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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금흔의 서재입니다.

무연무성(無硏武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류금흔
작품등록일 :
2013.04.16 22:07
최근연재일 :
2013.12.27 17:37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265,091
추천수 :
2,361
글자수 :
281,912

작성
13.07.09 20:24
조회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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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글자
17쪽

강호의 이단아들 -12

세상에 모든 행운을 다 가진 소년 홍무연. 세상에 모든 불행을 짊어진 소년 임무성. 세상에 모든 슬픔을 가지는 소녀 화소은. 세 남녀가 그려가는 무림이야기.




DUMMY

다섯 노인들의 무차별한 발길질이 막 시작되려는 순간, 뒤쪽에서 요란한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철룡오로는 그 자리에서 옴짝달싹 하지 마라.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징계를 내릴 것이다."

그 외침에 철룡오로라 불린 노인들은 발을 든 그 상태로 식은땀을 흘리며 부동자세를 취했고, 용천명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우, 만대형 여깁니다."

만성룡이었다. 철룡오로에게는 지독히도 나쁜 손님이 아닐 수 없었다. 조금만 늦게 왔어도 시원하게 응어리를 풀어 낼 수 있었는데……. 라는 생각이 쳘룡오로의 머릿속에 팽배하고 있을 때. 만성룡이 부리나케 용천명에게 다가와 그를 노인들의 발밑에서 끄집어내며 묶였던 손발을 풀어 주었다.

"쯧쯧쯧, 명색이 무림맹의 비룡단주라는 자가 꼴이 이게 뭔가?"

용천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목을 슬슬 쓰다듬으며 무안해 한다.

"면목 없습니다. 이 선배님들이 다가들자 몸이 마치 거미줄에 묶인 것처럼 움직이지 않더군요."

용천명의 말에 만성룡은 한 쪽 눈썹을 치켜뜨며 철룡오로를 쳐다본다.

"부독산을 뿌렸는가?"

"그그... 아... 저어... 부독산은 원래 초입에 기관으로 설치해 놓았던 것인지라……."

철룡오로의 대표 격인 이문호라는 청색장삼의 노인이 버벅 거리며 말하자 만성룡은 대뜸 노인을 향해 빽 소리친다.

"야이, 미친 노인네야. 내가 그거 위험하다고 했어? 안 했어?"

"사용에 주의를 기울이라 하셨습니다."

"그런데 왜 그걸 단 초입에 뿌려 놓고 지랄이야, 지랄이...? 내가 조금만 늦었으면 이 친구가 어떻게 됐을 것 같아? 당신들 우리 밥줄 끊으려고 작정이라도 한 거야? 앙?"

"면목 없습니다."

얼핏 봐도 만성룡보다 열 살 이상은 많아 보이는 노인을 상대로 과격한 언사까지 동원하며 있는 대로 응어리를 풀어내자 되레 무안해진 용천명이 만성룡을 말렸다.

"만대형, 너무 나무라지 마십시오. 따지고 보면 제 불찰도 있으니 말입니다."

"아닐세. 이는 충분히 징계감이야. 다른 건 몰라도 부독산이라니……."

"그만 고정하십시오. 여차저차 했어도 잘 마무리 되었지 않습니까? 그리고 부독산에는 그리 많이 중독된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잠시 운기조식만 취하면 금세 독소를 빼낼 수 있을 테니까요."

용천명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만성룡을 만류하고 나오자 만성룡은 슬쩍 화를 누그러뜨리며 용천명을 돌아본다.

"정말 괜찮은가? 나중에 이상은 없겠지?"

"부독산에 중독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 지는 대형이 더 잘 알지 않습니까?"

만성룡은 용천명을 아래위로 한 차례 살핀 뒤 여전히 한쪽 다리로만 몸을 지탱하며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는 철룡오로을 홱 돌아보며 말한다.

"다음에도 또 이런 일이 있으면 그 때는 징계로는 안 끝날 줄 알아? 알겠나?"

"옙, 명심하겠습니다."

"좋다. 이제 그만 자세 풀고 본래 자리로 돌아가 대기하되 다음에도 날 찾는 사람이 있으면 일단 확인부터 하고 지랄을 해도 해. 알았어?"

만성룡이 거의 윽박지르는 수준까지 강도를 높이자 용천명은 뒤에서 그를 끌어안으며 뜯어 말렸다.

