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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림이 님의 서재입니다.

상태창을 물려받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태림이
작품등록일 :
2022.10.30 23:11
최근연재일 :
2022.11.22 09:0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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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17
추천수 :
1,194
글자수 :
141,099

작성
22.11.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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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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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신세계로

DUMMY

룬?

Arete?


화안금정이 발동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정작 화안금정의 팝업 메시지 속에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만 가득했다.


【 룬 활성화 】

【 모든 스킬 숙련도 상승 】


“뭐?”


그러나 다음 순간.

나는 헛숨을 삼켰다.


‘이런 미친 효과가.’


자그마한 숙련도 상승이나마 일궈내기 위해서 들였던 지난날의 수고가 떠오른다.


하루에 몇 시간씩이나 포션을 제작했던가.

위험천만한 몬스터를 상대로 팔자에도 없는 전투를 치르기도 했다.


그 모든 수고로움이 무색해지는 어마어마한 효과였다.


“김 인턴, 왜 그렇게 웃어?”

“첫 장에 적혀 있는 Arete는 무슨 의미입니까.”

“룬 문자.”

“룬 문자?”


이윽고 지소장의 설명이 시작됐다.


룬 문자.

그리스의 문자나 라틴 문자와는 전혀 다른 갈래의 문자로, 게르만족의 어쩌고저쩌고···.


여느 판타지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틀에 박힌 내용이었다.


“요컨대, 신화와 관련된 고대의 문자라는 거군요.”

“그렇지.”


지소장의 장광설에서 얻은 정보는 단 하나.


‘지소장이 건네준 고대 교범은 신화에 관련된 책이구나.’


고대 교범이라고 한들, 정말로 고대의 그리스인들이 펼쳐낸 교범은 아니다.


연금술사들이 어렵사리 사료를 모으고 정리하며 누대에 걸쳐 엮은 내용이다. 이마저도 벌써 수백 년에 걸친 사업이니 고대라고 할 법하다.


그리고 룬 문자는 고대의 언어를 기반으로 삼아 탄생한 일종의 신화적 언어, 미신이니까.


“그래서 연금술이군요. 마력이라는 개념이 세상에 등장하기 전에는 사짜라고 치부되었을 테니까.”


지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김 주임, 하나를 일러주면 열을 알아. 두뇌 회전 하나는 참 비상해.”


우선순위가 정해졌다.


‘더 이상 화안금정의 레벨 업을 위해 억지로 포션을 제작하지 않아도 된다.’


여태 포션을 만들고, 지소장의 변덕에 어울리며 그의 조합식을 흉내 내던 것 모두가 화안금정의 레벨을 올리려는 노력의 일환.


그러나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룬 언어라는 지름길을 찾았으니까.


‘그런데···.’


그 이후로도 몇 장을 더 읽어 넘겼지만, 지면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소리만 빼곡할 뿐, 룬 언어는 더 이상 발견할 수 없었다.


‘무슨 개소리야.’


룬 언어의 실마리라도 찾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영 알 수 없는 소리만 가득했다.

수식이 아니라 선문답의 형태로 쓰인 책이어서 더욱 그랬다.


교범이라기보다는 우화나 대화록이었다.

숫자는 하나도 없고 줄글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그렇다 보니 화안금정도 이렇다 할 활약 없이 잠잠하기만 했다.


나는 교범을 다시 덮었다.

그러자 지소장이 의아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벌써 포기?”

“일터에서는 집중이 안 되니 집에 가서 읽을 생각입니다.”


【 중급 원소 조작 활성화 】


츠츠츠츠-

나는 원소 조작 훈련을 재개했다.

룬 언어를 획득하면서 상승한 화안금정의 위력을 시험해볼 생각이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가게 바닥과 천장을 잇는 용오름이 일어났다. 기대 이상이었다. 더욱 과감하게 도전해봐도 될성싶었다.


‘처음 다뤄보는 원소지만···.’


나는 소용돌이에 의지를 부여했다.

이미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던 도전.


