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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림이 님의 서재입니다.

상태창을 물려받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태림이
작품등록일 :
2022.10.30 23:11
최근연재일 :
2022.11.22 09:0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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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11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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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1,099

작성
22.11.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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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수련 올스타

DUMMY

서울 근교.

마땅한 길드 사무소 하나 없는 외딴 곳.

헌터 시대의 도래와 함께 찬란한 전성기를 맞은 대한민국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낙후촌의 한편.


황색 전구 불이 하나 달랑 켜진 노포가 있었다.

철거 명령이 내려진 지도 한참이 지난 슬레이트 지붕을 얹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낡은 노포. 이곳에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남녀 한 쌍이 들어섰다.


“선배. 여기예요.”


추위에 떠는 여성의 목소리가 잠깐. 이윽고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허리를 굽히며 문턱을 넘었다. 노포 안 손님들의 시선이 온통 사내에게 쏠렸다.


연령대가 높은 이곳의 단골들이 저마다 사내에 대한 감상을 던졌다.


―인물 한 번 훤하네.

―티브이 나오는 양반인가 봬.

―배우여, 배우. 본 적이 있어.

―키 한번 멀대 같이 크다.

―듬직하니 우리 손녀 사위 삼으면 좋겠다.


첫 인상에 선뜻 자기 손녀를 타진하는 어른조차 있었다.


그러나 그 목소리들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사내의 거대한 체격에 가려져 있던 여자를 발견한 것이었다.


―가시나 참하게 생겼네.

―이쁘네, 이뻐.

―잘 어울리는구만.

―잘 어울리긴, 총각이 훨씬 아깝구만.


노포의 단골들이 저마다 수군댔다.

남은 인생의 낙이라고는 연속극이나 챙겨보는 게 고작인 노인네들의 상상력에도 불이 붙었다.


이건 그거다.

밀회다, 밀회.


연예인 커플인가.

배우와 아이돌인가.

스포츠 선수와 연예인일지도 모른다.

재벌과 연예인일지도.


그들은 한 쌍 남녀가 헌터들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런 외진 곳에 구태여 잘 나가는 헌터들이 찾아올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탓이다.


사실이 그랬다.

한 명은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 중 하나인 수련의 연구원.

다른 하나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델로스 동맹의 인턴이었으므로, 강남 한복판에서도 마주치기 힘든 엘리트 한 쌍이었다.


둘은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습관적으로 주변 손님들 면면을 확인했다.

마침내 경계를 푼 사내가 입을 뗐다.


“이런 데에서 괜찮아?”

“저는 좋아요. ···빠랑 같이 있으면 어디든.”

“뭐라고? 못 들었어.”

“이런 분위기 좋아한다구요. 오빠는요?”

“나도.”


사내는 자리가 불편한 기색이었다.

그는 좀처럼 시선을 가만 두지 못한 채 연거푸 물을 들이켰다.


“그래서. 할 말이란 게 뭐야?”

“어머. 앙큼하시네요, 오빠.”


남자는 답답하다 못해 슬슬 화가 날 지경이었다. 바쁜 사람을 불러다가 농담따먹기할 생각인가.


“있잖아, 주희야. 내가 지금···.”


그때였다.

맞은편에 앉은 여자, 수련의 연구원 오주희의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오주희는 화면에 나타난 이름을 확인했다.


“오빠 잠시만요. 응, 엄마.”


부모님의 안부 연락인 듯했다.

하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이 밤 늦게까지 들어오지 않는다면 어느 부모가 연락하지 않고 배길까.


“엄마 먼저 자요. 나 오늘 늦게 들어가.”


늦게?

왜?

김용실은 당장이라도 되묻고 싶었다.

할 일이 태산같이 쌓인 그로서는 잠깐 얼굴만 보는 게 목적이었던 것이다.


“주희야. 미안한데 나 오늘 오래 못 있어.”

“치···.”


그런 남자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여자는 앙탈을 부리듯 입술을 오므렸다.


