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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림이 님의 서재입니다.

상태창을 물려받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태림이
작품등록일 :
2022.10.30 23:11
최근연재일 :
2022.11.22 09: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9,913
추천수 :
1,194
글자수 :
141,099

작성
22.11.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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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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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글자
13쪽

딜 되는 힐러라고요?

DUMMY

‘능력치가 올랐다.’


―능력치

근력 14 (+10)

순발력 15 (+10)

지구력 16 (+10)

감각 17 (+10)

마력 11 (+10)


괄호 안의 능력치는 탑승 ‘특성’으로 얻은 보너스 능력치.


그와 무관하게 근력과 감각이 각각 1씩 올랐다. 쇳덩이를 드는 데에서 근력이 필요하고, 그걸 정교하게 조종해 거미줄을 쳐내는 데에서 감각을 이용한 덕이다.


‘이게 고인물이지.’


이게 전신 운동.

이게 복합 관절 운동.


‘탑승의 보너스 능력치 덕분에 엄청나게 강해져씾만, 그거야말로 허상. 육지에 상륙하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신기루에 불과해.’


그러나 이런 기세로 능력치를 올려만 간다면, 금세 엄청난 캐릭터가 될 수 있다.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복도 한편의 어두운 그늘 속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좋아···.”


여자의 목소리였다.

게다가 간드러지는 미성.

기합을 내고, 교관에게 강요받은 고함을 내지르느라 갈라지고 쉰 목소리만 가득한 배 안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나는 몸을 바짝 벽에 붙인 채로, 멀리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감각을 집중했다.


“견딜 만해?”


과연, 목소리의 주인공은 훈련소에서 가장 유명한 여자 훈련병 세실 엘리샤였다.


그녀는 물론 실력도 출중하지만, 사춘기의 소년들이 즐비한 훈련소에서 유명한 이유라고는 아름다운 외모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설마 너와 떨어지게 될 줄은 몰랐어.”

“그러게···.”


뭐야.

밀회인가?

이런 구경은 좀처럼 하기 힘들다.

더구나 그 밀회의 주인공이 세실이라면, 그 상대가 궁금해진다.


‘얼마나 대단한 녀석이지?’


나는 슬쩍 고개를 뺐다.

가녀린 손가락을 가슴 앞에 가지런히 모은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으로 몸을 배배 꼬는 세실. 브레메르처럼 남 평가하기를 좋아하는 녀석이 목격한다면 ‘완전히 반한 모습’이라고 평가할 자세였다.


세실을 그렇게 만든 작자는···.


‘유라이어.’


아름다운 외모의 귀공자, 유라이어였다.

충분히 아름다운 세실을 평범한 시골 처녀로 만들어버리는 압도적인 외모는 과연 왕도 중앙 사교계가 내로라하던 국보였다.


“어쩜 좋지···. 사적으로 너를 찾아간다면 이목이 집중될 거야.”


어쩜 좋지?

···이런 미친.

사랑의 힘인가.

그 독한 유라이어조차, 사랑하는 애인의 앞에서는 무장해제가 되는 모양이었다. 저런 계집아이 같은 말투를 사용하다니.


“이렇게 하자. 취침 소등 전에 복도를 지나가는 척하면서 이곳을 확인하는 것으로. 내가 없으면 그 날은 기다리지 마.”

“응, 알았어.”


둘은 서로를 애틋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작별을 고했다. 나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서 완전한 어둠 속에 몸을 감췄다.


세실을 뒤로하고 떠나는 유라이어의 손에 무언가가 잔뜩 들려 있었다. 녀석은 주변에 지켜보는 시선이 없는지를 여러 차례 확인하고서 그 물건을 옷 안에 감추었다.


‘저게 뭐지. 연애편지인가. 편지치고는 큰데.’


한참 후, 세실이 천연덕스럽게 복도에 나타났다. 그녀는 유라이어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제 방에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재밌는 구경을 했다.


‘유라이어와 세실이라. 선남선녀 커플이 아닌가.’


