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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림이 님의 서재입니다.

상태창을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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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림이
작품등록일 :
2022.10.30 23:11
최근연재일 :
2022.11.22 09:0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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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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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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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화안금정

DUMMY

크로노스 킹즈.

자유도 높은 시뮬레이션 게임.

자유도 만큼이나 진입장벽이 높았다.

칼 한 번 휘두르는 일도 까다롭고, 마법을 사용할 때도 일일이 커맨드와 좌표를 계산해야만 했다.


그러나 큰 문제는 아니었다.

혹자는 까다로운 컨트롤이야말로 이 게임의 장점이라고 이야기했다. 애당초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었고, 캐릭터의 컨트롤은 부가적인 요소에 지나지 않았다. 캐릭터를 직접 컨트롤하지 않더라도 손해보는 일 없이 플레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게임이 대성공했다.

게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시뮬레이션 게임으로써 호평했고, 마니아층은 이처럼 파고드는 요소에 열광했다.


하면 할수록 할 일이 많아지는 게임.

덕분에 내 인생이 폈다.

동시 접속자만 3천만 명.


나는 이제 게임으로 밥벌이를 한다.

할 줄 아는 거라고는 크로노스 킹즈밖에 없던 비루한 인생이 백팔십도 달라진 것이다.


그렇다.

비루한 인생이었다.

학창 시절의 청춘도.

두 번 없을 스무살의 설렘도.

심지어는 군대의 신병 휴가도 모두 크로노스 킹즈에 투자했다.


그런 참담한 삶이 약 이십 년.

나의 인생을 수식하던 언어는 백팔십도 바뀌었다.


2D 게임으로 출시된 직후 성공 가도를 달릴 때도.


VR을 기반으로 삼은 메타버스 체계가 게임 업계 전반에 널리 쓰이기 시작한 이후, 한물간 구닥다리 게임 취급을 받을 때도.


기어코 이 거대한 게임이 VR 체제로의 전환이 성사되어 나날이 상한가를 기록하며 고공 행진할 때도.


크로노스 킹즈의 가치를 알아보고 일찌감치 20년의 세월을 투자한 선구자가 되어 있었다.


【 클리어! 】


‘마침내···.’


그리고 마침내, 제2의 지구라고 불리는 크로노스 킹즈의 끝을 봤다.


【 인-게임 과제 달성률 100% 】

【 축하드립니다 】

【 클리어 특전을 증정합니다 】


암만 광활한 세계관을 구축했다지만, 게임은 게임. 예상대로 클리어 요소는 존재했다.


【 숨겨진 과제를 활성화하시겠습니까 】


의미심장한 팝업 메시지가 나타난 것은 그때였다.

어떤 게이머가 이걸 참을 수 있을까.

나는 무작정 승낙을 클릭했다.


【 클로즈베타 특전 이식 완료 】

【 도전과제 특전 이식 완료 】

【 클리어 특전 이식 완료 】

【 구세대 세이브 데이터 이식 완료 】

【 ···스테이터스 활성화 완료 】


팝업 메시지가 이어졌다.


【 난이도 조정 중 】

【 현실 난이도 적용 】


현실 난이도?

의미심장한 글자였다.

그러나 생각할 겨를도 없이 팝업 메시지가 우후죽순 이어졌다.


【 특전 보상 획득 】

【 계승할 특성을 선택하시오 】


계승할 특성.

2회차 플레이에 가져갈 특성을 말하는 것일 테다. 나는 내가 가진 특성 목록을 살폈다.


-천재

-절색

-초인

-사냥꾼

-광전사

.

.

.


수많은 특성이 눈앞에 펼쳐졌다.

수십 개의 세력을 클리어하며 어렵사리 획득한 특성들. 어떻게 이 많은 특성 사이에서 한 가지만 고를 수 있을까.


나는 잠시간 고민하다가 가장 유력한 후보 하나를 꼽았다.


