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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금흔의 서재입니다.

무연무성(無硏武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류금흔
작품등록일 :
2013.04.16 22:07
최근연재일 :
2013.12.27 17:37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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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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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1
글자수 :
281,912

작성
13.05.16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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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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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글자
12쪽

형문산의 은거고수-7

세상에 모든 행운을 다 가진 소년 홍무연. 세상에 모든 불행을 짊어진 소년 임무성. 세상에 모든 슬픔을 가지는 소녀 화소은. 세 남녀가 그려가는 무림이야기.




DUMMY

무려 108개의 권초로 이우러진 와룡복호권에는 각법, 수법, 퇴법, 보법, 금나수법등 권각으로 무기를 든 사람을 상대하는 모든 방법들이 총망라 되어진 무공이었다.

초식을 익히는데 꼬박 보름, 초식에 어느 정도 힘을 붙이는데 또 한 달이 걸렸다.

이제는 초식의 묘용을 이끌어 내는 일만 남았는데, 남은 기간은 보름밖에 없었다. 108개의 권초의 묘용을 단 보름 만에 이끌어 낸다는 것은 어불성설, 백운휘는 이를 안타까워하며 열심히 권법을 연마하고 있는 무성에게 다가갔다.

"소형제, 앞으로 자네와 함께 할 날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군."

백운휘의 아쉬움이 전해졌는지 무성은 하던 것을 멈추고 백운휘를 돌아보았다.

"어르신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곧 자네를 보내야만 할 때가 된 것 같아서 그러네."

"예? 아직 와룡복호의 묘용을 터득하지도 못했는데……."

"그래서 남은 기간 동안 자네와 대련을 하며 보내려 하는데 어떤가?"

"좋습니다."

권각술은 무엇보다 실전이 중요하다. 어느 무공이 그렇지 않을까마는 특히나 근접을 위주로 하는 권각술은 수많은 대련과 실전이 바로 경지를 나타내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배움도 좋지만 비무와 대련이야 말로 무공의 묘리를 알아가는 참맛이라는 것을 활웅대회를 통해 느낀 무성은 백운휘가 대련을 해주겠다는 말에 양손 들어 환영한다.

백운휘의 무위는 실로 무성이 상대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물론 본인 자신의 진신무공이라는 것도 크게 작용한 것이지만 똑같은 무공이라도 해석하는 사람의 차이가 어떤 것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백운휘였다.

"어르신, 정말 굉장합니다. 도대체 초식을 얼마나 쪼개어서 사용하시는 것입니까?"

"그게 바로 수많은 실전을 겪으며 얻어낸 심득이라는 걸세. 예를 들어 은룡파각의 초식을 사용할 때 권을 내리지른 뒤, 하퇴를 사용하지 않는가? 이 초식의 동작은 잘 살피면 세 개의 동작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그것을 쪼개어 다른 초식에 접목시켜 사용하는 것이야."

백운휘는 무성의 앞에서 은룡파각의 초식을 쪼개어 반룡각과 잠룡퇴에 접목시켜 사용하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었다.

"과연, 만일 백팔개의 초식을 쪼개어 사용한다면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의 초식이 탄생하게 되겠군요."

"그렇지. 바로 그것이 와룡복호의 묘리인 것이야. 잠시 쉬었으니 다시 시작해 볼까?"

"예, 좋습니다."

무성과 백운휘는 또 다시 신나게 대련을 하기 시작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보름의 기간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 버렸다. 약속된 마지막 날, 백운휘는 무성에게 낡은 가죽 권갑을 하나 내어주며 말했다.

"내가 처음 와룡복호를 배울 때, 사용했던 물건일세. 보기에는 낡아 보여도 고래의 힘줄과 상어의 어피를 사용해서 꽤 쓸 만할 걸세."

일명 어룡갑이라는 물건이었다. 백운휘가 젊은 시절 한창 강호를 활보할 때 흑살마권이라는 무공과 함께 항상 거론되던 물건이었다. 그 당시 정파무림에서는 공포의 대상이었으니 말이다.

