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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림이 님의 서재입니다.

상태창을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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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림이
작품등록일 :
2022.10.30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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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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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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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99

작성
22.11.0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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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로의 환골탈태

DUMMY

대한민국 강남.

초대형 길드 수련의 본사가 들어선 초고층 빌딩.


“으음···.”


그 빌딩의 한편.

어느 여성이 의자 위에서 새우잠을 청하고 있었다.


“피곤해···.”


그녀의 이름은 탁나나.

여느 때처럼 의자를 젖혀놓고 잠을 청하던 탁나나는 통유리 너머로 들어오는 직사광선에 그만 눈을 찌푸리며 기상했다.


출동, 철야, 쪽잠.

바쁜 일정 속에 탁나나의 다크서클은 이미 얼굴 거죽 전체로 번질 지경이었다.


“탁. 일어났냐.”

“아···. 선배.”


그때, 누군가 비몽사몽한 그녀를 불렀다.

친근한 음성은 맞은 편에서 심각한 얼굴로 데스크톱을 들여다보던 남성으로부터 흘러나온 것이었다.


“여태 훔쳐보신 거예요?”


탁나나는 잠기운에 눈을 비비며 말했다.

그러자 파티션 너머에서 미어캣처럼 불쑥 얼굴이 튀어나왔다.


“뭐? 뭘 훔쳐봐.”

“뭐긴요. 잠자는 공주님 얼굴이요.”

“자다 깨서 정신없는 건 알겠는데, 쓸데없는 소리 하다가는 아구창 돌아가는 수가 있다는 걸 알아둬.”

“······.”


탁나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남자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물었다.


“답장 왔어?”


탁나나는 힘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입맛 없어요···.”

“오늘 조식 메뉴 괜찮대. 니가 좋아하는 청국장이던데?”

“청국장?”


방금까지 아침을 사양하며 뭉그적대던 탁나나가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재빠르게 셔츠 단추를 여미고, 검은색 블레이저를 걸치며 복장을 갖추더니, 헝클어진 머리를 손빗으로 아무렇게나 쓸어내리길 몇 차례, 아침 햇살 아래 빛이 나는 청초한 미녀로 변신했다.


“생긴 것만 보면 한식은 거들떠보지도 않게 생긴 애가 어쩌다 청국장에 빠진 건지···.”


탁나나는 금세 당당한 걸음으로 남자와 나란히 섰다. 두 남녀는 빈자리가 가득한 오전의 사무실을 통과해 로비로 나섰다.


검은색 정장의 한 쌍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 때마침 출근하던 수련의 헌터들이 꼭 한 번씩 흘겨댔다.


―봤냐 방금? 탁 검역관이다.

―그 탁나나?

―와 실물 존나 예뻐···.


탁나나.

자타공인의 대한민국 최고 유망주.


올림픽 국가대표로서 국위선양을 이룩한 천재 검객이자, 22살에 B급을 달성한 차세대 최고 기대주.


집행과보다 한 끗발이 부족한 검역과에 배정되었다.


모두 그 선택을 의아해했다.

집행과는 탁나나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탁나나는 검역과로 향했다.


그리고 3년.

탁나나를 주축으로 하며 고공행진한 검역과는 집행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부서로 거듭났다.


집행과가 오로지 파괴에 치중된 망치라면,검역과는 범용성이 높은 칼이었다.


그런 검역과에서도 유난히 두드러지는 전투력의 탁나나는 전투와 훈련 말고는 어느 것에도 흥미가 없었다.


―나나 씨. 친해지고 싶은데 번호 좀.

―핸드폰 안 써요.

―네···? 그럼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건···.

―어···. 호신용 무기예요. 이렇게, 이렇게 내려찍어서 제압하는···.

―······.


숱한 남자들이 탁나나에게 접근했으나, 그녀는 모든 꼬드김을 딱 잘라 거절했다.


―탁나나 여자 좋아하는 거 아냐?

―아니. 여자들도 대시 많이 했는데 다 퇴짜 맞았대.


그러던 탁나나의 데시벨이 모처럼 치솟았다.


“용실이가요? 게이트에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아는데 니가 왜 모르냐, 대체.”

“연락이 안 돼서요.”

“그러니까 평소에 잘 좀 하지. 초딩도 아니고 좋아하는 사람을 왜 괴롭혀.”


남자의 구박에 탁나나가 볼을 부풀렸다.


“결혼한 사람이 하는 말이라 반박할 수가 없네.”

“그런 식이면 결혼은커녕 평생 연애도 못 할걸.”


탁나나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그런데 용실이가 게이트 공략에 참여했다니···.”

“단순히 참여만 한 게 아냐.”

“그럼요?”


탁나나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남자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정말 겉과 속이 똑같은 녀석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듣는 둥 마는 둥하면서, 꼭 김용실 이야기를 할 때만 귀를 쫑긋 세우는 모습이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모습.


“아 선배! 왜 웃으세요. 어서 말해주세요.”

“김 주임이 남서울지부 집행과 놈들 목숨을 살렸어. 골렘을 마주쳤는데······”

“골렘이요!? 다치지는 않았으려나···.”

