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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엠파이어 워 : 제국의 멸망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bok2705
작품등록일 :
2017.09.17 23:29
최근연재일 :
2018.04.11 02:07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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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7
추천수 :
19
글자수 :
179,537

작성
18.01.2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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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제국의 멸망 : 제 3장 첫번째 시위 - 1화

더 늦추면 아예 못할 까 싶어서 이번 기회에 연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연재에 대한 어떤 경험도 없이 지내왔기에 많이 부족하고 어쩌면 저한테만 재미있을지 모릅니다. 그래도 어쨌든 제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단순히 저의 기억 저편으로 묻히기 보다는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여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DUMMY

제3장: 첫번째 시위

1화


[이히히히, 크크크크극, 헤헤헤헤!]

[크크큭, 하하하! 흐흐흐흐!]


어디선가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그레이지 본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는 족히 수천명은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홀 안에 있었다. 홀은 ‘제레네 궁’에 맞먹을 정도로 화려했는데, 장내를 지탱하고 있는 기둥들은 웬만한 규모의 건물과 비슷하다 싶을 정도의 크기를 자랑했고, 새하얀 상아와 황금으로 장식된 기둥 표면에는 귀금속들까지 촘촘히 박혀 밤하늘의 별처럼 빛을 발했다. 그 뿐만 아니라 각 기둥들은 금실로 짠 비단들로 촘촘히 엮어 있었는데 마치 노을빛을 받은 바닷물결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백금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쌍두 독수리상이 있었고, 그곳을 중심으로 하얀색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게 보였다. 저마다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 했지만, 웬일인지 그레이지 본에게는 대화 대신 기분 나쁜 웃음소리만 들렸다. 이에 이상하다 싶어 더욱 가까이 다가가 보았지만 웃음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발걸음을 돌리려고 할 때 누군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레이지 본! 뭘 그렇게 멀뚱거리고 있어? 자, 이거 받아!”


“카스카?? 너도 있었어? 분명 아르카인들은 아무도 없었던 거 같았는데?”


“아까부터 있었는데 뭔 소리야?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잔이나 들어! 다같이, 제국과 황실에 무한한 영광을!!!”


카스카가 그레이지 본에게 황금색 액체가 담긴 술잔을 건네며 소리쳤다. 그러자 나머지 사람들도 일제히 구호를 외치더니 곧바로 잔을 비웠다. 그레이지 본은 술을 즐기지 않았지만,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하고 있는 이상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마지못해 술을 들이켰지만, 잠시 뒤 도저히 목구멍 너머로 넘길 수 없는 쓰라림이 찾아오면서 그는 자기도 모르게 술을 그대로 뱉어 버렸다.


“컥···! 퉤퉤퉷! 뭐야, 왜 이렇게 써?? 카스카, 대체 뭘로 만들었길래 이렇게 쓴 거야···?”


“······”


“카스카?”


그레이지 본이 술에 대해 묻기 위해 고개를 돌렸을 때, 카스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 사이를 둘러보아도 마찬가지였는데, 아르카인의 덩치를 생각하면 아예 증발해버린 게 아닌 이상 당연히 눈에 띄어야 했다. 그럼에도 정말 증발해버린 것인지 카스카는 커녕, 단 한 명의 아르카인도 찾을 수 없었다. 갑자기 없어져버린 친구 때문에 황당해 하며 자리를 옮기려던 순간, 또다른 누군가 그를 불러 세웠다.


“야, 거기 교육생!”


뒤를 돌아보자 청색 군복을 입고 붉은 베레모를 쓴 영관급 장교가 잔쯕 인상을 구긴 채 서있었다.


“하라는 일은 안하고 왜 거기서 기웃거리고 있어? 빨리 안 돌아가?”


그레이지 본이 잠시 머뭇거리자 군인이 다시금 성질을 부리며 사람들 사이에 있는 쌍두 독수리상을 가리켰다. 그런데 전과 달리 쌍두 독수리상 주변에는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대신 조각상을 열심히 청소하고 있는 이들만 보였다. 그들은 완전히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는데, 각자 평범한 옷부터 시작해서 위관급 장교들이 군청색 군복까지 다양한 복장을 걸치고 있었다.


“이 자식이 귀가 먹었나, 빨리 빨리 움직이지 못해?!”


결국 그레이지 본은 군인의 성화를 못 이기고 영문도 모른 채 조각상으로 걸음을 옮겨야 했다. 하지만 막상 가까이 가보니 쌍두 독수리상은 너무나도 깨끗해서 굳이 관리를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레이지 본은 시간 낭비라 생각하고 다른 곳으로 가려 했다. 하지만 그는 어느새 다른 사람들처럼 납작 엎드려서 조각상을 청소하고 있었다. 분명히 머릿속에서는 아니라고 외치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몸은 전혀 다르게 행동했다.


