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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림이 님의 서재입니다.

상태창을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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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림이
작품등록일 :
2022.10.30 23:11
최근연재일 :
2022.11.22 09:0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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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14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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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1,099

작성
22.11.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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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연금술의 비원, 신화의 원소 에테르

DUMMY

이제는 익숙해진 정시퇴근.

해가 지기도 전에 벌써 집 앞이었다.

문 앞에 놓여 있던 택배 상자를 옆구리에 낀 채 곧장 서재로 향했다.


서재라고 해봤자, 베란다의 용도로 사용하던 공간에 천장을 씌우고 증축하여 간이 연구실의 쓰임새로 사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이 후줄근한 공간에서 역사가 이루어질 것이다.


‘원소 창조.’


나는 들고 온 택배 상자를 개봉했다.

그 안에서 봉인 마법이 깃든 보자기가 자태를 드러냈다.


‘헌터 장터에서 구매한 재료들.’


게이트의 몬스터에서 공수한 전리품이 그 내용물이었다. 과연 보자기 너머로 강력한 마력이 느껴졌다.


나는 동봉된 매뉴얼대로 차근차근 도난 방지 마법을 해제했다. 품목을 설명하는 메모지를 떼고 보자기를 한 겹 벗겨냈다.


파지직!


그러자 강렬한 마나가 방안에 소용돌이쳤다. 덩달아 내 몸 주변에서 별안간 불씨가 튀었다.


【 자동방어 활성화 】


로드 오브 파이어의 자동 방어 체계.

화안금정이 중급으로 거듭나면서, 로드 오브 파이어의 성능 또한 몰라보게 상승했다.


개중 가장 유용한 것은 자동 방어 체계.

보이지 않는 로드 오브 파이어의 불길이 나의 몸을 감싸며 자동 방어 체계를 구축했다.


‘좀 호들갑스럽긴 하지만 유용한 능력이야.’


밀봉을 풀어냈을 뿐이다.

그러나 로드 오브 파이어가 반응할 정도로 게이트의 마력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셈이었다.


내가 여태 다루던 잡동사니와는 몹시 다른 강력한 몬스터들의 전리품.


보호 장치를 겹겹이 마련하고, 단품으로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값비싼 최고의 재료들. 이 모든 준비는 오직 단 하나의 스킬을 위한 것이다.


【 화안금정 활성화 】


화안금정을 활성화하자, 눈이 멀 것만 같은 거대한 섬광이 두 평 남짓한 조그마한 서재를 집어삼켰다. 손등의 칠망성이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한 것이다.


일찍이 구현했던 화안금정의 어느 스킬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이 스킬은 바로···.


‘원소 조합식 창조.’


그렇다.

나는 마음을 굳혔다.

나비효과가 두려워 섣불리 사용하지 않던 이 스킬을 사용하기로.


궁지에 몰려 발버둥 치는 것이 아니다.

고대 교범에서 실마리를 얻은 덕분이다.


그리스.

고대 문명의 요람인 그곳에서, 나는 발견했다.


아득한 과거의 고대 학자들이 창안하고, 아리스토텔레스가 토대를 마련하였으며, 이름 모를 연금술사들이 평생을 들여 연구하고, 그 후학들이 누대에 거쳐 집대성한 수식.


제5 원소.


【 원소 조합식 창조 활성화 】

【 원소 조합식 0/1 】

【 새로운 원소 발견 】

【 에테르 획득 】

【 중급 원소 이해 300/300 】

【 고급 원소 이해 50/1000 】

【 조합식 습득 】

【 엘릭서 】


에테르.

팝업 메시지가 눈앞에 들이닥친 순간, 사방의 벽이 일렁이는 착시가 닥쳤다. 이윽고 손등에 새겨진 칠망성의 두 번째 꼭짓점에 은은한 옥빛이 드리웠다.


‘손에 넣었다. 연금술사의 비원.’


고대 교범에는 4가지 원소가 등장한다.

흙과 불, 물 그리고 공기.


그러나 어느 학문이건 감춰진 야사가 있기 마련이다. 이 에테르 또한 야사의 일축.


