인스타그램도 제가 하고 있네요”

“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박 팀장이 한다는 얘기에 더 뭘 상의해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한다.

점입가경이다. 게다가 혼자서 여러 개를 한다고? 그것도 이 거대한 캠프에? 그것은 안 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한상훈 실장이 여러 가지가 문제가 있다고 했던 대부분은 이미 드러났다.

일반적인 문제지만 지금 이것을 해결하지 않는다고 하면 본격적인 선거기간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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