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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엠파이어 워 : 제국의 멸망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bok2705
작품등록일 :
2017.09.17 23:29
최근연재일 :
2018.04.11 02:07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5,006
추천수 :
19
글자수 :
179,537

작성
17.12.23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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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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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21쪽

제국의 멸망 -프롤로그 (개정 및 재연재)

더 늦추면 아예 못할 까 싶어서 이번 기회에 연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연재에 대한 어떤 경험도 없이 지내왔기에 많이 부족하고 어쩌면 저한테만 재미있을지 모릅니다. 그래도 어쨌든 제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단순히 저의 기억 저편으로 묻히기 보다는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여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DUMMY

<엠파이어 워 EPISODE 1: 제국의 멸망>


프롤로그: 1000년 전


[1000년 전, 이름 모를 한 행성]


‘콰앙! 콰르르릉쾅!’


천지를 흔드는 굉음과 함께 여기저기에서 시꺼먼 연기가 피어 올랐다. 곧 연기는 빠른 속도로 사방을 집어삼키기 시작했고, 이내 온 세상을 암흑으로 뒤덮어버렸다.


“콜록콜록, 컥.. 콜록콜록.”


병사는 매캐한 연기로 인해 기침을 멈출 수가 없었다. 살상용으로 만들어진 포탄은 언제나 칠흑같이 어두운 연기를 내뿜었고, 이는 언제나 인체에 해로운 온갖 유해 물질을 동반했다. 비록 하얀색 도료로 마감된 보호장구가 위험한 상황까지는 대충 막아주었지만, 폭풍우처럼 빗발치는 포격 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방탄 헬멧안에 내장된 통신기에서는 계속해서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병사는 포성과 연기 때문에 제대로 들을 수도, 답할 수도 없었다.


어느새 병사는 암흑 속에서 홀로 고립되어버렸다. 오감이 모두 마비되어버린 상태에서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연신 기침만 하며 무기력하게 비틀거렸다. 그리고 무기력함은 곧 근원적인 두려움, 죽음에 대한 공포로 변해서 병사를 엄습해왔다. 총성과 포성이 오가는 전장에서의 고립은 곧 죽음이었으며 이는 모두에게 불변의 진리나 마찬가지였다. 그 진리를 누구보다도 잘 알았던 병사는 그저 주저 앉고 싶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아직 삶에 대한 욕망이 남아있었다. 결국 병사는 다시 한 번 자동 소총을 꼭 쥐고 잔탄수를 확인했다.


‘제기랄, 5발 밖에 없다고?’


병사는 황급히 강화복을 더듬어 보았지만 여분의 탄창은 어디에도 없었다. 생존을 보장해줄 마지막 생명줄마저 끊어진 상황에서 병사의 머리속은 새하얘졌다.


‘탕탕탕탕! 탕탕!’

‘커헉!’


그때 가까이서 총성이 들렸다. 그리고 죽음의 소리가 찾아왔다. 아직까지 검은 연기가 가시지 않은 까닭에 앞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병사는 다음 차례가 자신이라는 걸 직감했다. 하지만 삶에 대한 욕망은 이런 식의 개죽음을 쉽게 용납하지 않았다. 그는 총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죽음이 한발 더 빨랐다.


‘쿵!’


눈 깜짝할 새도 없이 병사는 헌신짝처럼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는 온몸으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몸을 제대로 일으킬 수 없었고, 이내 처음으로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죽음’이었다.


“이런 빌어먹을 ‘에스테르인(人)’ 자식···”


병사가 ‘죽음’을 쏘아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병사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에스테르인(人)’이 기다란 창을 든 채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인간의 두개골과 뼛조각들이 전리품 마냥 매달린 붉은색 갑주를 입은 에스테르인은 곧이어 창을 들어올렸다.


“아아악!”


에스테르인의 창에 복부가 뚫려버린 병사는 그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고통에 외마디 비명을 질렀고, 그의 비명을 들은 에스테르인은 창을 더욱 비틀어 댔다. 에스테르인은 눈동자 없이 푸르게 빛나기만 하는 눈을 번뜩이며 병사를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 결국 계속 가해지는 고통에 병사의 의식은 점차 희미 해져 갔다.


‘쿠웅!’


