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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림이 님의 서재입니다.

상태창을 물려받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태림이
작품등록일 :
2022.10.30 23:11
최근연재일 :
2022.11.22 09:0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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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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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1,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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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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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쪽

A급 게이트 공략

DUMMY

2010년.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과학 기술의 발달과 함께 세상은 조금 변했다.

음모론이 늘어나고, 귀신이나 괴물을 봤다는 보도의 빈도가 잦았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소시민의 삶은 특별하게 변한 건 없었다.

가끔 SNS에 괴물의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사진의 합성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다가 금세 뒷전이 되었다.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먹고사는 일이 일 순위였다.


【세상이 게임처럼 변했다】


기괴한 사건 사고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질 즈음, 국가의 전 대통령이라는 작자가 천기누설이라며 고백했지만, 그마저도 조금 큰 메아리에 지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가 나이를 먹어 정신이 이상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앞에 게임의 시스템이 보이는 것도 아니었고, 지구가 하루아침에 두 쪽이 나거나, 몬스터들의 습격을 받은 인류가 떼죽음 당한 것도 아니었다.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세상이 변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소수였고, 99.9%의 사람들은 이전과 같이 생활했다. 나처럼.


“끝인가.”


나는 작업장 문을 열었다.

차갑게 식은 설비가 보였다.

이전에는 설비마다 수십 명의 인원이 달라붙어 제품을 생산했다.


이런 작업장이 몇 개씩이나 되었고, 건물에는 활기가 넘쳤다. 서로를 향해 욕하고 이따금 싸우기도 했지만 결국 한 가족이었다.


딸깍.

그러나 이제는 한 명도 남지 않았다.

나는 모두 떠나간 작업장의 전원을 껐다.

털털털 소리를 내며 돌아가던 환풍기조차 멈추고, 적막이 내려앉은 작업장은 다소 을씨년스러웠다.


회사가 임금을 체불한 지도 세 달째. 직원들은 대부분 회사를 떠났다. 갈 데가 없어서 눌러앉아 있던 직원들도 아르바이트라도 하겠다며 출근을 미뤘다. 남아 있는 건 나밖에 없었다.


‘좁아터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 넓구나. 하긴, 작업자 백여 명을 수용하던 곳이다.’


나는 작업장의 문을 닫았다. 이제 두 번 다시 열 일이 없는 문이었으므로 문단속을 철저히 했다.


엘리베이터는 내가 내린 층계에서 그대로 멈춰 있었다. 7층짜리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달랑 한 개밖에 없는 게 말이나 되냐며, 좆소는 역시 좆소라고 투덜대던 직원들이 있을 때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모두 신경질을 내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댔다. 일이 한창 바쁠 때는 비상계단에서 매번 서너 명씩 마주쳤다.


그러나 이제 한 명도 남지 않았다.

나는 한적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몇 개 없는 버튼 중에서 가장 위에 있는 것을 눌렀다. 사람이 이용하지 않아 썰렁한 엘리베이터는 나를 꼭대기 층으로 인도했다.


―이제 우리 아들이랑 둘이서 먹고 살 만큼만 하고 싶어요. 저 좀 봐주세요···.


문이 열리자마자 커다란 목소리가 벽을 뚫고 메아리쳤다.


VIP실.

회사의 꼭대기 층에 자리 잡은 사무실.

㈜파텍의 대표이사가 머물고, 임원들이 회의를 진행하는 장소였다. 따라서 보통의 직원들은 평생 들릴 일이 없었다. 과장과 팀장 등 중견급 실무자들은 이곳의 호출을 받을 때마다 안색이 굳고는 했다.


이제 내가 그 문 앞에 섰다. 어쩐지 긴장이 됐다. 가만히 서서 숨을 죽이고 문 너머로 들려오는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사람이 있는 건 아니었고, 수화기 너머의 상대와 통화하는 듯했다. 대부분 수화기 너머의 상대에게 호소하는 말들이었다.


“설비만 놔두면 돈이야 벌 수 있는 거니까, 살아가면서 꾸준히 보답하겠습니다. 그리고 발명만 끝이 나면···.”


