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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림이 님의 서재입니다.

상태창을 물려받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태림이
작품등록일 :
2022.10.30 23:11
최근연재일 :
2022.11.22 09: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9,919
추천수 :
1,194
글자수 :
141,099

작성
22.11.1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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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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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글자
12쪽

A급 게이트 공략

DUMMY

게이트의 초입.

수련의 헌터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중 가장 바쁜 것은 단연 지원과.

그들은 검역과장 송필교가 확장한 게이트 진입로를 통해 각종 자재를 운반했다.


“이봐, 조금 도와주면 안 돼?”


개중 가장 무거운 짐을 나르던 지원과의 인원 하나가 가만히 서 있는 흰색 양복의 사나이에게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렸다.


그럴 만도 했다.

지원과의 인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노동하는 사이, 검역과와 집행과의 인원들은 멀뚱멀뚱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으니까.


그러나.


“너희 일을 왜 우리한테 부탁하는 건데. 너희가 우리 대신 싸움이라도 할 거야?”

“뭐, 뭐?”


맞다.

검역이랑 집행, 이른바 특공 애들.

다 이런 느낌이었지.


내가 연구직 헌터로 일하면서 현장직에게 느꼈던 불합리함이 바로 이런 모습에서 비롯한 거였다.


“김 주임···?”

“잠시.”


나는 서유리 연구소장의 부름을 뒤로하고 지원과 인원들이 노동하는 현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봐, 여기 서 있으면 방해돼!”


땀으로 앞머리가 흠뻑 젖은 지원과 인원 하나가 대뜸 나에게 호통을 쳤다.


“저기 남은 것들만 옮기면 끝입니까?”

“···뭐?”

“적재 순서는 따로 없습니까?”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그건 왜 물어보는 건데.”


나는 입을 놀리는 대신 몸을 움직였다.


【 화안금정 활성화 】

【 고급 원소 조작 】


쩌저적!

운반해야 하는 물건들이 놓인 지반이 두둥실 떠올랐다.


“어, 어떻게···.”

“이쪽에 놓으면 되는 겁니까?”

“어···어···. 고마워···.”


쿵!

깔끔한 절단면을 자랑하던 둥그런 접시 형태의 지반이 다시금 땅에 내려앉았다. 일일이 물건을 들어 나르던 지원과 인원들의 얼굴에 복잡한 심경이 드러났다.


“진지 구성을 하려는 겁니까?”

“그렇긴 한데···.”


나에게 대뜸 소리를 지르던 사람치고는 굉장히 공손해졌다.


“어떤 형태의 진지를 구축할 겁니까.”

“우선은 돔 형태이긴 한데···.”

“구축 키트를.”

“어, 어···.”


그는 순순히 진지 구축 키트 앞으로 나를 안내했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의 지원과 인원들은 나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눈치였다.


“이봐! 현장직 주제에 무슨 진지 구축을 하겠다고 나서는 거야. 진지 구축이 뭔지나 알아?”

“압니다.”


알다마다.

아카데미에서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데.

가뜩이나 진로를 서포터를 둔 학생들에게는 배점이 큰 전공이었다.


“전국 일 등 정도는 하지 않을까.”

“도대체 무슨 소릴···.”


나는 얼른 진지 구성을 시작했다.

얼마만의 진지 구성인가.

걱정보다 설렘이 앞섰다.


헌터 아카데미에서 실습 교육을 할 때야 진저리가 날 정도로 수행했지만, 정작 수련에 입사하고 나서는 게이트로 출동을 나서지를 않아 좀처럼 써먹을 일이 없었다.


나는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진지 구성을 시작했다.


진지 구성의 진선미는 속도, 속도, 속도다.

수십 명이 파견된 대규모 게이트에서야 여러 가지 마법 효과들이 중요하겠지만, 기껏 스무 명 남짓한 소규모 정예 탐사에서는 속도가 최우선이다.


마침 진지 구성에 딱 알맞은 공간이다.

이번 게이트의 내부는 특별할 것 없는 형태를 띠고 있었다. 사전 조사가 이루어진 모양으로, 우리 일행은 얼마간 도보로 이동해 사방이 탁 트인 너른 지대에 진지를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지원과가 준비한 진지 구성 키트에 마력을 흘려 넣었다. 벙커의 크기는 시술자의 마력량에 비례한다.


“어··· 어어···!”


성인 남자의 상반신만 하던 키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더니 이윽고 수련 본사에 비견될 만한 넉넉한 크기의 벙커를 형성했다.


이 정도로 크게 만드려는 생각은 아니었는데···. 최근 들어 부쩍 마력이 높아지다 보니 힘 조절에 실패했다.


“김, 김 주임···. 도대체 이 크기는···?”


어느새 나타난 지원과장이 나와 벙커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진지 구축은 너무 오랜만이라. 어떻습니까.”


지원과장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뭘 물어, 백 점 만점에 이백 점이지!”


【 고급 원소 조작 활성화 】

【 에테르 소환 】


나는 한 꺼풀을 더했다.