그런데 별안간 트럭 하나가 들이받는 듯한 소리와 함께 에스테르인이 병사의 시야에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남은 힘을 짜내어 고개를 들은 병사의 눈으로 에스테르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는 멀지 않은 곳에서 병사의 것과 똑같은 강화복을 입은 또다른 군인에게 깔린 채 무자비하게 얻어맞고 있었다. 쓰러진 병사나 에스테르인보다 갑절은 커다란 덩치를 지녔던 거구의 군인은 이내 에스테르인을 곤죽으로 만들어버리고, 그의 시신에서 창을 뺏어든 채 쓰러진 병사를 향해 다가오려 했다.


‘푸욱!’

“크허억!”


그러나 미처 걸음을 뗄 새도 없이 또다른 에스테르 인이 나타나 거구의 군인을 공격했다. 예기치 못한 기습에 그는 저항 한 번 못해본 채 가슴이 꿰뚫렸고, 쓰러져 있던 병사는 고개를 떨구며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장의 흐름은 또다시 예기치 않게 흘러갔다. 거구의 군인은 분명히 심장 부근이 꿰뚫어졌는데도 곧바로 몸을 돌려 또다른 에스테르인의 가슴에 창을 내질렀고, 에스테르인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와 함께 어디선가 동료의 죽음을 감지한 이들이 여럿 몰려들면서 거구의 군인은 그들과 홀로 싸우기 시작했다.


거구의 군인은 적들의 창에 몸이 여러 번 뚫리고 피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싸움을 멈추지 않고 괴성을 지르며 더욱 거칠게 저항했다. 그러나 이내 기력이 다했는 지 몸을 휘청거리며 무릎을 꿇었고, 그는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 보려 했으나 결국 한 에스테르인에 의해 목이 달아나고 말았다. 전사들은 잘린 목을 챙긴 뒤 이미 의식이 혼미 해져 있던 병사를 처리하기 위해 다가와서는 푸른 안광을 빛내며 그의 목에 창을 들이댔다.


“한갓 미물에 불과한 ‘가이아인(人)’ 따위가 감히 위대한 ‘에스테르 제국’위에 올라서려 하다니, 참으로 가당키 짝이 없구나. 너희 더럽고 하찮은 ‘인간’이란 족속들은 우리 에스테르 제국의 우주에 있어 역병이나 다름 없는 놈들이다. 우리들은 네놈들의 목을 치고 그 시체를 짓밟고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네놈들의 피로 전 은하에 ‘에스테르 제국’의 신성함을 증명하고, 진짜 질서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줄 것이다!!!”


에스테르 전사는 일장 연설을 마친 뒤 창을 높이 들어올렸다. 죽음을 직감한 병사는 모든 걸 포기하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죽음은 한참이 지나도록 그를 찾아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의식은 점차 선명해졌고 마침내 눈을 떴을 때, 병사는 의무병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었다. 놀랍게도 죽음이 덮친 것은 그가 아니라 흉악하게 웃음짓던 에스테르 전사들이었다.


전사들은 모두 시체가 되어 있었고, 오직 한 명이 살아남은 채 그들이 미물이라 부르는 어떤 ‘가이아인’과 일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일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이는 에스테르인이 아니라 ‘가이아인’이었다. 간간히 주위를 뒤덮는 연기 때문에 가이아인의 차림새는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그는 다른 병사들과 달리 하얀 전기 스파크가 표면을 감싸고 있는 장검을 가지고 에스테르 인과 맞서고 있었다.


둘의 싸움을 지켜보던 병사는 기력이 어느 정도 회복되어 일어나려 했으나, 의무병들이 그를 붙잡았다. 이에 병사가 기운 없는 목소리로 항의했다.


“그냥···보고만 있을 겁니까···? 도와주러 가야죠···”


“곧 끝나게 될 겁니다.”


의무병들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그런데 정말 거짓말처럼 의무병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둘의 승부를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수왁!’

“크흑!”


외마디 비명 소리와 함께 무릎을 꿇은 자는 에스테르 전사였다. 불과 좀 전까지 고통으로 괴로워하던 병사를 여유롭게 내려다보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이, 전사는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자신을 쓰러트린 가이아인을 쏘아보았다.


“제길··· 온 대지가 네놈들의 피로 물드는 걸 보는 게 평생의 소원이었건만··· 아쉽게도 볼 수 없게 되었구나. 하지만 상관없다. 우리들의 위대한 영도자 이신 ‘카트라크’ 황제 폐하께서 네놈들을 친히 벌하실 테니까. 네 녀석들은 곧 유황불 속에서 영원히 고통받게 될거야······ 특히 네놈, 거짓된 질서를 칭하는 네놈의 최후가 정말로 궁금하구나. 개 같은 자식···. 저승에서 지켜보마.”


