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검은고양이의서재

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새글

꿈을먹는냥
작품등록일 :
2020.11.27 23:12
최근연재일 :
2024.05.20 20:00
연재수 :
674 회
조회수 :
54,370
추천수 :
2,082
글자수 :
5,975,050

작성
21.12.20 19:00
조회
39
추천
3
글자
23쪽

제 283화 친구를 죽이고, 앞으로..

DUMMY

“.....결국 내가 져버렸네. 실비.”


시원하게 웃어 제겼던 인공지능 제독인 유다가 웃음을 그치고 처음 말한 한마디는 그거였고 이에 실비는 자신의 옛 상관을 보며 물었다.


“남길 유언은? 옛정을 생각해서 개소리 정도는 들어줄게.”


지금 자신의 손으로 죽이게 되는 존재가 누구보다 친한 친구인데도.

실비는 아무런 동요가 보이지 않는 차가운 눈동자로 그렇게 물었고 이에 유다는 눈을 좁혔다.


“...친구인 너에게 전투로 져버린 이상. 나에게 미련은 없어.

다만.. 난 네가 지구로 가는 것을 진심으로 막고 싶었어. 불쌍한 나의 실비.”


고개만을 돌릴 수 있는 유다는 실비의 뺨을 어루만지고 싶은 듯이 자신의 움직이지 않는 팔을 보고는 안타깝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네가 앞으로 가야할 길은... 가시밭길이야. 차라니 자살하는 것이 나을 정도로...

너에겐 희망이 없어. 그런데도 계속 갈 거야?”


애원에 가까운 말. 하지만 실비는 그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야.


“....말해잖아. 나는 군인이야. 가고 싶지 않아도...

내가 가야만 민간인들을 지킬 수 있어.”


“민간인들이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이란 단어에 애증이 섞인 감정이 카테일마냥 섞여있다.

그것은 순수한 증오만이 아니었기 때문에 유다는 웃는 듯이, 혹은 우는 듯한 애매한 표정으로 실비를 보았다.

그런 유다의 모습에 실비는 입이 안 떨어지는 듯이 잠시 입술을 달싹였지만 곧 각오를 굳힌 듯이 입을 열었다.


“아니. 그들이 인간이라서가 아니야.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내가 지켜야하는 이들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야.

종족은 중요하지 않아. 난... 내 군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뿐.”


“....그래..... 넌 그저 군인일 뿐이구나...

인간인가 인공지능을 떠나서...”


유다의 말에 실비는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내가 왜 군에 입대했는지 알아?”


“...그 이유는 네가 말해준 적이 없으니. 자세히는 몰라.

내가 널 알게 된 것은 네가 군 입대한 후. 60년 정도 흐른 뒤였으니까.”


그 말과 함께 유다는 고개를 가로저었고 실비는 다소 부끄러운 듯이 볼을 붉히며 폭탄선언을 내뱉었다.


“옛날엔... 난 평범하게 꽃집이나 운영하고 싶었던 소녀였어.”


“풋!!!!!”


그 한 마디에. 죽기 직전인 상황이어도 유다는 폭소할 수밖에 없었다.

대전차 지뢰를 수류탄마냥 눈앞에서 던졌던 년의 옛날 꿈이 뭐?!

전혀 매치가 안 되는 말에 유다는 지면을 주먹으로 두드리며, 몸을 구르며 웃고 싶었지만.

너무나 아쉽게도 그녀의 육체는 머리 아래로는 통제를 잃은 상태였다.


“다...닥쳐. 곧 뒤질 년이 웃지 마!”


비록 겨룬 총을 놓지 않는 실비였지만 당황한 목소리로 그렇게 외쳤고 이에 유다는 킥킥거리더니.

최대한 웃음을 참아내며 실비에게 말했다.


“아..아.. 계속해.. 쿠흑. 죽기 전에 들은 이야기치곤 꽤 재미있는 이야기라서 말이야. 꽃...”


“....그냥 죽여 버린다?”


속으로 진지하게 갈등하는 실비였지만, 유다에 대한 마지막 선물이란 생각에 겨우 그 충동을 이겨내고 말을 이어나갔다.