이미 구축된 진지에 거대한 반원의 뚜겅을 씌웠다. 주변의 암석과 에테르를 조합한 단단한 벙커를.


“삼백 점···. 아니 오백 점.”


지원과장이 혀를 내둘렀다.


그럴 만하다.

진지 구성을 담당하는 헌터는 대부분이 서포터. 현장 출동이 여의치 않은 비교적 약한 헌터들이 서포터를 자처하고는 한다.


따라서 이 정도 크기의 진지를 구축할 만큼 거대한 마력을 지닌 자는 B급 헌터 김용실이 유일한 것이다.


그러나 진지 구성은 이제부터가 실력이다.

이 현장의 대부분 헌터는 아카데미 출신.

그들 역시 진지 구축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지 않았다.


“사기 아니야?”

“현장직과 연구직을 아우르는 전천후 헌터 등장인가.”


과연 진지 구축을 담당한 김용실에 대한 이야기로 시끌벅적했다.


“끝났습니다.”


속도는··· 이 정도면 평균인가.

진지 구성이 워낙 오랜만이어서 평균적인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잊었다. 그러나 나를 바라보는 헌터들의 표정을 보아하니 그리 늦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이런 미친!”


한데, 공사를 완료했다는 공지에도 불구하고 헌터들이 미간을 좁혔다. 가장 먼저 진입한 지원과의 인원들이 욕지거리를 내뱉은 것이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걱정은 기우였다.

듣자 하니 모두 긍정적인 의미였다.


이번 작전에 참여한 헌터들은 각 부서에서 손에 꼽히는 실력자들이었으므로, 기존에 경험한 서포터들 역시 수준급이었을 테다.


아니나 다를까, 이 장소에 진지 구축을 요청했던 검역과장 송필교가 벙커 내부의 전체적인 만듦새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래 가지 않았다.

그 철두철미한 검역과장이 진지를 둘러보는 데에 이토록 소홀하다는 말인즉슨,


“요새를 구축했군.”


거두절미한 극찬이었다.

덩달아 집행과장 주유진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하동문. 훌륭해.”


두 과장의 극찬.

반신반의한 얼굴의 헌터들이 속속들이 벙커 안으로 들어왔다. 각자의 부서에서 인정을 받는 엘리트들이므로 누구보다 까다롭기 그지없는 그들의 얼굴에 점차 화색이 돌았다.


“별 것도 아닌데 일단 넓으니까 기분이 좋네.”

“이게 김시진 부장이 점찍은 실력인가?”

“김 주임.”


뒤늦게 벙커 안으로 들어선 서유리가 몸을 떨었다.


내 체격이 거대해진 탓일까.

아니면 서유리라는 사람이 작아진 걸까.

김시진 부장의 비호 아래에서 한없이 화려하던 그녀는 오늘 유독 겁에 질린 소동물처럼 보였다.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서유리 연구소장은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렸다는 사실을. 여기서 괜한 자극을 주었다가는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


“고인광···지소장께선···잘 지내시던가···.”


그때, 검영과장으로부터 느닷없는 안부가 날아들었다.


안면을 감싼 백색의 도깨비 얼굴.

그 유명한 수련의 검역과장 송필교.


고인광 지소장과는 어떻게 아는 사이일까.


“그렇습니다.”


내 특별할 게 없는 대꾸를 들은 검역과장이 묵묵히 제 짐을 풀었다. 그는 가방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익숙한 동작으로 조립하기 시작했다.


‘총.’


여유로운 손놀림.

곧 그의 병기인 은빛의 피스톨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상급 헌터로서는 드물게 화기를 이용하는 헌터. 도깨비를 형상화한 하얀색 마스크에 더불어, 기괴한 목소리에 화기라는 요소는 분명히 검역과장의 컬트적인 인기를 이끄는 요소였다.


각자의 개성이 강한 검역과가 굴러갈 수 있는 이유는 강력한 카리스마의 검역과장이 구심점으로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람이 아니었으면, 나는 게이트 앞에서 수련의 헌터들과 한바탕 벌였겠지.’


그러나 검역과장이 나서서 당장의 사정을 헤아린 덕분에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


그때 슬쩍 다가온 지원과장이 귀띔했다.


“참 별나지.”


이번에는 지원과장.

과장급들이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A급 헌터 중에서 총 쏘는 사람은 이 사람밖에 없어.”


김령아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별나긴 하다.

헌터 아카데미의 동기 중에서도 화기를 다루는 녀석들이 많았다. 그들도 그들의 지역에서는 천재라고 칭송받으며 위풍당당하게 헌터 아카데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무수한 천재들이 전부 탁나나의 발아래 고꾸라졌다. 훈련을 위한 선수촌 입촌과 헌터 아카데미 강의를 번갈아 하며 이렇다 할 커리큘럼도 진행하지 못한 탁나나는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천재들을 줄줄이 요격해 나갔다.