에스테르 전사는 저주에 가까운 폭언을 하고는 이내 숨을 거두었다. 한편 의무병의 신속한 처치 덕분에 죽음의 고비를 넘긴 병사는 어느정도 기력이 회복되자 은인에게 가려 했다. 그런데 의무병이 고개를 흔들며 그를 강하게 붙잡았고, 병사는 의무병들과 함께 무릎을 꿇은 채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은인을 맞이했다.


“다행히 의무병들이 잘 처치한 모양 이군. 몸은 괜찮나, 병사?”


어느새 다가온 은인이 병사에게 먼저 손을 내밀며 말을 건넸다. 그때서야 병사는 고개를 들고 은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은인은 일반 병사의 것과 확연히 구분되는 고급스러운 헬멧을 쓰고 금빛이 나는 황색 강화복을 입고 있었는데, 강화복의 가슴부분에는 제국에서 오직 단 한 명에게만 허락된 상징인 ‘백색 쌍두 독수리’가 새겨져 있었다. 이에 병사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소리쳤다.


“네, 괜찮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제레네 황제’ 폐하! 이 은혜 평생토록 잊지 않겠습니다!”


“자네가 죽을까 걱정했는데 괜찮다니 정말 다행이네.”


병사의 상태가 호전되었음을 확인한 ‘제레네 황제’는 그의 어깨를 다독여준 뒤, 거구의 병사가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직접 거구의 병사 옆에 무릎 꿇고 앉은 다음 잘려 나간 목을 시신 옆에 바로 놓아주었다.


“이 아르카인(人)은 제국과 자네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했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죄책감가지지는 말게. 이 병사나 자네나, 그리고 나까지도 제국과 사람들을 위한 고결한 희생의 길을 같이 걸어갔던 것이니까. 자, 나와 같이 마지막 전투를 하러 가세. 위대한 ‘대(大) 가이아 제국’을 위해서 말일세.”


제레네 황제가 침통한 기색을 하고 있는 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말에 병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결연한 표정으로 황제의 뒤에 섰다. 그리고 잠시 뒤, 사방을 감싸고 있던 검은 연기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면서 그들 앞에 격전의 현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참혹한 전투가 지나간 대지위에는 수많은 ‘가이아 제국 병사’들과 ‘에스테르 제국의 전사’들이 이미 시신이 된 채 서로 뒤엉켜 있었다. 병사는 전우들의 시신을 바라보며 다시금 침통함에 빠졌지만, 곧 뒤에서 들려오는 굉음에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돌렸다.

병사의 뒤에는 족히 수 백 미터는 되어 보이는 ‘육상 전함’들과 수많은 기갑병기들로 구성된 규모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군단이 진군해오고 있었다. 한 눈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갑 병기들은 여러 개의 긴 대열을 이루어 황제와 병사를 향해 빠르게 다가왔고, 제레네 황제는 병사의 어깨를 가볍게 한 번 친 뒤 미리 도착한 장갑차량을 타고 대열의 중앙에 위치한 전함으로 향했다. 다른 육상 전함들보다도 더 크고, 더 많은 무장을 달고 있는 황제의 전함 중앙부에는 황제와 제국을 상징하는 백색 쌍두 독수리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기함에 도착한 제레네 황제는 곧바로 지휘 통제실로 갔다.


“제국과 황실에 무한한 영광을!”


지휘 통제실의 문이 열리며 황제가 들어오자 많은 병사들과 장군들이 그를 향해 경례를 올렸다. 제레네 황제는 가볍게 손을 들어 답례를 한 뒤 곧바로 지휘 테이블로 다가갔다. 그러자 그의 주변으로 붉은색 견장과 자주색 견장이 달린 강화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번 전투로 내가 아는 적들의 야전 방어선은 모두 무너졌네. 이제 남은 곳은 에스테르 제국의 수도 뿐이야. 혹시 남은 방어선이 있는지 확인해봤나?”


제레네 황제의 물음에 장군들 중 한 명이 답했다.


“함대가 행성 전체를 스캔해 본 결과, 추가로 방어선을 구축한 지역은 발견 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남아있는 적 세력은 모두 수도 내부에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폐하.”


“그럼 더 시간 끌 것도 없겠군. 일부 후방 병력만 남기고, 바로 진격 준비하게.”


