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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림이 님의 서재입니다.

상태창을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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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림이
작품등록일 :
2022.10.30 23:11
최근연재일 :
2022.11.22 09:0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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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21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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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1,099

작성
22.11.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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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글자
13쪽

김용실(23세, 대마도사)

DUMMY

―로드 오브 파이어.


원소 정령 소환 스킬을 발동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시야가 벌겋게 번졌다.

시계(視界)를 모조리 일그러뜨리는 강렬한 아지랑이.


그 아지랑이 속에서 지평선이 녹아내렸다.

오범규와 고인광을 포함한 사람의 형상은 물론이고, 물체의 모습이 캔버스 위의 물감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환각인가?’


나는 볼을 꼬집어보았다.

생생한 통증이 느껴졌다.

사실, 굳이 볼을 꼬집어보지 않더라도 알 수 있었다.


시각 신경의 혼란은 점차 촉각으로 번졌다.

금방이라도 몸이 녹아내릴 듯한 지독한 열기가 온몸을 감쌌다.


뜨거운 들숨이 기도를 넘어오며 목을 조아렸다. 입술은 바싹 마르고, 안구는 맥없이 흘러내려 계란 프라이처럼 익어버릴 것만 같았다.


오감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용자 위기 감지】 ··· 【당장 전장을 이탈할 것】···【이용자 위기 감지】 ··· 【당장 전장을 이탈할 것】···【이용자 위기 감지】 ··· 【당장 전장을 이탈할 것】···【이용자 위기 감지】 ··· 【당장 전장을 이탈할 것】···【 이용자 위기 감지】 ··· 【당장 전장을 이탈할 것】


그러자 화안금정에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

여태껏 점잖던 녀석이 다급하게 위기를 부르짖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눈앞에 팝업 메시지는 점점 희미해졌다. 내 생명의 불이 점차 사그라들고 있었다.


‘포션···.’


천만다행이었다.

게이트는 미지의 영역.

예상 밖의 일에 대비하기 위해서 안배해둔 포션이 있었다.


가까스로 마개를 열고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절반이 넘는 양이 닫히지 않은 입술 사이로 흘러내렸지만, 그 적은 양만으로도 순식간에 힘이 차올랐다.


무저갱으로 곤두박질치던 의식이 돌아왔다.

나는 안간힘을 내며 이성을 붙잡았다.


‘죽는 줄 알았네!’


이게 죽는다는 느낌이구나.

나는 정말로 죽음의 문턱에 발을 걸쳤다.

앞으로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 듯했다.


―네 고사리손에 있는 그건···. 칠망성이 틀림없구나. 그렇군. 네가 당대의 계승자인가.


그렇기에 느닷없이 들려온 미지의 음성이 크게 두렵지 않았다.


그렇다.

음성이 들렸다.

나는 고개를 들어 음성이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귀신이 있었다.

지평선이 녹아내리는 한가운데 홀연히 나타난 상반신.


이번에 나타난 귀신은 조금 특별했다.

귀신의 몸은 시뻘건 마그마가 흐르고, 이따금 불티가 살벌하게 튀어 올랐다.


―도움이 필요하거든 언제든.


시종일관 플라즈마가 넘실대고, 마그마가 흘러내리는 불이 건네는 말치고는 제법 정중했다.


그 죽음의 물결 너머로 나를 응시하는 금빛 눈빛.


틀림없는 화안금정.

나와 같은 눈이었다.


―불청객이 있군.


“김 주임!”


덥썩.

그때, 어깨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군가의 손이 내 어깨 위에 올라와 있었다. 이윽고 머리가 흔들리는 감각이 잠깐, 나는 그 감각의 정체를 깨달았다.


누군가 내 멱살을 잡고 뒤흔들고 있었다.

덩달아 물감처럼 번졌던 세상이 서서히 제 형태를 되찾았다.


힘없이 녹아내리던 고인광이 다시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사위는 유황에서 비롯한 가스와 이따금 튀어 오르는 용암으로 을씨년스러운 게이트 내부 그대로였다.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김용실 주임! 아니, 인턴···.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자네 괜찮나?”

“괜찮습니다.”

“···픽 하고 쓰러질 때는 언제고, 묘하게 차분함을 되찾았군.”


까앙-!

쾅!


땅이 흔들리고 있었다.

과연 고인광의 어깨너머에서 오범규를 비롯한 집행과 인원들이 여태 골렘을 상대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생명수. 생명수만 없애면 끝.’


처음은 원소 조작.

그것으로 석영 내부의 생명수를 분석한다.

그리고 내가 소환한 화염의 원소 정령을 이용해···.


와르르르르르.


“뭐, 뭐야!”


오범규가 기함했다.


“골렘이!”

“스스로 무너졌다!”


암석으로 이루어진 거인은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무너져내렸다.


“이게 무슨 일이지?”

“마력 공급이 끊어진 건가?”


오범규와 집행과 인원들이 저마다의 추측을 내놓는 한편으로, 고인광 지소장의 미심쩍은 눈이 내 옆얼굴을 훑었다.


“단순한 연구직 샌님은 아니었던 모양이군, 자네.”


