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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금흔의 서재입니다.

무연무성(無硏武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류금흔
작품등록일 :
2013.04.16 22:07
최근연재일 :
2013.12.27 17:37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265,099
추천수 :
2,361
글자수 :
281,912

작성
13.05.10 21:48
조회
6,307
추천
56
글자
7쪽

형문산의 은거고수-2

세상에 모든 행운을 다 가진 소년 홍무연. 세상에 모든 불행을 짊어진 소년 임무성. 세상에 모든 슬픔을 가지는 소녀 화소은. 세 남녀가 그려가는 무림이야기.




DUMMY

아직 온전치 않은 몸으로 험한 종남산을 꾸역꾸역 내려온 무성은 우지관의 말을 쫓아 남하를 시작했다.

그래도 마지막 정이 남아서였던지 포교당의 채제문노사가 건넨 작은 보따리에 네 덩어리의 만두와 물병, 그리고 구리문 몇 개가 들어 있었다.

"이것도 감사해야지."

그렇게 생각한 무성은 네 덩어리의 만두 중에 하나를 반으로 갈라 입속에 털어 넣은 뒤에 나머지는 잘 갈무리하여 도로 품속에 넣었다.

그리고 무작정 관도를 따라 남쪽으로 향했다.

형문산은 호복에 위치한다. 바로 고개지와 장한의 고사로 유명한 곳이다.

옛 초나라의 땅이었으며 서장강의 요충지로 이름이 난 곳으로 찾아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큰 관도로만 찾아가다 보니 헤맬 일은 거의 없었고 더군다나 워낙 유명한 곳이라 호북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기에 무성은 종남을 내려온 지 두 달 만에 형문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형문산의 초입에 들어서서 산을 올려다보니 왜 산 이름을 형문이라 했는지 대번에 알 정도였다.

"과연 사람들이 말한 대로 구나. 산의 윗부분은 붙어 있고 아랫부분은 떨어져 있는 것이 그 때 어느 선생께서 보여 준 글씨와 흡사하군."

석 달 동안 무성은 조금씩 진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환약의 기운이 사그라졌는데도 내기가 잡히지 않아 전전긍긍하였는데 한 달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단전에 내기가 스며들어 왔던 것이었다.

바로 형과 실전을 중시하여 혼단공의 효능을 몰라 본 종남의 실수였다.

무성이 홍무연의 내가중수법에 당해 크게 내상을 입자 혼단공의 내기가 내상을 치료하기 위해 몸속으로 흩어졌다가 치료를 끝내고 다시 단전으로 돌아 왔던 것이었는데 이를 알려준 사람도 없었고 아는 사람도 드물었으니 무성이 알리는 만무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중도에 헤맬 줄 알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형문산에 도착하고 보니 왠지 기분이 좋아진 무성은 힘찬 걸음으로 산 정상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일마장쯤 산행을 하다 보니 무성의 귀에 묘한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霜落荊門江樹空 - 서리 내려 형문기슭 나뭇잎이 떨어지건만

布帆無恙掛秋風 - 가을바람에 돛을 달고 순탄히 나아가네.

此行不爲䲐魚膾 - 농어회 그리워서 가는 길이 아니고저

自愛名山入剡中 - 명산을 사랑하여 섬계 찾아 들어가누나.

절로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흥겨운 가락에 가을의 정취까지 더하니 무성은 절로 흥미가 일어 노랫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보았다.

큰 개울가에 낚싯대 네 개를 드리우고 큰 챙이 달린 죽립을 눌러 쓴 초로의 노인이 흥얼거리는 소리였는데 흥얼거린 다기 보다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는 쪽이 가까웠다.

일단 무성의 귀에는 아주 크게 들렸으니까…….

"저어, 어르신. 그리 크게 노래를 부르시면 물고기들이 놀라 다 도망가질 않겠습니까?"

무성이 가까이 다가가 질문을 하자 노인은 무성쪽으로 쳐다보지도 않은 채 대꾸했다.

"어린 녀석아, 뭘 모르면 잠자코 보기나 해라. 이 노래는 물고기를 부르는 노래니라."

"예? 물고기를 부른다 하심은……?"

"그만 시끄러우니 잠자코 보기나 하거라."

노인은 말을 마치고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헌데 잘 들어 보니 같은 노래를 계속해서 반복해 부르는 것이었다.

'이상한 어르신이로군. 이렇게 크게 노래를 부르면 물고기가 오다가도 다 도망가겠구만.'

잠시 후, 무성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로 노인이 드리운 낚싯대의 찌가 하나씩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노인은 신난 듯 더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자 제일 왼쪽에 있는 낚싯대의 찌가 물속으로 쑥 빨려 들어갔다.

노인은 노래 부르는 것을 쉬지 않으며 잽싸게 낚싯대를 낚아채자 팔뚝만한 농어가 물속에서 튀어 나오는 것이었다.

놀란 무성이 급히 다가들어 노인을 도우려했다.

"어르신 제가 돕겠습니다."

그런데 무성의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노인은 금세 세 개의 낚싯대에서 농어를 낚아 올리는데 반해 무성은 하나의 낚싯대를 가지고 끙끙 앓는 소리를 내는 것이 전부였다.

"으으으으으... 이 녀석 굉장히 큰 놈인가 봅니다."

