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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림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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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림이
작품등록일 :
2022.10.30 23:11
최근연재일 :
2022.11.22 09: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30,012
추천수 :
1,194
글자수 :
141,099

작성
22.11.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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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선사시대의 괴물

DUMMY

―김용실이었지?

―김용실 헌터가 연구소장을 구한 건가?

―자길 해고한 장본인을 구하다니.

―인물은 인물이야.


김용실···.


서유리는 입술을 잘근 씹었다.

또, 또 김용실이다.


잠깐 기절을 했다가 깨어난 사이에 김용실이 제 몸에 무슨 일을 벌였다는 말은 전해 들어 알고 있다.


서유리는 억울했다.


당사자인 그녀로서는 기억도 하지 못 하는 도움을 받아 김용실의 평판이 더욱 솟구친 셈이었다.


그녀로서는 복장이 터질 듯했다.


‘왜 다들 김용실, 김용실 거리는 거야···!’


검역과와 집행과의 두 과장이 참가한 작전.

수련의 올스타.


한데 그들의 위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웬 얼빠진 녀석들이 자꾸만 듣기 싫은 이름 세 글자를 웅얼거렸다.


김용실, 김용실, 김용실···.


‘내가 김용실의 포션 덕에 살았다구···?’


이 좋은 컨디션이 다 김용실의 덕이라니···.


‘김시진 부장이 호명한 인원들만 증세를 일으켰어.’


원정대 출발 직전.

김시진 부장이 따로 불러들인 헌터들이 있었다. 그들은 부장의 그림자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에 흔쾌히 그가 건네는 포션을 들이켰다.


정말 그것 때문인 걸까.

정황상으로는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피부 위로 벌레가 기어오르는 듯한 기분 나쁜 마력에 잔뜩 위축되어 있다가 간신히 눈을 떴을 때엔 벌써 모종의 상황이 정리된 이후였다.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말리느라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서유리 연구소장을 단번에 멈춰 세운 기술은 정말이지 놀라웠어.”

“누가 아니래요. 포션이나 만드는 연구직이라더니, 사실은 과장급과 어깨를 견주는 마법사였을 줄이야.”

“벙커는 오죽한가. 그 크기는 정말 압권이었어.”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정상급 헌터들이 김용실의 활약상에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서유리는 슬슬 짜증이 돋았다.


“그래. 포션도 허투루 만든 게 아니야. 그걸 마시고 나니까 한결 몸이 가벼워.”

“집행과장님의 주먹을 얻어맞은 사람을 단숨에 회복시켰었지. DS라고 했나···?”

“DS. 들어본 적 있어.”

“아, 연구소장님. 연구소장님이라면 뭔지 아시겠군요. 그 포션, 도대체 정체가 뭡니까?”

“그건···.”


서유리는 할 말이 없었다.

김용실은 천재였으니까.

연구소에 있을 때부터 도무지 흉내조차 낼 수가 없었다.


‘조금만 더 일찍 인정할걸.’


서유리는 몇 번이나 주먹을 쥐었다 폈다.

···어느 틈에 이렇게나 성장한 걸까.


이대로 연구소장 자리를 녀석에게 빼앗기고 마는 걸까.


“연구소장님.”


그때 누군가 불쑥 말을 붙였다.


“컨디션은 어때요.”


한데···.

지나치게 익숙한 목소리였다.

서유리는 의아한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스르릉···.


서유리는 흠칫 몸을 떨었다.


“탁···.”


웬걸.


“나나?”


그곳에서는 탁나나가 칼집에서 칼을 꺼내고 있었다. 이따금 시뻘건 용암이 튀어오르는 화산에서, 탁나나의 은빛 칼날이 유독 찬란한 광채를 뿌렸다.


“야.”

“야···?”


―전원 전투 준비! C급 몬스터 린트부름 출몰이다!


쐐애액-!


탁나나가 내지른 세이버의 칼끝이 아슬아슬하게 서유리의 관자놀이를 스쳤다. 서유리는 비명조차 똑바로 내지 못했다.


털썩.

다리에 힘이 풀린 서유리는 엉덩방아를 찧었다.


땅바닥에 무너져내린 것은 서유리 혼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등 뒤에서 거대한 도마뱀 하나가 탁나나의 칼에 꽂힌 채로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리, 린트불름!”


서유리는 도마뱀 몬스터 린트불름과 탁나나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러건 말건, 전투가 시작됐다.






*





“초식동물의 감각이라고 할까요.”

“초식동물이요?”

“네. 김 주임님 동기인 나나 씨처럼 전투에 천부적인 기질을 타고난 사람들은 육식동물의 감각을 타고난 거죠. 반면 저는 초식동물의 감각.”


