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태림이 님의 서재입니다.

상태창을 물려받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태림이
작품등록일 :
2022.10.30 23:11
최근연재일 :
2022.11.22 09: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9,915
추천수 :
1,194
글자수 :
141,099

작성
22.11.11 09:00
조회
1,163
추천
48
글자
12쪽

두 남자와 김용실

DUMMY

탁나나의 걸음이 급해졌다.


‘용실아···.’


김용실이 걱정됐다.

남서울지부의 덜떨어진 집행관들과 함께 골렘을 공략한 솜씨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


방금도 그랬다.

정신없이 걸음을 보채던 상황.

느닷없이 나타난 오크의 공격을 한발 앞서 차단했다. 김용실의 마법 덕에 수차례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확실히 김용실은 강하다.

그러나···.


‘왜 이렇게 신경 쓰이는 거야.’


탁나나는 도무지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용실아!”


건조한 겨울 새벽 대기 속으로 탁나나의 목소리가 군데군데 갈라졌다. 갈라진 목소리는 골목을 굽이치며 파고들었고, 어둠 속에서 배회하고 있던 몬스터 몇을 더 불러들였다. 구울과 코볼트 따위의 자질구레한 몬스터들이었다.


탁나나는 거칠 게 없었다.


이성이 옅어졌다.

감정을 불사르는 위험천만한 싸움이 이어졌다. 평소보다 깊게, 과감하게 칼을 뽑아 든 탁나나는 호흡을 강하게 들이켰다.


앞길을 막은 놈들을 한칼에 베어 넘기고 쉴 틈 없이 달렸다. 김용실이 연구소에서 쫓겨나던 그 날에 미처 붙잡지 못했던 후회를 담아 칼을 휘둘렀다.


“탁 집행관님!”

“······.”

“선배가 갑자기 쓰러지셨어요!”


그렇게 필사코 찾아 헤맨 김용실은 다른 여자 품에 안겨 있었다. 오주희가 덧붙인 변명은 탁나나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



뿅 뿅···.

서울 한복판에 들이닥친 오크 떼의 습격으로부터 고작 열두 시간.


수련 북한강 지소의 문틈으로 들어오는 늦은 겨울의 햇빛과 적당히 미지근한 온기. 그리고 지소장의 규칙적인 버튼 소리.


【 다음 소식입니다. 수련의 탁나나 헌터가 수십 마리의 몬스터를 혼자서··· 】


삑.


“김 주임.”


티브이 리모컨을 조종한 고인광 지소장이 나를 불렀다.


“파이트 클럽이라는 영화 알아?”

“클럽? 야한 영홥니까?”

“파이트 클럽도 몰라? 하, 세대 차이.”


콰쾅!


지소장의 스마트폰에서 요란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나와 대화를 하면서도 계속해서 게임을 이어나갔다.


“본질은 물신숭배와 소외와 실존, 자본주의에서 찾을 수 있는 가치···”

“머리 쓰는 영화는 딱 질색이에요.”

“아니, 사실 액션 영화야.”

“···갑자기 영화 이야기는 왜 꺼내시는 겁니까?”


나의 물음에 모처럼 고인광 지소장이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뗐다.


“간밤에 김 주임이 파이트 클럽을 감명 깊게 본 건 아닐까 싶어서.”

“···네?”

“거기서 주인공들이 피 터지게 싸우거든. 오늘 김 주임이랑 똑같은 몰골로.”

“아···. 그렇군요.”


나는 얼굴을 쓰다듬었다.

고인광 지소장의 말을 듣고 나니 잊고 있던 통증이 다시금 불거졌다.


지난밤에 생긴 상처다.

나는 탁나나와의 훈련을 모두 마친 직후에 재난 문자의 위치로 이동하여 몬스터와 대적했다.


이미 마력은 바닥을 보인 상태였으나, 주저 없이 달려나간 덕분에 인명 피해를 비롯한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파이트 클럽의 결말을 일러주고 싶지만, 스포일러가 되면 재미가 없을 테니.”


지소장은 다시 한번 파이트 클럽 타령을 했다.


정말 모르고 하는 소리인가?

그럴 리 없다. 나와 탁나나가 치른 싸움은 조간 기사로 일면에 났다. 스마트폰을 달고 살다시피 하는 지소장이라면 분명히 그 기사를 읽었을 테다.


심지어 방금 티브이에도 나왔다.

일부러 모른 척한다고 생각하는 편이 옳다.


‘당최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건지···.’


그의 정체는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지소장은 내 정보를 꽤 많이 알아냈지만, 나는 그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


B급의 헌터.

델로스에서 한국에 파견한 헌터이지만, 탁나나는 물론이고 집행관들조차 잘 알지 못하는 한참 위의 기수. 그리고···.


‘김시진 부장과 모종의 인연으로 얽혀 있다는 점 정도일까.’


물론 괴짜라는 점은 아주 잘 알고 있다.

전자책이 대중화된 요즘 시대에 굳이 종이책을 고집하는 고리타분한 면모.


집안이 좋은 건지, 모아놓은 돈이 많은 건지. 손님이라고는 한 명도 찾아오지 않는 공방 안에서 세월아 네월아 게임만 해댔다.