‘지나치게 사기도 아니고, 구리지도 않은 특성. 이게 좋겠어.’


【 특성 선택 완료 】

【 특성 ‘달인의 출수’ 획득 】


-달인의 출수

◆ 등급

: 에픽

◆ 설명

: 전투 개시 직후 절대적인 선공권을 보장합니다. 또한, 상대의 공격에 대한 카운터 확률이 대폭 상승합니다.


달인의 출수.

모든 전투에서 절대적인 선공권을 보장하는 특성. 덩달아 전투 화면에서는 카운터 확률에 상당한 보정을 얹어준다. 만만찮은 사기 특성이지만, 그렇다고 한 손에 꼽히는 수준은 또 아니다. 밸런스 조절의 측면에서 딱 알맞다.


【 랜덤 박스(EX) 획득 】

【 새로운 게임을 시작합니다 】


그러나 이번 게임은 도무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특성 자유 선택보다도 더욱 흥미로운 팝업 메시지가 나타난 것이다.


‘랜덤 박스.’


그냥 랜덤 박스가 아니다.

랜덤 박스의 꽁무니에 붙은 괄호 안에서, EX라는 알파벳이 찬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 랜덤 박스를 개봉하시겠습니까 】

【 YES 】


나는 이 게임을 20년 동안 플레이했다.

한데, 랜덤 박스라는 건 처음 본다.

크로노스 킹즈의 부제는 제2의 지구.

가혹한 현실성이 특장점인 게임에 랜덤 박스 따위의 요소가 존재할 리 없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넋을 놓고 랜덤 박스가 개봉되는 장면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 특성 ‘탑승’ 획득 】


‘탑승?’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도 그럴 게, 이십 년 가까이 크로노스 킹즈를 플레이하면서 처음 보는 특성이었다. 랜덤 박스부터가 처음이었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지만.


‘무슨 효과가 있는 거지?’


【100초 후 게임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특성 따위를 찬찬히 살펴볼 때가 아니었다.


100초.

느닷없이 눈앞에 나타난 경고 메시지 속의 숫자였다.


99··· 98···.

그 숫자는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 72초 후 게임을 시작합니다 】


겨우 상황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즈음에는 이미 28초를 허공에 날린 이후였다.


한데, 간신히 진정하려는 내 앞에 또 다른 팝업이 나타났다.


【 구세대 세이브 데이터 발견 】

【 기마르크 】


‘기마르크?’


기마르크···.

낯설면서도 눈에 익은 글자.

내가 처음으로 생성했던 캐릭터의 닉네임이었나.


‘십 년도 더 전에 삭제했는데. 이걸 어떻게···.’


어느 지역까지 진행했었지?

무얼 하다가 접었더라?

아이템은 있었나?


【 3초 후 게임을 시작합니다 】


3초?


【3···】

【···2】

【1···】


이게 무슨···


【이식 완료】


찌릿!

짜릿한 감각이 등줄기를 거슬러 올랐다.

낯선 통증이었다. 내 몸에 있는 줄도 몰랐던 부위에서부터 고통이 피어올랐다.


등이 새우처럼 접혔다.

영문 모를 통증은 빠르게 척추를 타고 올라가 그대로 목덜미를 강타했다.


“그아악···.”


그러나 통증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등허리를 관통한 벼락같은 감각은 정수리를 일주해 마침내 이마에 직격했다. 전두엽이라고 말하는 부위였다.


현기증이 일었다.

내 영혼이 몸을 벗어난 듯했다.

유체이탈의 경험이 바로 이런 걸까?


상황을 되짚어 볼 겨를도 없었다.

기어코 내 몸이 뒤로 기울기 시작했다.


···풍덩.


《 이봐, 기마르크! 왜 그래··· 》

《 선장님! 기마르크가 바다 위로 추락했습니다··· 》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다.

꼭 물 안에서 물 밖의 소리를 듣는 것처럼, 사내의 절규는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새로운 메시지 도착】





*



“기마르크.”