VIP실 속 남자는 울고 있었다.

남 울리는 건 잘했어도, 정작 본인은 우는 일이 없는 사내였다.


㈜파텍의 대표이사. 그러니까, 내 아버지.

아버지의 눈물은 꽤 남사스러운 일이었고 사건처럼 다가왔다.


그러나 내 걸음이 무거운 것은 그 이유가 아니었다.


【 면접 번호 067 김수현 님 】

【 합격을 축하합니다! 】

【 신규 OT 장소 안내 】


···바로 이거였다.

나는 아버지와 ㈜파텍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온 것이었다.


오늘 아침 도착한 합격 통보.

마음이 심란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이름 뒤로, 최종 합격이라는 글자와 내 이름 석 자가 나란히 병기되어 있었다. 기뻐야 하는데, 기뻐할 수 없었다.


나는 ㈜파텍 대표이사의 아들이었다.

따라서 회사가 망해가고 있다는 사실도 가장 빠르게 알아챌 수 있었다. 나는 조용히 이직을 준비했다.


파텍에서 근무하며 쌓은 실무 경험.

그리고 낙하산 취급받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수집한 수십 가지 자격증 덕에 성공적으로 이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결심한 일이었다.

아버지가 울린 사람은 비단 직원만이 아니었다. 나의 어머니와 할머니, 그리고 나도 그 피해자였다. 사업에 성공하겠다는 일념 아래 온 가족을 내팽개친 구시대적 개룡남이 바로 나의 아버지였다. ㈜파텍 건물이 커질수록 우리 살림은 힘들어졌다. 집과 차, 그리고 혼수까지 팔아 회사 살림에 보탰다. 아버지가 골프를 치고 영업하러 술 마실 때, 어머니는 음식점에서 설거지하고 파스로 몸을 고쳤다. 동생은 학교가 끝나면 부리나케 아르바이트에 나서서 햄버거를 만들었다. 나는 아버지와 함께 일하면서도 가족으로서의 정보다 원한만 쌓여갔다.


무엇보다, ㈜파텍이 망한다고 아버지가 망하는 것은 아니었다. 설비를 몇 개 팔아치우면 당장 떵떵거리고 살 노후자금이 마련된다. 그리고 회사를 이 지경으로 만든 연구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지금이야 기댈 곳 없고 힘들어 보이지만, 조만간 다시 돈을 벌기 시작하면 어머니와 나, 우리 가족을 나몰라라할 게 뻔했다. 내 눈에 아버지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고생하세요, 대표님.’


문고리를 열고 아버지를 위로하는 것보다, 그를 뒤로하고 떠나는 걸음이 더욱 가벼운 것은 그런 이유였다.



*




‘그때 잘할걸.’


㈜파텍을 떠나고 삼십 년이 흘렀다. 나는 내가 파텍을 떠나올 때의 아버지와 비슷한 연배가 되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시간은 영영 거기에 멈춰 있었다.


‘왜 그러셨어요. 어째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나요? 왜 우리에게 상담하고, 의논하지 않으셨습니까. 어째서···.’


나는 납골당에 주저앉아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유골함을 바라봤다. 문득 넥타이가 답답해서 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그리고, 이 와중에 챙겨온 종이 다발을 쥐었다. 이십오 년 전,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종이였다.


【K-F-001】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이런 걸 발명하셨으면서, 어째서···.’


내가 파텍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는 다시금 의욕적으로 움직였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일 외에 모든 것을 뒤로 미룬 채 사업에 몰두했다.

벌써 두 번째였다.

이를 견디지 못한 어머니와 법적으로 남남이 되었지만, 이혼조차 아버지의 워커홀릭 근성을 막아서지 못했다.


그러다가 과로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때였다.

이 보고서를 발견한 것은.

미세먼지와 유해 물질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장비.


그저 남들보다 일을 일찍 시작했을 뿐이었던 나는 세계적인 대기업에 근무하는 인재들 사이에서 설 자리가 없었고, 몸과 마음이 한계에 다다라 사표 작성을 고민하고 있었다.


