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이는 23살.
경력 3년.
평균적으로 세후 500을 번다.
흔히 말해 노가다.
포션 만드는 노가다를 하고 있다.
···나는 언제부터 노가다꾼이 되었는가.
―대마도사입니다.
―대마도사요?
―한 번에 세 가지 이상의 기술을 각성한 케이스를 대마도사라 부르기로 합의했습니다.
지금 티브이에서 소개하는 것처럼 대단한 헌터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대단한 헌터가 되어서 인류를 구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형편없는 마법 재능이야 뭐, 내 팔자.
그렇다고 꿈을 접을 순 없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인류에게 공헌할 방법을 강구했다.
그렇게 나는 포션이라는 신학문에 내 인생을 걸게 되었다.
“김 주임! 지금 담배 필 때가 아냐! 연구소장님이 자넬 애타게 찾고 있어.”
“휴식 시간입니다. 이 분 전에 나왔습니다.”
“그게 대순가? 그 사람 성격 알잖아. 얼른 가봐”
경과는 좋았다.
나는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 중 하나에서 일하게 되었으니까.
헌터 아카데미 조기 졸업.
대한민국 최고의 헤드헌터가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진 엘리트.
그게 바로 나.
나는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연구원’ 직함으로 이 길드에 들어왔다.
그런데···.
“김 주임! 왜 이렇게 늦었어!”
연구소의 문을 열자마자 으름장이 날아든다.
“다 같이 으쌰으쌰하면서 마감 맞춰야지. 세상 김 주임 혼자 살아? 아니잖아. 지금 이 시간에도 포션 없어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아니지.”
개인 연구 보장.
설비 이용 보장.
연구 지원 보장.
내가 이 길드에 들어올 때 약속 받은 것들.
지난 삼 년간, 단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나는 포션 만드는 기계가 되고 말았다.
―우리 수련이야.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 조금만 버텨. 자네한테 최고의 조건을 약속할게. 우린 자네 가치를 알아. 크게 쓸 거야. 자네는 헌터 아카데미를 조기 졸업한 천재니까.
그렇게 삼 년을 버텼다.
언제 지켜질지 모르는 약속만 부여잡고, 꼬박 삼 년을 말이다.
“김주임, 뭐 해! 빨리 생산라인에 붙어!”
“개인 연구 진행하게 해주세요.”
“뭐?”
“연구소장님, 내 개인 연구 진행하게 해주세요. 내가 여태 당신에게 양보하고 있던 내 권리, 이제는 주장하겠다는 말입니다.”
꿀꺽.
연구소에서 연구소장의 말은 곧 법.
처음으로 연구소장을 거슬렀다.
한데 웬걸?
연구소장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설마···.
이렇게 쉬운 거였나···?
진작에 해볼걸 그랬나?
“너,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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