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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림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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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림이
작품등록일 :
2022.10.30 23:11
최근연재일 :
2022.11.22 09:0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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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1,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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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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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신세계로

DUMMY

딱.

손톱 씹는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한창 열띤 토론을 주고받던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김시진 사업부장의 직접 지시로써 진행되는 매주 오전의 업무 교류 회의.


이번 회의는 특히 중요했다.


코앞으로 다가온 A급 게이트 공략을 주제로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탓이었다.


수련의 관할 구역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강 유역. 개중에서도 관광 목적의 이용객이 많은 청계산.


그곳에서 발견한 예상 규모 A급의 게이트를 공략하는 데에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따악.


다시 한번 손톱 뜯는 소리가 났다.


“연구소장.”

“······.”


장내에 낮게 깔린 목소리는 다름 아닌 본사 부설 연구소의 연구소장 서유리를 호명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서유리는 들리지 않는 눈치였다. 그녀는 다만 연구원답지 않게 젤과 큐빅으로 한껏 치장한 손톱을 물어뜯는 데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녀라고 처음부터 이 모양이었던 것은 아니다. 회의가 시작된 이후로 얼마간은 서유리 역시 열정적으로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던 서유리가 어느 순간부터는 꼭 넋이 나간 사람처럼 애꿎은 손톱만 물어뜯기 시작한 것이다.


“연구소장!”


서유리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여자가 대뜸 소리를 내질렀다. 거사를 앞둔 중대한 회의에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는 서유리 연구소장의 모습을 지적하며 일갈한 것이었다.


장내를 쩌렁쩌렁 울리는 고성에 서유리가 반응했다. 그녀는 한차례 흠칫 몸을 떨더니, 날카롭게 눈을 뒤집었다.


“감히 지금 나한테 소리를···.”

“접니다.”


서유리의 승냥이 같은 눈매가 발화자를 일별했다. 이윽고 그녀는 잠자코 눈을 내리깔 수밖에 없었다.


목소리를 높인 장본인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집중하세요, 연구소장.”


그녀의 직함은 지원과장.

검역과와 집행과보다야 끗발이 떨어지지만, 지원과는 본사의 모든 부서를 아우르는 물줄기와 같은 존재였다.


“미안합니다. 설마 내가 여러분께서 참여하는 작전 회의에 한 자리 끼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따라서 서유리는 순순히 이실직고했다.

그녀의 솔직한 심경고백에 테이블 위로 무거운 한숨이 떨어졌다. 회의에 참석한 각 부서의 실무자들이 내뱉은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지원과장은 담담한 말투로 서유리 연구소장을 타일렀다.


“김시진 사업부장의 지시입니다.”

“···알고 있거든요.”


자리의 격식에 어울리지 않는 경박한 말투였다. 그러나 지원과장은 연구소장의 마음을 헤아리고자 노력했다.


머리가 복잡할 것이다.


서유리 연구소장은 그녀의 손으로 직접 해고하려 들었던 직원과 공동전선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 대상은 다름 아닌 김용실.

델로스 동맹의 인턴 신분으로 게이트 공략에 참여한 그 남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워야 했으니까.


동시에 시험장이기도 했다.


남서울지부 집행과에서 일어난 바람이 본사를 휩쓸었다. 본사 내에서는 김용실 주임이 장차 차기 연구소장으로 부임하는 것을 기정사실처럼 여기고 있었다.


특히 가장 입김이 강한 집행과에서는 벌써부터 김용실 부임 이후에 누릴 수 있는 특수 포션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레임덕.


서유리 연구소장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을 테다. 그러나 부서 간의 원활한 융합을 도모하여 최대의 효율을 유도하는 것이 지원과의 업무.


바쁜 사람들을 모아놓고 언제까지 응석을 받아줄 수는 없다. 지원과장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연구소장은 사업부장이 싫은 겁니까, 김용실이 싫은 겁니까.”

“둘 다요.”

““허 참···.””


지원과장이 이마 쪽으로 입바람을 뱉었다.

속에 있는 화를 다스리려는 듯했다. 내뱉은 바람은 깎아지른 듯 날렵한 코를 타고 잘게 부서지며, 똑 단발로 쳐낸 머릿결을 흔들었다.


꿀꺽.


테이블에 있는 남자 몇이 숨을 들이켰다.

그러든 말든, 지원과장은 말을 이어나갔다.


“김용실 헌터에 대해서 아는 바가 있으면 모두 말씀해 주시지요. 김시진 부장이 김용실과 관련된 서류를 모두 회수하는 바람에 확인할 길이 없군요.”


서유리는 목청을 가다듬었다.


“솔직히, 제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는 걸요. 제가 알던 김 주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서요.”

“괜찮습니다. 아는 걸 전부 말해주세요.”

“그는 양친이 없는 고아입니다.”