권민서 팀장은 스스로 생존 감각이 발달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저는 나름대로 살길을 모색하는 능력이 발달했거든요.”

“그렇군요.”


나는 적당히 맞장구쳤다.

분명히 일촉즉발의 상황은 아니다.

앞의 두 개의 조가 지나치며 안전을 확보한 덕분이다.


그러나 이 여자는 경각심이 없어도 지나치게 없었다. 이곳이 A급 게이트 내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 웬 속 편한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물며 프로 헌터가 하는 말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나약했다.


“그런데 그 감각이 김 주임님한테 반응해요.”

“권 팀장님의 생존 감각 말입니까.”

“맞아요. 이 게이트 내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검역과장님도, 집행과장님도 아닌 김 주임의 곁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요.”

“그래서 중견을 포기하고 후위로 빠지기를 자처한 겁니까? 팀원들을 나몰라라 하고, 혼자 살아남기 위해서요?”

“개인적인 궁금증이 앞섰는걸요.”

“입에 침이나 바르시죠.”

“네에? 저 지금 완전 진심인데.”


나는 전진을 멈췄다.


“그나저나.”


한 발 앞이 낭떠러지였다.

떨어져도 십여 초는 생지옥을 경험해야 할 아득한 높이. 그 아래로 용암이 매섭게 흐르고 있었다.


“길이 끊겼어요.”

“그새 또 게이트가 변화한 모양입니다.”


A급 이상의 게이트는 이런 식이다.

인간의 분석도, 공부도 요원한 미지의 영역.


“어쩜 좋죠?”

“길이 없으면 만들면 됩니다.”

“어떻게···.”


나는 품 안에서 포션 한 병을 꺼냈다.


“그건 무슨 포션예요?”


여태 재잘대는 권민서 팀장의 말을 무시하고, 한입에 포션을 들이켰다.


【 숙련된 연금술사 활성화 】


화안금정의 숙련도가 초급에 불과하던 시절에 손에 넣은 서투른 연금술사 스킬이 어느덧 숙련된 연금술사로 거듭났다.


이름만 바뀐 것은 아니었다.

포션의 흡수 효율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물러서세요.”

“어디로요?”

“내 뒤로.”


【 화안금정 활성화 】

【 고급 원소 조작 활성화 】

【 고급 원소 조작 254/1000 】

【 고급 원소 조작 255/1000 】

【 고급 원소 조작 260/1000 】

【 고급 원소 조작 271/1000 】···


처음에는 모래 먼지.

두 번째에는 화염의 파도.

각각 초급과 중급 원소 조작 시절에 이루어냈던 기적이다.


그리고 마침내 고급.

나는 비로소 진정한 기적을 이뤄내는 경지에 이르렀다. 엘릭서를 통해 증강한 마력이 나를 뒷받침하고 있다.


쿠구구구···.

땅으로부터 흙이 일어섰다.

매서운 기세로 솟구친 흙더미는 꼭 쏘아 올린 폭죽처럼 반대편 땅을 향해 치솟더니, 빠른 속도로 굳어지며 다리의 형태로 이루었다.


“어머···!”


끝이 아니었다.

곳곳에서 날아든 암석이 서로 엉겨 붙어 수십 명을 거뜬히 견딜 만한 너른 돌다리를 형성했다.


“김 주임님···.”

“아직입니다.”

“이게 끝이 아니라구요?”


【 로드 오브 파이어 활성화 】

【 에테르 소환 】


고급 원소 조작으로 일궈낸 절묘한 조화.

나는 거기에 에테르와 로드 오브 파이어를 접목했다. 서유리 연구소장을 봉인했던 비석 감옥을 형성할 때와 동일한 매커니즘이다.


그러나 규모가 몇 배나 커진 만큼 소모하는 마력의 양도 차원이 달랐다.


“······.”


수십 명이 용암의 위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관문을 비로소 완성했을 즈음에는 다소 힘이 빠진 기색이 있었다.


다리의 힘이 절로 풀리고 몸이 휘청였다.

거듭된 주의에도 불구하고 나와 나란히 위치한 채 눈을 껌뻑이던 권민서 팀장이 낌새를 눈치채고 황급히 부축해주었다.


“제 초식동물의 감각! 맞죠!”

“맞긴 뭐가 맞습니까···.”

“김 주임님과 함께 있으면 쉽게 죽을 것 같지는 않은 걸요.”

“저한테 죽지 않게 조심하세요.”

“이 박력··· 역시 육식동물!”


미친 자인가.

주유진 집행과장과 언니 동생 하는 사정을 이해할 뻔했다.


“김 주임님.”


그때, 누군가 나를 불러세웠다. 등 뒤로 커다란 가방을 멘 채 달팽이 같은 꼴을 한 지원과 인원이었다.


