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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림이 님의 서재입니다.

상태창을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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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림이
작품등록일 :
2022.10.30 23:11
최근연재일 :
2022.11.22 09:0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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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13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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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1,099

작성
22.11.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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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수련 올스타

DUMMY

“창으로 변형.”


스르륵···.

에테르는 창의 모습으로 변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내가 소리로 발화하기에 앞서 의지에 반응했다는 점이다.


그렇다.

구태여 명령할 필요가 없다.

생각만으로 구현하는 기적.

이것이야말로 모든 연금술의 비원이자 신화의 원소 에테르가 지닌 위력.


‘칼.’


에테르는 다시금 형태를 바꾸었다.

날이 길고 손잡이도 무지막지한 장검.

석영 골렘의 영약으로 변화한 내 체격에 안성맞춤인 무기였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응용이다.


‘저 음료 캔을 꿰뚫어.’


순식간이었다.

쏜살처럼 튀어나간 무형의 흉기가 알루미늄 캔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


‘좋아! 그럼 마지막···’


나는 의지를 불어넣었다.


【 고급 원소 조작 활성화 】


‘저 캔을 나에게로.’


더뎠다.

이번에는 움직임이 느렸다.

캔은 두둥실 떠올라 서서히 나에게로 다가왔다.


‘이 정도에 만족하자. 당장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점차로 발전시켜 나가면 된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점은 에테르를 운용하면서도 마력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


“돌아와.”


스르륵···.

무형의 흉기가 내 주변을 맴돌았다.

에테르, 녀석의 존재감이 느껴졌다.


어서 이 녀석을 시험해보고 싶다···.





*





―김 주임 말야.

―그 김 주임?

―김 주임···.

―김···.


이른 아침.

수련의 본사 로비가 떠들썩했다.

늘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일류 헌터들에게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활기참이었다.


―그래서 김 주임이 누군데.

―그 왜, 검역과의 탁나나 남자친구.

―사귀는 거 맞아?

―같이 산다던데?


“······닌데···.”

“예?”

“뭐라고요?”


그리고 그 소란을 잠자코 지켜보던 한 여자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오주희.

엘리베이터의 한구석에서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던 그녀는 가까스로 용기를 내어 말했다.


그러나 이 공간에 있는 이들은 헌터.

몬스터를 대적하며 생사의 갈림길 위에 서 있는 담력 있는 자들. 그들은 손쉽게 오주희의 말에 반문했다.


“뭐가 아니라는 건가요?”

“그게···, 그러니까···.”


오주희는 슬쩍 고개를 들어 두 남자의 얼굴을 마주했다.


“사귀는 게 아니라구요. 김용실 헌터랑 탁 헌터··· 말예요.”


용기를 쥐어짜내 용건을 밝힌 오주희는 다시금 고개를 떨구었다.


'흑. 무서워. 현장직은 왜 다들 무섭게 생긴 거야.'


한편, 두 사내도 오주희를 보고 있었다.

하얀색 피부.

군살도 없지만 근육이랄 것도 없는 체격.


무엇보다, 하얀색 가운.

그 가운 위로 걸친 사원증에는 연구원이라는 직함이 적혀 있었다.


“아, 연구원이시구나.”

“그럼 사귀는 것도 아닌데 둘이 같이 사는 거예요?”

“그게 아니라···.”


띵-

때마침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수련의 헌터는 누구 할 것 없이 바쁘다.

오주희와 대화하는 두 남자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사내들은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기 바쁘게 오주희로부터 등을 돌렸다.


“저기···!”


아직 오해를 다 풀지 못한 오주희가 힘겹게 짜낸 목소리는 닫혀가는 엘리베이터 문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아직 할 말이 남았는데···“


김용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었던 오주희는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였다.

서서히 닫히고 있던 엘리베이터의 문 사이로 팔 한쪽이 나타났다.


“꺄, 꺄악-!”

“놀라지만 말고 문 좀 열어줘요!”

“네··· 네에.”


오주희는 놀란 마음을 추스리고 종종걸음으로 버튼 앞에 다가갔다. 그리고 얼른 버튼을 눌렀다.


“아악! 닫히는 걸 누르면 어떻게 해!”

“어머! 죄송해요!”

“얼른 문부터 열어줄래요!”


거의 울상이 된 오주희는 얼른 열림 버튼을 눌렀다. 마침내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팔 한쪽에 불과하던 존재는 어깨를 드러내더니 어깨에서 가슴께로, 가슴께에서 전신으로 서서히 그 정체를 드러냈다.


검은색 정장을 빼입은 여성이었다.

모델같은 몸매에서 뿜어져나오는 맵시.

그리고 검역과를 상징하는 칠흑같은 검은색 정장.


오주희의 입이 커다랗게 벌어졌다.


“탁 헌터님!”

“누구···?”


오주희의 키도 작은 편은 아니었다.

정작 수치로 따지자면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탁나나는 달랐다.

압도적인 비율이 주는 아우라.