“왜.”

“무슨 생각을 그리 하나.”

“···이 장면도 스킵하고 싶다.”

“뭐? 스킵?”


그래, 스킵.


“그건 어느 고장의 말이냐?”

“지구라는 곳의 말이다.”

“지구는 또 어딘데.”

“···내 고향.”

“그래? 그런데 우리 풋맨 가문의 고향에서는 말야···.”


갈색 머리털을 박박 밀어 밤톨 같은 인상을 한 사내가 말했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듯한 녀석이었으므로 나의 조카뻘이었으나, 체격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니, 나이도 별 차이 없나.’


지구에서야 내가 20대 후반이었지.


‘여기에선 아니니까.’


그렇다.

나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20대 후반 청년이 아니었다.


내가 하던 게임.

20년간 투신한 크로노스 킹즈에 빙의했으니까.


‘숨겨진 과제라는 게 이런 거라고 누가 알겠냐.’


···진작 눈치챘어야 했다.


새로운 게임 시작.

현실 난이도.

그리고 시한폭탄처럼 줄어들던 알림 메시지까지.


결국 나는 내가 만들었던 캐릭터, 기마르크에 빙의했다.


하긴.

눈치챘어도 달라질 건 없다.

YES 선택지를 선택한 순간, 이렇게 될 운명이었던 거다.


따라서 나는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그래서 나는 이 훈련에 조금이라도 버틸 수가 있는 거지.”


훈련은 예외다.

기마르크의 몸으로 눈 뜬 지 벌써 일주일.

제국 해군 장교 훈련병인 기마르크는 아직 장교 훈련 과정에 있었다.


하필 빙의해도 이 캐릭터에 빙의할 줄이야.

가뜩이나 기마르크는 비루먹은 몸이었다.

왜소한 체격에, 다른 어떤 재능도 없다시피 했다.


어디 그뿐인가.

첫 번째 캐릭터다.

그러니까, 이 게임을 처음 해보는 거였다. 따라서 온갖 선택지를 최악의 수로만 골랐다.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는 최악.

평판도 마이너스.


‘그래서 이 캐릭터를 접었던 거였어.’


거두절미한 망캐.

그러나 이미 빙의했다.

나는 이 캐릭터로 엔딩을 봐야 한다.

그래야만 돌아갈 수 있다.

겨우 떵떵거리며 살 수 있게 된 현실, 지구로 말이다.


‘한데 무슨 수로?’


앞이 막막했다.

물론 나에게는 달인의 출수라는 사기적인 특성이 있다.


‘탑승이니 뭐니 하는 능력도 있지만···.’


당최 발동하지를 않는다.

발동 조건을 알 수가 없다.


“젠장. 난 뱃멀미가 있는데···.”


이미 엎질러진 물.

나는 고된 훈련의 하루하루를 이 악물고 버텨내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마침내 해상 훈련.

직접 나룻배를 몰고 항해하는 게 전부인 훈련이지만, 그동안의 모든 교육을 종합해서 평가하는 중요한 훈련이기도 하다.


이 훈련에서 군인의 자질을 드러내지 못한다면, 나는 해군 장교 훈련병의 자격을 박탈당하고 평범한 농노로 돌아가야 할는지도 모른다.


‘그것만은 피하자.’


그래서 이 힘든 훈련을 버티고 있었다.

아무리 훈련이 힘들다고 한들, 농노의 삶보다야 나을 테니까.


“기마르크, 올리버!”

““예!””


교관의 음성.

그 우렁찬 목소리가 우리를 호명했다.

바짝 긴장해 있던 올리버가 쏜살처럼 튀어나갔고, 나는 허겁지겁 녀석의 뒤를 따랐다.


‘망했다.’


올리버는 체격이 좋았다.

녀석의 훈련소 성적 역시 썩 좋은 편에 속했다.

다만 지혜가 부족한 것이 흠이었는데, 내가 녀석의 그 부족한 면을 채우며 우리는 서로 공생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자식 뱃멀미가 있잖아.’


