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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엠파이어 워 : 제국의 멸망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bok2705
작품등록일 :
2017.09.17 23:29
최근연재일 :
2018.04.11 02:0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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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9,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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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23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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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제국의 멸망 : 제 1장 신성 제국력 1000년 6월 10일 - 1화

더 늦추면 아예 못할 까 싶어서 이번 기회에 연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연재에 대한 어떤 경험도 없이 지내왔기에 많이 부족하고 어쩌면 저한테만 재미있을지 모릅니다. 그래도 어쨌든 제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단순히 저의 기억 저편으로 묻히기 보다는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여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DUMMY

제 1 장: 신성 제국력 1000년 6월 10일

1화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따라라 따라따다다...]


자그마한 알람 시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투박하게 생긴 알람 시계는 하얀색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은 주인을 깨우기 위해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을 모양이었다.


[따르르르르]


“으···”


계속되는 알람에 시계 주인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슬며시 손을 뻗어 주변을 더듬어 보았고, 곧 어렵지 않게 시계를 찾아냈다. 그는 힘없이 시계의 버튼을 눌러 꿈나라로 보내고는 본인도 다시 한 번 잠을 청하려 했다. 그런데 시끄러운 알람 시계를 끈 것도 잠시, 이번에는 또다른 소리가 방 전체에 울리기 시작했다.


[쿵, 쿵, 쿵쿵쿵쿵..쿵]


방금 전의 알람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잠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시계 주인에게 그 정도로 소리를 확실하게 구분할 여력은 없었다. 때문에 그에게 범인은 여전히 작고 투박한 탁상시계 말곤 없었다. 결국 시계를 향해 마구잡이로 휘젓는 주인에 의해 알람 시계는 눈먼 총알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병사처럼 땅으로 떨어졌고, 이어 작은 파열음을 냈다. [쿵쿵쿵쿵···] 하지만 방을 울리는 소리는 여전히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고, 시계 주인은 그제서야 소음의 근원이 작은 시계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쿵쿵쿵쿵쿵, 쾅, 쾅, 쾅!]


그것은 방 너머에서 누군가 벽을 세게 두들기는 소리였다. 그리고 곧 소리가 커져가다 못해 벽까지 흔들리는 지경에 다다르자 시계 주인은 마침내 이불을 걷으며 몸을 일으켰다.


“카스카! 나 일어났으니까 벽 좀 그만 두들겨. 이 참에 아예 다 부실 생각이냐?”


이불 속에서 나온 남자는 부스스하게 뻗친 금색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벽에 다가가 성을 냈다. 그러나 이미 한 두 번 겪었던 일이 아니었는지 이내 그는 나지막이 한숨을 쉬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 너머의 이웃도 으레 그랬던 것처럼, 남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벽 두들기던 것을 그만두었다.


“벽 다 부서지는 꼴 보기 싫으면 알람 울릴 때 좀 한 번에 일어나, 본. 그 알람 소리가 얼마나 소음 공해인 줄 아니? 무슨 실전 배치 경보 같아서 매번 밖으로 튀어 나가야 할 거 같다니까? 속옷 바람으로 뛰쳐나가는 건 이제 지긋지긋 하다고.”


벽 너머의 ‘카스카’가 말했다.


“사돈 남 말 하고 있네. 네가 내는 소리는 뭐 다를 거 같냐? 꼭 지진경보 같아서 매번 들을 때마다 대피해야 할 거 같다.”


“방금 뭐라고 하셨나요, ‘그레이지 본’씨? 제대로 안 들려서 내가 들어가야 할 거 같은데?”


“휴우- 그냥 맑고 고운 소리라고.”


“당연히 그렇게 들려야지. 빨리 준비 하고 나와. 넌 진짜 나 없었으면··· 에휴, 말을 말자.”


벽을 사이에 둔 짧은 대화가 끝나고 난 뒤, 그레이지 본은 기지개를 피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1인용 접이식 침대나 겨우 들어갈 만큼 작은 방에는 가구도 얼마 없었고, 그마저 공간이 모자라 모두 붙어있다시피 했다. 그리고 침대 바로 옆에 위치한 작은 탁자 아래로 바닥에 떨어진 작은 시계가 보였다. 그레이지 본은 시계를 들고 벽을 한 번 쳐다본 뒤 장난기 섞인 얼굴로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에 다시 한 번 버튼을 눌러보았지만, 시계는 언제 그랬냐는 듯 굳게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결국 뭔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한 그레이지 본은 시계를 자세히 살펴보았고, 그제서야 시계가 작동을 멈췄음을 알 수 있었다. 방금 전 바닥에 떨어진 충격 때문에 어딘가 파손된 것 같았다.