서유리는 노련한 발표자였다. 그녀는 단숨에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녀가 내뱉은 파격적인 첫 마디에 사람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강원도 산골에서 태어나 초등 시절에 상경. 탁나나 헌터의 방 한편에 세 들어 살다가, 탁나나 가족의 지원을 받고 그 아래층으로 독립.”


지원과장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서유리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중학생이 되던 해에 영재 시설에 입학. 고등학교 재학 중에는 각종 경진대회에서 입상하며 그 재능을 인정받아 헌터 아카데미에 입학합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헌터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이자 최후의 조기 졸업자.”


지원과장이 말을 받았다. 그 한마디에 장내에 나지막한 감탄이 흘러나왔다.


수련에서의 김용실은 한낱 연구원이자 주임에 불과한 말단이었으므로, 요즈음의 활약상을 통해서 겨우 그 천재성을 깨닫게 된 이들이 많았다.


“전임 연구소장이 특채하여 입사. 그 이후로···.”

“협조 고맙습니다, 연구소장.”


서유리가 본인과 관련해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시작할 무렵이었다. 어떻게 이야기해야 본인에게 유리할지 고민하며 뜸을 들이던 서유리의 의중을 눈치챈 지원과장이 말을 멈추도록 했다.


“결국, 서유리 연구소장 밑에 있을 때는 F급에 불과하던 김용실 주임이 어떻게 석영 골렘을 한 번에 쓰러뜨리고, 코볼트 킹을 비롯한 수십 마리 코볼트를 단독으로 요격할 정도로 성장했는지는 오리무중인 겁니까.”


장내의 그 누구도 대꾸하지 못했다. 이번 오전 회의의 회의록 작성을 도맡은 지원과장이 한숨을 내뱉었다.


“아 참. 연구소장님. 델로스 동맹 북한강 지소로부터 공문이 날아왔습니다.”

“공문이요?”


지원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용실 주임의 장터 계정에 대한 명의 변경 요청입니다.”

“아아···. 그건 제 담당이 아니에요.”

“그럼요?”

“그건···”





*





“김시진 부장 말입니까?”


수련에서 돌아온 공문을 읽던 지소장이 뜻밖의 말을 꺼냈다. 내 장터 계정의 명의는 연구소 소속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다른 말은 더 없습니까?”

“그쪽 지원과장이 손을 써보겠다고 하는군.”


지원과장.

그녀는 똑 부러지게 일을 처리하는 것으로 유명한 여자다. 그녀라면 믿을 만하다.


“그리고···.”


지소장이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나는 몸을 기울여 지소장이 읽어나가던 공문을 마저 읽었다.


“F급 헌터 김용실, A급 게이트 청계산 유황굴의 공략에 참여할 것을 요청···? 나더러 게이트 공략에 참여하라고?”

“하아.”


지소장이 관자놀이를 부여잡았다.


“이게 끝이 아니야. 김시진 이 새끼, 무슨 수를 쓴 건지 특작청으로부터 자네에 대한 헌터 랭크 갱신 요청이 들어왔어.”


꿀꺽.

이제 좀 실감이 난다.

대한민국의 내로라 하는 길드, 기관들이 나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이.


“노림수가 너무 뻔히 보이는 거 아닌가. 이 작자들은 정말이지 양심이랄 게 없는 건가?”

“그렇게까지 반응할 일입니까?”

“당연하지. 자네와 델로스 동맹의 계약은 F급 연구직 헌터 김용실로서만 유효해. 자네가 헌터 자격을 새로이 갱신하게 되면···.”


고인광 지소장이 불안한 듯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제 의사에 달린 일 아닙니까?”

“그랬으면 좋겠군. 그러나 여태까지의 전적을 보면 김시진 사업부장의 모든 행위는 옆구리에 특작청을 낀 채로 들어와서 말이야.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아. 역시 김시진이라고 해야 할까.”


고인광 지소장이 이 정도로 곤란해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 과연, 김시진이 보낸 이번 공문은 대한민국 헌터 법의 맹점을 노린 영악한 수였다.


“무엇보다 아직 F급에 불과한 헌터한테 A급 게이트 출동 요청이라고···? 수련 이놈들은 대체!”


지소장의 말도 일리가 있다.

그도 그럴 게, A급 게이트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게이트니까.


F급 게이트.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애당초 위협이 되지 않는 수준의 게이트는 구태여 등급을 매기지도 않는다.


E급 게이트.

초소형 게이트라고도 부른다.

게이트를 넘어가 괴물로 변한 들개와 고블린, 박쥐 괴물 따위가 도사리는 아주 사소한 위협의 게이트를 일컫는다.


강력한 헌터들은 볼 일이 없고, 나약한 헌터들은 굳이 들쑤시지 않으므로 전체 비율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D급 게이트.

비로소 진정한 게이트.

일반인들이 재앙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소형 게이트이자, 게이트 너머의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중형 게이트로 분류되는 C급 게이트부터는 길드 단위의 공략이 권장된다.