[하하하하! 히히히히! 크크큭킄]


그렇게 마음에도 없는 청소를 하던 도중, 잠시 동안 들리지 않던 기괴한 웃음소리가 다시 귓가를 맴돌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에는 매우 가까이서 들렸기에 그레이지 본은 고개를 들어 웃음소리의 근원이 어디인지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굳이 멀리 볼 것도 없이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쌍두 독수리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종전의 하얀색 가운을 입고 조각상을 배회하던 이들은 아니었다.


새로운 무리는 하얀색 가운을 입은 사람들과 다르게 모두 자주색 군복을 입은 채 초점을 잃은 공허한 눈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곧 꺼림칙한 웃음소리와 함께 묵묵히 일하던 사람들을 짓밟고 쌍두 독수리상을 붙잡고 오르기 시작했다. 그레이지 본은 무작정 사람들을 짓밟는 그들에게 저항하려 했지만 그의 몸은 이상할 정도로 무기력했고, 설상가상으로 목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었다. 그때 어디선가 또다른 사람들의 함성과 구호가 들려 오기 시작했다.


[거짓된 자들은 당장 물러가라!!!]

[우리는 황제의 노예도, 너희 황족들의 노예도 아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시민이다!!!]


비록 자주색 군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파묻혀버린 바람에 바깥은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구호의 내용을 보았을 때, 쌍두 독수리상 주변에서 시위가 발생한 것 같았다.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목소리가 점차 가까워지면서 그레이지 본은 시위대의 대부분이 매우 젊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기껏해야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하지 않은 학생일 터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시위대는 새로운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구호는 아주 위험한 기폭제가 될 만한 것이었다.


[제국은 무너져야 한다!!!]

[제국은 무너져야 한다!!!]


[제국을 무너뜨리자!!!]


‘콰앙!’


마침내 시위대가 제국 붕괴를 부르짖게 되었을 때, 이번에는 지축을 뒤흔드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잠시 뒤 사람을 얼어붙게 만들 정도로 차디찬 음성이 장내를 가득 메웠다.


“황제 폐하의 이름으로, 나, 제국 원수가 명한다! 저 천인공노할 반역자들을 모조리 잡아 지옥 불구덩이에 처넣어버려라!!!”


[아아악!!]


[키키키킥킥, 흐흐흐흐, 이히히히히]


곧 제국 원수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곳곳에서 시위대의 비명이 울렸다. 조각상을 기어이 기어오르려는 인파 때문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시위대에 대해 강력한 진압이 이루어지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위대의 두려움에 찬 비명소리는 고통에 흐느끼는 신음소리로 바뀌었고, 거대한 홀은 이내 잠잠해졌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쌍두 독수리상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도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쉽게 믿기 힘든 현실에 그레이지 본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분명 비명소리가 장내를 가득 메웠음에도 시위대가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통에 힘겨워 하는 흐느낌은 어디선가 계속 들려오고 있었고, 어느 순간 그레이지 본의 눈에 바닥에 쓰러진 한 여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레이지 본처럼 금발 머리를 지닌 여인은 이미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린 채 거친 숨만 내쉬고 있었다.


그레이지 본은 무의식적으로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어쩐 일인지 몸이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때 쓰러진 여인 뒤로 제국 원수가 한 손에 하얀 전기스파크로 감싸인 장검을 든 채 나타났다. 곧 제국 원수는 고통에 신음하는 여인의 머리채를 무자비하게 들어올렸고, 그레이지 본은 여인과 눈이 마주치면서 그녀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보았다.


‘마리? ... 마리!!!’


그레이지 본은 절망에 휩싸인 채 여동생의 이름을 애타게 외쳤다. 하지만 그녀의 이름은 목 안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이에 그는 여동생을 향해 달려가려 했지만, 무거운 족쇄가 채워진 것 마냥 몸이 도저히 말을 듣지 않았다.


‘마리, 안돼!!!’


있는 힘을 다해 발버둥쳐보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이내 ‘마리’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고, 제국 원수가 머리채를 놓자 아예 앞으로 고꾸라져버렸다. 곧이어 제국 원수의 검이 그녀의 등에 내리 꽂히려는 순간 그레이지 본의 주변을 무언가 시꺼멓게 덮으면서 그는 알 수 없는 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헉!....”


외마디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깬 그레이지 본의 눈앞으로 망가진 알람 시계가 보였다. 그는 황급히 몸을 일으켜 세운 뒤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으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불과 방금 전까지 보았던 거대한 홀과 황금기둥, 금실로 짠 비단, 백금으로 만들어진 쌍두 독수리상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의 앞에는 오직 얼마 안되는 옷가지들과 낡고 조그만 가구들이 보일 뿐이었다.