당시 내 눈에 아버지의 보고서는 꼭 나를 위한 안배처럼 느껴졌다. 결국, K-F-001의 보고서를 몇 개로 토막 내고, 몇몇 핵심적인 용어를 나만 알아볼 수 있도록 수정하여 회사에 제출했다.


―이거, 정말 네 아이디어냐?

―···예.


동기들 사이에서 이렇다 할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며 짐 더미 취급을 받던 나는, K-F-001이라는 날개를 달고 승승장구했다.


나는 일찌감치 토막 낸 K-F-001의 기획안을 몇 차례에 걸쳐 꾸준히 보고했고, 결국 삼 년 전에 아버지의 모든 기술을 홀라당 회사에 팔아먹은 꼴이 되었다.


아버지의 유품을 팔아치웠다는 죄책감이야 있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덕분에 세계적인 기업의 임원이 되어 아버지가 뒷전으로 미뤄둔 가족을 보살필 수 있었다.


그러나···.


“원본은 어딨지?”


들통이 난 모양이었다.

어느 날, 세 명의 헌터가 나를 찾아왔다.


헌터.

불과 삼십 년 전까지만 해도 풍문으로만 떠돌던 미지의 존재들. 본격적으로 그 실체를 드러낸 것이 이십 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그들은 세계의 권력을 장악해 나갔다.


던전, 몬스터, 그리고 헌터.

우스꽝스럽게도, 인류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는 다름 아닌 같은 인류, 헌터였다.


판타지 소설에서나 볼 법한 마법, 초인 같은 근력을 무기 삼아 실력발휘를 시작한 이들은 결국 이십 년 만에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실력자들이 되었다.


내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술을 팔아 힘겹게 다다른 문경 그룹 임원의 지위마저 대부분 헌터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 차례가 찾아온 듯했다.


“이 엉터리 말고, 원본은 어디 있느냐고.”


툭.

그들이 익숙한 종이 뭉치를 내 책상 위에 던졌다. 나는 책상 아래를 더듬었다. 불의의 습격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숨겨둔 호신용 권총을 찾고자 했다. 그러는 한편,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눈으로는 활자를 좇았다.


“던전 방호복···?”


그러나 기획안의 제목을 발견한 순간, 권총을 찾던 손을 멈추고 말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정태 이사에게 다 듣고 왔으니 괜한 시치미 떼지 말자고.”


···알다마다.

던전 방호복···.

문경 그룹의 획기적인 특허로, 헌터가 아닌 보통 인류를 마력으로부터 보호하는 보호구. 덩달아, 헌터 역시도 던전에 들어가기 위해서 착용하는 보호구였다.


그리고 최초 기획안 속 그것의 임시 명칭은···.


‘K-F-001···.’


던전 방호복의 프로토타입은 다름 아닌 K-F-001이었다. 아버지가 발명하고 유품으로 남겨두어 내가 수습한 발명서. 한데, 어째서 그들이 수십 년 전의 기획을 들이미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딱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이 기획안은 내 이름으로 되어 있지 않다.’


나는 당시의 팀장에게 기획안을 제출했다. 그리고 팀장은 기획안 속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수정하여 제 몫으로 제출했다.


머지않아 팀장은 임원으로 승진했고, 나는 그의 라인을 타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따라서 던전 보호구의 초기 이름은 그와 나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다.


“이정태 이사를 어떻게 했지?”

“어떻게 됐는지 직접 체험하고 싶은 건가? 우리도 그쪽이 편하지만, 그럼 당신이 말을 할 수 없게 되니까 인내심을 발휘하는 중이야.”


일찌감치 이정태 이사를 족치고 나한테 찾아온 것이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큭큭.”


세 명의 헌터 중, 여태 입을 닫고 있던 작자가 불길하게 웃었다.


“뻔한 거짓말하지 말아라. 우리는 보자마자 알 수 있다. 이건 마력이 없는 일반인이 조악하게 흉내 낸 카피본이야. 원본의 몇몇 단어를 바꿔치기한 열화판.”