“···내 말 듣기는 하냐?”


탁나나는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다시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았다. 또 김용실에게 연락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렇게나 청국장을 좋아하던 탁나나가 한 술도 뜨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이러면 한참 걸린다.

남자는 조용히 숟가락을 들었다.


“밥 다 식겠다. 스마트폰 좀 그만 봐. 그렇게 쳐다본다고 답장이 오냐?”


띵동.


“왔어요!”

“뭐···?”


벌떡!


“미친. 야, 밥 먹다 말고 어디 가!”


느닷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탁나나의 뒤통수에 사수의 당황 섞인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훈련하러요.”

“뭐? 밥 먹다 말고?”

“배 안 고파요!”

“니가 그렇게 좋아하는 청국장인데?”

“선배 다 드셔요.”

“난 청국장 별로 안 좋아하잖아! 네가 좋아해서 온 건데.”


탁, 탁.

구둣발의 앞코를 바닥에 두드리며 신발을 고쳐 신은 탁나나는 다짐하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청국장보다 더 좋아하는 게 있어요.”




*





“총각! 벌써 퇴근하는가.”

“사장님은 이제 출근하시는 거예요?”

“그래. 내일 관절 약 받으러 갈게.”

“예, 언제든 오셔요.”


환경미화원 어르신과 인사를 나눈 뒤, 나는 지소의 문을 닫고 퇴근했다.


그리고 지하철에 오르자마자 스마트폰을 켰다.

골렘의 석영.

헌터 장터 게시판을 검색해 보니, 무려 일억 원을 호가하는 고급의 전리품이었다.


석영 골렘 자체의 위험도도 위험도지만, 골렘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생명수를 담고 있는 석영을 파괴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부의 생명수만을 제거하여 오롯이 자태를 보존한 석영은 귀하기 짝이 없었다.


귀한 수준이 아니었다.

아예 매물이 없었다.


일억 원이라는 가치도 내가 임의로 매긴 것이지, 실제로는 더할지도 모른다.


【 초급 원소 조작 활성화 】


그러나 골렘의 등딱지에 붙어 있던 석영보다도 더 값진 보상은 바로 이것.


“로드 오브 파이어.”


화르륵.

손가락 끝에서 금빛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원소 조작과 함께 사용할 수도 있지만, 단독으로 불을 부릴 수 있게 되었다.


···기쁘다.

할아버지를 여읜 그 순간부터, 굿판 음식을 주워 먹으며 자라, 헌터 아카데미에서 내 절망적인 재능을 확인할 때까지.


내 꿈은 늘 몬스터를 때려잡는 거였다.

내 손으로 직접 말이다.

그러나 각성하지 못한 탓에 포션을 만드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나마 공헌했다.


“드디어.”


이제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

비로소 내 힘으로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주르륵.

코피가 흘러내렸다.

단순히 불꽃을 소환한 것뿐인데, 수백 병의 포션을 만들었을 때보다 더한 피로감이 엄습했다.


‘마력이 너무 부족하다.’


내 마력량으로는 택도 없다.

타고난 재능의 부족함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영약.

그리고 영약은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그 효과가 천차만별이다.


마침, 내 손에는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재료가 있다.


‘석영 골렘에게서 얻은 전리품.’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작업을 개시했다.

장갑을 벗고 석영에 손을 얹었다.

칠망성이 찬란한 빛을 뿜기 시작했다.


‘엄청난 마력이 느껴져.’


여태까지의 어느 물질보다도 강력한 마력을 띤 재료를 만나, 화안금정도 기뻐하고 있었다.


치이익-

칠망성의 시뻘건 꼭짓점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 화안금정 활성화 】

【 로드 오브 파이어 활성화 】

【 초급 원소 조작 활성화 】


B급 몬스터인 골렘의 등에 박혀 있던 석영은 거대했다. 성인 남성의 팔뚝만 한 크기의 석영은 쉽게 녹아내리지 않았다.


나와 석영의 힘겨루기는 몇 시간째 지속되었다.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며 제법 마력의 운용을 깨달은 나였지만, 골렘의 생명이 눌어붙은 석영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쩌적-!


머리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이 눈썹에 아롱져 떨어지고, 입고 있는 셔츠가 땀범벅으로 흠뻑 젖었을 때였다.


마침내 석영에 금이 갔다.

그러나 아직이었다.

지금이 승부처.

힘을 주어야 할 때다.


나는 종지 그릇만 한 마력이나마 쥐어짜서 석영에 흘려 넣었다.


그러나.


‘부족해···.’


택도 없었다.

내 선천적인 마력량이 형편없는 것을 원망하게 된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연금술사니까.


퐁-

나는 포션 병의 코르크 마개를 열었다.

그 안에 출렁이는 시퍼런 액체를 게걸스레 들이켰다. 혈액이 흐르는 혈관을 따라 포션이 흘러갔고, 심장은 가일층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몸에서 마력이 용솟음쳤다.

그리고 비로소.


【 새로운 조합식 획득 】

【 골렘의 영약 】

【 초급 원소 이해 51/100 】


석영이 녹아내렸다.