무성은 그 유서 깊은 물건을 내력도 묻지 않은 채 넙죽 받아 품에 갈무리한다.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

백운휘는 무성이 모르게 살짝 고개를 저은 뒤에 가야 할 길을 알려주었다.

"지금 보이는 이 길을 따라 곧장 가다가 큰 소나무 숲이 나오거든 그 숲을 통과해 반마장만 나아가면 전답들이 눈에 들어올 걸세. 다시 샛길을 따라 쭈욱 들어가면 자네도 익히 알만한 인물이 기다리고 있을 걸세."

백운휘의 설명에 무성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예? 이 형문산에 제가 알 만한 인물이 있습니까?"

"허허허, 가보면 알걸세."

백운휘가 여전히 사람 좋은 웃음으로 배웅을 하자 무성은 문득 아쉬운 생각이 들어 물었다.

"어르신 곁에서 조금 더 배움을 얻을 수는 없을까요?"

"소형제, 우리의 인연이 아직 끝난 것이 아닌데 마치 다음 기회가 없는 것처럼 그러지 말고 어서 알려 준 대로 길을 떠나도록 하게. 무릇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가?"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만날 때까지 보중하십시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무성은 백운휘가 알려 준 대로 길을 걸어 나아갔다.

어느덧 그 많던 눈도 사르르 녹기 시작하는 계절이 되었다. 백운휘의 말대로 길을 따라가자 우뚝우뚝 솟은 소나무 숲이 눈에 들어왔다. 소나무사이로 작은 길이 나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건너편에 마을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 무성은 소로를 따라 소나무 숲을 헤쳐 나갔다.

"후아, 이건 또 별천지네. 대체 여긴 얼마나 넓은 걸까?"

무성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 계곡을 따라 수많은 전답들이 빼곡했고 중턱쯤에 몇 채의 집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초가의 굴뚝에서는 몽글몽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정말 전원의 풍경이란 이런 것일까?"

무성은 절로 감상에 젖어드는 것을 느끼며 마을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길을 오로지 하나뿐인지 구불구불 난 길로 곧장 가보니 꽤 큰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척 보기에도 초가가 서른 채에 대장간이며 의원에 주루까지……. 정말 대단하구나."

마을로 올라와 중앙으로 난 길을 따라 걷는 무성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어찌 이런 산중에 이 정도 규모의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침 무성이 의원 앞을 지나칠 때, 웬 소녀하나가 무성을 향해 물을 확 끼얹었다.

촤아악.

"아! 괘.. 괜찮으세요?"

소녀에게 뭔가 물어 보려다가 피할 수 있음에도 온 몸으로 물을 받아버린 무성은 헤벌쭉 웃으며 말한다.

"아, 괜찮습니다."

무성은 웃으며 대답하는 데 물을 뿌린 소녀가 대뜸 화를 낸다.

"괜찮을 리가 없잖아요. 어서 이리 오세요. 아유, 옷이 다 젖었네."

소녀가 무성을 이끌고 의원 안으로 들어서자 늙수그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의영아, 대체 무슨 일이냐?"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긴... 너 또 무슨 사고라도 친 것 아니냐?"

말을 마치자마자 안쪽의 문이 활짝 열리며 회색의 낡은 장삼을 입은 노인이 밖으로 나왔다. 노인을 확인한 무성은 잠시 멍하니 노인을 바라본다.

노인은 바로 감덕윤이었다. 감덕윤도 무성을 금세 알아보고 퉁명스레 말했다.

"응? 종남산의 그 꼬마로구나. 예까지 어인 일로 왔더냐?"

"어.. 어.. 어르신이 어찌 이곳에 계십니까?"

감덕윤은 손에 쥐고 있던 곰방대로 무성의 이마를 톡 때리며 말했다.