“또 망가졌네.”


그가 시계를 탁자에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본, 너 또 알람 키고 가려고 했지? 야, 사람이 매사에 그렇게 심성을 곱게 쓰지 못하면 될 일도 안되는 법이야. 항상 고운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하라고.”


벽 너머로 들려오는 카스카의 약올림에 그레이지 본은 주먹으로 벽을 한 번 친 뒤 거실로 나왔다. 거실 역시 방과 마찬가지로 매우 작은 공간이었는데, 보이는 살림살이는 기껏해야 부엌 쪽에 있는 작은 테이블과 그 주변에 놓인 의자들 밖에 없었다. 마치 금방 나갈 사람이 머무는 여관방이나 허름한 단칸방을 보는 듯 했다.


하지만 집주인도 딱히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레이지 본은 무심하게 테이블을 지나 부엌 바닥에 있는 박스에서 물병 하나를 꺼낸 뒤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싱크대 위의 작은 찬장을 열었다. 그리고 찬장에 무질서하게 쌓인 조그만 박스들 중 하나를 꺼내 안에 물을 들이부었다. 그러자 박스에서는 김과 함께 음식 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이를 확인한 그레이지 본은 하품을 하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박스에 물을 붓기 전까지 발도 들이지 않았음에도, 화장실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수도꼭지를 틀어 놓았던 것처럼 물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방음이 되지 않아 벽 너머 다른 사람의 화장실에서 나는 소리가 그대로 전해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레이지 본은 그것도 이미 익숙해진 듯, 아무렇지 않게 샤워 부스 안으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고 기다렸다. 그런데 이내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그는 눈을 찌푸리고 벽 너머를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카스카, 너 또 피냐?”


“어, 어?? 아니, 왜? 내가 뭘 한다고???”


곧바로 당황한 듯한 카스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레이지 본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갔다.


“휴-, 카스카, 제발 부탁인데 적어도 샤워할 때만은 피우지 말아줘. 이러면 아침에 씻는 의미가 없어지잖아.”


“아니, 그게···”


“냄새 다 나거든? 인간적으로 안 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 미안... 하하하··· 근데 진짜 냄새 났어? 어제 아예 환풍기 새로 사서 들여놓은 거라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이런.”


“너도 여러모로 대단하다, 정말.”


그레이지 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샤워 부스 문을 닫았다. 곧 얼마 지나지 않아 샤워를 끝내고 나온 그레이지 본은 화장실의 환풍기를 킨 채 테이블로 와서 이미 완성된 음식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그는 젖은 머리를 말리는 동시에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대충 끼니를 해결한 뒤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나갈 채비를 했다.


그리고 잠시 뒤 방 거울 앞에는 잠에서 갓 깨서 멍하게 보이는 사람이 아닌 아주 말끔한 모습의 청년이 서있었다. 단정하게 정돈한 그레이지 본의 머리칼은 밝게 빛났고, 이는 전체적으로 하얀 피부와 좋은 조화를 이루어 냈다. 또한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에 자리잡은 선명한 녹색 눈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을 수 있게끔 하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단정한 외모에 걸맞게 잘 다려진 옷을 입고 있었다. 약간 어두운 군청색 제복의 왼편에는 하얀색으로 마감된 이름표가 보였고, 칼라와 견장에는 각각 은색 사선 모양의 계급장 하나가 달려있었다. 그레이지 본은 옷 매무새를 다시 한 번 점검한 뒤 ‘백색 쌍두 독수리’가 수놓아진 녹색 베레모를 챙겨 들고는 벽을 한 번 친 뒤 현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현관문을 열자 그의 앞으로 같은 제복을 입은 거구 한 명이 서있었다. 그는 그레이지 본과는 많이 다른 외양을 지니고 있었는데, 실제 비교 대상보다 더 날씬하긴 했지만 전체적인 체격은 마치 두 발로 일어선 곰을 연상케 했고, 몸 전체는 짧은 회색 털로 뒤덮여 있었다. 다만 얼굴의 외모 자체는 곰보다는 약간 암사자 같은 인상이었다.


“오늘은 꽤 빨리 준비했네. 역시 내 알람이 효과가 좋은 거 같아, 그치?”


카스카가 활짝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말했다. 그에 그레이지 본은 대답대신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내 알람으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거든? 덕분에 시계 또 사게 생겼다. 그리고 너 그렇게 벽 두들겨 대다가 진짜로 무너뜨리면 어쩌려고 그래? 파면장이랑 손해 배상 청구서 둘다 얻어 맞고 싶어?”


