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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금흔의 서재입니다.

무연무성(無硏武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류금흔
작품등록일 :
2013.04.16 22:07
최근연재일 :
2013.12.27 17:37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265,105
추천수 :
2,361
글자수 :
281,912

작성
13.06.1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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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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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글자
17쪽

강호의 이단아들 -5

세상에 모든 행운을 다 가진 소년 홍무연. 세상에 모든 불행을 짊어진 소년 임무성. 세상에 모든 슬픔을 가지는 소녀 화소은. 세 남녀가 그려가는 무림이야기.




DUMMY

"서리 내려 형문 기슭 나뭇잎이 떨어지건만, 가을바람 돛을 달고 순탄히 나아가네.

농어회 그리워서 가는 길이 아니고저, 명산을 사랑하여 섬계 찾아 들어가누나."

위지광은 왠지 쓸쓸한 마음에 지금 그가 흥얼거리고 있는 노랫소리를 따라 섬계에서 술 한 잔을 걸치고 갈지자로 비척대는 걸음으로 형문산을 오르는 중이었다. 흥이 났던지 이번에는 또 다른 노래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대작하는데 산화는 피고 한잔, 한잔, 또 한잔이라.

내가 취하여 잠을 자려하니 그대는 잠깐 돌아가,

내일 아침 또 뜻이 있거든 거문고를 안고 다시 오게나."

이백의 산중대작이라는 시였다. 과거에 꽤나 공부를 했던지 이것저것 아는 것도 많은 위지광이었다.

위지광이 그렇게 휘적휘적, 휘청휘청 산길을 올라가고 있을 때, 그의 뒤에서 부산스러운 느낌이 들어 홱 돌아 보았다.

"응? 저건 뭐지?"

위지광은 흐릿한 시선을 들어 뒤쪽을 살핀다. 이미 해가 산등성이를 넘어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산길을 따라 들어오는 인마가 눈에 들어왔다.

"으음... 어딘가 낯설지가 않은데....?"

위지광은 조금 가까이 다가 올 때까지 기다려 주의 깊게 살폈다. 그리고 술이 확 깨는 기분이 들며 그의 미간에 대뜸 내천자가 그려지고 말았다.

"저... 저런 머저리 같은 녀석. 석가촌을 나간 지 나흘도 안 되서 저 꼬라지 라니...."

위지광은 두 손을 뒤로 묶인 채 해쓱한 표정으로 산길을 올라오고 있는 무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잠시 눈을 감고 주변을 살폈다.

"나무위에 하나, 둘, 셋, 도합 열다섯. 기척을 죽이고 무엇을 하는 게지? 오호라, 뭔가 벌어지려는가 보구만. 잠시 지켜보도록 할까?"

불구경 다음으로 재미난 것이 싸움구경이었다. 위지광은 근래에 무성이 석가촌을 나가고서 꽤나 우울해 하는 중에 당사자-무성-가 사건에 휘말리게 된 광경을 보니 은근히 흥분됨을 느끼며 자신의 기척을 죽였다.

기룡단도 사청완도 모르게 기척을 죽이고 있던 위지광은 무성의 뒤를 따라 수레가 지나갈 때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아니, 저것은 왜 또 저기 있는 것인가? 일성이가 아무리 막 부린다 해도 제 신분에 저러면 안 될 것인데...'

무성과 같이 두 손을 뒤로 묶인 채 수레에 실려 가고 있는 의영을 본 것이었다. 당장에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혹시라도 의영에게 위해를 가하지나 않을까 걱정되어 슬며시 성질을 눌러 담았다.

수레가 어느 동굴 앞에 멈추고 얼굴에 온통 피 칠갑을 하고 멍투성이인 무성과 의영이 윽박지름을 당하는 것까지 자세히 관찰한 위지광은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며 무성과 의영을 윽박지른 사내를 뇌리에 새겼다. 이미 날은 어두워져 횃불을 손에 든 사내들이 앞장서고 무성과 의영이 그리고 같이 온 모든 자들이 동굴 속으로 모습을 감추자 여태 뒤를 따르며 이를 감시하고 있던 열다섯의 사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동굴을 중심으로 산 위쪽의 숲이 우거진 곳에서 또 다시 열다섯의 사내들이 튀어 나오는 것이었다.