“난 당시에 분쟁 국가였던 곳에 태어났어. 내 부모란 작자들은 듣기로는 폭격에 모두 죽었고,

오직 나만 살아있다고 하더라... 그런 내가 어린 시절로서 기억하는 것은 내가 가게 된 고아원에 대한 기억뿐이야.

‘여우 고아원’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고아원이었지. 초대 원장이 ‘하은’이란 이름을 가진 인간인데.

여우 귀에 여우 꼬리를 달고 다니는 변태 같은 그 남자가 고아원을 세웠다고 해.”


실비는 그 말과 함께 스스로의 품속을 뒤지다가 담배가 없음을 깨닫고는 총구를 겨룬 채로 혀를 찼고 그런 실비를 보며 유다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혹시 어렸을 때. 그곳에서 학대라도 받아서 지금처럼 성격이 꼬여버린 거야?

예를 들어.. 그 고아원에서 코스프레로 여우 귀랑... 꼬리달린 항...항문 마개..(푸흣!) 같은 것들을 억지로 착용시킨다든가...

이런... 불쌍해라..!

그럼 현재의 성격을 인정할게. 실비.”


“아니야! 이 년아!!

거긴 평범한 고아원이었다고!!!”


너무나 안쓰러운 눈빛으로 유다에게 동정받자. 실비는 그렇게 소리쳤다.

이 깡통자식. 죽기 전에 자신의 속이라도 긁어놓고 갈 생각인가? 진지하게 그렇게 생각된 실비였다.


“.....거긴 경제적으로 꽤 살만했어.

그곳 고아원 출신의 아이들 중 하나가 꽤 유명한 재벌이 되더니 그 아이가 2대 원장으로서 꽤 넉넉하게 돈을 그곳으로 보내줬거든. 이 때문에 내가 살던 곳이 시궁창 같은 국가여도 꽤 살만했어...

물론 그 원장이 죽기 전까지의 이야기였지만..”


“....? 2대 원장이 죽은 후엔?”


“그의 유족들은...

고아원을 계속 도와달라는 2대 원장의 유언을 무시하고는 그곳을 버렸거든.

돈이 쓸 때 없이 나간다는 이유였지.

그 결과 분쟁국가 내부에서 보호받던 고아원은 어떻게 됐을 것 같아?

썩어빠진 정부군과 똑같이 썩은 반군의 틈바구니에 있는 고아원 따위가?”


과거 3세계 구미호족의 수장인 하은이 세운 고아원 출신의 아이들은 그의 교육에 따라 올바르고, 부패를 싫어하는 성격으로 성장하여, 각자만의 업적들을 세워갈 정도였고 하은이 2세계를 떠난 후.

그곳 출신의 아이들은 하은의 의지를 이어 최대한 고아원을 돌봐주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뿐. 그들은 부모가 없는 고아 출신이기 때문에 당연히 실비처럼 시술을 받지 않아.

늙었고, 세월이 지날수록 하나둘 사라져갔다. 실비가 그 고아원에 다닐 때는 하은을 직접 만났던 아이들이 늙고. 병들어 얼마 안 남은 시간대였다. 그나마도 재벌로까지 성장했던 아이조차도 사라진 시점이었다.

물론 유언으로서 그곳을 돌봐달라고 남겼기 했지만...

아쉽게도 하은이 돌봤던 아이들의 자식들은 그 말을 따르지 않았다.

그들은 하은을 직접 만나지 못했기에..

하은과 그가 구한 아이들의 추억이 쌓인 고아원을 그저 ‘짐’이라고만 여기기 때문에...

고아원으로부터 손을 떼기 시작한 것이었다.


“고아원은 바로 망했겠네.”


“.....단순히 망했다고 하면 좋았겠지.

하지만.. 어느 날. 정부군이 고아원에 찾아왔을 때. 반란군이 숨어있다는 미명하에 15세 이상의 남자아이들을 모조리 죽이기도 했고 여자아이들은 성노리개로 끌려가는 등 막장이었어.

반란군도 썩어빠진 정부군과 동일한 형태로 고아원에 찾아왔지.

그들에겐... ‘여우 고아원’은 아직 전쟁의 때가 묻지 않는 ‘상등급 장난감’들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니까...

