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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림이 님의 서재입니다.

상태창을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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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림이
작품등록일 :
2022.10.30 23:11
최근연재일 :
2022.11.22 09:0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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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12
추천수 :
1,194
글자수 :
141,099

작성
22.11.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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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선사시대의 괴물

DUMMY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선사시대의 괴물이 수면 위로 거대한 자태를 드러냈다. 꼭 열대어를 기르는 작은 규모의 수조에 메기를 채운 듯했다.


“으아아아아···!”

“시-서펀트야!”

“S급 몬스터!”


S급 몬스터의 등장.


A급 게이트에서는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수 있다지만, 그럼에도 S급 몬스터의 등장은 뜻밖의 일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엘리트로 꼽히는 헌터들조차 당면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패닉에 빠졌다.


“김 주임님, 지시를···.”


나란히 서 있던 권민서 대리가 나지막하게 한마디를 뱉었다. 권민서 대리 역시도 몸을 덜덜 떨며 이를 부딪치고 있었다.


“여러분.”


나는 할 수 없이 입을 열었다.


“기, 김 주임!”


권민서 대리처럼 아직 이성을 유지한 강한 정신력을 지닌 헌터 몇몇이 호응했다.


“시-서펀트는 우리를 의식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녀석이 비록 그 거대한 똬리를 용암의 밖으로 드러낸 형국이었지만, 공격의 자세를 취하지는 않았다.


만약 녀석에게 그럴 속내가 있었다면, 우리는 미처 그것을 알아채기도 전에 살해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다.

아직은 안전하다.

아직은 말이다.


“이 틈에 시-서펀트로부터 달아나야 합니다.”


시-서펀트로부터 멀어지고, 두 과장에게 합류해야 한다. 아마 그들은 이미 시-서펀트의 존재를 눈치챘다.


그러나 게이트의 환경이 벌써 몇 차례나 바뀌었다.


어쩔 수 없이 합류가 늦어지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들의 능력이라면 결국에는 우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2인 1조로 짝을 이뤄 관문을 통과하도록 합시다.”


과연 일류는 일류였다.


헌터들은 나의 지시를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나마 이성을 유지한 헌터들이 그렇지 않은 헌터들을 부축한 채로 하나둘 관문 앞에 모여들었다.


과연 수련의 헌터는 저력이 있었다.

비록 자연재해에 버금가는 괴수를 만나 우왕좌왕할망정 대처는 재빨랐다.


“시-서펀트가 움직입니다!”


그때였다.

누군가 숨죽인 목소리로 시-서펀트의 동향을 보고했다. 과연 그 말마따나 시-서펀트의 거대한 몸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비늘 하나가 사람만 한 크기의 뱀이 움직이는 광경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역겨웠다.


“빨리 건넙시다.”


관문을 통과하려고 뭉친 탓일까.

쥐꼬리만 한 마력이나마 모여든 탓에 시-서펀트의 심기를 거스른 걸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미 일은 벌어졌다.

관문을 건너다가 몰살당하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기 전에 어서 안전한 지대로 대피해야 한다.


“권민서 팀장, 앞장서서 인원들을 인솔하세요.”


이 상황에서 믿을 거라고는 실력뿐이다.

마침 서유리 대신 합류한 집행관 권민서 팀장이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인솔을 부탁했다.


“김 주임은 어쩔 작정인가요?”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마지막에 건너겠습니다. 건너다가 관문이 무너지는 대참사는 없어야 할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부디 건너편에서 만날 수 있기를.”

“잠깐.”


막 출발하려는 권민서 팀장이 의아한 얼굴로 나를 돌아봤다.


“지금은 어떻죠?”

“어떻냐니, 뭐가요?”

“초식동물의 감각이란 거요.”

“풉.”


권민서의 얼굴에 미소가 깃들었다. 의도한 대로 한결 긴장이 풀린 듯했다. 이 상태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다.


“느낌 좋은걸요.”

“어서 출발하세요.”


이동은 순조롭게 이뤄졌다.

긴장이 풀린 권민서 팀장이 지원과의 헌터들을 독려하며 과감하게 속도를 냈다. 과연 집행과의 팀장다운 시원시원한 일처리였다.


“김 주임님! 모두 건넜습니다!”


S급 몬스터 시-서펀트라는 재앙 앞에서는 날파리나 다를 바 없는 목숨이지만, 이 자리의 모든 인원은 수련의 문턱을 넘은 엘리트 헌터였다.


과연 모든 인원이 관문을 통과하는 데에 채 일 분이 걸리지 않았다.


“살았다···.”


수많은 헌터들이 관문 너머에 주저앉아 놀란 가슴을 추슬렀다.


나는 가장 후미에서 걸음을 재촉했다.

의식을 회복한 헌터들이 관문 너머에서 시-서펀트의 동향을 살펴주었다. 내가 할 일은 오직 열심히 걷는 것뿐이었다.