소용돌이는 빠르게 휘몰아치며 쓰레기통 위에 이르렀다. 그리고 순식간에 스스로 소멸했다. 2M를 훌쩍 넘기는 크기의 소용돌이가 운반한 흙먼지는 고스란히 쓰레기통 안으로 추락하며 자취를 감췄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성공했다!


“와우.”


옆에서 같은 광경을 지켜보던 지소장이 나지막한 감탄을 흘렸다.


‘드디어 됐다. 이 정도면 로드 오브 파이어에게 빌린 화염이 아니더라도 전투에서 활약할 수 있어!’


원소에 복합적인 의지를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게이트에서 처음으로 원소 조작을 시도한 뒤, 불과 2주 만에 일군 성과다.


고작 원거리 조작 한 번에 탈진하고 애를 먹던 수준에서 어느덧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움직이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참으로 신기한 능력이야. 포션 만드는 데에 흥미를 잃을 만도 해.”


지소장도 진작에 내 심경의 변화를 눈치 채고 있던 모양이다.


“업무는 확실하게 하겠습니다.”

“확실해?”

“제 목표는 어디까지나 델로스 동맹에 입사하는 겁니다.”

“그러시겠지. 능력이 있으니. 이거 완전 투타겸업하는 그 선수 아냐.”

“그 선수요?”

“말을 말자. 세대 차이가 이렇게까지 날 줄이야.”


나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관심 없는 이야기였으니까.


델로스 동맹.

언젠가는 델로스 동맹에서 전투 헌터로 활약하는 날이 기다려질 뿐이었다.


그 경지에 이르려거든, 룬 문자를 가능한 빠르게, 많이 획득해야 한다.


‘점사략결이라···.’


점사략결(占事略決).

나는 한자로 된 책을 집어 들었다.

B급 헌터이자, 수련의 집행관인 오범규 대리가 주고 간 물건.


알아본 바로는, 일본의 유명한 음양사인 아베노 세이메이가 엮은 책이라고 한다.


일본 역사상 가장 주술이 부흥했던 교토 시대 최고의 음양사로, 식신, 우리말로 하면 정령을 다루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이 점사략결이야말로 세이메이가 어떤 방식으로 식신을 다루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글이므로, 이 또한 고대 교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소장이 건네준 그리스 편에 비하자면 내용이 퍽 얄팍했다. 학문보다 주술이나 미신에 가까운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천문.

시공간.

신과 인간.


목차만 얼핏 훑어보아도 거창하기 그지없다. 이런 책이야말로 읽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는 오락용 책. 내용은 얼마나 재미있을까.


‘조금만 읽어볼까.’


실제로 재밌었다.

덕분에 여느 고대 교범보다도 손이 갔다.

소설을 읽는 느낌으로 접근하다 보니, 벌써 절반을 넘게 독파하고 말았다.


―우리는 수련하지 않는다. 수련하는 것은 나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술자는 결코 나약함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금세 식신들에게 잡아먹힐 것이다. 백귀야행을 거느린 술자는 배후에 도사리는 백 마리의 식신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만 남의 것을 탐하고 취하여라. 술자인 당신의 그림자 속에 숨은 식신들이 만족할 때까지.


그리고 의외로 실전적이었다.

아니··· 나에 한해서만.


원소 정령을 소환하는 나에게는 퍽 도움이 되는 말을이 많았다.


요컨대, 내 정령을 강하게 만드는 법은 훈련이 아니라 싸움에 있다는 거지.


‘싸움이라···.’


어디 한 번 해볼까.




*




“허억, 허억···.”


C급 던전 코볼트 케이브.

원정대의 전위를 도맡은 강화계열 헌터 박강단은 가쁘게 숨을 고르고 있었다.


“설마 이 정도로 습할 줄은···.”


안경 쓴 남자는 스마트 글래스의 안경알에 떠오른 습도를 재차 확인했다.


그의 안경알에 디지털 글자가 비쳤다.

습도 98%.