그는 전전긍긍한 얼굴로 내게 비상용 단말기를 건넸다.


“본대로부터의 전달 사항입니다.”

“이걸 왜 내게 보여줍니까.”

“그럼 누구에게 보여줍니까? 당신이 우리 대장인데.”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모든 인원의 시선이 나를 향해 있었다.


“···.”


나는 할 수 없이 단말기를 들여다보았다.


“C급 몬스터 린트블룸 출현.”

“B급 몬스터 와이번 출현.”

“A급 몬스터 드레이크 출현···.”

“S급 몬스터··· 시 서펀트 출현. 후위는 각별히 조심할 것.”


젠장.

낭보는 찾아볼 수 없고 온통 비보만 가득했다.


“김 주임님···. 저 앞에···.”


단말기 확인이 너무 늦었나.

기껏 만든 관문의 개통식을 빼앗기고 말았다. 거대한 도마뱀의 형상을 한 몬스터, 린트불름이 돌다리를 건너오고 있었다.


“죽 쒀서 개 줬군.”

“사십··· 오십··· 셀 수 없습니다.”

“모두에게 다리로부터 물러나라고 전달하세요. 가능한 멀리.”

“김 주임님께서는 어떻게 하실 작정입니까?”

“강풍을 불러올 겁니다.”

“예···?”


【 화안금정 활성화 】

【 고급 원소 조작 활성화 】


비록 대상이 D급 몬스터 코볼트에서 C급 몬스터 린트블룸으로 바뀌었지만, 나 역시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해졌다.


투두둑··· 투둑···.

흙을 빚어 만든 다리 위에서 별안간 돌과 먼지들이 발작했다.


툭··· 투둑···.


바닥에 가득한 돌멩이가 점차 떠올랐다.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위와 아래의 구분 없이 마구잡이로 용솟음쳤다.


낌새를 눈치챈 린트불름이 걸음에 제동을 걸었으나, 늦어도 한참 늦었다. 녀석들은 이미 신비로운 조화에 얽혀 덩달아 솟구치기 시작했다.


―취익···.


대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느샌가 돌풍으로 불어난 바람에 땅에 발을 딛지 못하는 네발짐승들이 융기되어 있던 돌부리를 붙잡고자 발버둥 쳤다.


그러나 태풍 위의 나뭇잎이었다.


수십 마리의 도마뱀들이 하늘을 향해 배를 뒤집었다. 파충류의 표정을 읽는 재주는 없지만, 퍽 허망한 얼굴로 멀어지는 고향을 향해 팔을 허우적댔다.


“바람 마법까지···!”


풍덩!

수십 마리의 린트불름을 용암 위로 인도한 회오리바람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그들이 잠긴 용암 위에서 이따금 거품이 일었다.


“휴우.”

“대, 대마도사다!”

“검역과장님의 눈은 역시 정확해!”


일류 헌터로 꼽히는 수련 소속의 헌터들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기뻐하고 있었다.


―크롸라라라라라!


그때였다

개체의 체고가 2M는 족히 이르는 성체의 린트불름이 개미만 한 크기로 비추어 보이는 먼 거리.


용암 속에서부터 수십 마리를 한꺼번에 삼키는 거대한 아가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가리의 이빨 하나, 하나가 각각 거대한 동산에 비견할 만했다. 그 동산 사이로 거무죽죽한 용암지대가 흘러내렸다.


“시, 시, 시-서펀트···!”


위험도 S급의 몬스터, 어룡 시-서펀트.

선사시대의 괴물이 먹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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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수련 올스타 +2 22.11.16 726 34 13쪽
17 연금술의 비원, 신화의 원소 에테르 +2 22.11.15 850 37 13쪽
16 신세계로 +7 22.11.14 912 40 12쪽
15 신세계로 +2 22.11.13 982 45 13쪽
14 신세계로 +2 22.11.12 1,086 47 12쪽
13 두 남자와 김용실 +2 22.11.11 1,168 48 12쪽
12 두 여자와 김용실 +2 22.11.10 1,310 44 13쪽
11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9 1,404 49 12쪽
10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8 1,459 53 13쪽
9 김용실(23세, 대마도사) +5 22.11.07 1,538 56 13쪽
8 딜 되는 힐러라고요? +6 22.11.06 1,645 59 14쪽
7 딜 되는 힐러라고요? +4 22.11.05 1,645 63 13쪽
6 딜 되는 힐러라고요? +3 22.11.04 1,787 56 13쪽
5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5 22.11.03 1,892 62 13쪽
4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3 22.11.02 1,932 64 14쪽
3 화안금정 +5 22.11.01 2,089 82 12쪽
2 화안금정 +5 22.11.01 2,209 89 12쪽
1 프롤로그 +10 22.11.01 2,401 12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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