"인석아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지 말아라. 의영아, 가서 옷이라도 한 벌 내 주어라. 오늘 부터 이 녀석에게 줄밥도 챙기고……."

"네? 아시는 분인가요?"

"알고 있는 녀석이니 이리 대하지. 질문은 그만하고 어서 갈아입을 옷이나 내주어라."

"네에."

의영이라 불린 소녀는 얼른 무성을 의원 별당에 마련된 방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어디서 구해온 것인지 무성의 몸에 딱 맞는 옷을 가져왔다.

"이걸로 갈아입으세요."

"아, 감사합니다."

몸을 말리고 새 옷으로 갈아입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던지 의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어,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

"네, 들어오십시오."

의영은 손에 가죽 끈을 든 채 무성에게 다가와 이리 앉으라느니, 뒤로 돌아보라느니, 여러 가지 지시를 내리더니 품에서 빗을 꺼내어 무성의 머리카락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저도 솔직히 이해가 안 가지만 의원님께서 이렇게 하라고 하셔서 하는 거예요."

"어르신께서요?"

"네, 그리고 머리칼의 정리가 끝나면 본당으로 들어오시래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무성의 감사에 의영은 전혀 대답하지 않은 채 무성의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반다경정도 끝에 무성의 머리에 영웅건을 얹은 의영은 무성의 앞으로 와 살폈다.

'어머, 의외로 굉장히 잘 생긴 분이었네. 왜 이런 얼굴을 그렇게 가리고 다녔을까?'

하긴 무성이 처음 석가촌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누더기 청색도복에 머리는 다 풀어져 대충 천으로 앞만 보이게 해놓아 거의 거지꼴이나 다름없었다.

무성의 수려한 외모에 감동을 받은 의영은 그에게 살짝 미소를 보여주며 말한다.

"다 됐어요. 이제 가보셔야죠."

"예, 감사합니다. 헌데 소저의 성함을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운의영이라해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그럼 공자님의 성함은 어찌되세요?"

"임무성이라합니다."

"호호, 임공자님……."

의영은 무성과 통성명을 한 것에 기분이 좋았던지 미소를 입가에 건 채 본당으로 무성을 안내했다.

"의원님. 무성공자님을 모셔 왔어요."

"으음, 들어오너라."

"들어가 보세요."

"예, 감사합니다."

무성은 의영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본당의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감덕윤이 책상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던지 손에 들린 책을 슬며시 내려놓으며 무성을 맞이했다.

"이리와 앉거라."

무성은 감덕윤이 이끄는 대로 자리에 앉았다. 감덕윤은 그런 무성에게 직접 차를 따라주며 말한다.

"이제 도사생활은 그만 둔 것이냐? 어찌 이곳까지 흘러 들었누?"

마치 무성에게 일어난 일을 전혀 모르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묻자, 무성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 그리 되었습니다. 사실 종남에서 쫓겨난 이후에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내려오는 길에 우지관장로님이 형문산으로 가라는 말을 쫓아 이곳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그러냐? 아무튼 잘 됐다. 이곳에 일손도 부족하니 좀 거들 거라. 보아하니 예전보다 체구도 상당히 커지고 힘 꽤나 쓸 것 같아 보이니……."

"예, 어르신. 어차피 갈 곳도 없는 처지입니다. 뭐든 시켜만 주십시오. 성심을 다하겠습니다."

"성심까지 다할 필요는 없다. 헌데 천강검식은 잘 익혀두고 있느냐?"

감덕윤의 질문에 무성은 말문이 막혔다. 요 일 년간 천강검식의 수련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에... 그러니까……."

무성이 제대로 대답을 못하자 감덕윤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구석에 있는 병기대에서 천에 쌓인 오 척 정도 되는 긴 막대를 꺼내 무성을 밖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물건을 무성에게 넘기며 말했다.

"옜다. 누군가 너에게 꼭 주라며 맡긴 물건이다."

묵직한 것이 손에 익은 감촉이 있었다. 무성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얼른 천을 풀어 확인해 보았다.