“어쩌긴 뭘 어째. 그냥 모른 척하고 한 집 살림하면 되지. 어차피 내일 당장 무너져도 서류상으로는 존재한다고 할 사람들이야. 확인은 당연히 안 할 거라고. 게다가 가뜩이나 좁아 터진 집인데 차라리 자체 시공해서 조금이라도 넓혀 쓰는 게 서로한테 좋지 않겠니?”


카스카는 별로 개의치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자 그레이지 본이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


“어후, 그럴 바에는 그냥 남은 교육 기간 내내 상황실에서 당직 근무서면서 숙식하고 말지. 하루 종일 담배 연기 속에서 살고 싶지는 않거든. 그래, 말 나온 김에 너는 어떻게 샤워 하는 도중에도 담뱃불 붙일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야? 그게 가능해?”


“이런 곳에서 사는 거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 한 거 아니겠니?”


카스카가 먼저 나서는 그레이지 본을 따라가며 대답했다.


“본, 난 적어도 내 담배 냄새가 이 복도에서 풍기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데?”


카스카가 성냥갑 마냥 붙어 있는 문들이 서로 마주하고 있는 좁은 복도를 가리켰다. 둘의 집이 포함된 소수의 문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문 앞에는 크고 작은 쓰레기 봉투들이 방치되어 작은 벌레들과 함께 굉장히 역한 냄새를 내고 있었다. 문 앞에 놓인 봉투와 집주인이 같은 지는 알 수 없었지만, 모두 굉장히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다는 건 분명해 보였다.


“아예 내가 주말에 날 잡고 치우던가 해야겠어. 관리부서는 아예 손 놓은 건가? 며칠동안 인기척도 없었고, 지금 안에 사람이 사는 지도 확실치 않잖아. 안 그래?”


카스카가 말했다. 그에 그레이지 본은 모르겠다는 의미로 어깨만 살짝 으쓱하고는 복도 끝에 위치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들이 사는 공동주택은 이사 올 때부터 관리라는 걸 받은 적이 없어 보일 정도로 지저분했던 곳이었다. 복도에는 방치된 쓰레기 봉투들과 언제 누가 버렸는지도 모르는 자잘한 쓰레기들이 항상 굴러다녔고, 현관문들도 대부분 더러웠다. 게다가 복도를 밝게 비추어야 할 조명들도 거의 다 고장이 난 바람에 건물 내부는 항상 우중충했다.


그나마 그레이지 본과 카스카의 집이 개중에서 봐줄 만한 편이었다. 그들이 남들보다 열심히 청소를 했기 때문에 그랬다기 보다는 그들의 집이 최소한의 관리를 받는 까닭이었다. 누가 매번 복도 앞의 쓰레기를 치워주고 문을 닦아주는 지 본 적은 없었지만, 어쨌든 그들의 집은 ‘제국 군무부’ 명의 하에 최소한의 청결을 유지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그들의 집이 가진 유일한 이점이었다.


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긴 복도를 지나 도착한 엘리베이터는 건물의 여느 곳처럼 비좁기 그지 없었고, 보통 체격을 가진 어른 세 명 이상이 들어가기에도 벅찰 정도 였다. 특히 카스카 같은 거구가 들어갈 경우는 말할 것도 없었다.


“에이씨, 진짜 더럽게 좁네. 야, 본. 너 어제 뉴스 봤냐?”


“그걸 꼭 이렇게 서로 뒤엉켜 가는 곳에서 물어봐야겠어? 어제 안 봤는데, 왜?”


“그, 그 뉴스.. 으, 네 말이 맞는 거 같다. 이따 나가서 말해 줄게. 그냥 다음부터 엘리베이터는 따로 타는 걸로 하자.”


좁다란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이나 내려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카스카와 그레이지 본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 마자 금새 뻐근해 진 몸을 위해 연신 스트레칭을 해야 했다. 그 뒤 카스카는 바로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역시 상쾌한 아침 공기 아래서 피는 한 대가 제 맛이지. 야, 본, 어디가? 같이 가!”


카스카는 황급히 불을 붙인 다음 먼저 앞서가는 그레이지 본을 쫓아갔지만, 그레이지 본은 카스카가 다가올수록 손을 거칠게 흔들며 멀리 떨어지려 했다. 그러나 자신보다 보폭도 훨씬 큰 사람을 언제까지 피할 수는 없었는지 그는 이내 포기하고 카스카와 같이 걷기 시작했다.


“어제 뉴스 안 봤다고 했었지. 맞다! 너 어제 근무 섰었구나. 음··· 확실히 좀 피곤해 보이긴 하네.”


“그걸 아는 사람이 아침부터 벽을 그렇게 두들기고 샤워 할 때부터 담배를 피냐? 한 세 시간쯤 잤어. 어제 자정부터 근무 서는 거였으니까.”


