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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공장 님의 서재입니다.

격동의 시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창작공장
작품등록일 :
2021.11.22 10:37
최근연재일 :
2022.03.23 10:50
연재수 :
1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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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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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18
글자수 :
988,619

작성
22.03.2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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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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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
7쪽

격동의 시대 시즌1 - 190화 (완결)

DUMMY

강태수는 침대에 누워 지난날들을 돌아보았다. 오늘로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지 일 년이 되었다. 강태수는 옆에서 곤히 잠든 성예진을 바라보며 기억을 순서대로 떠올렸다.


철수와 희수가 태어났던 순간.

부모님이 상해로 떠나던 때의 걸음걸이.

어린 동생들의 손을 잡고 경성으로 향하던 길.

동생들을 위해 먼저 등을 돌리던 형의 길게 늘어지던 그림자.

야마다를 발견했던 그때의 분노.

쌀장사를 시작하며 얻었던 보람.

전쟁의 폭음.

미국에서의 배움.

영영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동생과의 화해.

오래도록 버리지 못해, 바스라져 꽃대만 남긴 그 4월.

쿠데타인지, 혁명인지 아직도 알 수 없는 그 6월.

성예진을 찾아갔던 그날의 바다, 그리고 결혼.

중앙정보부장이 되었던 때 받았던 눈빛들.

대통령이 되었을 때 받았던 박수들.

자리에 물러나서 지낸 지난 일 년.


하나하나 차례대로 짚어 볼수록 웃음이 나왔다. 참 바쁘게 살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정신없이 바쁜 날들이 날들이 이어졌다.

박정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강태수와 박정필을 찾아왔지만, 박정휘 자신이 만든 늪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자만의 늪은 눈앞을 제일 먼저 가렸다.

곧 대선의 결과를 축하하고자 미국에서 직접 사람을 보냈다. 강태수가 아는 이들이었다.


‘태수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늘 궁금했지만, 이렇게 국가 원수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

‘나도 벤자민의 말에 동의하지. 태수, 오랜만이야.’

‘다들 잘 지낸 것 같아서 좋군. 자네들도 지금 미국 대통령의 대리인이라는 뜻 아닌가. 감회가 새롭네. 그래도 지금 이 방에서는 우리는 여전히 친구지 않나.’


벤자민과 알렉스의 축하를 받으면서 강태수는 실감했다. 앞으로 닥쳐 올 책임들을.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강태수가 짊어지기로 다짐했던 것들이었다.

강태수는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고자 했다. 일본과 수교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이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까지고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졸속이어서는 안 되었으며, 구차해서도 안 되었다.

그렇기에 강태수는 자신이 누구의 자식인지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강태수가 강지혁과 주해완의 아들이라는 것을 몰랐던 자들도, 강지혁과 주해완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다. 일본인들은 더욱 강지혁과 주해완이 불태웠던 그 순간을 더 또렷이 기억했다.


“나는 독립군의 아들입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일본이 우리나라에 한 일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서 부모를 뺏고, 부모들에게서 나라를 뺏고, 나의 부모가 피 흘려 지킨 나라를, 나는 돈 몇 푼에 넘길 수 없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일본의 진실 된 사과입니다.”

“한국의 대통령은 불쾌한 소리를 하는 것 같습니다.”


강태수는 동의하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진실은 때때로 불쾌한 일입니다. 그것이 더욱 사실일 때 말입니다. 일본에서는 일본이 한국을 강점하던 시절, 강제 징용했던 사람들의 피해액과 미지급된 입금, 사망 보험금 19억 달러 또한 배상해야 합니다. 재산 피해액 그렇기 때문에 이 한일회담이 열린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자료가 없습니다. 그 금액이 나온 이유도, 근거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일본에서 작성한 징용자와 징병자들의 명부를 우리 한국 측에서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무엇을 듣고 그렇게 확신하십니까? 아직 보여 드리지도 않았습니다.”


강태수가 손짓하자 수행원이 명부가 가득한 상자를 가지고 들어왔다.


“놀란 얼굴을 보니 이 명부가 무엇인지 아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도 진실한 사람들이 있더군요. 이 명부들에는 아직까지 슬픔과 분노를 간직하고 사는, 혹은 숨을 거둔 24만 명의 징용자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이것이 일본에서 그토록 원하던 증거 아닙니까.”


강태수는 그렇게 한일협정을 우위에 두고 성공시켰다. 강태수는 일본으로부터 받은 배상액에서 정확한 부분들을 전쟁 피해자들에게 돌려주었다.

무엇보다 먼저 해결해야 하는 일이었다. 강태수는 그렇게 하나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자는 시간마저 아까워 일을 하고, 나라를 위해 애썼다. 복지를 위해 애쓰고, 배움을 위해 애썼다. 경제 발전 또한 놓치지 않았다. 강인수는 언젠가 강태수에게 꿈이라고 이야기했던 경부고속도로를 정정당당히 발주했다.

강태수를 뽑은 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강태수의 시간이 가는 것이 싫다고. 이제야 살 만한 세상이 되고 있다고.

강태수는 반강제적으로 했던 연임 후에야 시원하게 웃으며 무거운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래도 정말 잘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강태수의 앞으로 편지들이 날아왔다. 강태수는 쉬는 날마다 가족들과 그 편지를 나눠 읽었다. 그 편지들을 읽으며 강태수 자신보다도 더 기뻐하던 아들과 딸, 재호와 차연을 떠올리니 어쩔 수 없이 웃음이 났다.

강태수의 낮은 웃음소리에 잠에서 깬 성예진이 눈을 비비며 강태수를 바라보았다.


“여보, 또 이 시간에 일어난 거예요?”


매일같이 새벽 네 시에 일어나 일정을 소화하던 버릇은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강태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여전히 사랑하는 아내를 끌어안았다. 한 사람을 구하면 한 세상이 바뀐다고 했다. 그렇다면 강태수 자신은 얼마나 많은 세상은 바꾼 걸까.

강태수는 눈앞의 여인을 보며 입을 열었다.


“십 년 가까이 매일 긴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 속에서 살았는데, 정작 그 꿈이 끝나고 나서야 현실이라고 깨닫고 있습니다.”


강태수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나서 국민들이 다시 직접 손으로 뽑은 대통령은 김대중이었다. 강태수의 연임 대선 때 접전을 치를 정도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성예진이 손을 들어 강태수의 등을 토닥였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 정말 많았어요.”

“내가 조금 더 많은 세상을 만들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내일을 덜 두려워하며 눈을 감아도 되는, 그런 나라를.”


강태수의 이야기에 성예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좋은 나라를 만든 거예요. 길거리에 나갔을 때, 웃는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이잖아요. 여전히 힘든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 사람들이 절벽까지 내몰리지 않도록 법으로 막아 준 것도 당신이고.”

“그동안 내가 아주 바쁘게 산 건 맞나 봅니다.”

“그러니 이제는 당신도 조금 쉬어도 돼요.”


강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군인 강태수도, 중앙정보부장 강태수도, 대통령 강태수도 아닌, 강태수라는 사람으로.


작가의말

그동안 함께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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