···선남선녀는 개뿔.

좋지 않다.

정사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


‘내가 빙의해서 시나리오가 뒤틀린 걸지도 몰라.’


루돌프의 등장, 훈련소장 하클리스 장군의 이른 난입, 그리고 유라이어의 연애까지.


‘시나리오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유라이어가 사랑에 눈이 멀어 훈련을 등한시하면 안 되는데. 녀석은 올리버와 함께 나의 대들보로 우뚝 서야 할 녀석이다. 성장이 정체되면 골치 아픈 일이 된다.


“호르몬을 어쩌냐. 내가 의사도 아니고. 골치 아프다.”




*




튜토리얼은 튜토리얼인 이유가 있다. 이용자가 기본적인 조작법만 숙지하면 금세 끝낼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근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지.’


굳이 튜토리얼을 일찍 끝낼 필요가 없다.

언제든 새로운 게임을 시작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니까.


이건 목숨이 한 개밖에 없는 현실이다.

걸음을 재촉하다가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그대로 끝. 새로운 게임이고 나발이고 없는 것이다.


미끄러지지 않는 안전한 방법.

내가 아는 시나리오를 따라가면 된다. 그렇다면 변수는 없다.


심지어 기마르크는 내 첫 번째 캐릭터.

내가 플레이한 시나리오 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낮은 축에 속한다.


한데···.


‘시나리오가 바뀌면 말이 달라진다.’


그렇다면 큰일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크로노스 킹즈라는 게임 자체가 유저를 배려하지 않는 싸가지 없는 난이도로 악명이 높은 게임.


수백 번 클리어한 고인물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신경을 곤두세운 채 몰입해야만 실수 없이 끝낼 수 있다.


‘생각할수록 진짜 병신 같은 게임이네. 하필 이런 게임에 빙의할 게 뭐람.’


진짜 병신은 이 게임에 20년을 쏟아부은 나였고···.


어쨌든, 정사를 따라가도 위태로울 판국에, 초장부터 변수가 생긴다면 뒤따라올 나비효과를 감당할 수 없다.


‘속 썩이지 마라, 유라이어.’


아직까지 큰 뒤틀림은 없다. 뜬금없이 삼 등을 차지한 루돌프의 등장이야 변수가 아니라 호재다.


‘그래, 루돌프.’


이 게임의 매력은 NPC의 존재.

NPC가 스스로 성장하고 명성을 떨치기도 하고, 서서히 세력을 불려 주인공의 라이벌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루돌프처럼 뜬금없이 등장하는 NPC를 잘 골라내어 영입하는 안목이야말로 초보와 고수를 판가름하는 실력의 척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고수인 거고, 그래서 루돌프가 대박 상품인 거다.


루돌프.

그 녀석을 어떻게 내 편으로 만들까.


“끄응···.”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으려는데, 옆에서 똥 누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려보니 웬 엑스트라 녀석이 무턱대고 고중량 훈련을 고집하느라 얼굴이 벌겋게 익어 있었다.


‘미련한 놈.’


그런데 이런 녀석이 한둘이 아니었다.

델론이 주도하는 단체 훈련은 항해에 필요한 기술 숙달이 전부였다.


따라서 훈련이 끝나고도 몸이 근질근질한 훈련병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체력단련장으로 모여들었다.


“···뭘 그렇게 쳐다보는 거냐.”

“니 얼굴.”

“···설마 남색을 밝히는 건가.”

“개소리야.”


녀석은 날카로운 눈매로 나를 노려봤다.


“생각보다 재미없는 성격이군.”


재미고 나발이고, 나는 목숨이 걸려 있다. 이 귀중한 시간에 몸을 만들어야지, 시시껄렁한 농담에 어울려줄 여유는 없다.


나는 입을 닫고 수련을 계속했다.


“이봐. 수석.”


수석?

지금 해상 훈련을 수석으로 통과했다고 그렇게 부르는 건가?


“나?”