딸랑.


아, 요즘에는 그렇지도 않나.

손님의 방문을 알리는 종소리에 나는 몸을 일으켰다.


“어서오세요.”


어째서인지 손님이 늘었다.

더욱이 일선에서 활약하는 프로 헌터들이 대부분이다.


입소문이 퍼진 모양이었다.

우리 공방의 포션이 훌륭하다는 입소문.

과연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한 장본인은 누굴까. 알아만 낸다면 꿀밤을 쥐어박아 줄 텐데.


“델로스 동맹 북한강 지소입니다.”


왜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 건데!






**





‘그 포션을 잊을 수가 없다.’


대한민국의 초대형 길드 수련.


소형과 중형, 대형 그리고 초대형의 네 가지 분류에서 최상층을 차지하고 있는 최고의 길드.


과연 본사 건물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 들어서 있었으며, 서울의 동서남북에 각각 네 개의 지부를 두고 있었다.


“예약하셨습니까?”

“수련의 오범규.”

“아, 수련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중 남서울지부에서 근무하는 헌터, 오범규 대리는 시간이 날 때마다 서울 시내를 탐색했다.


단골로 이용하던 공방부터, 동료들에게 추천을 받은 공방까지 전부.


그러나 김용실이 건네주었던 포션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몸에 최적화된 듯한 회복 포션.

들이키는 순간 바로 최고의 컨디션을 만들어주던 그 포션. 오범규는 그 포션이 필요했다.


‘이렇게 허름한 곳에서 근무한다고? 그 인재가?’


대체재를 찾아 헤맸으나 어디에도 없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델로스 동맹 북한강 지소였다.

사방을 산이 둘러싸고, 지소의 뒤편으로는 개울이 흘렀다.


오범규는 서울 외곽에 이런 장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영락없는 촌구석이었으니까.


―구매 감사합니다. 더 이상 볼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요.

―예···?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입니다.


그때, 허름한 건물의 문이 열렸다.

그 안에로부터 김용실로 짐작되는 남자의 배웅 인사가 흘러나왔다.


“괴짜들이긴 하지만···.”


벌컥!

손에 포션을 쥔 채로 걸어 나온 형광 조끼 차림의 중년. 그는 손에 쥐고 있던 포션의 마개를 따고 곧장 들이켰다.


그러자 구부정하던 그의 허리가 조금이나마 펴지는 게 아닌가. 몹시 미세한 차이였지만, 원활한 단련을 위해서 해부학을 공부한 오범규는 바로 알아챌 수가 있었다.


‘미친. 관절에 작용하는 포션이라고? 신이나 할 수 있는 짓 아니야?’


이런 포션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아니, 단 한 명 있긴 하다.


김용실.


게이트 내부에서 경험한 김용실이 그랬다.

찌는 듯한 열기에 신음할 때면 순식간에 포션으로 해소해 주었고, 유황으로 시름할 때에도 손쉽게 해결책을 내놓았다.


‘우선 부장님 말씀대로 하자.’


오범규는 조수석에서 종이 가방을 챙긴 뒤차에서 내렸다.


‘윽···!’


지독한 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발밑이었다. 부서진 보도 블럭 사이로 흙과 모래, 그리고 담배꽁초가 가득했다.


‘수련의 본사에서 근무하다가 이런 데서 일하려면 힘들겠지. 과연 지금이 그의 마음을 돌릴 마지막 기회다.’


오범규 대리는 유니폼에 꽂혀 있던 손수건을 꺼내어 코를 틀어막았다. 그리고 바쁜 걸음으로 지소의 문을 열었다.


―어서오···. 오 대리님?

“김 주임···님?”


오범규와 김용실은 서로를 보며 놀랐다.

김용실은 김용실대로 수련의 엘리트인 집행관이 이런 누추한 공간에 방문했다는 사실에 놀랐고, 오범규는 불과 열흘 만에 몰라보게 달라진 김용실을 보며 놀랐다.


“키가 큰 건가요?”

“예. 좀 컸습니다.”

“남자는 군대 갔다 와서도 큰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처음 봅니다.”


김용실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박색은 아니었지만, 결코 절색이라고 할 수 없던 김용실의 얼굴은 완전히 귀공자처럼 변해 있었다. 젖살이 빠진 걸까? 그보다는 얼굴의 골격 자체가 변한 듯했다.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변한 것은 아니었으나, 분위기가 완전히 변했다.


변한 것은 얼굴의 골격만이 아니었다.

목의 길이, 어깨와 흉곽의 너비, 두께, 손의 크기와 사지의 길이까지···.


‘남자 버전 탁나나 같군.’


180을 웃도는 오범규는 김용실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모름지기 190에 육박하는 신장일 것이다.


“그보다, 오 대리님이 여기엔 어쩐 일로?”

“아아···.”


오범규는 차에서 가져온 종이 가방을 건넸다.


“이게 뭡니까?”

“점사략결이라는 책입니다.”

“책이요?”

“일본의 보물입니다.”


경계하던 김용실의 표정이 금세 누그러졌다. 그는 냉큼 종이 가방을 받아들었다.