쾅···!

말을 마친 헌터가 머리 위로 주먹을 들어 올리더니, 내 책상을 내려쳤다. 그러자 두께가 10CM는 될 법한 두꺼운 나무 책상이 산산이 조각났다. 그 여파에 힘들여 찾고 있던 권총마저 저 멀리 날아갔다.


‘미친···!’


적잖이 헌터를 겪어봤다. 당장 문경 그룹의 임원진이 대동하는 경호 인력 역시 대부분 헌터였다.


한데···.


‘이게 같은 헌터라니···!’


그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들과 비교하자면, 경호원은 초등학생이나 다름없었다.


더 이상의 발악은 무의미하다.

초등학생에 불과한 경호원들조차 총알 한두 방은 견디고 기동하는데, 이들에게 권총이 통할 리 만무했다.


“우리 이사님께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신가 본데.”


네 명의 헌터 중 가장 대화에 적극적이던 사내가 입을 열었다.


“하루 드리지.”

“하루?”


그는 내 대꾸에 고개를 끄덕이며 제안했다.


“그동안 원본을 찾아 준비해 두는 게 좋을 거야. 도망칠 생각하지 마. 24시간이 지나면 초 단위로 손해를 물을 테니까.”


하루···.

나는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하기 시작했다.


가장 비싼 경호원을 고용하면 어떨까.

경찰에 신고할까?

대표 이사에게 이 사실을 보고해야겠다.

아니, 셋 다 하면 될 테다.


“···알겠다.”

“······.”


그러나 그의 시선은 꼭 내 심상을 꿰뚫는 듯했다. 그는 코웃음을 치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는 불길한 마음을 뒤로하고, 차례대로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헌터와 관련된 일은 헌터 사무국에 요청하셔야 합니다. 절차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경찰은 쓸모가 없었다. 얽히고설킨 행정에 절차는 복잡해서 당장 내일 필요한 보호를 요청할 수 없을 듯했다.


―두당 이억. 단 하루, 상대가 누구든 회장님을 보호해 드릴 수 있는 인력을 제공하겠습니다.


이 억.

그렇게까지 큰돈이 아니었다.

나는 고스란히 십억을 치르고 다섯 명의 경호 헌터를 고용했다.


―말씀하신 수준이라면 C급일 테지요. 치열한 전투가 될 테고, 시체를 처리해야 할 겁니다. 사무실보다는 회장님의 자택이 더 편리하겠군요.


일급으로 이억을 받는 다섯 명의 경호원이 지극히 사무적인 말투로 살인을 예고했다. 필요하지 않은 말은 하지 않고, 능수능란하게 채비를 시작했다. 나는 그들을 신뢰하게 됐다.


그러나 신뢰는 고작 열두 시간 만에 산산조각이 났다.


―도, 도망쳐···!


이튿날.

내 자택을 찾아온 세 명의 헌터는 십억짜리 경호 헌터 다섯을 모조리 살해했다. 나는 첫 번째 경호원의 목이 달아나는 광경을 보자마자 냉큼 차를 몰아 달아났다.


갈 데가 없었다.

어딜 가도 그들의 손아귀 안일 게 뻔했다.

결국, 내가 도착한 곳은 아버지의 유골함을 보관한 납골당이었다.


‘아버지.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겁니까, 이 K-F-001에는. 도대체 왜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으신 겁니까.’


그러나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이 나이가 되어서 아버지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지만, 아버지가 발명하고자 한 것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혹시 말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겁니까?’


가족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보다, 돈을 베푸는 것이 본인의 역할인 줄 알았던 위인.

그런 줄로 알았는데, 그런 아버지에게 남모를 사정이 있었던 거라면···.


‘이제 와서 무슨 의미가 있지?’


멀리서 헌터들의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권총을 관자놀이에 가져다 댔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귀가 멀 듯한 격발음과 함께 눈이 감겼다.


그것이 나의 첫 번째 회귀였다.






2화



“멍, 멍!”