"무.. 묵언? 어찌 어르신께서 이 검을 가지고 계신 것입니까?"

"설명하자면 길어 질 테니... 일단 그 검으로 천강검식을 펼쳐 보거라."

감덕윤의 말을 쫓아 무성은 천강검식을 시전하려 했다. 헌데 천강검식을 펼치기에 묵언은 너무 무거운 검이었다. 그리고 무성은 27수의 천강검식을 거의 잊어 버렸다는 것을 스스로 알 수 있었다.

'아, 이를 어찌하지? 그간 위지광 어르신과 백운휘어르신의 가르침을 받느라 천강검식을 잊고 있었더니 초식을 다 잊은 것 같아.'

무성이 어설픈 기수식을 취한 채 멍하니 서있자 감덕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그럴 만도 하지. 거의 일 년 동안 수련을 하지 못 했을 테니 말이다."

감덕윤의 말에 무성은 뭔가 짚이는 것이 있었다.

"설마 알고 계셨습니까?"

"으음, 알지, 알고말고. 내가 그분들께 부탁한 것인데 모를 리가 없지 않느냐?"

"그.. 그런 것이었습니까? 대체 무슨 이유로 그리 하신 것입니까?"

"너에게 조금 더 많은 것을 배우게 하기 위함이었느니라. 어차피 아직 일을 시작하기에는 조금 이르니 그동안 너의 천강검식을 다듬어 주도록 하마. 대신에 위지광이나 백운휘형님께 배운 무공에도 심혈을 기울이도록 하거라."

무성은 감덕윤의 배려에 또다시 감동하며 바닥에 엎드려 큰 절을 했다.

"어르신의 배려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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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강호의 이단아들 -12 +5 13.07.09 1,812 41 17쪽
45 강호의 이단아들 -11 +3 13.07.07 3,147 32 9쪽
44 강호의 이단아들 -10 +4 13.07.06 2,176 29 16쪽
43 강호의 이단아들 -9 +1 13.07.03 1,708 31 12쪽
42 강호의 이단아들 -8 +5 13.07.01 2,125 33 14쪽
41 강호의 이단아들 -7 +4 13.06.27 1,905 39 14쪽
40 강호의 이단아들 -6 +5 13.06.24 2,379 38 16쪽
39 강호의 이단아들 -5 +2 13.06.19 2,663 33 17쪽
38 강호의 이단아들 -4 +3 13.06.16 2,851 37 21쪽
37 강호의 이단아들 -3 +3 13.06.13 2,820 39 17쪽
36 강호의 이단아들 -2 +2 13.06.11 2,900 34 14쪽
35 강호의 이단아들 -1 +2 13.06.08 4,510 42 19쪽
34 형문산의 은거고수-16 +2 13.06.04 4,021 42 22쪽
33 형문산의 은거고수-15 +3 13.06.01 4,434 46 14쪽
32 형문산의 은거고수-14 +7 13.05.30 3,782 49 15쪽
31 형문산의 은거고수-13 +3 13.05.28 4,515 54 16쪽
30 형문산의 은거고수-12 +1 13.05.26 5,024 54 10쪽
29 형문산의 은거고수-11 +4 13.05.25 4,578 44 17쪽
28 형문산의 은거고수-10 +1 13.05.25 4,190 46 7쪽
27 형문산의 은거고수-9 +3 13.05.22 6,435 48 12쪽
26 형문산의 은거고수-8 +3 13.05.17 5,690 46 9쪽
» 형문산의 은거고수-7 +1 13.05.16 4,725 50 12쪽
24 형문산의 은거고수-6 +5 13.05.15 6,340 55 14쪽
23 형문산의 은거고수-5 +4 13.05.14 6,582 55 11쪽
22 형문산의 은거고수-4 +5 13.05.12 5,393 52 14쪽
21 형문산의 은거고수-3 +4 13.05.12 5,947 6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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