“하··· 꿈이었구나···”


그레이지 본이 부스스하게 뻗친 머리를 쓸어 넘기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벽 너머에서 카스카가 말했다.


“그런 거 같더라. 본, 도대체 뭔 꿈이었길래 그렇게 낑낑댔냐? 나는 네가 강아지라도 데려온 줄 알았어.”


“내가 낑낑거렸다고?”


“그래 임마. 지는 아주 내가 벽만 살짝 쳐도 온갖 난리는 다 치면서, 본인은 아예 실시간 ASMR을 하더만. 다음부터 내가 소리 낸다고 뭐라하기만 해봐.”


“미안해. 악몽 같은 꿈을 꾸어서···”


“악몽이 그냥 악몽이지 악몽 같은 건 또 뭐야? 그건 그렇고, 본, 너 이따 밖에 나갈 생각 없냐?”


“몰라, 지금 아침 아니야? 뭘 벌써부터 나가려고 그래?”


“아침 같은 소리하고 있네. 지금 열두 시 넘었어요. 오랜만에 휴가 받았는데 ‘성도’ 관광이나 좀 하자.”


“잠깐 생각 좀 해보고. 이따 연락 할 게.”


그레이지 본은 벽 너머의 카스카를 뒤로 한 채 방을 나섰다. 불과 몇 시간밖에 머무르지 않았음에도 옛 황궁 바깥의 세계는 너무나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특히 종합 군사 학교 교육생들을 위해 제국 군무부에서 임대해주는 공동 주택은 더 심했다. 오직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었지만 옛 황궁까지 갔다 오고 나니 그의 집은 더할 나위 없이 초라해 보였다.


씻기 위해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을 때(그래봐야 몇 걸음 안되었다) 화장실에서는 이미 물 흐르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옆집에 사는 카스카가 먼저 샤워기를 튼 모양이었다. 명색이 군 최고 지휘부에서 제공하고 관리를 해주는 곳이었음에도 그들이 거주하는 주택은 방음, 난방, 수도 할 것 없이 모든 게 엉망이었다. 그들이 사는 곳은 속된말로 도저히 사람이 살 만한 곳이 아니었다.


“본! 너도 지금 나가려고 준비하는 거야? 그냥 빨리 준비하고 시내나 갔다 오자.”


벽너머의 카스카가 말했다.



“난 원래 매일 씻잖아. 그리고 잠깐 할 거 있으니까 그거 끝낸 다음에 연락하든지 할게. 정 혼자 나가기 그러면 제레네도 있잖아. 걔한테도 연락해보는 게 어때? ···. 맞다, 걔 어제 날밤 샜지.”


“그렇지 않아도 아까 전화해봤는데, 아예 받을 생각을 안 하더라. 야, 그렇게 튕기지만 말고 좀 나가서 같이 밥도 먹고 하자. 맨날 그 박스나 대충 먹지 말고 좀, 가끔가다 음식다운 것도 먹고 그래야지.”


“알았으니까, 좀 기다려. 내가 이따 연락한다니까.”


“거참, 엄청 튕기네 정말. 나 진짜 기다린다?”


제대로 된 물이 언제까지 나오리라는 법이 없었기에 샤워는 항상 신속하게 끝내야 했다. 샤워를 끝마친 그레이지 본은 수건으로 머리를 감싼 채 부엌으로 간 뒤, 조그만 찬장을 열었다. 안에는 카스카가 ‘박스’라고 부르는 즉석 식품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배를 채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음식이긴 했지만, 동기의 말마따나 그냥 박스를 먹는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맛이 형편없었다. 그레이지 본은 잠시 고민하다가 찬장문을 다시 닫았다.


그는 냉장고에서 물만 꺼내어 작은 의자에 앉은 후에 테이블 표면을 살짝 쳤다. 그러자 테이블 위로 여러 아이콘 모양의 홀로그램들이 떠올랐다. 홀로그램들 중 가장 앞에 나와있던 것은 모두 정부 관리하의 공식 언론 보도 자료들이었는데, 하나 같이 지난 주말에 발생했던 ‘불법적 집단 행동’(정부는 시위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다)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그레이지 본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도 자료들을 흩어 읽은 뒤 전화 모양의 아이콘을 클릭했다. 이내 화면은 검게 변하고 다음과 같은 글귀가 나타났다.


-카시토 시티의 [마리 본]님과 연결 중입니다-

-[마리 본]님과 연결되었습니다-


그와 함께 어떤 집의 거실이 화면에 잡혔다. 거실에는 세 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조그마한 소파 앞으로 아담하게 생긴 탁자 하나와, 작은 테이블, 그리고 그 위에 올려진 모던하게 생긴 등이 있었다. 그때 화면 너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젊은 여성의 음성이 들렸다.