믿기지 않는 수치였으나 현실이었다.


“대기 습도가 100%에 육박합니다. 이 정도라면 후퇴했다가 다른 게이트를 공략하는 것이···.”

“됐어. 전진한다. 고지가 코앞이야.”


원정대장 박강단은 강철 투구를 깊게 눌러썼다.


섬뜩한 눈빛이 투구 안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는 후퇴할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들의 대장인 박강단을 따르지 않았다.


안경 쓴 사나이는 마법 화살을 쏘는 사수였다. 그의 마법 화살은 코볼트 셋을 한꺼번에 관통할 만큼 위력이 대단했다.


그러나 이 동굴 안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그의 마법 화살은 후텁지근한 대기에 가로막혀 위력을 상실했다.


또한, 그 옆에서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얼굴을 구긴 여자는 화염 마법을 구사하는 마법사였으므로, 습도가 높은 동굴 안에서는 영 힘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자칫하다가는 코볼트 뿐만이 아니라 그녀를 포함한 동굴 내의 모든 인원이 산 채로 익어버릴 테였다.


“적이다!”

“젠장···!”


가장 먼저 적을 발견한 것은 사수였다.

그는 주저 없이 마력 화살을 소환했다.

그러나 시위에 건 화살을 좀처럼 발사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헌터의 마력에는 한계가 있었고, 화살의 위력은 평소에 못 미쳤다. 평소보다 더욱 아껴서 사용해야 했다. 섣불리 공격했다가 빗나가기라도 한다면 적지 않은 양의 마력을 허투루 날린 셈이 되므로 한 발 한 발이 소중했다.


“우리가 궁지에 몰렸다는 걸 깨닫고 일망타진할 생각이겠지.”

“그 말은 곧, 저 녀석들도 저 병력이 전부라는 의미다.”


박강단의 말이 씨가 되었다.

지상에 가득한 코볼트가 끝이 아니었다.

그들의 지원군이 바퀴벌레처럼 동굴 벽이며 천장을 타고 달렸다.


“아우-!”


B급을 바라보는 강화계열의 헌터 박강단이 포효를 내질렀다. 눈에 보이는 체격의 차이는 곧 힘의 차이였다. 그 어떤 코볼트도 흉내낼 수 없는 우렁찬 포효가 동굴을 가득 채웠다. 동굴 안의 모든 생명체는 털이 쭈뼛 서는 소리에 동작을 멈췄다.


까앙!


박강단의 망치가 코볼트의 골통을 갈아버렸다. 박강단은 너덜너덜해진 개(犬) 과의 두개골을 발로 걷어찼다.


뒤이어 날아드는 돌팔매질을 방패로 막아내고, 등에 메고 있던 투창을 던져 단번에 두 마리를 엮어냈다. 물 반 고기 반. 던지는 대로 월척이 걸렸다.


“역으로 일망타진한다.”

“······.”


그러나 누구도 호응하지 않았다.

박강단의 기합은 공염불이었다.

평소보다 나약해진 보조 딜러는 화살 쏘기를 망설이고 있었고, 메인 딜러의 명목으로 데려온 마법사는 마법을 전혀 사용할 수 없었다.


그 누구도 박강단을 돕지 않았다.

딜러와 탱커를 겸한 박강단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열세가 두드러졌다.


“그냥 써!”

“뭐, 뭘요?”

“화염 마법!”

“그랬다가는 우리 전부 통구이가 되고 말 거예요!”

“상관없어! 이렇게 죽든, 저렇게 죽든.”

“에이 씨, 나도 몰라-!”


심드렁한 얼굴로 박강단을 거역하던 여자 마법사가 자세를 고쳤다. 그녀는 비장한 얼굴로 양손을 겹쳤다. 손바닥이 똑바로 코볼트들에게 향했다.


“익스플로젼-!”


푸슈슉···.


“아뿔싸···.”

“뭐야? 얼른 마법을 쓰라고!”

“쓴 거예요···.”

“뭐?”

“안 붙는다고요, 불이-!”