네 가지 원소를 아우르는 최상위의 원소, 제5 원소 에테르.


야사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에테르에 대해서는 특별히 알려진 바가 없다. 엘릭서와 현자의 돌을 만드는 데에 필요하다는 것 외에는.


그리고 과연.

고대하던 조합식이 등장했다.


‘엘릭서···!’


나는 눈앞에 나타난 팝업 메시지를 일별했다.


‘이건 난제잖아!’


난제.

얼마 전에 고인광 지소장이 보여주었던 마일하이의 그 난제가 눈앞에 있었다.


그리고···.

당장이라도 제작해서 증명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건 마일하이에 투고해야겠다.’


나는 당장 에테르를 불러냈다.

로드 오브 파이어를 각성하자마자 그 힘을 다룰 수 있었던 것처럼, 에테르 자연스럽게 부릴 수 있었다.


‘아름답다.’


신화 속의 원소 에테르는 옥빛의 물방울이었다. 형태는 존재하지 않지만, 입자에 의해서 빛의 굴절 분산이 이루어지며 그 모습을 가늠할 수 있었다.


즉, 빛을 비추어야만 그 존재를 눈치챌 수 있는 투명한 물질.


‘전투에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겠는걸.’


과학자의 호기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나는 슬그머니 에테르에 로드 오브 파이어의 화염을 흘려 넣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작동한다!”


일렁이는 화염이 에테르의 형태에 갇혀 갈무리되었다. 나는 조금 더 마력을 쏟아부어 보았다.


‘이건···.’


그 어떤 불길보다도 매섭게 활활 타오르던 로드 오브 파이어가 지극히 작아지면서 하나의 소실점으로 변했다.


시커먼 색으로 영롱한 하나의 흑점.

과학자로서 직감했다.

함부로 다루면 대참사가 벌어질 위험한 물건이라고. 당장 이 건물 안에서는 조금이나마 움직이는 것조차 겁이 난다.


그러나···

···게이트 안이라면?

무엇을 실험하더라도 인명피해는 방지할 수 있다.


‘얼른 시험해보고 싶다!’


당장 일주일 뒤로 예정된 A급 게이트 공략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침착하자.’


드르륵-


나는 서랍 한 칸을 열었다.

그 안에 빼곡히 놓여 있는 공병 중 가장 용량이 큰 것을 하나 꺼내 들었다.


“【 대사, 성장 호르몬 융합체, 단백질 붕괴. 그리고··· 】”


【 고급 원소 조작 활성화 】

【 원소 조합 활성화 51/1000 】


공병 안에는 외계인의 피를 연상케 하는 푸르고 질척이는 액체가 차올랐다.


“고작 이 정도의 재료로 이 만큼이나 만들 수 있는 건가.”


자다가도 욀 수 있는 조합식.

체내의 근육 섬유를 인위적으로 파괴하고 재구축하는 포션.


한마디로 각성자 전용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지난 몇 주간 내 몸을 개조하기 위해서 제작을 반복한 물건이다.


또한, 유황이 가득한 환경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몇 가지의 포션을 보탰다.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포션의 질이 몰라보게 상승했다. 홀쭉한 시험관 안에서 포션이 찰랑거릴 때마다, 미약하게나마 마력의 입자가 흩날리며 유리 벽에 부딪혔다.


한평생을 이 업계에 투신한 연구자로서 감히 장담할 수 있었다.


‘이토록 질 좋은 물건은 드물다.’


이제는 감히 지소장의 물건과 어깨를 견줄 만한 수준이 되었다. 장터의 명의 변경이 끝나면, 이제는 재벌을 노려도 될 법했다.


당당하게 내 공방을 세워도 될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 35-A04 작전 》

《 작전 참여자 명단 》

―검역과장 송필교

―집행과장 주유진

―지원과장 김령아

―연구소장 서유리



.

.

.

.


―델로스 동맹 인턴 김용실


내가 발견한 게이트 공략부터 확실히 매조지어야 할 것이다.


그나저나 서유리라.

얼마만이지.

꼬박 한 달만인가.


탁!

나는 헌터 등록증을 바로 세웠다.