“뭐야, 갑자기 전화는 왜 했어?”


그녀의 목소리는 대체로 높은 음을 지녔고 차분했지만, 그레이지 본을 별로 반기지는 않는 듯 약간 퉁명스러웠다.


“아니, 그냥 어떻게 지내나 해서··· 그나저나 ‘마리’, 지금 어디 있는 거니?”


그레이지 본이 물었다. 그러자 ‘마리’가 약간 짜증이 섞인 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어디긴 어디야, 당연히 집이지. 오빠 어제도 전화 했던데, 나 수업 있는 거 몰랐어? 나 원래 수업 중에는 전화 절대 안 받는 거 알잖아?”


“미안, 잠깐 깜빡했었어. 근데 진짜 집에 있는 거 맞니? 안 보이는데??”


그러자 ‘마리’가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


“진짜 별 걸 다··· 참나, 지금 과제 때문에 다른 데 앉아 있어서 그래. 왜, 얼굴 보여줘?”


“그래도 오랜만에 전화했는데 한번은 봐야지.”


“에휴~ 알았다, 알았어. 갈게, 바로 가겠습니다아~”


잠시 후 짧은 한숨과 함께 중단발을 한 젊은 여성이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그레이지 본과 마찬가지로 밝은 금발 머리칼에 하얀 피부를 지니고 있었고, 특히 피부는 유난히 새햐얘서 굳이 화장을 할 필요도 없어 보였다. 또한 오똑한 콧날을 중심으로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명하게 빛나는 녹색 눈은 그녀와 그레이지 본이 같은 혈육임을 말해주는 강력한 증거였다. ‘마리 본’은 어느 곳에서도 눈에 잘 뜨일 만큼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여인이었다.


“오늘은 어째 좀 쌩쌩해 보이네? 그러고 보니까 오빠 지금 학교 가 있을 시간 아니야? 어떻게 전화 했어?”


아담한 탁자에 앉은 마리가 그레이지 본을 보며 말했다.


“어, 어제 휴가 받은 덕에 잠을 좀 많이 잘 수 있었거든···. 마리야 거기 별 일 없지?”


“당연히 별 일 있겠어? 항상 똑같지. 오빠, 나는 정말 아무일 없이 잘 지내고 있으니까 안심하고 푹 쉬세요. 자, 얼굴도 보여줬겠다, 나 이제 과제 해야 되거든? 끊는다?”


“야야야, 잠깐만 기다려! 전화 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끊으려고 그래? 정말 별 일 없어? 그, 그··· 뭐냐, 주변에 위험한 거 있는 건 아니지?”


그레이지 본이 급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러자 마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 참, 오빠, 아무리 여기가 ‘카시토 시티’라고 해도 대학 구역은 괜찮거든? 밤에 막 돌아다녀도 안전하다고 몇 번을 말해. 오빠야 말로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야? 상태가 영 좋지 않아 보이는데?”


“그냥, 혹시 몰라서 물어본 거지··· 나는 괜찮아. 여긴 성도 잖아? 그건 그렇고, 마리야. 혹시 뭐 필요한 건 없니?”


“오빠, 거기서 물건 사면 운송비가 더 많이 나와. 필요한 건 어차피 여기서 다 살 수 있고, 그리고 다 샀으니까, 내 걱정 그만 하고 오빠 필요한 거나 사. 밥도 좀 잘 챙겨먹고! 오빠 또 박스들만 잔뜩 쌓아 놨지?”


“하하, 걱정마. 나도 잘 챙겨 먹어.”


“휴, 또 어제 박스 먹었나 보네. 좀 맛난 것도 챙겨 먹어. 그리고 오빠, 나 이제 진짜 과제 해야 하거든? 진짜 끊는다? 내가 먼저 끊었다고 또 전화 걸고 그러지마, 안 받을 거니까. 그럼 안녕~! 다음에 봐!”


“야, 잠깐만···!”


-연결이 종료되었습니다-


그가 미처 붙잡을 틈도 없이 마리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비록 짧은 시간만에 아쉽게 끝나버렸지만, 어쨌든 여동생은 별 일 없이 잘 지내고 있는 듯 했다. 그레이지 본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물을 마시고는 잠시 찬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 벽을 두들겼다.


“야, 카스카. 아직 집에 있어?”


“말했잖아, 너 기다린다고. 왜? 갑자기 바깥 공기가 그리워졌니?”


“그래, 바깥 바람이나 쐬러 가자. 맛난 것도 좀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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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국의 멸망 - 제 4장 제나 스완슨 - 1화 18.03.22 156 1 13쪽
21 제국의 멸망 : 제 3장 첫번째 시위 - 8화 18.03.08 179 0 15쪽
20 제국의 멸망 : 제 3장 첫번째 시위 - 7화 18.03.03 142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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