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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금흔의 서재입니다.

무연무성(無硏武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류금흔
작품등록일 :
2013.04.16 22:07
최근연재일 :
2013.12.27 17:37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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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083
추천수 :
2,361
글자수 :
281,912

작성
13.05.12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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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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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글자
10쪽

형문산의 은거고수-3

세상에 모든 행운을 다 가진 소년 홍무연. 세상에 모든 불행을 짊어진 소년 임무성. 세상에 모든 슬픔을 가지는 소녀 화소은. 세 남녀가 그려가는 무림이야기.




DUMMY

나무해 다가 불을 지피고 밥 짓고 빨래하는 것 따위는 무성에게 그리 힘든 일은 아니었다. 종남산에 있을 때와 크게 달라질 것은 없으니 말이다.

아니, 종남산에서 보다 훨씬 편하다는 말이 옳을 지도 모르겠다. 달랑 두 사람분만 챙기면 끝이니까…….

그런데 그날로 무성을 노예로 만든 노인은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무성이 노예가 되고 이틀이 지나자 잠시라도 방심한 틈만 있으면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날려 암습을 가해 오기 시작했다. 몽둥이, 자갈, 심지어 곰방대까지 틈만 보이면 암습을 해대니 잠을 자는 순간에도 방심할 틈을 주지 않았던 것이었다.

무성이 어느 정도 피하는 기미가 보이자 이제는 아예 대놓고 암기까지 사용해 대니 하루하루가 생명의 위기를 느끼는 나날이었다.

게다가 복성단명의 위지광이라 이름을 밝힌 노인은 이름에 붙은 광자가 넓을 광(廣)자 아닌 미칠 광(狂)자인지 무성에게 가끔 희한한 일을 시키곤 했다.

무성이 위지광의 노예가 되고 스무날쯤 지났을 때, 위지광은 갓 잡은 생선을 담은 항아리를 무성에게 들게 하고 시전으로 간 적이 있었다.

"꼬마야, 너는 이곳에서 생선을 팔거라. 내 잠시 어디 좀 다녀오마."

노예 신분으로 주인이 가는 곳을 물을 수 는 없는 법, 무성은 그저…….

"예, 주인님."

이라는 말 밖에 할 말이 없었다.

산중에서 도사생활만 하다 온 무성이 장사를 해 본적이 있겠는가?

그 동안 위지광이 무성을 데리고 시전에 몇 번 나온 적이 있었기에 무성은 위지광에게 장사하는 법을 맞아가면서 배웠다.

처음에는 목소리가 작다느니 흥정을 그 따위로 한다느니 하며 북어 패듯 패버리더니 무성이 어느 정도 적응하는 듯하자 차츰 때리는 횟수도 줄어들고 이제는 아예 통째로 맡기고 가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어휴, 또 어디 가서 약주나 하시고 계시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장사를 시작한 무성은 딱 두시진 만에 항아리에 있는 농어 삼십 마리를 싹 팔아 치웠다. 이게 다 맞으며 배운 덕이었다.

물건들을 정리하고 한참을 기다리자 한손에는 술병을 쥐고 비틀비틀 위지광이 걸어 오는 것이 보였다.

"주인님, 많이 취하셨습니다. 어서 귀가하시는 게……."

"오오, 헤헤. 무성이냐? 그래 오늘 장사는 어찌 되었누?"

"예, 다 팔렸습니다. 구리문 백 냥입니다."

"으음, 이제 장삿속이 많이 늘었나보구먼. 그보다 너 나와 어디 좀 같이 가자."

"예? 어디를 가시자는 것입니까? 그보다 많이 취하셨는데……."

"떽! 시끄럽다. 주인이 가자면 노예는 그저 얌전히 따르면 그만이니라."

"예, 주인님."

술만 취하면 막무가내가 되는 이 노인 덕에 무성은 하루하루가 죽을 맛이었지만 어쩌겠는가?

위지광이 억지로 무성을 데리고 간 곳은 견사였다.

멍멍멍, 왈왈왈. 크르르릉

낯선 사람이 다가오자 수백 마리의 개들이 한꺼번에 짖어대기 시작하는데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이보게, 과삼이……. 과삼이 있는가?"