대형 게이트인 B급과, 초대형 게이트인 A급은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시민들의 불안감을 유발할 뿐이다.


만약 대중들에게 공개되었다면.

이미 그 일대가 쑥대밭이 된 이후일 것이다.


또한, 각 게이트는 대응하는 등급의 길드에서만 공략할 수 있다.


초대형 게이트인 A급 게이트는 수련을 위시한 초대형 길드가 공략하는 형태다.


‘할 만할지도 모른다.’


지소장은 걱정이 많은 눈치였다.

그러나 나는 걱정보다 자신이 앞섰다.


화안금정이 중급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로드 오브 파이어와 원소 조작.


로드 오브 파이어의 화력이 몰라보게 강해진 것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원소 조작과 더불어 사용할 때의 범용성이 크게 확대됐다.


단독으로 사용할 때에도 충분히 위력적이지만, 로드 오브 파이어의 불길에 아주 사소한 원소나마 덧입히면 더욱 위력적인 현상을 만들어낼 수가 있다.


코볼트 킹.

개체 랭크 C급을 자랑하는 던전의 왕.

C급 게이트인 코볼트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인 코볼트 킹도 내가 만들어낸 화염 폭풍을 당해내지 못하고 숯덩이가 되었다.


그렇다면··· 어느 게이트라도 할 만하다.


“작전 개시는 언제라고 합니까?”

“일주일의 말미가 있군. 우리가 탐사했던 게이트다. 석영 골렘을 사냥했던.”


그 게이트였나.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오범규를 비롯한 남서울지부의 집행관들을 맞닥뜨렸던 그 게이트.


무엇보다,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 장소이기 때문이었다.


“그 게이트가 A급으로 판별된 겁니까?”

“그래. 우리는 운이 좋아도 몹시 좋았던 경우지. 고작 석영 골렘이나 해치우고 달아날 수 있었으니.”


모르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오범규로부터 알음알음 전해 들은 바가 있었다.


초입에서 B급의 골렘을 맞닥뜨린 것은 예삿일이 아니었다.


수련 측에서도 비슷하게 생각한 모양이다.

불필요한 인명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확실한 인원을 투입하기로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어깨가 무겁다.


천재 소리깨나 듣던 사람들이 고꾸라지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오범규 대리에게 전해 들은바, 이번 작전에 참여하는 인원들은 각 부서의 에이스급이었다.


그 말인즉슨···.


‘내가 에이스가 된 건가?’


그때, 고인광 지소장이 끼어들었다.


“혹시나 싶어서 말하는 건데, 이번 작전에서 활약할 생각이걸랑 미리 접어. 자네는 김시진의 작전에 휘말린 것뿐이야. 제발 얌전히 있어. 제발.”

“물론입니다.”


대답이야 그렇게 했지만, 속내는 달랐다.


사는 세계가 달라졌다.

그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나의 라이벌 탁나나.

나를 괴롭히던 서유리.

그리고 그들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김시진.

모두 나에게 전전긍긍하고 있다.


“원소 창조 활성화.”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그들의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는 일뿐.


【 원소 조합식 창조 활성화 】

【 원소 조합식 창조 0/1 】


“제5 원소, 에테르.”


모습을 드러내라.

신화의 원소, 에테르A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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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선사시대의 괴물 +2 22.11.20 462 22 11쪽
21 A급 게이트 공략 +3 22.11.19 541 21 14쪽
20 A급 게이트 공략 +4 22.11.18 562 32 12쪽
19 수련 올스타 +3 22.11.17 622 30 13쪽
18 수련 올스타 +2 22.11.16 725 34 13쪽
17 연금술의 비원, 신화의 원소 에테르 +2 22.11.15 849 37 13쪽
» 신세계로 +7 22.11.14 910 40 12쪽
15 신세계로 +2 22.11.13 980 45 13쪽
14 신세계로 +2 22.11.12 1,082 47 12쪽
13 두 남자와 김용실 +2 22.11.11 1,165 48 12쪽
12 두 여자와 김용실 +2 22.11.10 1,309 44 13쪽
11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9 1,400 49 12쪽
10 헌터로의 환골탈태 +4 22.11.08 1,459 53 13쪽
9 김용실(23세, 대마도사) +5 22.11.07 1,533 56 13쪽
8 딜 되는 힐러라고요? +6 22.11.06 1,641 59 14쪽
7 딜 되는 힐러라고요? +4 22.11.05 1,644 63 13쪽
6 딜 되는 힐러라고요? +3 22.11.04 1,784 56 13쪽
5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5 22.11.03 1,889 62 13쪽
4 전화위복, 최고의 길드로 +3 22.11.02 1,928 64 14쪽
3 화안금정 +5 22.11.01 2,086 82 12쪽
2 화안금정 +5 22.11.01 2,199 89 12쪽
1 프롤로그 +10 22.11.01 2,392 12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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