“저랑 술 마시자고 했잖아요!”


···아뿔싸.

남자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예의상 질러본 말이 아니었구나.

탁나나에게는 금방 간다고 일러뒀는데.


“음식 나왔습니다.”

“김용실··· 후후.”


남자, 김용실은 테이블에 음식이 나오는 틈을 이용해 누군가에게 연락했다.


―미안. 오늘 못 간다.

―뭐? 왜!

―꼼짝없이 잡혔어.

―누군데. 델로스 동맹 회식이야?

―아니.. 후배.

―여자냐? 여자야? 너 어디야 지금. 찾아가기 전에 이실직고해라.


“오빠는 이름도 왤케 귀여워요. 강아지 같아.”


김용실은 생각했다.

얘는 아직 한잔도 들이키지 않았으면서 왜 만취한 사람처럼 혀를 배배 꼬는 걸까.


김용실은 화제를 돌렸다.


“좀 촌스럽지. 할머니가 지어준 이름이라.”

“아니요. 좋아요. 김용실 좋아.”

“주희야.”


김용실이 단호하게 말했다.


“사실 나는···.”

“김시진 부장님이.”


그러자 오주희의 안색이 변했다.


“김시진 부장?”

“오빠를··· 죽인대요.”


오주희의 설명이 이어졌다.

대부분은 김용실이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번 게이트 공략의 목적이 본인의 살해에 있다는 대목이 나왔을 땐, 지나치게 허무맹랑해서 오히려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 위해 수련의 올스타를 차출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수련의 2군 올스타.

길드 마스터를 비롯한 임원진이 없으므로 2군이 적절할 성싶다.


그러나 2군이 말이 2군이지, 어지간한 길드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강력한 군단이나 다름없다.


꿀꺽.

김용실은 첫 잔을 들이켰다.

입맛이 썼다.


아무리 그래도 이전에 몸담았던 직장.

그 직장에서 나를 이 정도로 미워할 줄이야.


“주희야. 미안하다.” “2차는 돌아온 다음에 하는 거예요. 꼭이요.”

“그래.”


김용실은 외투를 챙겨 일어섰다. 오주희는 자리에 남아 꿈쩍도 하지 않고 남은 술을 혼자 비워냈다.





*





남은 시간은 이틀.

상대는 수련.

게이트에서 엿봤던 오범규 대리와 동급의 솜씨를 자랑하는 B급 헌터가 둘.


그리고 그를 아득하게 능가하는 A급 헌터가 다시 둘.


A급 헌터.

말로만 들어봤다.

그들이 마음만 먹으면 행정구역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다고들 한다.


과연 호사가들이 퍼뜨린 도시 전설일지, 실제로 가능한 일일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만.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잔뼈가 굵은 현장직 헌터들이 그들을 보조하기 위해 포진해 있다.


그 모든 인원의 목적은 하나.

김용실 살해.


내 죽음은 확정되어 있고, 남은 시간은 고작 이틀이다.


나는 나의 전력을 점검했다.


【 화안금정 활성화 】

【 고급 원소 조작 202/1000 】


원소를 의지대로 조종할 수 있는 원소 조작이 고급으로 올라섰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이 능력 덕택에 나는 마력에서 S급 판정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 원소 정령 소환 】

【 로드 오브 파이어 】


로드 오브 파이어.

미처 내가 감지하지 못하는 위협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자동방어 체계를 구축한 놀라운 힘.


에테르의 쓰임이 변화무쌍한 점에서 비롯한 범용성에 있다면, 로드 오브 파이어는 철저하게 전투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둘을 섞으면 거대한 에너지를 응축한 흑점이 발생한다.


‘B급 헌터 두 명이라면 어찌어찌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애당초 나는 마력에서는 S급이다.

그러나 S급의 랭크는 어디까지나 화력에 국한한다. 나의 마력량은 아직 내 마력을 온전히 펼치기에는 턱없이 모자르다.