재벌이었던 고아원 아이 유족들이 손을 떼자마자. 그들은 찾아온 것이었어.”


“너희 인간들은 본능적으로 항상 누군가의 위에 서있길 바라니까. 그 밑에 깔린 것이 힘없는 약자이어도..

그들을 보호하기보단 오히려 이익을 창출해낸 도구로 보고자하는 것이 인간이니 그건 예정되었던 일이잖아?”


“맞아... 그래서 나는 총을 들 수밖에 없었지.

하지만 내 힘으로 그들을 막기에는 역부족. 나는 불타는 고아원을 뒤로하고 겨우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어.”


실비는 유다의 신랄한 인간비판에 씁쓸하게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자신의 권총을 내려다보았다.


“나에겐 혈육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는 이제 존재하지 않아.

난 부모란 존재들의 얼굴조차 모르고, 그나마 어린 시절을 함께해온 고아원의 아이들은...

죽거나 정부군이나 반군에게 끌려갔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난 옆 국가의 군인으로서 입대를 했어.”


“그들에 대한 복수를 위해?”


“...아니. 내가 입대한 것은 복수를 위해서가 아니야.

난... 지키고 싶었어.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이 나와 같은 삶을 겪지 않도록..

평화롭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삶이 망가지지 않도록...

또 인간의 추악함이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만들어낼 수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었으니까.”


“.......”


실비가 군에 들어간 것은 반군과 정부군에 대한 복수심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과 같은 이들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도록...

지키기 위함일 뿐. 그렇기 때문에 실비는 자신의 본래 꿈을 접고 군인의 길을 걷게 된 것이었다.

고아원의 아이들을 지키고 싶어도... 그들은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어버렸으니까..

이 사실에 유다는 실비를 보며 눈을 좁혔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의 입장에서 더 많은 이를 구할 수 있는 길을 택한다 인가..?

실비. 그런 점은 인간답지 않아. 인간이라면 증오심에 불타서, 네 현재 지위를 이용해 불태워버릴 텐데?”


“....그곳은 이제 평화로운 상태야.

반군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정부군은 이 더러운 과거를 숨기고자 급급하지만..

적어도 그곳의 갓 태어난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 체. 평화로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어.

그런데.. 내가 그걸 망가트릴 리가 없잖아? 아무리 그 모습이 모순으로 차서 역겨워도 말이야.”


그 말에 유다는 실비를 보며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실비는 스스로 저렇게 말해도 억지로 묻어버린 증오심이 안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저런 감정이 심층심리에 떠다니니 말하는 꼴이 저럴 수밖에.

저런 상태라면 인공지능이 아닌 일반적인 인간과 대화를 하면 알게 모르게 묻어두었던 증오가 튀어나오고 말겠지.

이에 유다는 실비가 결혼하지 못한 이유를 깨닫고는 이죽였다.


“그래서 네가 인공지능과 인간을 차별하지 않는 거야? 인간인 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인간은 역겨우니까?”


“솔직히 말하면 그래. 하지만...”


인간인 실비도 스스로도 질린 듯이 유다의 말에 인정했다. 하지만 실비는 뒷말을 흐렸고 이에 유다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소수라도 그렇지 않는 인간들은 반드시 존재해.

그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지킬 가치는 충분해.”


인공지능의 반란이 일어나고 있는 지구에서 소수의 인공지능이 인간들의 편을 드는 이유라면 그들은 보았기 때문이었다.

실비가 말한 몇 안 되는 일부의 인간들을, 그리고 그들이 자신에게 해왔던 정당한 대우를...

그렇기 때문에 그 소수의 인간들을 다른 인공지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스스로도 자살행위임을 알면서도 지키기 위해 움직이고 있던 것이었다.

그 결과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스스로의 죽음 일지어도...

이 말에 유다는 어째서 그들이 인간을 돕기 위해 움직이는 것인지를 깨닫고는 피식 웃었다.


“....네가 타고 있는 ‘노아의 방주’라는 이름의 유래 같네.”


인간의 토착종교 중. 세상의 인간들이 대부분 썩을 때.

그들 중 올바른 극히 일부의 인간들을 신이내린 벌로부터 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노아의 방주’.