“알겠습니다, 폐하. 바로 진격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뒤 각 기갑차량에 탑승한 병사들은 홀로그램으로 나타난 제레네 황제에게 일제히 경례를 했다. 황제는 백색 쌍두 독수리가 조각된 지휘봉으로 병사들에게 예를 표한 뒤 연설을 시작했다.


“짐과 함께 수많은 전장에서 싸워왔던 소중한 전우들이여, 오늘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우리는 수많은 전우들을 잃었다. 그들의 빈자리는 세상 어느 것으로도 대신 할 수 없을 것이다. 짐은 ‘대(大) 가이아 제국’의 황제로서, 오늘 제국을 위해 싸우다 장렬하게 운명을 달리한 모든 이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제국을 위한 그들의 헌신과 희생은 앞으로 전 은하계에서 영원히 기억될 것이며, 짐은 이들의 유지를 이어 받아 오늘 반드시 이 전쟁을 끝낼 것이다!”


황제가 지휘봉을 높이 들어올리자, 연설을 보던 모든 병사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어올리며 함성을 질렀다. 병사들의 함성과 함께 황제는 연설을 계속 이어갔다.


“전우들이여! 지금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우리들의 마지막 전장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곳은 이제 가이아 제국이 거둔 위대한 승리의 전장으로 영원히 기억 될 것이다! 물론 그 승리는 결코 쉽게 얻어지지 않을 것이다. 잔악한 에스테르 제국이 전쟁을 시작한 이래 지난 120년 간 겪어왔던 바와 같이 우리는 또다른 희생을 마주하고 슬픔과 비탄의 시간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제레네 황제가 잠시 말을 멈추자 이번에는 함성이 아닌, 침묵이 흘렀다. 병사들은 그동안 죽어간 전우들과 가족들을 생각하며 잠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러한 슬픔과 비탄의 시간도 오늘 끝날 것이다. 바로 오늘, 에스테르 제국의 수도 위에서! 우리가! 반드시 끝낼 것이다! 전 제국군이여! 모두 무기를 들고, 결전을 준비하라! 오늘, 은하에 마지막으로 남은 악(惡), 에스테르 제국은 반드시 무너진다!”


잠시 후 제레네 황제는 지휘봉을 들어 정면을 가리켰다.


“대 가이아 제국의 황제, ‘제레네 폰 조에’가 명한다. 전군, 위대한 제국의 깃발을 들어 올리고 마지막 진격을 시작하라!!!”


황제는 쌍두 독수리가 조각된 헬멧을 쓴 뒤, 홀로그램에서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잠시 멈춰 있던 각 기갑 병기들과 육상 전함들이 제국 깃발을 들어 올리고 굉음을 내며 일제히 기동하기 시작했다. 그 규모는 끝에서 끝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길고 거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군하던 육상 전함들은 기체 양 옆에 장착 되어 있는 거대한 포를 가동하여 에스테르 제국의 수도를 향해 포탄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에 곧 사방에서 굉음이 울리며 곳곳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불기둥들이 솟아 올랐고, 거대한 기갑군단의 빗발치는 포격에 이곳 저곳에 약간씩 남아있던 에스테르 제국 전사들은 한 줌의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그렇게 포탄 세례가 폭풍우처럼 몰아친 끝에 에스테르 제국의 수도를 감싼 방어벽 일부가 무너지면서 본격적인 마지막 전투가 시작되었다.


육상 전함을 제외한 모든 기갑 차량은 무너진 방어벽 속으로 쉴 새 없이 몰려들어갔고, 차량에서 내린 지상 보병들은 적진의 심장부를 향해 돌진했다. 제레네 황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최소한의 유지 인원만 육상 전함에 남긴 채, 최고의 정예 병력으로 구성된 황실 근위병단을 이끌고 수도 내부로 직접 들어가 최후까지 남은 에스테르 전사들과 직접 혈전을 벌였다. 황제를 곁에서 보필하는 장군들과 황족들도 그와 같이 마지막 전장의 현장에 뛰어들어 적들과 맞섰다.