마력을 각성한 탁나나는 칼로 총알을 잘라내는 차력쇼를 선보이곤 했다.


이처럼 소위 일류라고 일컫는 초인들의 기술 아래, 화기는 무용지물인 고철덩이로 전락했다.


과연 총 따위로 수련의 검역과장에 올라선 자의 싸움은 어떨까.


‘차차 알게 되겠지.’


반면, 집행과장 주유진의 무기는 다소 고전적이었다. 지원과 헌터들의 도움 아래 벙커 안으로 들여온 거대한 무기 케이스.


쿵.


“열어.”

“예!”


집행과장이 한 손으로 가볍게 들어올렸던 무기 케이스를 내려놓자 흙먼지와 함께 지면이 뒤집어질 듯한 소란이 일었다. 벙커 내의 인원들이 일제히 소리가 난 곳을 돌아보았다.


그들도 나만큼이나 집행과장의 무기를 실물로 본다는 생각에 들뜬 모양이었다.


“와아···.”


그리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철궁.

일찍이 검역관 오범규 대리가 다루던 창과 같은 크기의 거대한 쇳덩이를 살(虄)로써 쏘아내는 폭력적인 병기.


더욱이 집행과장은 그 폭력적인 쇳덩이 위에 한 겹 마력을 덧입히고는 했다.


“실물로 보니 더욱 박력이 남다르긴 하군.”

“저거야말로 수련의 최대 화력.”


현재 이 게이트에 진입한 헌터들은 각 부서에서 빼어나기로 손꼽히는 인원들.


그 인원들조차 혀를 내두르는 무식한 무기였다.


‘나도 만들 수 있겠는데.’


그러나 내 눈에는 아주 단순한 무기처럼 보였다. 거대한 활에 시위를 쇠사슬로 대체한 게 전부였으므로 더욱 그랬다.


“저희 과장님 무기가 좀 무식하죠.”


그때, 내 등 뒤에서부터 목소리가 넘어왔다.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치자 슬그머니 목례하며 먼저 예의를 갖추었다.


“검역관 김웅섭입니다.”


김웅섭···.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한데 얼굴은 어디선가 이미 본 듯 낯이 익었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죠? 나나의 사수예요.”


나는 그제야 기시감을 이해했다.

늘 탁나나와 함께 다니던 남자.

한두 번이 아니라 몇 번인가 마주쳤을 것이다.


푸욱.


그때였다.


“······?”


우리는 낯선 소리에 당황했다.

그리고 김웅섭 검역관은 제 옆구리를 관통하고 튀어나온 칼날을 내려다보았다.


“서유리··· 연구소장···?”


눈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서유리 연구소장.

그녀의 손에 들린 호신용 칼이 김웅섭 검역관의 몸을 헤집었다. 그녀를 붙잡을 겨를도 없이 김웅섭 검역관의 몸이 무너져내렸다. 그는 무릎을 꿇고 상처를 다스리는 데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나는 서유리 연구소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쳤습니까?”

“씨발놈들아! 왜 부장님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건데!”

“뭐요?”


그러나 서유리 연구소장의 눈은 나를 바라보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다만 절규하듯 외쳤다.


“이 새끼를 죽이지 않으면 나도 죽는단 말야!”

“칼부터 내려놓고 이야기하시죠.”

“너희도 김용실이랑 같이 죽어!”


본 적이 있다.

할머니 밑에서 자라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귀신에 씌인 사람.

그리고 이곳은 게이트 내부.


이 여자, 귀신 씌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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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선사시대의 괴물 +2 22.11.20 462 22 11쪽
21 A급 게이트 공략 +3 22.11.19 541 21 14쪽
» A급 게이트 공략 +4 22.11.18 562 32 12쪽
19 수련 올스타 +3 22.11.17 622 30 13쪽
18 수련 올스타 +2 22.11.16 725 34 13쪽
17 연금술의 비원, 신화의 원소 에테르 +2 22.11.15 848 37 13쪽
16 신세계로 +7 22.11.14 908 40 12쪽
15 신세계로 +2 22.11.13 980 45 13쪽
14 신세계로 +2 22.11.12 1,080 47 12쪽
13 두 남자와 김용실 +2 22.11.11 1,164 48 12쪽
12 두 여자와 김용실 +2 22.11.10 1,308 44 13쪽
11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9 1,400 49 12쪽
10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8 1,458 53 13쪽
9 김용실(23세, 대마도사) +5 22.11.07 1,532 56 13쪽
8 딜 되는 힐러라고요? +6 22.11.06 1,641 59 14쪽
7 딜 되는 힐러라고요? +4 22.11.05 1,644 63 13쪽
6 딜 되는 힐러라고요? +3 22.11.04 1,783 56 13쪽
5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5 22.11.03 1,889 62 13쪽
4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3 22.11.02 1,927 64 14쪽
3 화안금정 +5 22.11.01 2,086 82 12쪽
2 화안금정 +5 22.11.01 2,197 89 12쪽
1 프롤로그 +10 22.11.01 2,390 12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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