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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공장 님의 서재입니다.

격동의 시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창작공장
작품등록일 :
2021.11.22 10:37
최근연재일 :
2022.03.2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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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3.2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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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격동의 시대 시즌1 - 184화

DUMMY

커다란 회의실에 침묵이 맴돌았다. 강태수가 던진 초강수에 대꾸할 수 있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더는 박정필의 이야기에 동조할 수도, 강태수의 이야기에 반박할 수도 없었다.

권력의 축이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다. 강태수를 허수아비처럼 세우려던 이들의 계획은 무위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강태수는 언제나 마지막 반격에 강했기 때문이었다.

강태수는 중정부장을 뽑았던 날, 자신을 본인의 의지대로 투표한 이들과 항상 논의했다.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때라면 언제나 학자들을 만나 의견을 물었다. 강태수는 자신이 이야기했던 대로 세상을 살고 싶었다.

공정에 가까운 세상, 공평에 가까운 세상. 사람들이 평등하게 살 수 있다는 그런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적어도 내일을 바라면서 살 수 있는 정도의 세상을 만들고자 했다.

박정필이 이야기한 대로 한전의 주식을 매수해 일시에 다시 풀어버린다면 중정은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테지만, 그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국민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그 돈으로 살아가려 한다면 그건 안 될 일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가는 주식 시장이 붕괴하고 말 텐데, 어느 누가 주식에 투자하겠습니까. 이 일은 연쇄적으로 회사들의 성장을 막을 겁니다. 아무도 주식에 투자하려 하지 않을 게 분명하니 말입니다.”


강태수는 그렇지 않느냐는 눈으로 박정필을 바라보았다. 강태수도 저들의 속내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아마 다 저들의 공작금과 정치자금으로 쓰일 테지. 박정휘에게 상납하는 것과 더불어서.’


강태수가 중정부장이 되었지만, 사실상 실세는 박정필이라는 소문이 알음알음 퍼져 있었다. 강태수는 일부러 그 소문을 정정하지 않았다. 그 소문을 상쇄하기 위해 움직인다면 오히려 저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꼴이었다.

정부 차원에서 증권을 조작하자는 시도는 그렇게 일단락되었다. 강태수는 모두가 떠난 회의실에서 혼자 남은 때가 돼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내가 할 일은 이런 것들이겠지.’


저들을 막고, 저들이 국민들에게 반하는 일을 하려 하면 다시 막고. 하지만 언제까지나 방패로 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방패만큼 목숨을 지키는 수단은 때로 칼이었다. 강태수는 강태수 자신을 어떻게든 묶어 두려는 자들이 다가오는 모습을 관찰했다.

기습은 항상 효과가 좋았고, 강태수는 패배를 모르는 사내였다. 언제까지고, 언제까지나.


*


그렇게 지난가을 증권 조작 시도가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강태수의 말에 강인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들에게 국민들은 그저 수단일 뿐이구나.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게 가능한 사고인지도 분간이 안 가는구나. 차라리 모든 게 거짓이었으면 할 정도야. 아니라면 그저 저들이 자신들이 무엇까지 할 수 있는지 보여 주고 싶어 하는, 그런 허황된 과시이기를 바라고 싶은 정도다.”


강태수는 고개를 끄덕여야만 하는 상황이 답답하면서도, 사실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강태수가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 자리에 앉는다고 세상을 전부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애초에 하지 않았는데, 넘어야 하는 벽들이 예상보다 많습니다.”


그래도 포기할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오기와 독기는 사람을 끌어올린다. 더구나 강태수는 이렇게 질 수 없었다.


“시험과 증명은 늘 있던 일입니다.”


한순간도 이 두 가지 없이 쉽게 얻었던 적 없었다. 모두가 반대한다면, 증명하면 되는 일이었다. 왜 내가 그 자리에 필요한지, 왜 강태수가 그 일을 해야만 하는 건지. 보여 주면 되는 일이었다.


“형님.”

“그래.”

“울산에 종합제철소를 짓는 걸 반대한다고 의장에게 이야기한다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고민이 됩니다.”


강인수는 강태수의 이야기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상황이 좋게 흘러갈 것 같지는 않았다. 미국이 반대했기 때문에 더 강하게 밀어붙인 성정이라면, 강태수의 반대는 소용이 없을 듯했기 때문이었다.

강태수가 울산에 종합제철소를 짓는 것을 반대했다는 말이 소문이라도 타게 된다면 저들에게 구실을 주는 것과 다름없었다. 박정휘에게 반대한다는, 정부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는 구실.

강태수는 벗어나려고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더욱 깊이 빠지는 수렁 한가운데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벗어나려면 힘으로는 되지 않는, 전부 가라앉기 전에 수단과 방법을 모두 시간 내에 생각해 내야 하는, 그런 늪 한가운데에서 동태를 살펴야 하는 기분이 들었다.

강태수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는 동안, 강인수는 아무런 대꾸 없이 동생을 바라봤다. 강인수는 한참 후에 입을 열었다.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대부분 그게 옳은 결정이지 않았느냐.”


강인수는 동생이 얼마나 갖은 애를 쓰고 있는지 알았다. 애쓰다 못해서, 전부 발버둥에 가깝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사람들은 항상 강태수에게 초연하다고 이야기했지만, 그것은 강태수가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강태수의 가면은 언제나 공고했고, 그 가면은 가끔씩 강인수의 앞에서도 두껍게 붙어 깨지지 않았다.

강인수는 동생이 중앙정보부장의 자리에 앉은 일을 축하했으면서도, 매일 생사의 기로에 선 것처럼 움직여야 하는 동생이 안타까웠다.