그것은 실비가 타고 다니는 우주전함의 이름이었고 실비의 행위는 이 사상과 너무 비슷했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유다’”


“푸흣! 그렇지.”


인간에게 반역한 제독 유다도 마찬가지인 상황.

실비의 딴죽에 유다는 킥킥거렸다. 아이러니하게 인간의 토착종교에서 따온 이름들이 그 이름에 맞춰 사건이 흘려가고 있었기 때문에 자기들이 생각해도 웃길 수밖에 없었다.

유다는 웃음이 끝난 후. 해탈한 미소를 짓고는 실비를 바라보았다.


“이제 우리가 나눌 수 있는 대화 시간이 없어.

너를 따르는 함선들이 위험할 시간이 다됐으니 말이야.”


“....응.”


“너에게 마지막 부탁을 해도 될까?”


“....어떤 개소리인지는 들어보고.”


실비가 허락하자 유다는 천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만약에... 이번 일이 끝난 후...

내 동족인 인공지능들이 인격체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그리고 그것이 네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면...

그들이 인격체로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도와줘. 실비.”


“이 일이 끝나면... 인간들은 인공지능들을 모두 폐기처분 하려고 할 거야.

그건 무리한 부탁이야. 유다.”


“..그래서 말했잖아. ‘만약에’라고 만약에.

네가 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말이야.”


설사 실비가 오메가를 막고 인공지능들의 반란을 진압한다고 하들.

인공지능의 공포에 질린 인간들은 인공지능이란 존재들을 모조리 폐기처분하겠지.

심지어.. 실비의 함선들도... 인간이란 종족의 본성은 자신에게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들을 결코 살려두지 않는다.

이에 실비는 무리라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유다는 실비를 보며 피식 웃었다.


“왠지.. 너라면 그런 선택의 순간이 올 것 같거든. 이건 나의 ‘감’이야.”


“인공지능에게도 ‘감’이란 것이 있어?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너희가?”


실비의 농담에 유다는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숨죽여 쿡쿡 웃었다.


“....이제까지 와서는 의미 없잖아. 인공지능이든... 인간이든.. 결국 인격체인 걸.”


유다는 그 말과 함께 고개를 가로저었고 실비는 슬슬 때가 되었음을 깨닫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렸다.


“.....그러니 실비. 그때가 되면 부탁해. 너의 친구로서의.. 마지막 부탁이야.”


“.....기억할게. 그러니 먼저 지옥에 편히 가. 나도 그곳으로 곧 갈 것 같으니.”


“응. 기다릴게. 실비...”


유다는 그 말과 함께 마지막 미소를 실비에게 보였고, 그 순간. 바 안으로 한 발의 총성이 들려왔다.

잠시 후. 실비는 손에 무언가를 지닌 채로 절뚝거리며 함교를 향해 걸어갔다.


“....유다.”


실비가 파괴된 유다로부터 가지고 나온 것은 그녀의 군번줄. 그곳에 몇 방울의 눈물이 떨어진다.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할 수밖에 없는 일.

피로 물든 듯한 착각이 드는 자신의 손을 보았다.


“안녕....영원히..”


그 말과 함께 실비는 자신의 목에 유다의 군번줄을 떨리는 손으로 착용하였다. 그리고는 함교의 문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함교의 문은 유다의 군벌줄을 인식하더니 열렸고 그 안으로 실비는 들어갔다.

좁은 함교 안. 이제 이 세상에 없는 유다의 흔적이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들어서자 실비는 갑자기 표정이 창백해지더니 자신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쿨럭!


손아귀를 물들이는 검은색 피. 간이라도 손상된 걸까? 아니. 간뿐만이 아니겠지. 아까 유다를 최대한 걷어찬 다음 폭발물을 터트린 실비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근거리 폭발이었다.

젊었던 시절의 자신이라면 몰라도 다 늙어 죽어가는 현재의 실비에겐 자폭을 각오한 공격.

실비는 목구멍을 넘어오는 피 맛에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내 몸아. 견뎌라.. 조금만 더...”


스스로도 수명이 얼마 안 남았음을 그녀는 뼈저리게 느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곱게 죽어줄 생각은 없었다.