“뭐라고!? 이제와서 말하면 어떻게 해!”

“나라고 이럴 줄 알았냐고!”


그때였다.

쿠구구구구···

돌무더기가 무너져내리는 소리.


그리고 그 틈으로 이어지는 비명소리.

동굴의 깊숙한 곳으로부터 끔찍한 단말마가 새어 나왔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운 사수는 심상치 않은 징후를 발견했다.


동굴이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인간보다 훨씬 예민한 코볼트들이 먼저 붕괴를 감지하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뭐지? 저 놈들 왜 저래?”


―케르르르륵!!!


그리고, 원정대와 대치한 코볼트들의 후미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코볼트 킹.


일반의 코볼트의 두 배, 성인 남성치고도 몹시 큰 편인 박강단보다 머리가 한 개는 더 있는 거대한 괴수가 줄행랑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의 꽁무니에 붙어 있는 것은···.


“불이다, 불!”


어디선가 나타난 화염의 파도가 미로 같은 동굴을 굽이치며 수십 마리의 코볼트를 휩쓸었다.


“모두 엎드려-!!”


박강단의 외침에 맞춰 모든 인원이 머리를 조아리고 동굴 바닥에 몸을 바싹 붙였다. 박강단이 그들의 앞에 방패를 꽂았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기세의 화염 앞에서 인간의 병기란 부서지는 파도 앞의 이쑤시개였다. 넘실대는 불길이 금세 원정대의 코앞까지 치달았다. 모든 인원이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응?”


오산이었다.

열기를 머금은 수증기가 원정대를 덮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불길이 지나간 자리에는 재가 되어버린 코볼트의 시체만이 남아 있었다.


박강단 원정대의 일원들은 귀신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말없이 서로를 돌아보았다.


“마리, 너의 화력이야?”

“미쳤냐? 그럴 리가.”

“그럼 대체···.”


그즈음, 동굴 너머에서 한 사내가 나타났다. 사내는 코볼트 킹의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혁대에서 녹색의 보석을 수습했다.


―아니, 누가 이 정도로 저지르래?

―재료를 수급해야 하는데 다 태워버리면 어쩌자고!

―하아. 점사략결에 적혀 있는 거랑은 완전 딴판이잖아.

―뭐? 그깟 식신? 너는 정령왕이라 다르다고? 결국엔 똑같은 정령이란 소리잖아.


그 사내는 꼭 귀신을 보는 것처럼 허공에 대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이 서서히 낭패감에 젖어가고 있었다.


“누, 누구···?”


다들 그 사내를 두려워하는 사이, 원정대 대장 박강단이 용기를 내어 질문했다.


“···심마니요.”


정체불명의 사내는 그 말을 끝으로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저게 심마니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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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수련 올스타 +2 22.11.16 725 34 13쪽
17 연금술의 비원, 신화의 원소 에테르 +2 22.11.15 848 37 13쪽
16 신세계로 +7 22.11.14 908 40 12쪽
» 신세계로 +2 22.11.13 980 45 13쪽
14 신세계로 +2 22.11.12 1,080 47 12쪽
13 두 남자와 김용실 +2 22.11.11 1,164 48 12쪽
12 두 여자와 김용실 +2 22.11.10 1,308 44 13쪽
11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9 1,400 49 12쪽
10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8 1,458 53 13쪽
9 김용실(23세, 대마도사) +5 22.11.07 1,532 56 13쪽
8 딜 되는 힐러라고요? +6 22.11.06 1,641 59 14쪽
7 딜 되는 힐러라고요? +4 22.11.05 1,644 63 13쪽
6 딜 되는 힐러라고요? +3 22.11.04 1,783 56 13쪽
5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5 22.11.03 1,889 62 13쪽
4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3 22.11.02 1,927 64 14쪽
3 화안금정 +5 22.11.01 2,086 82 12쪽
2 화안금정 +5 22.11.01 2,197 89 12쪽
1 프롤로그 +10 22.11.01 2,389 12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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