개 소리.

···소리?


‘소리?’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냉큼 관자놀이에 손을 가져다 댔다. 구멍은커녕, 집 나간 머리숱이 빼곡하게 돌아와 있었다.


‘살아있다!’


분명히 살아있다. 손의 감촉, 손이 닿은 관자놀이의 감각, 목마름, 추위···. 모두 선명했다.


‘이 천장···.’


익숙한 기숙사 천장이었다.

대학교 기숙사도 아니라, 회사 기숙사.

이 구닥다리 시설을 보자면 절대로 문경은 아니고, 그렇다면···.


‘㈜파텍···. 며칠이지?’


생뚱맞게 파텍의 기숙사 안에서 눈을 뜨게 되었으나, 그보다 중요한 사실이 있다.

나는 얼른 손을 올려 스마트폰을 찾았다. 스마트폰은 머리맡에서 금세 찾을 수 있었다. 나는 늘 스마트폰을 머리맡에 놓았다. 이 시기에 생긴 버릇이 죽을 때까지 간 것이다.


2020년 12월 25일.

나는 15학번이다. 20년에 4학년을 마치고, 졸업식도 치르지 않은 채 냉큼 파텍에 입사했다. 내 기억으로는 4학년 기말이 끝나고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곧장 입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생에는 다소 느슨하게 일했다. 애당초 원해서 온 직장이 아니었다. 갈 곳이야 파텍이 아니어도 몇 군데가 있었지만, 일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그러나 회귀를 통해 다시 한번 얻은 기회는 최대한으로 활용해야 한다.


지상과제는 무엇보다도 아버지와의 관계 개선이다. 아직은 그럭저럭 부자지간을 유지하고 있는 시점. 지금부터 아버지와 유대 관계를 쌓고, K-F-001의 비밀을 알아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 맹목적으로 아버지에게 잘하는 건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아버지의 회사에서 일하면서 아버지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월급이니 아버지에게 첫 월급 선물을 드리지 않는다는 비상식적인 행동이야 바로잡을 필요가 있지만, 평범한 애정 공세를 펼쳐봤자 아버지의 마음은 사로잡을 수 없다는 의미다.


전생의 나도 무지막지한 불효자였지만, 그런 기질은 순전히 아버지의 유전자에서 비롯했다. 아버지도 가족애라는 부분이 결여된 사람이었다.


내가 아버지의 회사가 기울기 시작하자 망설임 없이 배를 갈아탔던 것은 오로지 내 입신양명을 위한 행동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잘 되면 결국 가족을 일으키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점에서 우리 부자는 소름 돋게 닮았다. 당시의 나와 아버지는 행동 원리가 일치한다. 내 성공이 먼저 선행되어야 내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었다는 점이 바로 그렇다.


그러나 아니다.

좋은 게 좋은 거다.

전생에서는 이걸 몰랐다. 그리고 나이를 실컷 먹고, 기회란 기회는 다 날려버린 뒤에야 깨달았다. 그리고 아버지에게도 그 사실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나는 냉큼 일어나 방안의 불을 켰다. 이때의 나는 신입 사원치고는 과분하게도 독채를 이용했다.


아버지는 미국의 재벌가를 빗대어 대표의 아들이랍시고 편하게 일해서는 안 된다며, 내가 당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숨겼다. 다만, 전무이사였던 조현일의 조카라고 소개했다. 덕분에 나는 고작 중소기업 따위에 이사의 조카라는 직함으로 낙하산을 탄 우스꽝스러운 녀석 취급을 받았다.


‘성탄절.’


그렇다면 이미 그 우스꽝스러운 신병 소개식은 벌써 치러진 이후일 테다. 전생의 성탄절에는 피부과에서 시술을 받고 바로 클럽으로 넘어가 술을 진탕 퍼마셨던 기억이 난다.


‘물론 젊어진 몸으로 한바탕 놀아보고 싶기는 하지만.’


끼익···.

그럴 시간은 없다.

나는 냉큼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했다. 그리고 방에 있는 작은 화장실에서 세안을 마치고, 밖으로 나섰다.