그러나 남은 에스테르 전사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죽음을 맞이하는 최후의 순간까지 살의를 띄며 가이아 제국 병사들을 공격했다. 예기치 못한 완강한 저항에 황제 곁에서 오랜 시간 싸워왔던 수많은 장군들이 쓰러졌고, 황제와 같이 전장에서 직접 투쟁의 길을 걷던 많은 황족들도 운명을 달리했다. 그러나 슬픔과 비탄에 잠길 틈도 없이 제레네 황제와 제국군은 전쟁을 종결 짓기 위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위대한 승리의 순간, 신성 제국력 원년(1000년 전)]-



[‘제레네 5세’ 황제 폐하께서는 적들이 전우 한 명을 죽일 때마다 몇 배에 달하는 놈들을 처단하며 마지막까지 진격했습니다. 폐하의 곁에 남아 끝까지 싸우던 황태자와 제2황자마저 비극적으로 전사하실 정도로 적들은 악독하게 저항하였지만, 최악의 상황 속에서 폐하께서는 불굴의 의지로 버티셨고, 마침내 적들의 수괴이자 우주의 거대 악, ‘카트라크’를 제국의 이름으로 처단하셨습니다.]


[그렇게 위대한 제레네 5세 황제 폐하께서는 120년 간 이어져 온 악마와의 ‘대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셨습니다. 위기에 빠진 인류를 구원하신 폐하께서는 적의 무너진 수도위에 백색 쌍두 독수리가 수놓아진 영광의 제국 깃발을 직접 꽂으셨고, 폐하의 성은을 입은 제국 신민들은 그 찬란한 빛 아래 모여 승리를 외쳤습니다.]


‘에스테르 제국을 무너뜨린 황족이여, 제국과 신민을 구원하신 황제폐하여, 영원 하리라!’


[신민들의 찬양과 경배가 온 우주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위대하신 황제 폐하께서는 태양처럼 빛나는 황금 갑주와 신성한 백색 망토를 두르고 모두의 앞에 섰습니다. 곧이어 폐하께서는 우리 모두를 굽어살피시며 ‘제국검’을 꺼내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 ‘제레네 폰 조에’는 무한한 영광으로 영원할 ‘대 신성 가이아 우주 제국’을 선포한다!]


‘대 신성 가이아 우주 제국 만세!!!’


‘제국을 승리로 이끄신 위대한 황제,

대성황(大星皇), ‘제레네 5세’ 폐하께 무궁한 영광이 함께하기를!!!’

‘절망 속에서 우리를 구원하신 황제와 제국이여, 그 정의는 영원하리라!!!’


[성전 기념관은 위대하신 ‘대성황 제레네 5세’ 폐하께서 제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과 함께 영면에 드신 신성한 장소입니다. 폐하께서 우리를 구원하셨음을 잊지 마십시오. 폐하께서 100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우리 신민들을 굽어 살피고 계심을 잊지 마십시오.]


[알림: 성전 기념관은 신성 제국의 기원이자 성소입니다. 기념관을 방문하시는 신민 분들께서는 모두 규정된 복장과 규칙을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제국검과 제국 깃발을 들고 있는 제레네 5세의 황금 동상 아래 수많은 백색 깃발들이 나부끼고 있었다. 각 깃발들은 모두 ‘제레아노스 제국 제3대학’ 이나 ‘제레네 제국 제7대학’등과 같은 대학 이름과 교표가 새겨진 대학 깃발이었고, 그와 함께 황제의 동상 주변에서 들리는 안내 방송을 묻어버릴 정도의 거센 함성이 사방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거짓된 제국은 물러가라!!!”


“우리는 제국의 신민도, 황족들의 노예도 아니다!!!”

“우리는 모두 자유로울 권리를 지닌 ‘시민’이다!!!”


“거짓된 황제는 정체를 드러내라!!!”

“장막 속에 숨어 우리를 기만하고 갉아먹는 무리는 당장 정의의 심판을 받으리라!!!”


앳되 보이는 젊은이들은 끊임없이 안내 방송을 내보내는 ‘대성황’의 황금 동상을 바라보며 저마다의 대학 이름이 적힌 깃발을 흔들고 구호와 함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 앞으로 검은색 경강화복을 입은 이들이 곤봉과 ‘제국 경찰’이라 적힌 방패를 든 채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경찰의 위압적인 모습에도 전혀 기죽지 않고 목청껏 구호를 외쳐 댔다. 그렇게 한창 시위가 절정에 달하던 순간, 새로운 구호가 울려 퍼졌다.


[거짓된 신성, 기만과 위선, 타락으로 얼룩진, 이 제국을 ‘무너뜨리자’!]


그동안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구호에 시위 현장은 잠시 조용해졌다. 그러나 찰나의 순간이었을 뿐, 경찰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젊은이들에게 달려갔고, 곧 기념관 주변은 아비규환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각 대학 깃발들은 땅으로 떨어짐과 동시에 갈기갈기 찢겼고, 사방은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고통에 신음하는 흐느낌으로 가득 찼다.