적어도... 죽기 전까지는 이번 일을 끝내야만 했다.


“......”


입과 손에 묻은 피를 닦고는 함교의 함장 자리에 앉는다.

본래 인공지능인 유다가 사용한 자리인 만큼. 인간인 실비가 사용하기 힘든 상태.

대다수의 조작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몇 가지 기능은 실비도 사용가능했다. 이를테면 통신이라든가..


“나야. 실비... 노아, 부처 대답해.”


[무사하셨습니까? 실비님?!]


[다행이에요. 대장님.]


“...응. 처음 계획한대로 회피기동 중지. 직선으로 지구를 향하기 시작해.

추격자들이 뒤에서 하는 공격들은 우주전함의 에너지 보호막으로 견뎌. 그 상태로 조금만 버티면 추격자들을 이쪽에서 처리할게.”


[네!]


[그런데 유다 제독님은...?]


“....내가 처리했어. 이제 제독은... 이 세상에 없어.”


씁쓸하게 실비는 그렇게 말하였고 이에 그녀를 따르는 두 함선은 침묵하였다.

하지만 실비는 그런 인공지능 병사들의 모습에 외쳤다.


“작전 중이야. 뭐해! 당장 움직여.”


스스로의 슬픔을 짓밟고, 앞으로 나아가야하기에, 실비는 애써 내색하지 않고 그렇게 소리칠 수밖에 없었고.

이에 실비 함대의 남은 인공지능들인 노아와 부처는 통신을 끊었다.

그 결과 흩어져서 회피기동을 하던 두 함선은 하나로 모여 지구를 향해 일직선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고 그 뒤를 쫓는 5대의 함선들도 일렬로 모이더니 실비가 이끄는 우주전함들의 에너지보호막을 뒤에서 깎아내기 시작했다.

이대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5분 정도. 이에 실비는 유다의 함선에 있는 ‘행성정화용 궤도폭격’을 충전시켰다.


“...일직선으로 도망가게 되면... 뒤를 쫓는 추격자들도 마찬가지로 일직선으로 쫓게 되지...

이 상태면... 모조리 격추 가능해.”


유다의 함선은 자동운행으로 뒤쫓고 있었고 마침 유다가 꺼내둔 행성정화용 궤도폭격이 있었기 때문에 일은 순조로웠다.

실비는 행성정화용 궤도폭격의 충전이 끝난 후. 수동으로 조작해 다른 인공지능 우주전함들을 조준하였고 발사버튼 위에 손을 올렸다.


“유다를 따르던 너희도... 너희만의 사정이 있겠지만..

미안해. 그리고 이런 나를 절대 용서하지 마.”


그 직후. 실비는 망설임 없이 버튼을 눌렸다. 예상하지도 않는 순간.

유다의 우주전함이 쏜 기습사격에 에너지 보호막조차 키지 않았던 우주전함 4대가 한 순간에 불꽃에 둘러싸이더니 고철이 되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실비는 씁쓸하게 볼 수밖에 없었고 유다의 함선 곁으로 ‘부처의 연꽃’과 ‘노아의 방주’가 다가왔다.


[이제 그 함선은 어떻게 하실 거죠?]


“이 전함에서 챙길 수 있는 무기와 보급만 챙기고 우주에서 격추한다.

유다가 죽고 이 함선이 자동 운행으로 맞춰진 이상. 나는 이 이상 조종 불가능해.

이 함선의 물자교환시스템 킬 테니까. 뒷일은 부탁해. 노아.”


[...다른 인공지능을 지구정부로부터 받으면 바로 유다의 함선이 사용 가능합니다.

그럼 오메가와의 전투 때. 큰 도움이 되실 텐데요?]


“....그건 안 돼.”


실비는 노아의 말에 부정하고는 현재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설명하였고 까닥 잘못하면 이식한 인공지능이 바로 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두 인공지능은 침묵했다.


[....지구에서 그런 일이..]


“맞아. 왜? 너희도 인공지능의 편에 서고 싶어?

만약 그렇다면 난 말리지 않겠어. 하지만 이것만을 기억해.