덩달아 눈앞에 팝업 메시지가 나타났다.

화안금정의 숙련도가 껑충 뛰었고, 골렘의 영약이라는 포션을 손에 넣었다.


“휴우.”


진이 다 빠졌다.

그리고 내 수중에는 이런 컨디션에 특효약이 있다. 나는 거리낌 없이 방금 만든 골렘의 영약을 들이켰다.


꿀꺽, 꿀꺽···.


골렘의 영약이 내 목을 타고 흘렀다.

쥐나 원숭이, 돼지 같은 동물에게 치르는 임상 시험조차 없이 곧바로 나에게 쏟아 넣었다는 불안감은 전혀 없었다.


나의 몸을 시험 대상으로 쓴 덕분일까.

새로운 스킬을 획득했다는 팝업 메시지가 나타났다.


【 보조 스킬 획득 】

【 서투른 연금술사 】

―포션 흡수 효율 증가


내 목을 타고 내려간 골렘의 영약이 내 몸을 일주했다. 가장 말단의 신경인 손끝과 발끝을 거쳐 다시 심장으로.


골렘의 영약이 지나간 여로(旅路)마다 세포가 깨어난 듯했다. 종지 그릇만 하던 마력의 양은 수십 배, 수백 배로 껑충 뛰었다. 내 몸에 마력이라는 것이 흐른다는 걸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내 손끝이 닿는 지점이 어디인지, 내 몸을 어떤 형태로,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 완전히 깨달았다.


신체의 감각이 완전히 깨어났다.

이게 현장직 헌터들이 지닌 힘인가.

간단하게 주먹을 쥐었다 피는 동작에서도 손에 들어가는 힘이 달랐다.


과연···.


‘몸이 마련됐다. 헌터의 몸이.’


쿵쿵쿵!


그때였다.

오래된 건물의 현관문이 들썩이고 있었다.

나는 얼른 서재를 벗어나 거실에 들어섰다.

창밖은 벌써 아침이었다.

석영과의 힘겨루기는 꼬박 반나절 동안이나 이어진 것이었다.


쿵쿵쿵!


그 순간에도 무식한 노크는 이어졌다.

아침 댓바람부터 남의 집 문을 부서져라 두드리는 이 괴한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후드를 뒤집어쓰고 그 위에 두꺼운 점퍼를 한 겹 더 얹은 행색은 수상하기 그지없었다.


쿵쿵쿵!


다시 한번 문을 두드렸다.

문이 꼭 나가떨어질 것처럼 흔들렸다.

나는 목청을 가다듬고 짐짓 대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

“왜 연락 무시한 거야.”

“탁나나?”

“그래놓고 일주일 만에 한다는 연락이 뭐, 나 죽으면 할머니 옆에 묻어줘?!”


쾅!

결국, 낡은 문이 나가떨어졌다.

오래 버텼다.

B급 헌터의 분노를 여태 받아낸 것이 용하다.


“어···. 김용실···?”


한데, 탁나나가 주춤했다.

방금 문을 부서버릴 정도로 화를 난 사람치고는 의아한 반응이었다.


“김용실··· 맞으세요?”

“왜.”


그러고보니···.


“너 원래 이렇게 작았냐?”


탁나나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

나보다 키가 큰 탁나나를 매번 올려보고는 했었는데.


나는 그제야 현관 옆에 놓인 거울을 바라보았다.


‘뭐, 뭐야!’


평균에 못 미치던 작은 키는 훌쩍 자라 탁나나보다 한참 컸고, 아기자기하던 얼굴도 기존의 인상을 유지하는 선에서 몹시 남성적으로 바뀌어 있었다.


한마디로···.


“완전 다른 사람 같아.”


탁나나의 말마따나, 거울 속의 나는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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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A급 게이트 공략 +4 22.11.18 561 32 12쪽
19 수련 올스타 +3 22.11.17 621 30 13쪽
18 수련 올스타 +2 22.11.16 725 34 13쪽
17 연금술의 비원, 신화의 원소 에테르 +2 22.11.15 847 37 13쪽
16 신세계로 +7 22.11.14 908 40 12쪽
15 신세계로 +2 22.11.13 979 45 13쪽
14 신세계로 +2 22.11.12 1,080 47 12쪽
13 두 남자와 김용실 +2 22.11.11 1,163 48 12쪽
12 두 여자와 김용실 +2 22.11.10 1,308 44 13쪽
11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9 1,400 49 12쪽
»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8 1,458 53 13쪽
9 김용실(23세, 대마도사) +5 22.11.07 1,532 56 13쪽
8 딜 되는 힐러라고요? +6 22.11.06 1,641 59 14쪽
7 딜 되는 힐러라고요? +4 22.11.05 1,644 63 13쪽
6 딜 되는 힐러라고요? +3 22.11.04 1,782 56 13쪽
5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5 22.11.03 1,889 62 13쪽
4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3 22.11.02 1,927 64 14쪽
3 화안금정 +5 22.11.01 2,086 82 12쪽
2 화안금정 +5 22.11.01 2,197 89 12쪽
1 프롤로그 +10 22.11.01 2,388 12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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