"만대형, 참으십시오. 나이 많은 어른께 이 무슨 실례입니까?"

하지만 용천명은 철룡오로에게 한쪽 눈을 찡긋해 보이는 만성룡을 절대로 볼 수 없었다.

"빨랑 꺼져. 안 가? 콱!"

"그럼 소인들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다섯 노인들이 제각각 뿔뿔이 흩어지자 용천명은 만성룡을 잡았던 팔을 풀며 다시금 그의 앞으로 가 포권을 해 보인다.

"만대형,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렇지. 사년만인가? 일단 본 단으로 들어가세. 할 얘기도 많을 테니……."

만성룡은 반갑게 그의 손을 덥석 잡으며 그대로 기룡단 본 단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기룡단의 본 단으로 가는 도중, 용천명은 아까 만성룡이 노인들을 대하는 태도가 하도 희한하여 물었다.

"만대형, 아까 그 분들은 누구십니까? 저도 강호 인명에 대해서는 조금 아는 편인데 전혀 모르는 얼굴들이었습니다."

"모를 만도 하지. 내가 어릴 적부터 우리 집안에서 녹을 먹고 살던 내 호위무사들이었으니까 말일세. 강호인명에 등재되지 않은 것은 당연지사가 아니겠나? 나이도 먹고 자네도 봤다 시피 정신병을 앓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무공은 나름 쓸 만한지라 버리기도 아깝고 해서 기룡단의 문지기를 시키는 중이었네."

"그럼 만대형의 가복들이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러니 내가 그렇게 함부로 대하는 것이지 만약에 육장로같은 분들이라 생각해 보게. 그런 말을 내뱉는 순간,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네."

"그도 그러하군요."

한 동안 얘기를 나누며 빠른 걸음으로 걷다보니 기룡단 용어로 후문이라 칭해지는 커다란 석문이 눈에 들어왔다. 용천명이야 몇 번 드나든 관계로 쉽게 발견할 수 있었지만 처음 오는 사람은 전혀 분간 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숨겨진 석문이었다. 만성룡이 용천명과 함께 석문 앞에 나타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스르륵 부드럽게 석문이 한쪽으로 밀려나며 잘 닦여진 복도가 용천명의 눈에 들어왔다.

"새로 지으신 겁니까?"

"뭐, 돈 좀 들였지. 일단 들어가세."

원래는 어두컴컴한 천연의 동굴이었다. 군데군데 횃대만 걸어 놓은……. 하지만 고작 사년 사이에 아니 기룡단이 출범한지 이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 할 때 확실히 만성룡의 회계능력과 수완은 탁월하다 할 수 있었다.

용천명이 입을 떡 벌리며 놀라건 말건 만성룡은 여전히 그를 앞에서 이끌어 예서 정취가 남아있는 커다란 복도를 지나 서류더미에 파묻힌 수하들을 싹 무시하고 자신의 집무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집무실에 도착한 만성룡은 용천명을 푹신한 의자에 앉힌 뒤에 벽장에서 머리통만한 술 단지를 꺼내와 용천명의 앞에 턱 내려놓고 자신도 그 앞에 앉으며 말했다.

"오느라 고생했을 것이니 목이나 축이세."

만성룡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투명한 유리잔을 용천명앞에 내려놓고 술 단지의 마개를 벗겨냈다.

"오오오, 만대형. 대체 무슨 술입니까? 향이 이리도 진할 수가……?"

"하하하, 일단 맛을 조금 음미해 보게."

만성룡은 술 단지를 조심스럽게 기울여 유리잔에 붉은 빛이 감도는 액체를 조금 따랐다. 용천명은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유리잔에 든 액체를 입안에 머금었다. 그윽한 향이 입 안 가득 펴져 들어오더니 이내 액체는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 뱃속에서 묘한 여운을 남기는 것이었다.

술이 입에 닿자마자 놀라움이 담긴 눈으로 만성룡을 바라보던 용천명은 술을 온전히 뱃속으로 집어넣고 말했다.

"여아홍입니까? 제가 주당은 아니지만 애주는 하는 지라 지금껏 많은 술을 마셔 보았는데 이런 여아홍은 처음입니다."

용천명이 칭찬을 하자 만성룡은 마치 자신이 칭찬을 받은 냥 헤벌쭉 웃으며 말한다.