엑스트라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수석은 이 땅의 사람인가?”

“뭐?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녀석은 천천히 말을 골랐다. 나는 소매로 땀을 닦으며 휴식했다.


“이 제국의 백성이 맞느냔 소리다.”

“제국의 백성이라.”


기마르크의 초기 설정이 뭐였더라. 하도 오래전에 생성한 캐릭터여서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런 소속감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아. 당연히 제국민이기야 하지만.”

“그렇구나.”


생뚱맞은 질문을 건넨 녀석이 의미심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휴식 시간이 얼추 끝난 참이었다. 다시 운동을 재개하려다가 문득 의문이 들어 입을 열었다.


“그런 건 왜 물어보는 거지?”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이 새끼, 벌써 눈치챈 건가?

엑스트라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느 부분이.”

“···본인은 자각이 없는 건가.”

“뭘.”

“수석의 운동량은 보통 사람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수준이야.”


아하.

지금 내가 이 삐쩍 마른 몸으로 이 정도의 운동을 해내는 게 신기하다는 말이군.


“알려주랴?”


한데 녀석은 대꾸는 하지 않고 내 몸을 한 차례 훑기만 했다.


“딱히 신뢰가 가는 선생은 아니군.”

“그럼 말든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사실이니까.

운동이라 봤자 보너스 스탯을 이용하는 것뿐, 기술이나 요령 따위 없다.


“수석. 너는 나를 상당히 막 대하는군.”

“이게? 다른 사람들은 널 떠받들기라도 하나?”

“···뭐?”

“너 뭐 돼? 내 눈에는 그냥 평범한 엔피씨··· 아니 사람인데.”


내 말이 다소 충격적이었는지, 녀석은 멍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이 놈도 귀족 자제인가. 왜 이렇게 귀족 자제가 많아.


‘운동은 나중에 해야겠는걸.’


그나저나 자꾸 말을 거는 통에 운동에 집중하기는 글렀다. 나는 여태까지 휘두르던 쇳덩어리를 내려놓았다. 어차피 사람이 북적거려서 내키는 대로 할 수도 없었다.


“난 간다.”

“어, 어딜···.”

“네가 너무 시끄러워서 운동을 할 수가 없다.”

“······.”


나는 체력단련장의 문지방을 넘었다.




*




“이봐. 좀 비켜봐.”


툭.

루돌프는 누군가 제 몸을 건드리는 감촉에 화들짝 놀랐다. 덩달아 반사적으로 호신술이 나갔다. 상대의 팔꿈치를 꺾어버리는 관절기.


의지가 담긴 것은 아니었다. 그저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그아아악···!!”

“미친 새끼야!”


비명이 치솟고, 욕지거리가 튀었다. 루돌프는 화들짝 놀라며 기술을 풀었다.


“미, 미안···.”


루돌프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허겁지겁 자세를 낮추고 관절기에 당한 동기를 살폈다. 다행히 팔이 부러지지는 않았으나,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아악 씨발···! 갑자기 뭔데!”


상대가 만만한 작자였으면 금세 일어나 보복했을 테다. 그러나 이 자리에 있는 훈련병들 모두 루돌프의 솜씨를 잘 알고 있었다.


방금의 관절기가 그랬다.

순식간에 팔을 휘감아오는 손길에 해상 훈련까지 통과한 훈련병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습관적으로 그만···.”

“뭐···?”


그러나 이어지는 발언이 자존심을 긁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훈련병이 벌떡 일어나 루돌프의 멱살을 잡아챘다.


“이 튀기 새끼가 건방지게!”


튀기.

루돌프의 얼굴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귀밑으로 돋아난 턱 근육에 혈관이 불거졌고,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팔을···.”


까드득. 루돌프가 이를 갈았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현장의 모든 인원은 큰 소란이 벌어질 거라고 예상했다.


“···뽑아버릴 걸 그랬군.”

“뭐, 뭐?!”

“다시는 내 눈에 띄는 일이 없도록 말야.”