지구에서 나랑 다시 만나면 난 너희를 적으로서 대할 거야.”


[....저랑 부처 보고, 지금까지 모셔온 당신을 버리라는 말인가요?]


“...나를 따르면 너희는 확실하게 죽어.”


인간이 이기든. 인공지능이 이기든. 실비를 따르면 반드시 두 인공지능은 죽는다.

그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실비가 인간들을 지키는데 성공하면 폐기처분,

실비를 따르다가 인공지능들의 반란이 성공되면 동족배신자로서 처형.

그것뿐이겠지. 이에 실비는 위험성을 경고했고 이에 노아는 실비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인공지능임을 떠나서.. 저희는 군인입니다. 저는 상관이신 실비님을 닮아버려서 말이죠.]


[맞아요. 게다가 실비님이 죽으로 가시는데.. 혼자 보낼 수는 없잖아요. 다 늙으셨으면서.. 같이 가요.]


“....바보 같긴. 그렇다면 알겠어. 같이 지옥으로 가자. 제군들.”


실비는 그렇게 외치고는 함교에서 일어나. 노아의 방주로 가려고 했지만 곧 계기판 위에 놓여있는 상자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건? 선물상자 같은데?”


붉은색 끈으로 정성스럽게 묶인 상자와 그 위에 있는 카드. 아무리 봐도 선물상자 같은 모습이었다. 이에 실비는 혹시나 모를 부비트랩을 조심하며 카드를 읽었다.


[네가 이 카드를 읽고 있다면 나와의 전투에서 네가 이겼다는 소리겠지...

이건 내가 너에게 주는 은퇴선물이야. 부디 받아줘. 실비.]


“....머저리 같은...”


입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는 실비였지만. 그녀의 눈에는 참고 있었던 눈물이 터져 나왔고 떨리는 손으로 상자의 끈을 풀었다.

그 안에 든 것은..


“....담배네.”


담배가 떨어졌기 때문에 골초인 그녀가 그토록 얻고 싶었던 물품이었지만.

실비는 입 속에서 씁쓸함만을 느끼며 유다가 남겨둔 선물을 집어 들었다.


“...네가 피지도 못하는 걸.... 왜 네가 사냐고... 머저리야.....

그래도 잘 필게.. 유다..”


그 말을 끝으로... 실비는 감정적으로 너무 격해진 듯이 피가 섞인 기침을 하였고 씁쓸한 뒷모습으로 그곳에서 빠져나갔다.

슬퍼하기에는 아직 자신의 일이 끝나지 않았다.

절뚝거리는 다리로 겨우 노아의 방주 함교에 도착한 실비는 의자에 몸을 누이며 외쳤다.


“지구를 향해 이동 개시.. 오메가를.... 막는다.”


그와 함께 유다의 담배를 꺼낸 실비는 그것을 입에 물은 후.

불을 붙였지만 폐 속을 가득 채우는 충만감은 느껴지지 않았고 그 모습에 노아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담배를... 구하셨네요?”


“응.. 어쩌다보니.”


“.....더 이상 묻지 않겠습니다.”


당장이라도 부셔질 것 같은 실비의 모습에 노아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고.

잠시 후. 노아는 실비의 신체를 스캔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실비님... 당장 의료기기로 가셔야합니다.

몸 상태가... 치료하지 않으면 평생 장애가 남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알아. 이것만 피우고.”


“......2년조차도 못 살 것 같은 상태입니다!

실비님은 근거리에서 무유도 미사일이라도 터트리셨습니까? 내부 장기출혈도 일어나고 있군요,

이건 최소 전치 4주의 부상입니다.

실비님의 나이를 생각하면 더 조심해야하는 상황이라고요!”


“....내 몸 상태는 내가 잘 알아. 치료를 하지 않으면 난 오래 못살겠지...

하지만.. 지금은 급한 대로 응급치료만 해줘.”


실비는 그 말과 함께 타들어가는 담배꼬투리를 버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의료기기가 있는 곳을 향해 걸었고 이에 노아는 그녀를 따라가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실비님.... 그래도 안정을 취하셔야...”


“...노아. 내가 두려워하는 것이 뭔지 알아?”


“....?”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내 목숨이 끝나는 것이 아니야.