“지난 작전 중에 얻은 책입니다. 불법 체류 중이던 일본 음양사에게서 압수했는데, 서유리 연구소장 말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아닙니다. 분명히 가치 있는 서적입니다. 고맙습니다, 오 대리님.”


오 대리는 주먹을 꽉 쥐었다.


‘···다행이다.’


김용실은 분명히 기뻐하고 있다.


‘김시진 부장의 혜안이 옳았다.’


점사략결이라는 책은 김시진 부장이 전달한 책이었다. 그러나 김시진 부장이 베푸는 호의는 호의로 받아들일 수 없을 테다. 사실, 오범규 대리 역시도 김시진의 의중을 의심하고 있었으니까.


“마침 저도 오 대리님 선물을 준비해놓은 참입니다.”

“예? 제 선물이요?”


오범규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그러나저러나 김용실은 포션 하나를 정성스레 포장하고 있었다.


“석영 골렘의 정수에서 빚어낸 영약입니다. 아직 영약 만드는 솜씨가 부족하여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 대리님이 이전에 경험한 어떤 영약보다도 탁월한 효능을 낼 겁니다.”


김용실의 말은 틀린 적이 없었다.

김용실이 그렇다면 그런 거다.


그리고 이튿날.


오범규는 그 사실을 절절히 체감했다.


“오 대리님··· 한 단계 벽을 뚫으셨군요.”


이른 아침.

사내 체력 단련실을 찾은 오범규는 본인의 최대 중량을 갱신했다.


계단식 성장, 골격의 한계, 근육의 한계를 모두 단숨에 뚫어버린 놀라운 성과였다.


또한, 마력 운용 훈련장에서는 이전의 출력보다 1할이 상승했다는 측정표를 받아들었다. 보통 마력 출력을 1할이나 높이려면 아무리 짧아도 오 년은 족히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말 믿을 수 없는 수치였다.


“어떤 영약을 드신 겁니까···?”


오범규의 근처로 인파가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미안. 더는 판매하지 않는 한정판 영약이야···.”

“어느 브랜드인지만 알려주십쇼.”

“DS라고 적혀 있던데?”

“드래곤스트링!”


젠장, 들켰다.


“그, 그렇게나 유명한 데냐···?”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어느 순간에 자취를 감춘 브랜드 아닙니까!”

“그런데 거기 가성비 상점 아니었나..?”


···젠장!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거였나?


오범규는 조바심이 났다.

이 대단한 위력의 포션을 다른 헌터들과 함께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니 불안했다.


‘김용실.’


이런 놀라운 영약을 한 번 만든 사람은 두 번도 만들 수 있다. 반드시, 끝까지 가지고 가야 할 인연이다.


‘김시진이냐 김용실이냐···. 헉!’


오범규는 하마터면 제 뺨을 때릴 뻔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김시진과 김용실을 같은 저울에 놓고 저울질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어느 정도 김용실 쪽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자, 오범규의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내가 왜 본사도 아닌 남서울지부에서 개고생이나 하고 있어야 하지? 델로스 동맹으로는 갈 수 없는 걸까.’


그리고 그는 진지하게 이직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금싸라기나 다름없는 수련.

그리고 금으로 된 동아줄 같은 김시진.

그 모두를 포기하고 이직을 고민하기 시작한 이유는 오직 하나.


김용실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상태창을 물려받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지 안내 22.11.23 85 0 -
공지 제목 변경하였습니다. 22.11.17 361 0 -
24 A급 게이트 공략 +3 22.11.22 371 18 28쪽
23 선사시대의 괴물 +6 22.11.21 392 20 12쪽
22 선사시대의 괴물 +2 22.11.20 462 22 11쪽
21 A급 게이트 공략 +3 22.11.19 541 21 14쪽
20 A급 게이트 공략 +4 22.11.18 561 32 12쪽
19 수련 올스타 +3 22.11.17 622 30 13쪽
18 수련 올스타 +2 22.11.16 725 34 13쪽
17 연금술의 비원, 신화의 원소 에테르 +2 22.11.15 848 37 13쪽
16 신세계로 +7 22.11.14 908 40 12쪽
15 신세계로 +2 22.11.13 979 45 13쪽
14 신세계로 +2 22.11.12 1,080 47 12쪽
» 두 남자와 김용실 +2 22.11.11 1,164 48 12쪽
12 두 여자와 김용실 +2 22.11.10 1,308 44 13쪽
11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9 1,400 49 12쪽
10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8 1,458 53 13쪽
9 김용실(23세, 대마도사) +5 22.11.07 1,532 56 13쪽
8 딜 되는 힐러라고요? +6 22.11.06 1,641 59 14쪽
7 딜 되는 힐러라고요? +4 22.11.05 1,644 63 13쪽
6 딜 되는 힐러라고요? +3 22.11.04 1,783 56 13쪽
5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5 22.11.03 1,889 62 13쪽
4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3 22.11.02 1,927 64 14쪽
3 화안금정 +5 22.11.01 2,086 82 12쪽
2 화안금정 +5 22.11.01 2,197 89 12쪽
1 프롤로그 +10 22.11.01 2,388 123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