과연 델로스 동맹의 간부는 달랐다.

눈치가 제법이다.

벌써 내 솜씨라는 걸 알아챈 모양이었다.


내 능력을 들켰다.

나도 그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다.

따라서 나는 다만 내 눈앞에 나타난 팝업 메시지에 집중했다.


【정령 소환 가능】

【로드 오브 파이어】


‘로드 오브 파이어···.’


화염의 정령.

나는 뇌리에 생생한 그 모습과 이름을 뇌까렸다.


그때, 칠각형의 별이 새겨진 손등에서 아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칠각형의 별이···.’


불현듯 손등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칠각형을 이루는 일곱 개의 꼭짓점 중 한 군데가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나는 오른손을 허겁지겁 등 뒤로 숨겼다. 이것만은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 됐다.


나는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모를 정도로 바보가 아니다.


칠각형의 한 꼭짓점.

이곳에 화염의 원소 정령, 로드 오브 파이어가 깃들었다.


아무리 봐도 단순한 불의 정령은 아닌 듯했다. 로드 오브 파이어라는 이름이라면, 적어도 불의 왕쯤 되는 녀석 아닐까?


만약 내 추측이 사실이라면, 완전히 지푸라기를 쥐려다가 금싸라기를 만진 격이다.


“일어설 수 있겠나?”


오른손을 숨기는 내 동작이 어설퍼 보였던 모양이다. 고인광 지소장이 대뜸 내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부축하려 들었다.


“괜찮습니다.”


나는 고인광의 부축을 사양했다.

실제로 완전한 탈진 상태였다.

두 발로 일어서는 게 힘들 정도로.


그러나 나는 프로 헌터.

내 나약함을 공연히 드러내서 좋을 게 없다.


‘마력이 완전히 동났다.’


과연, 원거리에서 시도하는 원소 조작은 아직 내게 버거운 일이었던 모양이다.


“김 주임, 괜찮으십니까?”

“제 걱정보다 오 대리님. 골렘이 어떻게 된 겁니까.”

“갑자기 분해됐습니다. 누군가 전원을 끈 것처럼요.”


물론 그의 말처럼 스스로 분해된 게 아니다.


화안금정의 스킬 중 하나인 초급 원소 조작으로 석영 내부의 액체에 간섭한 한편, 불의 정령을 소환하여 끓는점에 치닫도록 했다.


내 작전이 유효했다.


“생명수가 증발했습니다.”


마침 골렘의 유해 탐사를 마치고 돌아온 집행과 인원 하나가 증언했다.


그와 함께 있던 검역 3팀의 인원들도 골렘이 횡사한 원인으로 볼 만한 요소는 그것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짜릿한 전기가 등줄기를 내달렸다.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내가···. 내가 골렘을 무너뜨렸다.’


F급 헌터인 내가.

B급 몬스터인 골렘을 무너뜨렸다.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에서도 전투력으로 손꼽히는 집행관 네 명이 쩔쩔매는 그 대단한 몬스터를, 나는 단숨에 해치웠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작 그 정도였다면 요행으로 여기고 겸손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거, 비단 골렘이 아니라 사람한테도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생명수를 혈액으로 생각해 접근한다면 그리 어려운 응용도 아니다.


“김용실 주임님.”


어느덧 익숙해진 음성이 나를 불렀다.


“당신, 평범한 연구원이 아니군요.”


오범규 대리였다.

그는 기진맥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골렘을 해치운 조화가 나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역시 B급 헌터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무서운 기술입니다.”


괜히 속이려고 들지 않는 편이 좋겠지.

나는 담담하게 대꾸했다.


“운이 좋았습니다.”

“그런 기술을 운으로 사용하는 게 더 무섭군요. 자칫하면 아군도 해칠 수 있다는 얘기처럼 들리니까요.”

“그런 셈 칩시다. 그건 그렇고.”


나는 힘겹게 걸음을 뗐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나를 둘러싼 인원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양옆으로 물러서 길을 텄다.


“고맙습니다. 저는 잠시 골렘에 용건이 있어서.”

“도와드릴 게 있을까요?”

“없습니다.”


탈진의 여파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반드시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다.


나는 간신히 몸의 균형을 잡으며 몇 분 전까지 골렘의 몸을 이루고 있던 바위 더미에 다가갔다.


그리고 그 틈에서 뜨겁게 달아오른 석영을 건져냈다.


“그것은···.”

“내가 가져도 되겠지요.”

“···아무런 가치가 없는 녀석입니다만. 원하신다면 당연히 김 주임님의 몫입니다.”


오범규 대리가 대꾸했다.

그리고 이의를 제기하는 인원은 없었다.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게이트에 입장하기 전, 내게 무심하게 돌을 건네던 때와는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


“전리품은 정당한 사람에게 돌아가야지요.”

“고맙습니다.”


B급 몬스터 석영 골렘의 전리품.

획득이다.





*




같은 날 밤.

오범규를 비롯한 검역 3팀의 인원들은 계곡의 바위에 걸터앉아 연기를 내뿜었다.