그랬을 터였다.


“김 주임!”


나를 배웅하러 나온 권민서 팀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들 쪽에서 낸 목소리가 아니었다.


“김 주임! 같이 갑시다!”


목소리는 등 뒤에서 날아들었다.

어째서?

어떤 인원이 더 남아 있었단 말인가.

내 궁금증은 권민서 팀장이 해소해 주었다.


“김웅섭! 어째서!?”

“부상자를 추스르고 왔어. 나도 싸울 수 있을 듯해서.”


이런 미친···.

그때였다.


【 광지향성 활성화 】


느닷없는 팝업 메시지와 함께 온몸에 닭살이 돋아 올랐다.


‘다리가···.’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한 번 경험한 적이 있다.

로드 오브 파이어를 마주쳤던 그때와 비슷한 심정이었다.


적대적인 거대한 폭력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걸 경고하는 경보.


“맙소사, 시-서펀트!”

“김 주임님-!”

“달려요-!!”


관문 너머의 사람들이 부르짖었다.

김웅섭을 버리고 나 혼자라도 살라는 말이었다.


동의했다.

나의 심정이 꼭 그랬다.

눈앞에 나타난 팝업 메시지가 아니었다면, 나는 김웅섭을 버려두고 쏜살같이 관문을 통과했을 것이다.


【 아레테Arete 활성화 】


이해할 수 없었던 언어, 룬 아레테.

그 안에 숨겨져 있던 절묘한 철학과 논리들이 낱낱이 분해되어 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아레테의 의미는 도덕적 미덕.


‘김웅섭을 도우라고? 나까지 뒤지라는 거냐?’


어째서 지금일까.

그러나 지금뿐이다.

저 괴물에게 한 방을 먹일 수 있는 순간은.

저 괴물이 난생처음 보는 미물을 관찰하느라 눈깔을 들이댄 지금.


“씨발. 나보고 어쩌라는 건데, 염병할 철학쟁이들아.”

“김 주임! 무슨 생각하는 겁니까! 상대는 시-서펀트예요!”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하마터면 까무러칠 뻔했다.

김웅섭 검역관의 옆으로 거대한 눈이 드리웠다. 세로로 찢어진 시커먼 동공. 그 주위로 모여드는 활활 타는 불길.


시-서펀트의 안구였다.

그 눈을 일별한 김웅섭이 혼절했다.

시-서펀트가 미물을 향해 거대한 아가리를 벌렸다. 이대로라면 김웅섭은 어룡의 에피타이저가 되고 말 것이었다.


【 화안금정 활성화 】


“팔자가 꼬여도 유분수지···.”


【 룬 아레테Arete 활성화 】

【 고급 원소 조작 활성화 】

【 고급 원소 조작 274/1000 】


―취이익!


나는 화안금정의 조화를 불러일으켰다.

대지로부터 거무죽죽한 송곳이 솟아올랐다.

30층 빌딩과 견줄 만한 거대한 크기의 송곳이 시-서펀트의 안구에 꽂혔다.


―크라라라라라···.


피가 관문을 덮쳤다.

시-서펀트의 안구에서 터져 나온 피는 일대를 뒤덮었다. 충분히 거대한 혈액은 그 자체로 폭탄과 같았다. 임시로 급조한 관문이 고작 눈에서 터져 나온 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허무하게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김웅섭 검역관을 향해 내달렸다.

그때, 느닷없는 일격을 당한 시-서펀트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

하물며 시-서펀트였다.

어떤 동물이건 살려고 치는 발버둥은 필사적이다. 여태껏 본 적 없는 거대한 규모의 몸부림이 일대를 덮쳤다.


“권민서 팀장! 어서 달아나세요!”


나는 도미노처럼 무너져내리는 지반 사이로 절규하듯 외쳤다.


【 고급 원소 조작 275/1000 】

【 고급 원소 조작 276/1000 】

【 고급 원소 조작 277/1000 】

【 고급 원소 조작 278/1000 】


무너져내리는 암석과 암석 사이를 끊임없이 이어붙였다. 추락하는 잔해를 옮겨 밟으며 중력을 거슬러 올랐다. 용암에 추락하지 않고자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내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시계가 어둠으로 번졌다.

눈치채지 못했지만, 나는 이미 시-서펀트의 아가리 속에 들어와 있었다.


“좆됐다.”


시-서펀트의 아가리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했다.


쿵.

어디선가 날아온 돌에 머리를 얻어맞았다.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과 함께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





“집행과장.”

“말 걸지 마. 지금 집중하는 거 안 보여?”

“유리 대포란 말 알아?”

“뭐? 지금 나더러 유리 대포라고 한 거냐?”


검역과장 송필교가 내뱉은 뜬금없는 소리에 집행과장 주유진은 미간을 좁혔다.


검역과장이 이상한 말을 지껄이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오늘은 도가 지나쳤다. 종일 김용실, 김용실. 김용실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너의 화살은 한 방의 파괴력은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하지만, 내구성이 부족해.”