'호오, 이건 또 무슨 일을 벌이려는 것이지? 꽤나 고수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라...'

위지광은 서른 명의 사내들이 입고 있는 복색을 자세히 살폈다.

'흰 배색에 승천하는 용이라.... 아하, 저것들이 근자에 위세를 떨치고 있다는 기룡단녀석들인가? 뭐, 이것들이 이렇게 뒤를 받치고 있다면 무성이나 의영이는 무사하겠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동굴 위쪽에서 황색문사의를 입은 사내가 위지광도 보지 못할 정도의 빠른 몸놀림으로 웬 젊은 놈 하나가 떨어져 내려왔다.

'호오, 이것도 꽤나 고수일세. 어린놈이 무얼 쳐 먹었기에 저 정도 내공이란 말인가?'

위지광은 사마량의 내공수위를 짐작하며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부단주님, 아니 될 말씀입니다. 홀로 저 안으로 들어가시겠다니요? 상대는 그 위명이 자자한 사청완입니다. 하다못해 화령검이라도 들고 가심이..."

"아닙니다. 정숙부님, 만약에 화령검이 그의 눈에 띈다면 대번에 저를 알아 볼 것입니다. 그저 서생인척 안으로 들어가 동태를 살피고 정히 안 되면 목숨이라도 걸어야겠지요."

"어찌 그런 말씀을 함부로 입에 담으십니까? 단주님께서 들으시면 까무러치실 것입니다."

"하하, 걱정 마십시오. 외숙부님이라면 그 정도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실 테니까요. 그보다 정숙부님, 나대형. 제가 안으로 들어가고서 단념하라는 말이 들리면 모두 이끌고 동굴 안으로 들어와 주십시오."

"....... 알겠습니다."

위지광은 약간 위화감을 느꼈다.

'흐음... 어린놈이 나이든 자들에게 대우를 받는다라? 게다가 부단주? 실력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저 놈 보통 물건은 아닌 모양이로군.'

부단주라는 나이 어린 자가 동굴 안으로 들어가고 나이든 자들이 남아 저희들끼리 조용히 쑥덕인다.

"정대주님, 대체 어쩌자고 부단주님을 홀로 동굴로 들여보내신 겁니까?"

"흐으음... 자네는 부단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평남왕야의 외조카로 현 기룡단의 부단주이신 분이지 않습니까?"

"거기까지인가? 나대주, 혹시 왜곡외성이라는 별을 아나?"

"아니오. 잘 모릅니다."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게."

그 말에 나대주란 자가 고개를 하늘로 치켜들었다. 위지광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선을 하늘로 올려 별들을 쳐다보았다. 정숙부라는 자의 말은 계속된다.

"동쪽에 가장 구석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개중에 가장 밝게 빛나는 두 개의 별이 보일 걸세."

"예, 있습니다."

"그 가운데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위지광도 그 말에 따라 별들 사이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나대주라는 자는 한동안 시선을 동쪽 하늘에 둔 채 멍하니 있다가 설레설레 고개를 젓는다.

"모르겠습니다. 정대주께서 무엇을 말씀하려는 것인지..."

"보지 못한 모양이군. 그 사이에 아주 희미하게 빛나는 별이 있다네. 그것을 사람들은 흔히들 왜곡외성이라 부른다지."

나대형이라는 자는 찾지 못했지만 위지광은 동쪽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두 개의 별 가운데에서 아주 작은 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것인가? 으음...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나는군.'

위지광은 기억을 더듬으며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그 사이 정대주와 나대주의 이야기는 계속 된다.

"정대주님, 지금 그 별에 대해서 말하시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 입니까?"