"그렇지? 그렇지? 이게 이래봬도 무려 오십 오년간 묵혀 둔 여아홍이라네."

여아홍의 근원을 아는 용천명이 의구심이 들어 물었다.

"예? 대체 어느 정신 나간 사람이 자기 딸자식이 시집을 가서 예순이 되도록 땅에 묻어 둔 것입니까?"

"하하하, 역시 잘 아는 군. 이 술은 소흥 근방에 마가촌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그 마을에는 굉장히 건망증이 심한 노인이 하나 있다네. 사람들은 그 노인을 깜박이노인이라 부른다네. 딸자식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시집을 보낼 때, 꺼내 마시려던 것을 잊어버리고 나니 어느새 사십년이 훌쩍 지나 버렸다는 게지. 자네에게 주려고 거의 반년 정도 수소문을 하다가 이 깜박이 노인의 소식을 듣고 무려 열흘 동안 설득한 끝에 비싼 돈을 주고 사들인 것이라네."

"오오, 정말 고생이 많으셨군요. 감사합니다."

용천명은 만성룡이 따라주는 무려 오십오 년 된 여아홍을 홀짝이기 시작했다. 물론 만성룡이 용천명은 절대 모를 요상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었다.

한참 술을 홀짝이던 용천명은 취기가 약간 돌자 덜컥 겁이 났다.

'으음... 만대형이 그냥 이런 좋은 술을 대접할 리는 없는데……. 대체 무슨 꿍꿍이일까?'

용천명이 무슨 생각을 하건 만성룡은 연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술을 따라 주었고 어느새 이서기를 시켜 안주까지 마련하고 술판을 벌이려 할 때, 끝내 만성룡의 꿍꿍이가 궁금했던 용천명은 이를 참지 못하고 물었다.

"만대형,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겁니까?"

"응? 대체 무슨 말인가?"

"만대형이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이렇게 과하게 대접할 이유가 없질 않습니까? 만대형과 제가 한 두해 사귄 사이도 아닌데 이제 속내를 좀 털어 놓으시지요."

"허허, 이 친구. 그냥 좋은 의도로 자네에게 이러는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네."

만성룡이 딱 잘라 말하자 용천명은 여전히 의구심이 남았지만 더 이상 뭐라 할 수도 없어 조용히 만성룡이 따라주는 술만 마시기 시작했다. 점심나절부터 시작된 술판은 거의 저녁때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만성룡은 연신 용천명의 잔을 채워주기 바빴고 용천명은 주는 대로 받아 마시다보니 술에 취할 대로 취해 중간에 만성룡과 나누었던 대화를 기억 저 편에 던져두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산뜻하게 일어날 수 있었던 용천명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시비들에게 세숫물을 받아 잠을 완전히 쫓아내고 시비들이 이끄는 대로 만성룡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갔다.

만성룡은 이미 음식들을 준비해 놓고 사마량까지 합석을 시킨 채 용천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용단주, 어서 오게. 오늘 아침은 특별히 안사람이 솜씨를 조금 부렸군."

"오랜만에 뵙습니다. 용대주님."

사마량이 꾸벅 인사를 해 보이자 용천명은 반갑게 미소를 지으며 둥그런 탁자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한다.

"사마부단주, 그간 별고 없으셨는가?"

"예, 덕분에... 얼핏 듣기로 요즘 암살광마가 하남에 나타나서 크게 사건을 터뜨렸다 하던데 잘 마무리 하셨습니까?"

사마량의 질문에 용천명은 은근한 어조를 띠며 작은 소리로 말을 했다.

"실은 그 일 때문에 중경까지 발걸음을 한 것이라오."

"으음... 역시, 화산과 관계가 얽혀 있다는 것이 사실인 모양이군요."

용천명은 새삼 기룡단의 정보력과 사마량의 통찰력에 놀라며 말했다.

"내 부단주가 통찰력이 뛰어난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소. 더욱 나를 번민에 휩싸이게 하는 것은 바로 그 문제를 찾아낸 자가 바로 종남파의 제자라는 사실이라오."

이번에는 만성룡이 끼어들어 용천명의 말을 받았다.