내가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내가 이 일을 끝내기 전에 목숨이 다하는 거야.

그러니... 걱정하지 마. 죽을 땐 죽더라도.. 이 일은 끝내고 죽을 테니...

네가 내 몸을 걱정할 필요는 없어.”


“실비님!!! 제가 걱정하는 것은 실비님의 목숨이란 말입니다!”


안드로이드의 육체임에도... 걱정하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표정으로 노아는 그렇게 외쳤고 이에 실비는 잠시 걸음을 멈추어 그녀를 돌아보더니 입을 열었다.


“난 국민을 지켜야 해. 너는 알잖아... 내 신분이 무엇인지..”


“당신은... 군인이셨죠..”


실비의 말에 노아는 씁쓸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고 실비는 그런 그녀를 보며 아무문제 없다는 듯이 오른손을 공중으로 들어 좌우로 흔들고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걸어갈 뿐이었다...


작가의말

실비는 이제 죽어가고 있습니다. 작가 특유의 가학증이 자극되는 군요. 왜 이렇게나 실비를 괴롭히고 싶은 건지... 불쌍한 실비지만. 하지만 어쩌겠어요. 저는 있었던 일을 그대로 쓸 뿐.... 작가가 치사하고 나쁜 것은 아닙니다. 정말로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4 제 313화 플로라의 그림자1 +2 22.01.14 34 2 24쪽
313 제 312화 네메시스가 걱정하는 것 +1 22.01.14 34 3 23쪽
312 제 311화 구조. +1 22.01.14 30 2 17쪽
311 제 310화 생존자 수색 +1 22.01.14 32 3 23쪽
310 제 309화 프라이팬으로 싸우는법3 +2 22.01.11 33 3 27쪽
309 제 308화 프라이팬으로 싸우는법2 +1 22.01.11 29 3 18쪽
308 제 307화 프라이팬으로 싸우는 법1 +1 22.01.11 30 3 18쪽
307 제 306화 용의 여왕의 골칫거리 +1 22.01.11 30 2 21쪽
306 제 305화 움직이는 살인귀 +1 22.01.11 33 2 14쪽
305 제 304화 친구와의 약속 +2 22.01.03 31 2 28쪽
304 제 303화 사이버틱스 +1 22.01.03 34 3 28쪽
303 제 302화 4세계 주인이 결정되다. +1 22.01.03 38 3 31쪽
302 제 301화 4세계의 주인이 되는 자2 +1 22.01.03 32 3 28쪽
301 제 300화 4세계의 주인이 되는 자1 +1 22.01.03 34 2 33쪽
300 제 299화 4세계 최후의 결전 속으로3 +1 22.01.03 31 3 41쪽
299 제 298화 4세계 최후의 결전 속으로2 +1 22.01.03 30 3 20쪽
298 제 297화 4세계 최후의 결전 속으로1 +1 22.01.03 33 2 23쪽
297 제 296화 노병의 최후. +2 21.12.28 34 3 24쪽
296 제 295화 물고 물어뜯는 전투. +1 21.12.28 27 3 17쪽
295 제 294화 유다의 계획 +1 21.12.28 29 3 30쪽
294 제 293화 파괴된 성지에서의 시가전3 +1 21.12.28 27 3 26쪽
293 제 292화 파괴된 성지에서의 시가전2 +1 21.12.28 30 2 17쪽
292 제 291화 파괴된 성지에서의 시가전1 +2 21.12.23 34 2 20쪽
291 제 290화 예루살렘으로 모이는 존재들. +1 21.12.23 33 2 28쪽
290 제 289화 마지막을 향하여. +1 21.12.23 31 3 23쪽
289 제 288화 죽음의 술래잡기 시작. +1 21.12.23 28 3 21쪽
288 제 287화 인간이란 종은 완전히 썩지 않는다. +1 21.12.23 30 3 22쪽
287 제 286화 인간을 실험하는 호문클로스. +1 21.12.23 30 3 21쪽
286 제 285화 인간이 과학의 신을 만든 이유. +1 21.12.23 32 3 26쪽
285 제 284화 오메가와 주신. 그리고 인간. +2 21.12.22 34 3 2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