나룻배를 몰아 이 연안 어딘가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범선에 도착해야 하는 훈련.


녀석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직 나의 힘으로 노를 젓고, 역풍을 거슬러야만 한다.


‘망했다.’


나의 방대한 게임 지식도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나룻배 위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마르크, 나만 믿어.”

“그래. 진짜 너만 믿고 있다.”

“전우애란 좋은 거지! 그럼 출발해 볼까!”


다행히 순서가 나쁘지 않았다.

아직 저 멀리에 순조롭게 항해 중인 나룻배 한 척이 보였다. 우리보다 앞장서 출발한 훈련생들이었다.


항해는 늘 항로 설정이 가장 큰 문제.

따라서, 처음에 저 나룻배를 따라잡아 항로 설정만 똑바로 할 수 있다면 이번 훈련은 의외로 해볼 만할지도 모른다.


“자, 가자.”

“그래, 올리버! 풋맨 가문의 저력을 보여줘!”


마침내 자리를 잡은 올리버가 힘차게 노를 저었다.


그렇게 불과 일 분이 흘렀을 즈음.


“뭐야. 장난치는 거지?”

“구웨엑···. 미안···.”


이 정도일 줄이야.

올리버가 완전히 퍼졌다.

아예 몸을 가눌 수조차 없는 상태가 되어 나룻배 한가운데에 대자로 뻗고 말았다.



끝났다.

할 수 없이 올리버의 몫까지 노를 저었지만, 나는 신체 훈련 성적이 꼴찌를 달리는 훈련소 최약체.


내가 노를 암만 저어도 절대 앞서가는 배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 특성 발동 】


나는 두 눈을 의심했다.

빙의하고 나서 처음으로 보는 팝업 메시지.


빙의 직후에 얼마나 로그아웃을 외쳤던가.

그때는 철저하게 나를 외면하던 메시지가, 이 절망적인 순간에 별안간 나타난 것이다.


【 탑승 】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노를 쥐고 있는 손에 부쩍 힘이 들어가더니, 배가 나아가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노가 왜 이렇게 가볍지?’


더욱 속력을 낼 수 있을 듯했다.

신기루처럼 사라지던 앞선 배가 점점 뚜렷해지고, 나를 뒤따라오던 배들과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야 특성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탑승

◆ 등급

: 특전

◆ 설명

: 탑승물에 탑승할 때,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탑승물에 대한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망캐가 아니었다.

그 어떤 스킬보다도 기마르크에 걸맞은, 최고의 특성을 획득했다.


이거라면···.

엔딩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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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수련 올스타 +3 22.11.17 622 30 13쪽
18 수련 올스타 +2 22.11.16 725 34 13쪽
17 연금술의 비원, 신화의 원소 에테르 +2 22.11.15 848 37 13쪽
16 신세계로 +7 22.11.14 908 40 12쪽
15 신세계로 +2 22.11.13 980 45 13쪽
14 신세계로 +2 22.11.12 1,080 47 12쪽
13 두 남자와 김용실 +2 22.11.11 1,164 48 12쪽
12 두 여자와 김용실 +2 22.11.10 1,309 44 13쪽
11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9 1,400 49 12쪽
10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8 1,458 53 13쪽
9 김용실(23세, 대마도사) +5 22.11.07 1,533 56 13쪽
8 딜 되는 힐러라고요? +6 22.11.06 1,641 59 14쪽
7 딜 되는 힐러라고요? +4 22.11.05 1,644 63 13쪽
6 딜 되는 힐러라고요? +3 22.11.04 1,783 56 13쪽
5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5 22.11.03 1,889 62 13쪽
4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3 22.11.02 1,928 64 14쪽
3 화안금정 +5 22.11.01 2,086 82 12쪽
» 화안금정 +5 22.11.01 2,198 89 12쪽
1 프롤로그 +10 22.11.01 2,390 12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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