정대주는 나대주를 한 번 흘끔거리고는 나머지 대원들과 한 번씩 눈을 맞춘 뒤 설명을 시작한다.

"지금 들은 말은 이 자리에서 잊어버리도록 하게. 이건 명령일세."

모두 고개들 끄덕이자 정대주는 시선을 동쪽하늘에 두며 말했다.

"원래 저 별은 발견되어서는 안 되는 별이라네. 나대주, 자네가 그러했듯이 어지간한 사람은 발견할 수 없는 정말 희미한 별이지. 그게 바로 부단주님의 운명의 별이라네. 그 분은 그런 운명을 타고 나셨단 말일세. 운명의 이끌림에 따라 무공을 익히고 운명의 이끌림에 따라 기연을 얻으셨네. 그리고 운명의 이끌림에 따라 자신의 성(姓)을 버리셨고, 운명의 이끌림에 따라 기룡단으로 들어오게 되신 분이라네. 그 분의 과거는 오로지 고독과 수련으로 점철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 그리고 절대 빛을 향해 고개를 돌릴 수 없는 불운한 운명을 타고난 분이지. 만약에 동쪽하늘에 저 두 개의 별이 없었다면 아마도 가장 밝게 빛나야할 별이 그 왜곡외성이란 말일세. 두 개의 별이 너무도 밝기에 자신을 숨길 수밖에 없는 운명, 그게 바로 부단주님이시라네. 그러니 부단주님은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고 계신 것이라네. 하지만 제 아무리 사청완이라도 부단주님을 어쩌지 못할 것이니 크게 심려는 말게."

정대주의 말에 나대주가 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떨더니 고개를 주억거린다.

"역시 부단주께서 황제의 사생아라는 소문이 사실이었군요."

"가는귀는 먹지 않았군."

위지광도 그제야 기억이 났다. 과거 자신의 할아버지였던 위대한 검사이자 황궁의 최고고수를 차지했던 위지청이 해주었던 말, 이제는 가물가물하긴 했지만 몇 가지는 똑똑히 기억이 났다.

'맞아, 그랬었지. 동쪽하늘에 세 개의 별이 있는데 그중에 가장 가난한 빛을 발하는 별이 있다고 하셨지. 그리고 그 별은 두 개의 별이 사라지기 전에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도 하셨던가? 지금껏 그 왜곡외성의 운명을 타고난 수많은 사람이 존재했었고 그들은 자신의 본래 모습도 찾지 못한 채 죽어갔다고도 하셨지. 후후, 저 어린놈도 그런 운명인가?'

하지만 왜곡외성이 사사하는 바는 상당히 컸다. 부단주라 불린 나이 어린 자는 필시 황제와 직, 간접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황제의 뒤를 인물이 간혹 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훗, 그래봤자 허송세월일 뿐이지.'

생각을 마친 위지광이 아직도 병장기를 빼든 채 신호만 기다리고 있는 기룡단원들을 쳐다보았다.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잘 정돈된 기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각쯤을 더 기다리자 동굴 안쪽에서 한줄기 외침이 터져 나왔다.

".......... 단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 소리에 정대주는 물론이고 나대주와 모든 대원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정대주는 검을 뽑아 높이 치켜 올리며 대원들에게 말한다.

"부단주님께서 성공을 하신 모양이다. 부름에 응하도록 하자."

"악!"

스물아홉이 동시에 배에 힘을 주어 간단하게 대답하자 밤이 내린 산속으로 긴 메아리가 울려 퍼졌다.

"준비를 마친 각 대원으로 부터 동굴 진입을 허가한다. 들어가는 즉시 적들을 포박하고 저항하는 자는 죽여도 무방하다. 가자!"

"악!"

'우흐흐, 고 놈들 박력하나는 끝내주는 구만. 하아... 예전에 위지가의 무사들이 저랬다면 내 인생도 바뀌었을까?'