"그 부분이 바로 우리에게 흘러오지 않은 정보라네. 무림맹의 기밀 유지도 갈수록 치밀해지니 이래서야 밥 벌어 먹고 살기 힘들지나 않을까 모르겠군."

"하하, 만대형도 참 허튼소리도 잘 하십니다. 그려."

한창 대화가 무르익어 갈 때, 삼십대 초반의 어여쁜 여인이 두 손에 탕기를 받쳐 들고 들어오자 용천명은 대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여인에게 오체투지를 해 보인다.

"소인 용천명이 군주님을 뵙습니다. 천세, 천세, 천천세."

"어머, 용대주님. 기룡단에서 과례는 금물이라는 것 잊으셨어요? 그보다 연와탕을 끓여 왔으니 그만 일어나세요."

청아한 목소리로 용천명을 스쳐 지나가 탕기를 탁자위에 내려놓고 돌아보자 용천명은 멋쩍은 지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제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용천명과 만성룡, 그리고 사마량은 서로의 속마음을 숨겨둔 채 아침식사를 끝내고 만성룡의 집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는 용천명이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용천명이 들어서자 훤칠한 신장에 사마량만큼 준수한 외모의 청년 하나가 벌떡 일어나 포권을 해 보인다.

"기룡단 청명대의 임시 부대주를 맡은 임무성이라고 합니다."

"만대형, 이 친구는 누구입니까?"

"자네 이 년 전에 있었던 종남의 활웅대회를 기억하나?"

"물론이죠. 강호에 홍무연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행사였지 않습니까?"

용천명이 반문하자 사마량이 자연스럽게 무성의 어깨에 팔을 척 기대며 말한다.

"이 친구가 바로 홍무연과 대등한 비무를 펼쳤던 활웅대회의 차석이란 말입니다."

용천명은 그제야 아는 척을 한다.

"아, 조감찰님께서 그렇게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던 그 소년이...? 아, 이제는 청년이 다 되었군. 이렇게 보게 되니 반갑군. 그런데 이 친구는 종남에서 파문당한 것으로 아는데……."

용천명이 사마량을 돌아보자 사마량은 사람들에게 자리에 앉길 권하며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형문산 인근에서 임소제를 만날 수 있었지요."

"임소제라? 벌써 그리 친해 진 것인가?"

"하하, 이 친구의 재능이 보통이 아니란 말씀입니다. 살짝 어수룩해 보일 때도 있지만 제 권유로 기룡단에 들어와서 익혀야 할 몇 가지 교육들을 마치 종이가 물을 먹듯 빨아 들여 버리더군요. 바로 현장에 투입해도 될 정도로 말입니다."

용천명은 새삼 놀라운 표정으로 무성을 살펴보며 말을 받았다.

"그렇군요. 조감찰님 같이 칭찬에 인색하신 분이 그리 말할 정도면 꽤나 잘 난 모양이라고 생각했는데 부단주의 말을 들어보니 또 달라 보입니다."

그런 대화들이 오가고 조금 지나 분위기가 무르익자 만성룡이 넌지시 운을 떼기 시작했다.

"사실 근자에 들어 본 단에 여러 가지 문제가 겹쳤다네. 섬서 쪽도 그렇고 자네도 알다시피 광서, 광동지역에 파벌 문제로 인원을 빼기가 너무 힘들어졌거든. 게다가 세간에서도 잘 모르고 자네도 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적원이가 암룡곡의 문제로 조사를 벌이다 괴멸직전까지 몰렸다네."

만성룡의 말에 용천명이 화들짝 놀라며 묻는다.

"네? 그 침착하던 이적원대주가 말입니까?"

"맞네. 심각한 부상을 입고 아직도 요양중이란 말이지. 평대부의 말에 따르면 적어도 넉 달간 정양을 하지 않으면 거동이 불편할 정도라니 청명대의 인원을 충당한다 해도 대주가 저 모양이니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있겠는가?"

만성룡이 에둘러 말하자 그의 성격을 잘 아는 용천명이 뭔가 짚이는 것이 있어 물어간다.

"힘드시겠습니다. 그보다 저에게 바라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어제 그 좋은 술을 내 주신 것도 그렇고 군주께서 손수 아침까지 지어 내주신 것 하며 저 만큼 대형을 잘 아는 인물도 드물진대 어찌 그리 빙빙 둘러말하십니까?"