오직 대성황의 동상만이 1000년 전 마지막 전투처럼 참혹하게 바뀐 진압 현장을 침묵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신성 제국력 원년 (1000년 전):

에스테르 수도성 함락, 120년 만에 대전쟁 종전, ‘신성 가이아 우주 제국’ 개창.


신성 제국력 1000년:

반 제국, 반 황제, 반 황실 시위의 다발적 동시 발생


엠파이어 워

EPISODE I 제국의 멸망

Empire War : Collapse of the Empire


작가의말

다시 연재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시간에 여유가 생긴 만큼 정기적으로 연재해보고자 합니다.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피드백도 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2018년 1월 29일: 구성과 문장 표현, 그리고 상황 묘사에 대한 수정을 했습니다. 

*2018년 2월 6일: 가독성을 위해 문장 표현을 좀 더 다듬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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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2 아퀼라
    작성일
    18.01.10 22:17
    No. 1

    서술구조가 너무 복잡하고 꼬여있는 느낌이 듭니다. 제가 파악한건 2개의 세력의 구성원들이 죽고 죽이고 반복되는 상황에서 황제라 불리는 인물이 결판을 낸건데 글 자체만 읽어보면 3개, 더 심하면 4개의 세력의 구성원이 나오는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bo*****
    작성일
    18.01.11 23:41
    No. 2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읽어보고 가다듬도록 하겠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z2***
    작성일
    18.03.04 11:29
    No. 3

    보기 드물게 좋은 문장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bo*****
    작성일
    18.03.05 09:24
    No. 4

    소중한 평가 감사드립니다.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아 계속 수정해가려 하고 있습니다.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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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제국의 멸망 - 제 4장 제나 스완슨 - 3화 +1 18.04.11 102 0 14쪽
23 제국의 멸망 - 제 4장 제나 스완슨 - 2화 18.03.29 114 1 15쪽
22 제국의 멸망 - 제 4장 제나 스완슨 - 1화 18.03.22 156 1 13쪽
21 제국의 멸망 : 제 3장 첫번째 시위 - 8화 18.03.08 179 0 15쪽
20 제국의 멸망 : 제 3장 첫번째 시위 - 7화 18.03.03 142 0 14쪽
19 제국의 멸망 : 제 3장 첫번째 시위 - 6화 18.02.25 88 0 15쪽
18 제국의 멸망 : 제 3장 첫번째 시위 - 5화 18.02.17 141 1 15쪽
17 제국의 멸망 : 제 3장 첫번째 시위 - 4화 18.02.11 123 1 14쪽
16 제국의 멸망 : 제 3장 첫번째 시위 - 3화 18.02.09 100 1 16쪽
15 제국의 멸망 : 제 3장 첫번째 시위 - 2화 18.02.05 135 1 15쪽
14 제국의 멸망 : 제 3장 첫번째 시위 - 1화 18.01.28 131 1 17쪽
13 제국의 멸망 : 제 2장 황족 회의 - 7화 18.01.25 139 0 16쪽
12 제국의 멸망 : 제 2장 황족 회의 - 6화 18.01.19 126 1 16쪽
11 제국의 멸망 : 제 2장 황족 회의 - 5화 18.01.14 140 0 17쪽
10 제국의 멸망 : 제 2장 황족 회의 - 4화 18.01.11 138 0 17쪽
9 제국의 멸망 : 제 2장 황족 회의 - 3화 18.01.08 181 0 18쪽
8 제국의 멸망 : 제 2장 황족 회의 - 2화 18.01.06 178 0 19쪽
7 제국의 멸망 : 제 2장 황족 회의 - 1화 18.01.02 175 0 16쪽
6 제국의 멸망 : 제 1장 신성 제국력 1000년 6월 10일 - 5화 17.12.31 167 1 19쪽
5 제국의 멸망 : 제 1장 신성 제국력 1000년 6월 10일 - 4화 +1 17.12.28 236 0 16쪽
4 제국의 멸망 : 제 1장 신성 제국력 1000년 6월 10일 - 3화 +1 17.12.27 223 0 17쪽
3 제국의 멸망 : 제 1장 신성 제국력 1000년 6월 10일 - 2화 +1 17.12.25 320 2 17쪽
2 제국의 멸망 : 제 1장 신성 제국력 1000년 6월 10일 - 1화 +2 17.12.23 512 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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