쓸데없는 한탄이었다. 위지광은 만일 그랬다손 치더라도 자신의 운명은 바뀌지 않았을 거라 단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준비를 마친 기룡단원들을 동굴을 향해 차례차례 몸을 감추었다. 곧 썰렁해진 동둘 앞마당에 위지광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차하면 들어가서 어떤 놈들이 있는지 시험해 볼까? 클클, 재밌겠군."

곧 동굴안쪽에서 요란한 소리들이 들려왔다. 욕지거리를 하는가 하면 다투는 소리도 들려오더니 이내 잠잠해진다. 대략 한 시진을 기다리고 있자니 지루해진 위지광이 입을 크게 벌려 하품을 한 번 한다.

"뭐가 이리 오래 걸리는 것이냐? 조무래기 다섯에 중 상급무사 하나인데 서른이 들어가서 그런 잡놈들 처리도 똑바로 못하나?"

투덜거리며 동굴안쪽으로 몸을 들이 밀려 할 때, 저벅저벅 발소리가 위지광의 귀에 잡혀 들었다.

"응? 누가 나오는 것인가? 홀로 동굴을 기어 나오다니... 대체 뭐가..."

그 순간, 위지광은 동굴 밖으로 걸어 나오는 사청완과 딱 마주쳤다. 사청완도 놀라 동굴 밖으로 나오던 발걸음을 딱 멈추고 위지광을 쳐다보았다.

"노인장도 저 놈들과 한패거리인가? 쳇, 뭐가 목숨에 대한 대가인가? 이렇게 뒤처리까지 생각해 놓다니 역시 기룡단 놈들은 냄새가 지독하군."

위지광이 보기에 사청완도 어린놈이었다. 그 어린놈이 좋은 말은 입에 담지 않고 대뜸 기룡단과 싸잡아가지고 냄새가 난다느니 하면서 자신을 대하는 것이 기분이 나빴다. 그보다 지금 위지광의 눈앞에 있는 놈은 자신의 제자와 같은 무성에게 손찌검을 하고 손녀와 같은 의영을 함부로 대한 아주 빌어먹을 자식이라는 것이 위지광의 관점이었다.

위지광의 광자가 넓을 광자가 아닌 미칠 광자로 돌변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스으윽, 척.

아주 간단한 점혈수법으로 사청완의 마혈을 짚어 버린 위지광은 조용히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어린놈이 간덩이가 부었구나. 어른을 대하는 태도가 그 정도라니 따끔한 훈육이 필요하겠어. 클클클."

사청완은 마혈을 제압당하고 바로 알 수 있었다. 도저히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지금 동굴 속에 있는 기룡단 삼십이 몽땅 덤벼도 어쩌지 못할 사람을 잘 못 건드렸다는 것을...

사청완을 질질 끌고 동굴과 꽤 떨어진 곳으로 나온 위지광은 사청완을 나무에다 매달아 놓은 채 짚어 두었던 아혈을 풀어준다.

"각오는 돼 있겠지? 감히 내 제자와 같은 아이를 건드렸겠다?"

"오오오오.. 오.. 오해십니다요."

"오해라? 어떤 오해인지 설명해 봐라. 내 광기가 아직 표출되기 전이니... 만일 내가 납득이 안 간다면 명년 오늘이 네 제삿날인 줄 알도록."

사청완은 저도 모르게 위지광과 눈이 마주쳤다. 아주 잠깐이지만 그의 눈에서 혈광이 넘실거린다는 것을 느끼고 헛바람을 들이켰다.

"헉! 시.. 실은 그 어린 놈.. 아.. 아니, 어르신의 제자 분을 건드린 것은 제가 아닙니다."

"그럼, 누구란 말이냐?"

"서.. 서서.. 성월교의 이철주라는 놈입니다요."

"그래?"

순간 위지광의 두 눈에 혈광이 넘실거렸다. 그리고 재빠른 손놀림으로 지법을 전개한다.

퓨부북. 우득, 우득, 우드득.

"꺼억..... 끄아악."