위지광이 낮게 깔린 음성으로 누군가를 부르자 수백 마리의 개들 사이로 염소수염을 기른 오십대 장년인 이 걸어 나온다.

"아, 어르신 오셨습니까? 오늘은 어쩐 일로 오신 것입니까?"

"아, 으음. 별 거 아니고 왜 일전에 자네와 술잔을 기울이며 하던 얘기 있지 않은가?"

"예? 무슨 말씀이신지……."

과삼이 어리둥절해 묻자, 위지광은 그에게 바싹 다가가 귓속말로 뭐라고 한다. 얘기를 다 들은 과삼은 놀란 눈으로 위지광을 쳐다보며 말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뭐, 내가 할 건 아니고 이 녀석을 시켜서 한 번 해 보려 하네."

위지광은 슬쩍 무성의 등을 민다. 그 덕에 한발 앞으로 나온 무성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꾸벅 과삼에게 인사를 한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무성이 그리 나오자 과삼은 멋쩍게 웃으며 두 사람을 안내했다.

"그럼, 어르신 이쪽으로 오시죠."

과삼이 다가오자 개들은 꼬리를 치며 반가워하기 그지없었다. 과삼은 그런 개들을 하나씩 어루만지며 두 사람을 데리고 간 곳은 견사의 뒤쪽이었다.

"이곳입니다. 쓰겠다는 사람이 없어 몇 달간 묵혀두다 보니 이렇게 많아졌군요."

위지광은 벌써부터 코를 싸쥐고 있었다. 과삼이 두 사람을 데려간 곳, 그곳은 바로 견사의 뒤편에 있는 개똥밭이었다.

무성도 지독한 냄새에 코를 싸쥐며 물었다.

"주인님, 대체 이곳에서 무얼 하시려고 그러는 것입니까?"

"너, 여길 좀 굴러 봐라."

"예?"

"인석아, 귀가 먹었느냐? 여기부터 저기까지 굴러 보라고."

위지광이 위치까지 지정해 주며 윽박지르자 무성은 어찌 할 바를 몰라 했다. 대체 왜 자신이 이곳까지 끌려와서 그런 짓을 해야 되는지……. 무성은 애틋한 시선으로 위지광을 바라보았다.

".... 으흠."

위지광은 무성에게 눈을 부라리며 강하게 턱짓을 한다. 절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무성은 하는 수 없이 위지광이 시키는 대로 굴렀다.

"으음, 구르네요."

"구르는군."

"보기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만……."

"나도 그리 생각하네. 아무래도 그 말은 사실이 아닌가보이."

개똥밭을 구르고 있는 무성을 바라보는 위지광과 과삼의 대화였다.

온 몸에 덕지덕지 분비물이 묻고 점액질이 튀어 입속으로 스며들어 온다. 점점 역겨워지려 할 때, 위지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만 됐다. 이리와 보거라."

무성은 얼른 일어나 위지광의 앞에 섰다. 위지광은 얼굴가득 미안한 표정을 담은 채 말한다.

"어떠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났지?"

"......."

무성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일이 있고서 무성은 한동안 위지광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했다. 더럽다는 이유로 무려 육일간이나 물속에 담가 두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노예생활을 삼 개월째 맞이하던 어느 날 여전히 죽음의 위협을 느낄 만한 암습과 고된 노역에 시달리던 무성은 위지광의 부름에 살짝 겁을 집어 먹고 조심스레 다가갔다.

"어쩐 일로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무성아, 너는 일석이조란 말을 아느냐?"

"예, 돌 하나로 두마의 새를 잡는 다는 뜻이지 않습니까?"

"그럼 일석삼조라는 말은 아느냐?"

"예?"

뜬금없는 소리에 무성은 심한 불안감을 느꼈다. 위지광의 입 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간다.

"한 번 해 봐라."

"예? 무엇을……."

"일석삼조 말이다. 대체 돌 하나로 어찌하면 세 마리의 새를 잡을 수 있는 지 해보란 말이다."

"지금요?"

"응, 지금!"