“이 늙은이야! 내 공격력에 탁월했으면 S급이지 않았겠냐! 앙?”


검역과장 송필교는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주유진은 답답했다.

저 마스크 너머에는 어떤 얼굴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검역과장은 주유진이 유일하게 호기심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런 검역과장이 김용실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고 있다. 주유진은 검역과장과 대화하기 위해서 김용실에 대한 화제를 꺼냈다.


“늙은이. 대마도사는 걔만 있는 게 아니잖아. 왜 그렇게 그 녀석한테 관심을 두는 거야?”

“······.”

“그렇게 좋으면 검역과로 데려가던지. 인재의 해외유출을 바라지 않은 특작청장이 이미 델로스 동맹과의 계약을 무효 처리했을 텐데 말야.”


송필교가 고개를 끄덕였다.


“봉황의 날개를 묶고 싶지는 않아.”

“······.”


주유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늙은이, 또 도대체 무슨 소릴 지껄이는 거야.


철컥.

차가운 쇠와 쇠가 얽히는 소리.

송필교의 마탄이 장전되었다는 신호.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종일 이어진 김용실 타령을 견디느라 여태 죽상이던 주유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좋아! 드디어 준비됐어!”

“상대는 시-서펀트···. 새끼에 불과하지만···.”

“그래, 그래. 무슨 말인지 알아. 내부에 있는 김용실을 구해야 하니까 더욱 힘들 거라는 말이지? 알겠다고.”

“조심해···.”


철썩!

주유진이 송필교의 팔뚝을 후려쳤다.


“닥치고 신호나 기다려.”


검역과장과 집행과장.

둘은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시-서펀트의 아성체를 저격하고 있었다.


소식을 들은 건 불과 삼십 분 전.

거대한 마력 반응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던 두 사람은 시-서펀트를 발견하고는 미리 일러두었다.


‘새끼가 있으니 성체가 있을 것이다. 그 녀석이 이번 게이트의 보스.’


그들의 목적은 시-서펜트 성체의 발견.

그러나 인재(人災)는 늘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 결국 사달이 난 것이었다.


그러나 검역과장이 순순히 발길을 돌린 것은 의외였다. 무엇보다 임무를 우선시하던 송필교였다. 그런 송필교가 임무 완수를 포기할 만큼 김용실이 대단한 녀석이라는 걸까.


김시진 사업부장도 김용실.

송필교 검역과장도 김용실.

본사 사옥의 두 실력자가 하나같이 김용실이라는 남자에게 커다란 관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것도 아주 노골적으로.


아무런 생각이 없던 주유진조차 김용실에게 관심이 생길 지경이었다.


“활을 거둬.”

“뭐? 노인네 노망났어!? 왜 이랬다 저랬다야!”


검역과장 송필교가 총구를 거두었다. 수백 키로그램의 쇳덩이를 어렵사리 철궁에 겨눈 채 발사 태세를 취하고 있던 주유진의 기세가 주춤했다.


“상태가 이상해.”


주유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송필교의 말이 옳았다.

따로 어룡의 행동을 공부한 적은 없지만,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가만히 똬리를 틀고 소화를 하는 기색이었던 시-서펀트가 느닷없이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노인네. 쟤 왜 저래? 꼭 소금 맞은 지렁이처럼 발악하잖아.”

“김용실이야.”

“응?”


―크롸라라라!


고통에 몸부림치는 어룡이 비명을 내질렀다. 녀석의 뱃가죽이 남산처럼 툭 비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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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수련 올스타 +3 22.11.17 622 30 13쪽
18 수련 올스타 +2 22.11.16 725 34 13쪽
17 연금술의 비원, 신화의 원소 에테르 +2 22.11.15 847 37 13쪽
16 신세계로 +7 22.11.14 908 40 12쪽
15 신세계로 +2 22.11.13 979 45 13쪽
14 신세계로 +2 22.11.12 1,080 47 12쪽
13 두 남자와 김용실 +2 22.11.11 1,163 48 12쪽
12 두 여자와 김용실 +2 22.11.10 1,308 44 13쪽
11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9 1,400 49 12쪽
10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8 1,458 53 13쪽
9 김용실(23세, 대마도사) +5 22.11.07 1,532 56 13쪽
8 딜 되는 힐러라고요? +6 22.11.06 1,641 59 14쪽
7 딜 되는 힐러라고요? +4 22.11.05 1,644 63 13쪽
6 딜 되는 힐러라고요? +3 22.11.04 1,782 56 13쪽
5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5 22.11.03 1,889 62 13쪽
4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3 22.11.02 1,927 64 14쪽
3 화안금정 +5 22.11.01 2,086 82 12쪽
2 화안금정 +5 22.11.01 2,197 89 12쪽
1 프롤로그 +10 22.11.01 2,388 12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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