루돌프의 멱살을 잡아챈 훈련병이 슬며시 손의 힘을 풀었다. 루돌프는 그 후로도 잠시간 훈련병을 노려보았다.


“······.”


팔이 부러질 뻔했던 훈련병이었지만, 그는 잠자코 말을 아꼈다. 육탄전으로 번지는 일만은 피하고 싶었다.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고, 루돌프가 그럴 맘을 먹는다면 정말 팔이 빠질 수도 있었다.


저벅, 저벅.


수 초가 영원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기어이 루돌프가 고개를 돌렸다. 훈련병은 식은땀을 흘렸다.


“후우···.”


크게 숨을 뱉으며 화를 다스린 루돌프가 체력단련장을 떠났다.


‘잘 참았다.’


루돌프는 생각했다.

하마터면 피를 볼 뻔했다.

그러면 모든 게 끝이다.


‘해군 장교가 돼야만 해.’


그러나 아직도 입술이 파들파들 떨렸다.

튀기.

이국의 민족과 혼혈인 루돌프에게 그보다 더 모욕적인 말은 없었다.


‘제국 시민들은 모두 친절을 가장하면서 속으로 차별하지.’


그런 의미에서 기마르크는 진정 평등한 자였다.


‘너 뭐 되냐고···?’


처음에는 혼혈을 싫어하는 줄로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기마르크는 그저 남들과 루돌프를 똑같이 대했을 뿐이었다.


‘훈련소에서는 어째서 올리버가 저런 비겁자와 어울리는 건가 싶었는데.’


모두에게 일관된 녀석이었다. 그 인망 좋은 올리버와의 사이가 두터운 게 근거다. 겉으로 보기에는 냉혈한이지만, 그 속에는 인간적인 매력을 감추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흥미가 생기는군. 기마르크.’


어느새 루돌프의 마음 한편에도 기마르크에 대한 호기심이 피어올랐다.




*




“걔가 루돌프였다고?”

“몰랐어? 그럼 무슨 얘길 그렇게 주고받은 거야?”

“미친···.”


시발.

큰일 났다.

선원실로 돌아온 직후, 체력단련장에서 있었던 일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녀석이 있었다.


싸움?

그건 내 알 바 아니지만, 내가 개무시한 게 루돌프였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좀 잘해줄걸!


‘엑스트라 NPC 얼굴을 무슨 수로 구별하냐고!’


자동으로 생성되는 엑스트라 NPC들의 게임 속 초상화는 다 거기서 거기다. 암만 고인물이라도 그걸 구별하는 자는 없다. 장담한다.


그래서 나는 루돌프와 엑스트라를 구분하질 못했다.


‘시발···.’


내가 루돌프인 줄 알았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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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수련 올스타 +2 22.11.16 725 34 13쪽
17 연금술의 비원, 신화의 원소 에테르 +2 22.11.15 847 37 13쪽
16 신세계로 +7 22.11.14 908 40 12쪽
15 신세계로 +2 22.11.13 979 45 13쪽
14 신세계로 +2 22.11.12 1,080 47 12쪽
13 두 남자와 김용실 +2 22.11.11 1,163 48 12쪽
12 두 여자와 김용실 +2 22.11.10 1,308 44 13쪽
11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9 1,400 49 12쪽
10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8 1,458 53 13쪽
9 김용실(23세, 대마도사) +5 22.11.07 1,532 56 13쪽
8 딜 되는 힐러라고요? +6 22.11.06 1,641 59 14쪽
7 딜 되는 힐러라고요? +4 22.11.05 1,644 63 13쪽
» 딜 되는 힐러라고요? +3 22.11.04 1,783 56 13쪽
5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5 22.11.03 1,889 62 13쪽
4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3 22.11.02 1,927 64 14쪽
3 화안금정 +5 22.11.01 2,086 82 12쪽
2 화안금정 +5 22.11.01 2,197 89 12쪽
1 프롤로그 +10 22.11.01 2,388 12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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