쌔앵···.

찬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그러나 견딜 만했다. 30년 뒤 한국 날씨에 비하면 이 정도는 춥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초겨울 날씨나 다름없었다.

한국의 여름은 점차 더워지고, 겨울은 살기 힘들 정도로 추워졌다. 이미 그런 살벌한 기후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2020년의 추위 따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필 기숙사라니.’


두 번째 삶을 얻기는 했지만, 정작 기숙사라는 데에 발이 묶인 처지였다. 내가 가진 정보를 십분 활용하려거든, 행동의 제약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얼른 기숙사 신세를 벗어나 독립하는 시기를 앞당기는 게 요원하다.


나는 복도를 서성이며 기숙사 방안에 귀를 기울였다. 성탄절 아침이었고, 대부분의 직원들은 공휴일을 맞아 기숙사를 떠난 참이었다.


끼익···.

그때, 내 방의 맞은편문이 열렸다.


“응?”


머리에 까치집을 인 사내가 나왔다. 사내는 어딜 봐도 내 또래로 보였다.


“얼마 전에 새로 오신 분 아닌가?”


이준영.


‘임자 만났다. 이 개새끼.’


녀석은 내 또래였고, 전생 이맘때쯤의 나와 마찬가지로 고참들 마음을 얻기 위해 이리저리 고군분투하는 훈련병 입장이었다. 나와는 달리,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거는 붙임성 좋은 녀석이다.


“······.”


그리고 인사보다 상대를 파악하는 게 먼저인 녀석이다. 상대가 자기보다 강자인지, 약자인지 파악하고 나서야 인사의 형태와 크기를 결정하는 약삭빠른 놈.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나는 냅다 허리를 꺾었다.


“아, 그···. 그래요. 인사성이 참 밝네. 좋아!”


이준영은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 특별히 행선지를 묻지는 않았다. 일 년에 단 하루뿐인 성탄절을 만끽하려는 모양이었다.


녀석의 사생활에는 관심 없다. 딱 이 정도의 거리감이 좋은 녀석이다.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피곤하다. 친해지지 않을 수 있으면 되도록 그러는 편이 상책인 인연이었다.


애당초 알맹이 없는 녀석이다.

회식이라고는 빠짐없이 참석하고, 상사들 눈치를 살피며 주말에도 일하러 나오면서야 파텍이 망할 때쯤 겨우 대리를 단 녀석이었다.


붙임성.

전생의 이준영은 동갑내기인 내게 입이 닳도록 붙임성의 힘을 강조했다. 업무 능력 향상보다 사람을 발판삼아 높은 곳에 이를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작자였다.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학교라면 몰라도, 당장 군대부터 틀린 말이 된다. 붙임성이 좋아도 결국 능력이 별 볼 일 없으면 무시당하기 일쑤다. 붙임성만 좋은 녀석은 실없는 녀석으로 더욱 미움받기만 한다. 이게 전생에서 얻은 또 다른 삶의 지혜다.


어쩌면··· 아버지는 그런 삶의 지혜를 일찌감치 파악하고 아둥바둥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녀석은 그런 면에서 업무의 걸림돌이면 걸림돌이었지, 도움이 되지는 않을 테다.


‘이 시기 파텍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업무 정도는 이미 다 할 수 있다.’


나는 이준영과 대척점에 있다.

이 시기의 나는 정말 형편없는 자식이었다. 이준영은 붙임성이라도 있지, 나는 그것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 생은 다르다.

지난 생의 지식과 지혜를 온전히 유지한 채 과거로 돌아온 나의 업무 능력은 만반의 상태.

아니, 차고 넘쳤다.

회귀를 통해 두 번째 삶을 얻게 된 나는 파텍 따위 규모의 회사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감히 모실 수 없는 인재다. 경영 자문만 해도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을 받아먹을 수 있다.