김용실

F급 헌터

능력 없음




3년 전에 발급한 헌터 등록증.

등록증에는 김용실이라는 헌터의 정체성이 간략하게 나타나 있었다.


F급 헌터, 무능력자라는 한심한 프로필.

서유리를 만나기 전에 이 프로필부터 그럴싸하게 바꿔볼까.





*





“어떤 용무로 오셨어요?”


특작청 건물.

꼬박 삼 년만이었다.

여전히 미어터지는 인파 탓에 접수에 애를 먹던 찰나, 접수처 강화 유리창 너머에 앉아 있던 공무원이 먼저 선뜻 용건을 물었다.


나는 종이를 건넸다.

접수처의 남성이 종이를 일별하고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나의 용건은 재심사.

과연 따로 절차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는 어딘가로 전화하더니, 금세 고개를 끄덕이며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잠시 대기하셨다가 다른 인원들과 함께 측정실로 입장하시면 됩니다.”


나는 잠자코 대기 의자에 앉아 내 순번을 기다렸다. 전광판에 여러 사람의 이름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길 반복한 지 잠시. 금세 내 차례가 왔다.


‘측정실이 변한 건가?’


3년 전 기억을 더듬었다.

측정은 순식간에 끝난다. 아쉬울 정도로.

몇몇 이들은 이게 말이 되는 방식이냐고 성을 내고, 소란을 피우기도 한다. 하루에 족히 열 명은 난동을 피우다가 연행이 되고는 한다.


그 정도로 성의 없이 치러진다.

타인의 체력, 마력을 감지하는 인원들이 순서대로 인원을 식별한 뒤에 곧장 랭크를 구두로 안내하는 게 끝이니까.


그리고 그 측정은 정확하다.

나 역시도 그랬다.

입장하자마자 날아든 “F급”은 헌터 김용실의 정체성이었다.


후우.

나는 잔뜩 긴장한 채로 심사관 앞에 섰다.


“C급. 다음.”


꽈악···.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헌터가 일생을 업계에 투신하며 갖은 현장을 겪어야만 한 단계가 오른다는 것이 정설.


‘두 랭크나 올랐다.’


날아갈 듯한 기분에 호들갑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다음 방의 문고리를 당겼다.


“······.”


그러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심사관.

그들은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는 능력의 각성자. 타인의 마력을 지독하리만큼 예민하게 느끼기 때문에, 심사관이라는 특수한 직책을 도맡은 스페셜리스트.


한데 그런 전문가가.


“이건···.”


측정을 망설이고 있었다.


일 초.

이 초.

삼 초···

그리고 그 정도의 시간이 한 번 더.


“A급. 아··· 아니···. 아아···.”


그녀는 시름시름 앓는 목소리로 본인의 말을 번복했다.


“S급.”






*






까마득한 탑의 중턱.


두드려 소리를 내는 범종과 작은 소고의 모양인 법고. 그들의 머리 위로 절에서만 찾을 수 있는 커다란 물고기가 걸려 있었다. 이따금 문틈 사이로 높은 고도가 유발하는 강풍이 들이닥칠 때, 물고기는 속절없이 흔들리고는 했다.


이처럼 불교 의식에 사용하는 법구가 가득 장식된 방.


모공이 훤히 드러나게 멀끔히 민 두상과 고목의 밑동처럼 강인한 목에 걸린 시커먼 염주. 그 밑으로 핏줄이 불거져 있는 남성이 방 한가운데 놓인 테이블을 두고 누군가와 말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방금 뭐라고 하셨소.”

“어머. 저는 수양이 부족해 법사만큼 우아하게 말하는 법을 몰라서요. 법사네 대륙은 야만적이라고 했어요.”

“야, 야만···?”

“마리아, 그만!”

“제가 말실수를 했나요? 법사의 언어는 도통 익숙해지질 않아서요. 예전에는 듣기조차 거북했던 걸요.”


불그스름한 피부 위에 터번을 올려 쓴 사내가 중재를 나섰으나, 금발을 치렁하게 늘어뜨린 여인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기세등등하게 팔짱을 낀 여인은 탁상 밑으로 다리를 꼬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네 대륙에서 입자들의 질량 연구할 때, 법사네 대륙에서는 문화 대화재··· 아니, 대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나요?”