사청완의 비명소리가 커지려고 하자 위지광은 냅다 발길질로 사청완의 아혈을 짚어 버렸다.

사청완의 오른팔과 왼쪽 다리가 근 일각 정도 기이한 각도로 꺾이는 듯 하더니 이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위지광은 느긋한 손짓으로 사청완의 아혈을 풀어 주었다.

"어떠냐? 우리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고문수법이다. 지금은 일각이지만 다음은 이각, 그 다음은 반시진이 될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인정을 베풀 것이니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사청완은 위지광을 흘끔 올려다보았다. 고약한 눈을 유지한 채 입만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었다.

'발뺌을 할 것인가? 만일 정말 그 어린놈이 이 노인의 제자라면.... 성월교에 몸을 의탁하고는 있지만 성월교만으로 이 노인을 감당할 수 있을까?'

답은 바로 나왔다. 절대 성월교만으로는 이 노인을 막아 낼 수 없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이실직고 하는 수밖에...

"제가 그리 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어쩔 수 없이 외압에 의해 그리 했을 뿐입니다."

"그러냐?"

단답형의 대답 그리고 다시금 펼쳐지는 위지강의 지공. 이번에도 위지광은 사청완의 아혈을 짚는 것을 잊지 않았다.

'크아아악, 이 망할 노인네. 내 이 자리에서 죽더라도 반드시 귀신이 되어 네 놈을 저주할 것이다.'

사청완은 고통에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위지광을 노려보았다. 어느새 빙글빙글 웃고 있는 위지광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호오, 이놈 봐라. 꽤 버티는 걸? 무공수준은 겨우 중, 상급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에 불과한대 독기는 절정수준이로세.'

위지광은 사청완에게 반 시진짜리 고문수법을 걸어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청완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지독한 독기를 뿜어내고 있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의 독기는 강해지고 있는 것이 위지광을 즐겁게 하고 있었다. 위지광은 어느새 속마음을 입 밖으로 내뱉고 있었다.

"클클, 무성이도 없어진 마당에 장난감이 필요했는데 잘 됐군. 이놈을 좀 가지고 놀아볼까? 나중에 무성이에게 나이든 사제를 하나 만들어 두는 것도 좋은 생각이겠지. 클클클클."

그리고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 사청완의 혈도를 툭 쳐서 풀어 준다. 그와 동시에 지금껏 죽을 정도로 자신을 괴롭히던 고통이 사라지고 마혈도 풀려 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후유증은 어쩔 수 없었던지 사청완은 축 늘어진 채 옴짝 달싹도 할 수 없었다.

"흐음... 조금 지독했나? 뭐어, 이 정도로 해 놓으면 조금은 반성의 기미가 있겠지."

위지광은 사청완의 팔을 한번 들었다 놓아 보았다.

힘 없이 떨어지는 팔,

툭.

"얌마, 죽었냐? 이제부터가 재밌는 놀이의 시작인데 죽으면 안 되지. 어서 일어나."

위지광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청완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그러자 사청완의 흐물흐물했던 몸이 스르르 일어나 앉는 것이었다. 몽롱한 시선으로 위지광을 쳐다보고 있는 사청완을 향해 위지광이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야, 너 오늘부터 내 몸종이 되어라. 그러면 무성이에게 했던 짓은 눈 감아 주도록 하지."

사청완은 천천히 위지광의 해맑은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암담해지는 자신의 앞날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으으으아아아... 누가 제발 날 좀 죽여 줘어어어어!"

사청완의 무의미한 외침에 밤잠을 설치던 올빼미 몇 마리만 푸드득 거리며 날아오를 뿐이었다.




감상평, 댓글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질타도 감사히 받아 들이겠습니다.


작가의말

본래는 전편에 붙여서 나와야 하는 부분인데 분량이 너무 많아서 잘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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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강호의 이단아들 -6 +5 13.06.24 2,379 3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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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형문산의 은거고수-15 +3 13.06.01 4,435 4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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