다만, 여기는 미국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업무 능력을 증명할 압도적인 스펙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 목소리는 커지지 않을 테고, 내 업무 능력을 증명할 자리도 마땅히 생기지 않을 게 뻔하다. 이런 작은 사회일수록 실력행사보다 나이와 짬 대접이 더욱 효과적인 경향이 강하다.


‘지금 자격증은 뭐가 있지?’


현재 내가 지닌 목소리의 크기를 확인할 차례였다.

나는 스마트폰을 켰다.

자격증 확인 페이지에 접속하자 이름을 검색해도 나오질 않았다.

페이지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문경의 임원이 된 게 사망으로부터 고작 3년 전이었으므로, 그 전까지는 매일 스펙 향상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따라서 자격증 확인 방법을 착각한다는 건, 밥 먹는 손을 헷갈리는 것과 같았다. 틀릴 리가 없다는 말이다.


‘···아무런 자격증도 없나.’


현재의 나는 자격증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 흔한 컴활부터, 토익조차도···.

30년 전의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살았던 걸까.

···그야, 학부 시절에선 여자 꽁무니만 쫓아다녔고, 용돈으로 옷 사고 치장하고, 남은 돈으로 술 사고, 대출까지 받아 놀러 다녔다. 그렇게 만든 인연이 특별히 이어진 적도 없다. 정말 실속 없이 헛돈만 쓰고 다닌 셈이었다.


‘바로잡으면 되지.’


그러나 그건 전생의 이야기다.

나는 냉큼 이 시대에 가장 널리 쓰이던 메신저를 켰다. 오랜만에 보는 그리운 인터페이스에는 따로 적응할 필요가 없었다. 수십 년 동안 사용했던 거니까.

거기에는 내가 미처 읽지 않거나, 읽고도 답장하지 않은 수많은 대화방이 있었다.


나는 그 대화방의 목록을 천천히 읽어내렸다. 대부분이 주말마다 다니는 클럽의 테이블 비용을 나눠 내고자 모은 대화방이었고, 드문드문 이런 녀석도 있었나 싶은, 기억도 나지 않는 여자의 이름이나 얼굴도 보였다. 그때는 이런 실없는 인연을 자랑하고는 했다. 사실 내게 술 아니면 밥 얻어먹고 도망가던 여자들이었지만.


그리던 중, 나는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오해도.’


머지않아 헌터로 각성하는 사내. 세간에서 제법 알아주는 헌터로, A급이라고 했다.

나 같은 일반인과 헌터가 사는 세계는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A급 헌터가 어느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내가 이름이라도 아는 사람 중에서는 단연 가장 뛰어난 녀석이었다.


‘당장 전생에 나를 그렇게 겁박하던 게 C급 헌터라고 했으니···.’


생애 마지막에서 고용한 헌터들. 그들은 상대의 전투를 전해 듣고는 C급일 거라고 짐작했다. 물론 그것은 터무니없는 오판이었다. 제대로 된 유효타 한 번 먹이지 못하고 무참히 살해당했으니까.

나를 겁박하던 이들은 최소 C급 이상.

그렇다면 B급으로 짐작하는 것이 옳다. 오해도와 같은 A급의 헌터는 광역시 단위에서도 손에 꼽는다고 들었으니, A급일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뭐,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2050년과 달리, 아직 자기들이 가진 힘을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고, 힘을 비축하고 있는 헌터들은 이 당시에도 저들만의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말은···.


―해도야. 바쁘냐?


오해도.

훗날 A급 헌터로 각성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헌터 중 하나가 될 만한 자질을 지닌 녀석도 해당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


반대로, 아직 양지에 진입하지 못한 헌터 커뮤니티에게는 자본이 필요하고, 양지에서 활동할 수 있는 떳떳한 명함이 필요했다.


《 수신 전화 》

《 15 동기 오해도 》


예상대로, 오해도는 불과 일 분만에 회신했다. 그것도 메신저가 아닌 음성 전화로.


‘나는 녀석들이 원하는 자본과 명함을 제공할 수 있는 입장.’


그도 그럴 게, 나 만한 봉이 없다.