무성은 끙끙 거리고 있는데 노인의 표정은 영 좋지 못했다.

"에잉 쯧쯧쯧. 젊은 놈이 그거 하나 못 낚아 올려서 어디다 써먹을꼬?"

"하지만 어르신 이 놈은 어르신이 잡은 것 보다 훨씬 큰 것 같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도와 달라는 말에 노인은 뜬금없이 내기를 제안한다.

"그럼 내기를 하나 하자."

"끄응....차, 네... 말씀 하십시오."

"너의 낚싯대에 걸린 놈이 내가 가진 농어들 보다 작다면 너는 반 년 간 내 노예로 살거라. 어떠냐?"

노예란다. 질겁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방도가 없었다. 돕지 않았으면 모를까? 한 번 손을 댄 이상 물러 날 수도 없는 노릇 바로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었다.

낚싯대를 끌어당기는 힘이 워낙 강한지라 무성은 전후사정 재보지도 않고 응낙해 버렸다.

"예, 그리 하겠습니다. 그러니 좀 도와주십시오."

"쯧쯧, 돕겠다고 나선 놈이 되레 도와 달라 청하니 대체 어느 나라 법도 인지……."

노인은 꿍얼대며 무성의 곁으로 와 낚싯대의 앞쪽을 잡았다. 그리고 능숙한 동작으로 놓았다 풀었다를 몇 번 반복하더니 무성을 향해 힘껏 외쳤다.

"지금이다. 힘껏 당겨라."

"옛, 여엉찻!"

추아아악.

파득파득파득.

"에?"

무성은 잔뜩 기대를 하며 모래톱으로 올린 물고기를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웬걸? 무성의 낚싯대에 걸린 것은 농어도 아니오. 숭어도 아닌 손바닥만 한 붕어였다.

노인의 입가에 거봐라는 듯 득의의 미소가 매달렸다.

"오호, 엄청 커다란 녀석일세. 그럼 약속은 약속이니 넌 오늘 부터 내 노예다. 클클클."

"하아아... 알겠습니다. 어르신, 무엇부터 하면 되겠습니까?"

"어르신? 주인님이라 불러라. 이 생각 없는 것아."

"예, 주인님 무얼 하면 되겠습니까?"

"오늘은 꽤 쓸 만 한 놈을 낚았으니 물건들이나 정리하거라. 집으로 가야겠다."

"예."

무성이 짧게 대답을 하자 노인은 짐짓 화난 표정을 하며 무성에게 얼굴을 바짝 들이댄다.

"말이 끝나면 언제나 주인님을 붙여라. 알겠나? 노예?"

"에? ...예, 주인님."

그렇게 무성은 원하지도 않는 노예생활을 하게 되었다.




감상평, 댓글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질타도 감사히 받아 들이겠습니다.


작가의말

노예가 되었군요.

노예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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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남무성, 북무연-1 +4 13.12.27 1,445 41 16쪽
49 강호의 이단아들 -15 +1 13.12.19 1,576 35 15쪽
48 강호의 이단아들 -14 +7 13.07.14 2,215 38 12쪽
47 강호의 이단아들 -13 +5 13.07.11 1,553 40 13쪽
46 강호의 이단아들 -12 +5 13.07.09 1,812 41 17쪽
45 강호의 이단아들 -11 +3 13.07.07 3,147 32 9쪽
44 강호의 이단아들 -10 +4 13.07.06 2,176 29 16쪽
43 강호의 이단아들 -9 +1 13.07.03 1,708 31 12쪽
42 강호의 이단아들 -8 +5 13.07.01 2,125 33 14쪽
41 강호의 이단아들 -7 +4 13.06.27 1,905 39 14쪽
40 강호의 이단아들 -6 +5 13.06.24 2,379 38 16쪽
39 강호의 이단아들 -5 +2 13.06.19 2,663 33 17쪽
38 강호의 이단아들 -4 +3 13.06.16 2,851 37 21쪽
37 강호의 이단아들 -3 +3 13.06.13 2,820 39 17쪽
36 강호의 이단아들 -2 +2 13.06.11 2,900 34 14쪽
35 강호의 이단아들 -1 +2 13.06.08 4,510 42 19쪽
34 형문산의 은거고수-16 +2 13.06.04 4,021 42 22쪽
33 형문산의 은거고수-15 +3 13.06.01 4,434 46 14쪽
32 형문산의 은거고수-14 +7 13.05.30 3,782 49 15쪽
31 형문산의 은거고수-13 +3 13.05.28 4,516 54 16쪽
30 형문산의 은거고수-12 +1 13.05.26 5,024 54 10쪽
29 형문산의 은거고수-11 +4 13.05.25 4,579 44 17쪽
28 형문산의 은거고수-10 +1 13.05.25 4,191 46 7쪽
27 형문산의 은거고수-9 +3 13.05.22 6,435 48 12쪽
26 형문산의 은거고수-8 +3 13.05.17 5,690 46 9쪽
25 형문산의 은거고수-7 +1 13.05.16 4,726 50 12쪽
24 형문산의 은거고수-6 +5 13.05.15 6,340 55 14쪽
23 형문산의 은거고수-5 +4 13.05.14 6,582 55 11쪽
22 형문산의 은거고수-4 +5 13.05.12 5,393 52 14쪽
21 형문산의 은거고수-3 +4 13.05.12 5,947 6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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