“마리아, 아무리 그래도 그 말은 좀···.”

“마리아 수녀. 그렇게 갖다 붙이자면 늬들 신은 ···!”


쾅!

세 사람의 싸움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치닫던 그 순간. 두꺼운 나무문이 열렸다. 문틈으로 들이닥치는 칼바람에 세 사람은 얼굴을 찌푸렸다.


“누구야!”

“난제가 풀렸습니다!”


다급한 목소리의 정체는 비서.

세 사람의 다툼을 익히 겪어 잘 알고 있는 자였다.


비서는 문을 열자마자 상황을 인지했다.

법사와 마리아, 두 사람이 또 일촉즉발에 이르렀으므로 괜히 신경을 거슬렀다가는 당장 목숨이 날아갈 판국이었다. 하여 그는 냅다 본론부터 일러바쳤다.


그러자 장내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당장이라도 멱살을 잡아 일 마일 높이 탑 아래로 던져버릴 듯하던 사내와 여인이 나란히 고개를 돌렸다.


“““엘릭서를? 도대체 누가.”””


세 사람이 입을 맞춘 듯 동시에 말했다.


비서가 꿀꺽, 한차례 침을 삼켰다.


그는 이제부터 보고할 내용이 그들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입을 열었다.


“대한민국을 기억하십니까.”

“대한민국?”

“중국 밑에 붙어 있는 데 말입니다.”

“아, 그 일본 위에?”


비서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대한민국. 대한민국의 어떤 청년이 엘릭서의 조합식을 완전히 해독했습니다.”

“흐음···.”


여태 팔짱을 꼬고 있던 중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내를 압도하는 거대한 체격에, 여태껏 입씨름하던 금발의 여인 역시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했다.


“증명을 요구했는가?”

“그런 요청은 없었습니다만···. 편지에는 단지 난제와 난제를 해결한 수식이 나열되어 있었을 뿐입니다.”

“마일하이를 향한 선전포고인가?”


꿀꺽.

비서는 군말없이 침을 삼켰다.


“오랜만에 고향 땅에 들러야겠다.”


자리에서 일어난 법사가 주섬주섬 법구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비서는 용기 내어 한마디를 보탰다.


“저··· 백작님.”

“이제는 백작이 아니다.”

“아, 법사님. 고향 땅이 아니라 대한민국입니다만···.”

“그게 그거 아닌가. 난제를 해결한 공은 결국 우리 대국의 업적으로 칭송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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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A급 게이트 공략 +3 22.11.19 541 21 14쪽
20 A급 게이트 공략 +4 22.11.18 561 32 12쪽
19 수련 올스타 +3 22.11.17 622 30 13쪽
18 수련 올스타 +2 22.11.16 725 34 13쪽
» 연금술의 비원, 신화의 원소 에테르 +2 22.11.15 848 37 13쪽
16 신세계로 +7 22.11.14 908 40 12쪽
15 신세계로 +2 22.11.13 979 45 13쪽
14 신세계로 +2 22.11.12 1,080 47 12쪽
13 두 남자와 김용실 +2 22.11.11 1,163 48 12쪽
12 두 여자와 김용실 +2 22.11.10 1,308 44 13쪽
11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9 1,400 49 12쪽
10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8 1,458 53 13쪽
9 김용실(23세, 대마도사) +5 22.11.07 1,532 56 13쪽
8 딜 되는 힐러라고요? +6 22.11.06 1,641 59 14쪽
7 딜 되는 힐러라고요? +4 22.11.05 1,644 63 13쪽
6 딜 되는 힐러라고요? +3 22.11.04 1,783 56 13쪽
5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5 22.11.03 1,889 62 13쪽
4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3 22.11.02 1,927 64 14쪽
3 화안금정 +5 22.11.01 2,086 82 12쪽
2 화안금정 +5 22.11.01 2,197 89 12쪽
1 프롤로그 +10 22.11.01 2,388 12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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