같은 인종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작은 두상.

자칫하면 부담스러워 보일 정도로 선명한 이목구비는 절묘하게 자리 잡아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었다.


일평생 책만 끼고 살던 오주희조차 성형외과 원장처럼 깐깐하게 이목구비를 따지게 만드는 미녀는, 이곳 수련에서 단 한 명밖에 없다.


탁나나.

헌터가 아니라 배우가 되었어도 단언컨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을 그녀. 그런 비현실적인 얼굴이 오주희를 마주보고 있었다.


“아, 흰색 가운. 연구소에서 일하는 분이시구나.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탁나나의 얼굴을 감상하는 데에 정신이 팔려 있던 오주희는 탁나나의 상큼한 눈인사와 함께 현실로 돌아왔다.


‘예쁘다··· 아니 그보다.’


지금 이 건물의 사람들이 온통 자기 얘기로 시끄러운 걸 알고나 있는 걸까?


그런데.


“연구소에 이렇게 예쁜 분이 계시는 줄 몰랐네.”


탁나나는 오주희를 기억 못하는 듯했다.

구면인 누군가가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기분이 나빠야 정상일 테지만, 오주희는 오히려 시름을 놓았다.


무턱대고 김용실 주임의 자택을 찾아갔던 날. 느닷없이 쓰러져 한참동안이나 꼼짝 않던 김용실을 무릎에 눕혀 보살피고 있을 때였다.


뒤늦게 현장에 들이닥친 탁나나가 지었던 그 매서운 얼굴.


“내 얼굴에 뭐 묻었나?”

“아, 아니요! 너무 아름다우셔서.”

“흐음···.”


이 커다란 눈이 자기를 죽일 듯이 쏘아보던 그 날의 공포를, 오주희는 결코 잊지 못한다.


“오···주···희···씨.”


철렁.

오주희의 심장이 다시 한번 내려앉았다.


‘내 이름을 기억하면 어쩌지···.’


그러나 오주희의 걱정은 기우에 그쳤다.


“연구소에서 일하던 김용실 주임 알아요?”

“기, 기, 김 주임··· 님이요···?”


오주희는 그만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말았다.


“아···.”


탁나나는 혼자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연구소에서는 금지어인가? 미안해요. 내가 세심하지 못했어요.”


오주희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탁나나와 김용실의 관계를 알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단지, 김용실 그 녀석이 B급 헌터가 되었다고 해서요. 한 명이라도 더 같이 기뻐해줬으면 좋겠는데.”

“B급···이요?”

“네. 수련에 남아 있었더라면 집행과나 검역과에서 팀장을 맡았겠죠.”


팀장.

집행과와 검역과의···.

막말로 서유리 연구소장과 맞먹는 직급이 되는 것이다.


“수련은 그런 인재를···.”

“놓친 게 아니에요. 발로 찬 거예요. 매몰차게.”


탁나나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실려 있었다. 같은 연구소의 직원이었지만, 김용실의 해고을 막지 못했던 오주희는 할 말이 없었다. 엘리베이터 안에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았다.


띵.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베이터가 멈춰섰다. 탁나나가 다시 한 번 눈이 멀듯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그럼 다음에 봐요. 다음에 마주치면 인사해요, 오주희 씨.”


끼기기긱.

어느새 틈이 벌어진 엘리베이터가 몸부림을 치며 힘겹게 문을 열었다. 탁나나가 무턱대고 팔을 짖어넣은 탓에 고장난 게 아닐까?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당사자인 탁나나는 연거푸 오주희에게 인사하며 엘리베이터 문 너머로 사라졌다.


“휴우···.”


역시 탁나나.

이 작은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공기를 휘어잡는다. 아주 극소수의 선택받은 사람. 그녀의 특권이다.


그런데···.


‘선배도 저런 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구나.’


오주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연구소에서 묵묵히 자기 할 일에 매진하던 그 모습. 그런 성실함에 발목이 잡혀 억울하게 해고당하고 말았던 김용실.


매번 도움을 받곤 했는데, 정작 김용실이 힘들 때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었다는 설움이 복받쳐 올랐다.


그런 오주희의 귀에 끔찍한 소리가 날아와 꽂혔다.


―이번 게이트에서 죽여. 마일하이가 그를 추적하기 시작했어. 내 손을 떠났다.


끔찍한 음성은 벌어진 문틈 사이로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김용실을 남에게 줄 수는 없지. 델로스 동맹뿐만이 아니라, 마일하이까지···.


띵동.

틈이 벌어진 문틈.

그 사이로 새어 들어오던 소리.

오주희는 그 음성의 당사자를 알아볼 수 있었다.


사업부장 김시진.


“문이 왜 이래. 이거 고장 났어요?”


그는 멈춰선 엘리베이터의 문을 매만지더니 다시금 스마트폰에 대고 말을 이어나갔다.


“엘리베이터 고장 났다. 얼른 수리해.”


오주희도 슬그머니 스마트폰을 들었다.