그러므로 나는 준비했다.

남은 이틀.

신체 능력을 향상하는 데에 사용하던 영약과 시간. 모두 마력량을 늘리는 데에 몰두할 것이다.


다행히도 나에겐 든든한 아군이 있다.


“이것만 주면 되나?”


자정을 넘긴 시각.

고인광 지소장이 두 평 남짓한 내 서재에 방문했다.


“감사합니다.”

“사람이 죽는다는데 뭘 이 정도로.”


학문과 연구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제일가는 길드의 간부라는 작자가 나를 지원하고 있다. 이토록 든든할 수가.


그리고 그의 수중에 들린 재료들.

DS, 드래곤 스트링의 판매 대금을 모조리 쏟아부었다. 족히 일억 원을 호가하는 상품들이다.


돈을 아무리 주어도 물량이 없어서 구할 수 없는 물품들이지만, 델로스 동맹의 간부에게는 특별히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걸로 뭘 할 생각인가? 천재 김 인턴.”

“지금부터 보여드리겠습니다.”


고인광에게는 미처 말하지 못했다.

내가 마일하이의 난제를 해결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 난제를 해결하면 나오는 것은 바로···.


【 화안금정 활성화 】

【 고급 원소 조작 202/1000 】


전설로만 전해져 내려오던 영약.

누군가에게는 불로장생을.

누군가에게는 거대한 힘을.


등가교환이라는 황금률을 거슬러 도달한 연금술의 종착지.


【 연성 완료 】

【 엘릭서 】


“몇 번을 봐도 불합리한 능력이야. 그래서 이번 결과물은 무어라고 명명할 텐가?”

“엘릭서입니다.”

“김 인턴, 자네는 죽음을 앞에 두고도 그런 농담이 잘도 나오는걸.”

“엘릭서는 처음이라. 제가 어떻게 되거든 해독을 좀 부탁드리고자 모셨습니다.”

“뭐? 그 말은···.”


나는 플라스크를 집어 들었다.

유리 벽 너머로 액체가 출렁였다.


꿀꺽.


“진심인가, 자네?”


나는 대답 대신 엘릭서를 들이켰다.




*




말도 안 되는 광경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사람 둘이 겨우 지나갈 조그마한 게이트.


검역과장 송필교가 게이트를 확장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이트 입구의 양쪽 끝을 붙잡은 송필교가 말 그대로 공간을 찢어발겼다.


“검역과와 집행과가 선두에 선다.”


수련 내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무력을 자랑하는 두 특공 부서가 앞장을 섰다. 그 뒤로 지원과의 인원들이, 나와 서유리 연구소장은 후미에 따라붙었다.


“······.”


집합 장소에 모였을 때, 연신 내 눈치를 살피던 서유리 연구소장은 이제 잔뜩 긴장하여 나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린 듯했다.


“김 주임. 잠시 이리로.”


그때 지원과장 김령아의 지시가 떨어졌다.

작전지에 집결한 인원들의 시선이 온통 나에게로 쏠렸다.


“나는 델로스 동맹의 김용실입니다. 수련의 김용실 주임이 아니라.”

“···미안합니다. 델로스 동맹의 김용실 헌터께서는 잠시 이리로······.”


나는 인파를 헤집고 지원과장의 옆에 나란히 섰다.


“석영 골렘이 나타났던 포인트가 어디쯤인가요.”

“모르겠습니다.”

“뭐? 그런 무책임한···.”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가 왔을 때와는 여러모로 환경이 변했습니다.”


불과 열흘 만에?

같은 되물음은 없었다.

지원과장은 잔뼈가 굵은 베테랑 헌터.

A급 정도 되는 게이트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우두머리는 따로 있고, 석영 골렘은 잔챙이에 지나지 않았다는 의미인가.”

“김용실 헌터.”


그때, 지저분한 소리가 날아들었다.

도무지 사람의 음성이라고 믿기 힘든 소리.