해가 진 청계산 중턱은 벌써 암흑천지나 다름없었지만, 서울의 도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밝은 달빛이 있어 제법 밝았다.


그 달빛 아래에서 오범규의 얼굴에는 그늘이 가득했다.


“김 부장이 뭐랍니까?”

“베이스 캠프를 차리기 전까지 2인 1개 조로 교대하며 감시하란다.”

“웬일로 그냥 넘어간답니까. 기분이 좋나 보군요.”


게이트 내부에서 있었던 일을 보고했다.

그러자 김시진은 실패를 타박하기는커녕, 김용실의 새로운 쓰임새에 주목했다.

그런 진취적인 모습이야말로 김시진 사업부장을 그 자리까지 올려놓은 진가이겠지.


“그러게 말이다.”

“그나저나, 김용실. 그 작자 말입니다.”


풍덩.

말을 꺼낸 집행관은 애꿎은 돌멩이를 계곡에 집어 던졌다.


“···여태 힘을 숨긴 걸까요? 김용실 주임은.”


오범규가 연기를 내뱉으며 대답에 뜸을 들였다. 그로서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원거리 요격으로 단숨에 골렘의 숨통을 끊는 마법이라니···.”


후우.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집행과의 탁나나, 알고 있지.”

“알다마다요. 싸움만 더럽게 잘하는 무식한 여자 아닙니까.”

“탁나나와 김용실 중에 누가 더 강하다고 생각하냐.”

“······.”


수련 남서울지부 집행과 3팀 인원들은 고뇌에 잠겼다. 결코 적지 잖은 시간 동안 그들은 말이 없었다. 이따금 고민하며 끙끙대는 소리가 새어 나오기도 했다.


탁나나 대 김용실.

누가 더 강한 헌터인가.

그걸 두고 머리가 빠지도록 고민하고 있다.

불과 보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탁나나.

그녀가 누구인가.

젊은 세대의 헌터를 대표하는 간판.


반면 김용실은 연구소에서 허드렛일이나 하다가 쫓겨난 F급 헌터에 불과했다.


둘의 입지는 천지 차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그게 뒤집혔다.

불과 보름 만에 벌어진 일이다.

김용실은 탁나나와 비교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저는 김 주임 손을 들겠습니다.”

“저도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장일치였다.

오범규 대리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역시 그렇지? 골렘의 생명수를 태워버린 마법이라면, 사람의 피로도 똑같은 일을 벌일 수 있다는 얘기가 되겠지.”


꿀꺽.


풀벌레 우는 소리만 가득한 청계산 자락에 침 넘어가는 소리가 끼어들었다.


“정녕 그게 가능하다면, 김시진이 그렇게 목을 매는 것도 이해가 돼.”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차기 연구소장 재목으로 충분해 보입니다. 아니, 김 주임이 반드시 연구소장이 되어야만 해요. 길드를 위해서.”


오범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문제야. 김시진 사업부장이 특작청의 인맥을 이용해서 김 주임의 재심사를 독촉하겠지.”

“재심사요?”

“헌터 등급 재심사.”

“그럼···.”

“김용실 주임의 진정한 등급이 밝혀지면, 델로스 동맹과의 계약은 파기되겠지. 헌터 보호법에 의거해서 말이야.”

“김시진은 벌써 거기까지 생각한 거군요···.”


집행과 인원들이 지독하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B급 정도 되겠지요? 그래도 오 대리님에는 못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오범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원거리에서 단 한 방에 골렘을 쓰러뜨리는 능력이라면, 최소 A급이다.”

“예···?”

“프리랜서 A급 헌터라. 이거 몸값이 어마어마하겠는걸. 번호라도 따둘걸. 한턱 얻어먹을 수 있었을 텐데.”

“진심이십니까?”

“진심이고 나발이고, 이미 대마도사 수준이다.”


꿀꺽.

대마도사.

F급 헌터에게 붙기에는 지나치게 거창한 이름.


그러나 아무도 부정하는 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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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연금술의 비원, 신화의 원소 에테르 +2 22.11.15 848 37 13쪽
16 신세계로 +7 22.11.14 908 40 12쪽
15 신세계로 +2 22.11.13 980 45 13쪽
14 신세계로 +2 22.11.12 1,080 47 12쪽
13 두 남자와 김용실 +2 22.11.11 1,164 48 12쪽
12 두 여자와 김용실 +2 22.11.10 1,308 44 13쪽
11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9 1,400 49 12쪽
10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8 1,458 53 13쪽
» 김용실(23세, 대마도사) +5 22.11.07 1,533 56 13쪽
8 딜 되는 힐러라고요? +6 22.11.06 1,641 59 14쪽
7 딜 되는 힐러라고요? +4 22.11.05 1,644 63 13쪽
6 딜 되는 힐러라고요? +3 22.11.04 1,783 56 13쪽
5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5 22.11.03 1,889 62 13쪽
4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3 22.11.02 1,927 64 14쪽
3 화안금정 +5 22.11.01 2,086 82 12쪽
2 화안금정 +5 22.11.01 2,197 89 12쪽
1 프롤로그 +10 22.11.01 2,390 12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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