일석이조란 그저 고사일 뿐이라 생각한 무성이 막 반박하려 할 때, 위지광과 딱 눈이 마주쳤다. 마치 철없는 어린 아이의 눈빛...? 이라 해야 하나? 그런 순진무구한 눈으로 무성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하아아, 알겠습니다. 어찌 하면 됩니까?"

"마침 가을로 접어들었으니 꿩들이 마실을 나올게다. 돌멩이 하나로 세 마리를 동시에 잡아 보거라."

말이 쉽지, 어지간한 사냥꾼들도 꿩 잡기는 힘들어 하는데 사냥의 사자도 모르는 무성이었다. 게다가 활을 쏘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새총도 없이 꿩을 세 마리나 동시에 잡으라는 것은 꼬투리를 잡아 괴롭히겠다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무성이 명을 받고 가려하자 위지광이 한 마디 툭 던진다.

"혹시라도 꼼수를 부리다가 걸리면 각오 하거라."

"예, 주인님."

그 날로 돌 하나로 세 마리의 꿩을 잡는 일이 시작되었다.

*********

무성이 한창 산속을 휘저으며 열심히 돌멩이를 날리고 있을 때, 위지광의 거처로 웬 노인이 찾아왔다.

"이보게, 광검이 있는가?"

목소리를 들은 위지광이 벌컥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으흠, 일성인가? 여긴 웬 일인가?"

"웬일은...? 그 아이 생각이 나서 왔지. 요즘엔 뭣하고 지내나?"

위지광을 찾아온 일성이라는 노인, 바로 감덕윤이었다. 위지광과는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 듯 친근감을 표하며 한 손에는 술동이를 한 손에는 오리고기를 들고 위지광에게 다가갔다.

"오오, 풍화루의 죽엽청인가? 어서 내놔보게."

술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위지광이라 감덕윤이 가져 온 술을 대번에 알아맞히며 보챘다. 감덕윤은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 보이고는 술동이와 오리고기를 위지광에게 넘겼고 위지광은 그것을 게걸스레 먹어댄다.

그런 위지광을 바라보며 술잔을 홀짝이던 감덕윤이 지나가는 투로 위지광에게 묻는다.

"그런데, 무성이는 어딜 보낸 것인가? 설마 저번처럼 개똥밭에 굴리는 것은 아니겠지?"

"어허, 이 친구. 내가 그리 매정한 인간으로 보이는가? 그건 그저 실증을 위한 실험일 뿐이었네. 딴 뜻은 없었어."

"그런가? 어떤가 요즘 무성이는?"

"요즘 그 녀석 괴롭히는 재미가 줄었다네. 처음에는 던지는 족족 피하지도 못하더니 요즘엔 백 개쯤 던져야 하나 맞을까 하거든."

위지광의 말에 감덕윤은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 아이 오성이 뛰어나다고 내 처음에 말했지 않은가? 그나저나 자네의 그것은 언제쯤 가르치려고 그러나?"

감덕윤의 질문에 위지광은 으르렁 대는 목소리로 말했다.

"노예 따위에게 무공을 가르치란 말인가?"

위지광의 그런 반응에 감덕윤도 지지 않고 눈빛을 빛내며 말한다.

"자네, 나와의 내기에서 지지 않았던가? 그 빚 지금 받아도 상관없다네. 아마 자네의 목숨이었지?"

"크흐음, 알겠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일석삼조를 수련하러 간 참이야. 무성이 말일세."

"흘흘흘, 벌써 시작했구먼. 잘 부탁하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여러 개이니……."

"패왕삼검식이 그냥 익혀지는 것인가? 걱정말고 산 정상에서 기다리게나."

위지광, 강호에서의 별호는 탈세광검이라 불리던 위지검가의 최고수였던 인물이었다. 무성에게 했듯이 그의 특이한 발상 덕에 가문에서도 배제되었고 이십 년 전에는 무림맹에서 공적으로 공표까지 한 대단한 사람이었다.

감덕윤은 아직도 오리다리 한쪽을 들고 쪽쪽 빨고 있는 위지광을 뒤로 한 채 그의 거처를 벗어났다.




감상평, 댓글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질타도 감사히 받아 들이겠습니다.


작가의말

원래는 없는 내용이라 만들어 내는 중입니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봐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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