"뭐, 자네가 그리 나오니 다도 직입적으로 말하지."

만성룡은 됐다 싶어 무성의 어깨에 팔을 척 올리며 말했다.

"어제 약조한 대로 이 친구를 석 달만 데리고 다녀주게. 그리고 자네가 장담한 대로 청명대 보충인원 다섯도 이 친구와 함께 보내주면 더 좋겠지?"

마치 약정되어진 것처럼 말하는 만성룡의 말에 용천명은 맹한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예? 제.. 제가 그런 약조를 하였습니까?"

용천명이 멍청한 소리를 하자 만성룡은 품에서 한 통의 서찰을 꺼내 쫙 펼쳐 들고 만성룡의 앞으로 슬쩍 밀며 말했다.

"자네가 발뺌할 줄 알고 이렇게 지장까지 받아 두었지. 어떤가?"

만성룡이 내민 서찰 거기에는 용천명 자신이 직접 쓴 글귀로 무성을 석 달간 맡아 줄 것과 청명대의 보충 인원 다섯을 보낸 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맨 아래 용천명이라는 자신의 이름 옆에 빨간 인주로 자신의 지장이 찍혀 있는 것이 커다랗게 확대되어 눈에 비쳐 들어왔다.

'커헉, 당했구나. 이 능구렁이, 황궁에서 이딴 짓만 배운 것인가? 하아, 무성이라는 이 아이는 어찌 대충 끌고 다닌다쳐도 청명대 충당인원 다섯은 어찌한단 말인가?'

용천명의 얼굴에 경악감이 물드는 것을 확인한 만성룡은 입가에 미소를 살짝 베어 물며 말했다.

"발뺌할 생각은 말게. 그리고 대충할 생각도 말게. 여기, 자네 친필로 써 놨다시피 석 달간 우리 무성이에게 비룡단의 제대로 된 교육과 일류 고수 다섯을 우리 측에 보내 주도록 하게."

권유 같지만 거의 명령에 가까웠다. 만성룡의 본래 신분을 생각할 때 발뺌한 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용천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휴우우, 알겠습니다."

용천명이 대답을 하자 사마량이 측은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한다.

"단주님의 꼼수는 용단주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어찌 매번 당하시면 서도 그리 눈치를 채지 못하는 것입니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흐흐흐, 석 달은 그리 짧은 기간은 아닐세. 조금 고되더라도 빨리만 움직여 주면 자네 능력으로 일류 고수 다섯이 대수겠는가?"

용천명은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 만성룡을 향해 버럭 화를 내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으며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긴 한숨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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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강호의 이단아들 -14 +7 13.07.14 2,215 38 12쪽
47 강호의 이단아들 -13 +5 13.07.11 1,552 40 13쪽
» 강호의 이단아들 -12 +5 13.07.09 1,812 41 17쪽
45 강호의 이단아들 -11 +3 13.07.07 3,147 32 9쪽
44 강호의 이단아들 -10 +4 13.07.06 2,176 29 16쪽
43 강호의 이단아들 -9 +1 13.07.03 1,708 31 12쪽
42 강호의 이단아들 -8 +5 13.07.01 2,124 33 14쪽
41 강호의 이단아들 -7 +4 13.06.27 1,905 39 14쪽
40 강호의 이단아들 -6 +5 13.06.24 2,379 38 16쪽
39 강호의 이단아들 -5 +2 13.06.19 2,663 33 17쪽
38 강호의 이단아들 -4 +3 13.06.16 2,851 37 21쪽
37 강호의 이단아들 -3 +3 13.06.13 2,820 39 17쪽
36 강호의 이단아들 -2 +2 13.06.11 2,900 34 14쪽
35 강호의 이단아들 -1 +2 13.06.08 4,510 42 19쪽
34 형문산의 은거고수-16 +2 13.06.04 4,021 42 22쪽
33 형문산의 은거고수-15 +3 13.06.01 4,434 46 14쪽
32 형문산의 은거고수-14 +7 13.05.30 3,782 49 15쪽
31 형문산의 은거고수-13 +3 13.05.28 4,515 54 16쪽
30 형문산의 은거고수-12 +1 13.05.26 5,024 5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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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형문산의 은거고수-10 +1 13.05.25 4,190 46 7쪽
27 형문산의 은거고수-9 +3 13.05.22 6,435 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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