노이즈 같은 소리 조각들이 낱말을 이루고 문장을 이루었다. 몬스터가 등장했나 싶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안면을 전부 가리는 마스크를 쓴 사내.

뿔이 돋은 새하얀 도깨비의 얼굴이 지원과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새카만 특공 유니폼에는 수련꽃이 세 송이가 피어 있었다.


수련꽃은 특공 부서의 직급을 나타낸다.


일반 대원이 하나.

팀장급이 둘.

그렇다면 이 자가 바로···.


“검역과장님.”


검역과장 송필교.

수련이 자랑하는 A급 헌터이자, 집행과장 주유진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한민국 최상위 실력자.


“헌터 아카데미 최초의 조기 졸업자.”


그 송필교가, 이 수많은 헌터 중에서 오직 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번 꺾인 날개에서 봉황의 날개가 돋아난 격이군. 스스로 역경을 만들고, 그것을 넘어 성장하는 새로운 모델.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도무지 추천할 수 없는 천재들의 방식.”

“이봐요, 과장님. 갑자기 무슨 말씀을···.”


지원과장 김령아가 다그치듯 말했다.

그도 그럴 게 검역과장은 이번 작전의 총 책임자.


책임자라는 작자가 선문답 같은 아리송한 말을 내뱉는 게 답답했을 테다. 그것도 작전의 개요를 설명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말이다.


그러나 검역과장 송필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김령아. 이번 작전은 이미 실패했다.”

“···네?”


김령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송필교는 도깨비 가면 너머에서 담담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우리는 절대로 김용실을 살해할 수 없다.”

“무···무슨 소릴!”

“살해는커녕, 우리가 전멸을 각오하고 덤벼도 제압할 수 있을지 의문인걸.”

“이봐요, 검역과장! 우리는 현재 작전 중입니다. 미친 겁니까!!”


보다 못한 지원과장이 악을 내질렀다.

삽시간에 작전지가 소란스러워졌다. 모든 헌터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이로 검역과장의 끔찍한 음성이 이어졌다.


“나는 승산 없는 싸움에 내 부하들을 투신시킬 수 없어. 그런 자살행위를 가만히 지켜보는 거야 말로 지휘관으로서 자격미달이다.”

“그렇다면 어쩌자고!”

“김시진 사업부장이 감당할 수 없는 상대야. 그는 물론 유능한 사람이지만.”


꿀꺽.

송필교의 폭탄 발언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은 공간. 지원과장이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그의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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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A급 게이트 공략 +3 22.11.19 541 21 14쪽
20 A급 게이트 공략 +4 22.11.18 561 32 12쪽
» 수련 올스타 +3 22.11.17 622 30 13쪽
18 수련 올스타 +2 22.11.16 725 34 13쪽
17 연금술의 비원, 신화의 원소 에테르 +2 22.11.15 847 37 13쪽
16 신세계로 +7 22.11.14 908 40 12쪽
15 신세계로 +2 22.11.13 979 45 13쪽
14 신세계로 +2 22.11.12 1,080 47 12쪽
13 두 남자와 김용실 +2 22.11.11 1,163 48 12쪽
12 두 여자와 김용실 +2 22.11.10 1,308 44 13쪽
11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9 1,400 49 12쪽
10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8 1,458 53 13쪽
9 김용실(23세, 대마도사) +5 22.11.07 1,532 56 13쪽
8 딜 되는 힐러라고요? +6 22.11.06 1,641 59 14쪽
7 딜 되는 힐러라고요? +4 22.11.05 1,644 63 13쪽
6 딜 되는 힐러라고요? +3 22.11.04 1,782 56 13쪽
5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5 22.11.03 1,889 62 13쪽
4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3 22.11.02 1,927 64 14쪽
3 화안금정 +5 22.11.01 2,086 82 12쪽
2 화안금정 +5 22.11.01 2,197 89 12쪽
1 프롤로그 +10 22.11.01 2,388 12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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