*





나는 문이 닫히자마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이봐, 인턴!”


지소장은 그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말라니까. 힘들어 죽겠는데 또 오라니. 나 게임할 시간도 없건만···.”

“무슨 상관입니까. 어차피 지소장님 손님도 아닌데.”

“뭐!?”


지소장은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다.

그러나 달리 대꾸하지는 않았다.

사실이니까 할 말이 없는 거겠지.


“가면 갈수록 입이 험해지네, 이래서 수련에서 근무할 때 인사고과가···”


평소와 같은 지소장의 딴죽이었지만, 받아칠 여력이 없었다.


그의 말대로였다.

나는 날이 갈수록 신경이 곤두서고 있었다.

나날이 업무의 강도가 거세지면서 몸에 피로가 쌓여갔다.


각종 스킬의 숙련도를 올리고.

탁나나의 지옥 훈련을 견디며.

고서 공부까지 겸했다.


일과가 이 정도에 그치면 거뜬할 것이다.

헌터 아카데미에서는 훨씬 심했으니까.

하루에 세 시간씩 자는 일에는 익숙하니까.


그러나···.


딸랑.


나를 과로로 몰아세운 범인은 저 소리다.


벌떡.

이제는 몸이 저절로 반응한다.


“어서오세요.”


저절로 허리를 숙인다.

퇴근을 앞둔 오후 4시.

오늘만 벌써 몇 번째 손님인지 모르겠다.


미치겠다.

손님이 너무 많이 와서.


“시간이요. 너무 짧아요.”

“젊으셔서 그런 게 아닐까요? 경험이 쌓이면 해결되기도 합니다.”

“···올해 서른넷입니다.”

“동안이시군요.”


보통의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 암호 같은 말. 그러나 나는 철석같이 알아들었다.


당연하다.

지난 보름에 걸쳐 우리 지소를 찾는 손님의 태반이 이 물건을 찾고 있으니까.


“드래곤스트링 스태미너 포션입니다.”


DS의 히트 상품, 정력제.

내가 개발한 포션이다.

손님은 한꺼번에 여섯 병을 구매했다.

나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배웅했다.


예로부터 정력에 좋은 것은 종을 막론하고 씨가 마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나는 그게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니라는 걸 증명했다.


―김 인턴. 해결했어. 자네의 헌터 장터 명의는 오늘부로 델로스 동맹 소속이네.


그로부터였다.

마구잡이로 영약을 사들이며 말라버렸던 잔고는 장맛비에 우물물 불어나듯 늘어났다.


불과 사흘 만에 0이 몇 개나 늘어났다.

오죽하면 쓰는 돈보다 쌓이는 돈이 더 많을 지경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에테르 소환.’


드래곤 스트링, DS의 포션이 이토록 불티나게 팔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 고급 원소 조작 201/1000 】


‘역시 포션 노가다가 최고다.’


포션을 만들면서 원소 조작의 숙련도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


또한, 탁나나와의 훈련 커리큘럼에 냉병기를 다루는 과정을 추가했다.


보이지 않는 무기를 다루는 것은 무엇보다 앞서는 이점이다. 나는 그런 이점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김 인턴. 퇴근 시간이네.”


나는 문득 시계를 바라보았다.

이제 4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하지만 고인광 지소장은 조만간 게이트 공략에 돌입할 나를 배려하여 요 며칠 퇴근을 앞당겨 주었다.


나는 사양 않고 짐을 싸 퇴근했다.


수신 《 선배 》


그리고 지하철을 기다리던 도중.

오주희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수신 《 선배 오늘 시간 있어요? 》

수신 《 할 말 있는데.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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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A급 게이트 공략 +4 22.11.18 564 32 12쪽
19 수련 올스타 +3 22.11.17 625 30 13쪽
» 수련 올스타 +2 22.11.16 727 34 13쪽
17 연금술의 비원, 신화의 원소 에테르 +2 22.11.15 850 37 13쪽
16 신세계로 +7 22.11.14 912 40 12쪽
15 신세계로 +2 22.11.13 982 45 13쪽
14 신세계로 +2 22.11.12 1,086 47 12쪽
13 두 남자와 김용실 +2 22.11.11 1,168 48 12쪽
12 두 여자와 김용실 +2 22.11.10 1,310 44 13쪽
11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9 1,404 49 12쪽
10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8 1,459 53 13쪽
9 김용실(23세, 대마도사) +5 22.11.07 1,538 56 13쪽
8 딜 되는 힐러라고요? +6 22.11.06 1,645 59 14쪽
7 딜 되는 힐러라고요? +4 22.11.05 1,645 63 13쪽
6 딜 되는 힐러라고요? +3 22.11.04 1,787 56 13쪽
5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5 22.11.03 1,892 62 13쪽
4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3 22.11.02 1,932 64 14쪽
3 화안금정 +5 22.11.01 2,089 82 12쪽
2 화안금정 +5 22.11.01 2,209 89 12쪽
1 프롤로그 +10 22.11.01 2,401 12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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