“태수야. 네 결정을 믿고, 그대로 해라. 그게 옳은 일이라면 그렇게 해야지. 그러기 위해 그 자리에 앉은 것 아니냐.”


강태수를 허수아비로 보는 이들도, 칭하는 이들도 전부 강태수가 그렇게 있기를 바라는 자들뿐이었다. 강태수는 자신을 지지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평범한 국민들이 자신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 알았다.

부정 축재로 쌓은 재산을 국고로 환수하고, 벌금을 물었을 때,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 돈이 국민들의, 자신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윤택하게 바꾸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강태수는 그럴 수 있도록 노력했다. 돈을 퍼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인생을 가꿀 수 있을지 고민하며 국가사업을 유치하고자 애썼다. 그렇기에 벌금의 금액과 ‘영광’에서 징수한 모든 금액을 다시 계산해서 정확한 액수를 공개해 버렸다.


‘이건 강태수 부장의 월권과 다름없소!’

‘왜 우리와 상의하지 않고 다시 그것들을 공개해 버린 것인지 설명해야 할 것이요!’

‘투명하지 못해 잡혀왔던 이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더 투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일임 받은 일을 했을 뿐입니다.’


중간에 착복하지 못해 반발하는 이들에게 강태수는 이 일의 전권을 박정휘 의장에게서 받았다는 말로 응수했다.

더럽게 살지 않으면 적이 되었다. 수없이 깨달았으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싶었다. 차라리 모르면 괜찮을 일이었다. 강태수는 적의가 담긴 눈빛 속에 제일 크게 자리하고 있던 아쉬움을 읽었다.

강태수는 한숨을 쉬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시간이 벌써 한참 지나 있었다. 강인수와 강태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가족들과 함께 식탁에 앉았다.


“오늘 밥이 진짜 잘됐어요. 다들 맛있게 드세요. 연우도 많이 먹어.”

“네!”


성예진의 말과 강연우의 모두 웃으며 숟가락을 들었다. 이 일상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향긋한 밥 냄새와 입맛을 돋우는 된장찌개 냄새, 그리고 웃음소리. 강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


“요즘 들어 박정필 대령이 박정휘 의장과 몰래 만남을 가지는 횟수가 늘고 있습니다.”


강태수는 목소리를 낮춰 보고하는 정보원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손짓했다. 아는 게 많아질수록 생각도 많아졌다. 책잡을 일만 기다리고 있는 자들에게 무엇을 던져 주어야 할까 고민하게 됐다.

팔을 내주고 목을 뜯는다면 할 만한 일일 터였으나 팔을 내준 순간 빠져나갈 방도를 잃는다면 그저 자살 행위일 뿐이었다. 강태수는 이마를 문지르며 고뇌했다.

박정휘의 수는 이따금 읽을 수 있었으나 박정필이 그 변수였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을 꾸미려고 들지···. 골치가 아프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하는 일들이 있었다. 강태수는 고민 끝에 제일 먼저 국민들의 배를 부르게 해 줄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고아원이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어른들의 굶주림까지 모두 해결해 줄 수 있는 일···.’


강태수의 생각이 장현영에게 미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강태수는 당장 장현영을 찾아갔다.


“뭐? 나한테 뭐를 맡겨? 그런 건 생각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아.”


장현영은 눈앞을 가리는 입김을 손으로 거칠게 휘저어 치웠다. 강태수는 익숙하게 라면을 그릇에 옮기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주머니, 아주머니 말고는 부탁드릴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왜 나밖에 없냐 그 말이지.”

“아주머니를 따르는 자들이 많지 않습니까.”


장현영이 그릇을 더 챙기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건 따른다고 하는 게 아니야. 그냥 내 옆에 있으면 배를 덜 곯으니까 그런 거지. 이런 건 따른다는 말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아주머니.”

“헛소리할 거면 가. 그 높으신 중정부장도 애들 배고픔 앞에서는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야. 나 바쁜 거 안 보여?”


강태수는 장현영의 말에도 꿋꿋이 함께 라면을 나눠 주었다. 아이들에게 라면을 다 나눠 주고 나서야 장현영이 한결 누그러진 어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찾아와서 한다는 말이, 귀찮은 일 좀 맡아 달라는 거면 그걸 누가 좋아하나? 공자도 싫다고 하고, 예수도 싫다고 하지. 더구나 나는 그분들 같은 성인군자도 아니라네.”

“성인군자여야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제가 아는 이들 중에세 제일 그 단어에 어울리는 인생을 살고 계신 분입니다.”

“왜 하필이면 나인지 설명해 보게. 내가 납득할 수 있다면 생각이라도 조금은 해 볼 테니.”


강태수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장현영이 이 얘기를 꺼낸다는 건 거의 마음을 돌렸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였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에 비해서도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이게 균등하게 퍼져 있는 상황도 아니지요. 시골에서 계몽 운동을 하겠답시고 시도를 해 봤자, 먹고사는 게 바쁜 사람들 귀에는 들리지 않는 말입니다.”


그렇기에 강태수는 생각했다.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사람이 발전해야 합니다. 사람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만 한 과정이 구축돼 있어야 합니다. 구조 말입니다.”


팔짱을 낀 채 강태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장현영이 어느새 팔짱을 풀고 강태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장현영에게 있어 강태수의 이야기는 아이들과 사람들을 사랑한다면 생각해 본 적 있을 수밖에 없는, 그런 이야기였다.


“그래서 저는 나이의 제한 없이 편하게 배울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습니다. 학교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거창하나, 분명히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배우고, 배도 채울 수 있는 장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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