학부 시절에 아빠 백으로 벌써 세단을 끌고 다니며 참석하는 술자리마다 결제를 도맡고, 주말에는 클럽에서 봤다는 목격담이 끊이질 않았던 나는 이미 금수저, 더 나아가 망나니로 유명했다.


물론 진짜 금수저는 아니다.

그러나 그런 세상 넓은 줄 모르고 설치고 다니는 어중간한 금수저 망나니야말로 오해도의 눈에는 이용하기 딱 좋은 호구처럼 보였을 테다.


―어, 수현아!


수화기 너머에서 오해도는 미처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 해도야.”


너 헌터지?







3화


꿀꺽.

나는 목구멍을 넘어오려는 말을 간신히 삼켰다.

당장 오해도가 헌터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혹시 그들 중 내가 기억하는 인상착의의 헌터 셋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바빠?”


그러나 시기상조다. 나를 죽이려 들던 세 명의 얼굴은 똑똑히 기억하지만, 그것만으로 정체를 완전히 파악할 수는 없는 노릇.

게다가 오해도가 순순히 제대로 된 정보를 넘겨주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대학 시절, 그와 크게 교류가 없던 나보다야 헌터 사이의 유대가 더욱 깊을 공산이 크다.


애당초 그가 이 시대에 암암리에 활동하던 헌터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있을 거라는 의심은 여기에서 출발했다.


그는 훤칠한 키와 준수한 외모로 인기가 많았다. 한데도 교내 행사에는 한사코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며 두문불출했다. 강의 시간에 공공연히 이어지던 교수님의 구애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런 녀석이 이렇게 반가워하는 것을 보면···.


‘확실하다.’


의심은 확신으로 변했다.

그는 훗날 체제 전복을 위하여 암암리에 활동하고 있는 헌터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있다.


게다가···.


“아니, 안 바쁘지. 그런데 웬일이냐, 네가 연락을 다 하고.”


내 입장이 유리하다.

나는 학부 시절에도 금수저 망나니 취급이었다. 말실수하고 몇 가지 사실을 혼동해도 전혀 책 잡힐 여지가 없다는 의미.


게다가 오해도는 지금 나를 모시듯이 하고 있다.


메신저 확인은 모두 마쳤다. 쓸모가 있는 녀석들에게 답신하고, 안부 인사를 돌렸다. 마찬가지로 나에게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는 녀석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회신할 테였다.


메신저를 종료했다.

이제 이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을 할 차례였다. 나는 다시금 스마트폰으로 날짜를 확인했다.


틀림없다.

지금은 2020년 12월 25일의 아침.


‘다가오는 2021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일이 벌어진다.’


암호 화폐.

그러니까, 비트코인.

더욱이 미국의 억만장자가 꾸준히 관심을 보인 코인이 하나가 있다.


개 얼굴을 냅다 박아넣은 그 코인은 연초에 50원꼴이다가, 봄에 이르러 900원까지 치솟는다.


그러니까, 거의 20배가 뛰는 셈이다.


‘사야지.’


인생역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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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신세계로 +7 22.11.14 908 40 12쪽
15 신세계로 +2 22.11.13 980 45 13쪽
14 신세계로 +2 22.11.12 1,080 47 12쪽
13 두 남자와 김용실 +2 22.11.11 1,164 48 12쪽
12 두 여자와 김용실 +2 22.11.10 1,308 44 13쪽
11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9 1,400 49 12쪽
10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8 1,458 53 13쪽
9 김용실(23세, 대마도사) +5 22.11.07 1,532 56 13쪽
8 딜 되는 힐러라고요? +6 22.11.06 1,641 59 14쪽
7 딜 되는 힐러라고요? +4 22.11.05 1,644 63 13쪽
6 딜 되는 힐러라고요? +3 22.11.04 1,783 56 13쪽
5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5 22.11.03 1,889 62 13쪽
4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3 22.11.02 1,927 64 14쪽
3 화안금정 +5 22.11.01 2,086 82 12쪽
2 화안금정 +5 22.11.01 2,197 89 12쪽
1 프롤로그 +10 22.11.01 2,390 12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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