일부러 다른 쪽으로 연기를 내뿜는 카스카를 보며 그레이지 본이 말했다. 하지만 연기가 사방으로 퍼지는 건 어떻게 할 수 없었던 탓에 그는 수시로 손을 흔들며 연기를 쫓아내야 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카스카가 멋쩍어 하며 말했다.


“미안··· 하하. 역 가기 전까지 바로 끝낼 게. 너도 알잖아, 우리 ‘아르카인(人)’들한테는 이게 약간 모닝커피 같은 거라서··· 적어도 아르카인 군인들에게는 말이야.”


카스카의 말에 그레이지 본은 황당해 하며 흡연자동료로부터 조금 떨어져 걸었다. 가이아인들도 흡연할 사람은 다 하는 편이었지만, 아르카인들이 피는 담배는 거의 원액을 농축한 수준이라 일반적인 사람의 폐로 도저히 감당해낼 수 없는 것이었다. 다행히 필터 기술의 발달로 간접 흡연의 위험은 없어졌지만, 어쨌든 호기심에 피다 호흡 곤란으로 죽는 사람이 나올 정도로, 특히 연기 만큼은 되도록이면 피하는 게 나은 물건이었다.


“거 아주 오만상 다 찌푸리네. 이거 기술적으로는 아무 문제 없거든? 에이, 자, 다 폈다 다 폈어. 빨리 열차나 타러 가자. 그러고 보니까 ‘제레네’도 어제 당직이었지?”


담배를 버리고 온 카스카가 다가오며 물었다. 그에 그레이지 본은 입을 가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내 다음 시간대였으니까 아마 밤샜을 거야. 걔는 항상 그 시간대만 걸리면 시간 맞춰 일어날 자신 없다고 잠을 안 자잖아. 그건 그렇고 아까 뉴스 본 건 왜 물어본 거야?”


“아이고, 뉴스 좀 보고 살아라. 어제 ‘성전(聖戰) 기념관’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었거든? 난리도 아니었다니까.”


카스카의 말에 담배 때문에 정면만 바라보고 걷던 그레이지 본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성전 기념관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고?”


“이제서야 반응을 하시네. 어제 성전기념관에서 ‘반 제국 시위’가 있었어. 그것도 ‘제국 대학’ 학생들 주도로 말이야. 언론에서는 제국 대학 학생을 사칭했다고는 하지만, 모르지 뭐.”


제국 대학이라는 말에 그레이지 본의 눈은 더욱 커졌다. 그는 이해 할 수 없다는 투로 말을 꺼냈다.


“반 정부 시위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제국 대학 학생들이 주도했다고 하니까 여파가 크겠네. 그런데 진짜 사칭한 거 아니야? 그 사람들이 시위할 이유가 없잖아.”



그레이지 본이 말하자 카스나는 그에게 동의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레이지 본의 말대로 ‘제국 대학 학생’들은 굳이 반 제국을 외치며 거리로 나갈 사람들이 아니었다. 제국 대학은 드넓은 은하계를 통틀어 오직 제국의 수도 권역, 이른바 ‘성도(聖都) 권역’에만 있는 제국 최고 교육 기관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으며 설령 출신이 아무리 비천하다 할 지 라도, 입학만 한다면 출신 대비 훨씬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얻은 것과 다름없었다. 제국 대학 학위는 일종의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였으며, 제국 대학 학생들은 일종의 엘리트로 여겨졌다.


또한 제국 대학은 그레이지 본에게 있어 나름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곳이었다. 대단한 출세를 바랬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한 때 목표로 삼았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제국 대학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오면서 그곳에 대해 일종의 환상 같은 걸 품고 있었다. 비록 그 목표를 이루는 데는 실패했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제국 대학은 아직도 어린 시절 꿈이 깃든 곳이었고 그에 대한 관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종종 제국 대학에 대한 소식을 찾아보곤 했다.


이러한 이유로 그레이지 본에게 있어 제국 대학 학생들이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들이 ‘성전기념관’에서 그런 시위를 벌였다는 건 더더욱 납득하기 힘들었다. 성전기념관은 현 제국의 요람이자 성소(聖所)로 여겨지는 제국에서 가장 신성시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소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기념관에는 지금으로부터 1000년 전, 이른바 ‘대전쟁’ 혹은 ‘제국 전쟁(Empire War)’으로 불리는 에스테르 제국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대성황 제레네 5세’를 기리는 영묘가 있었다. 그는 100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아이 이름을 ‘제레네’라 지을 정도로 신성시 되는 황제였다. 제국 대학 학생들과 성전기념관, 그리고 반정부 시위의 조합은 아무리 봐도 이해하기 힘든 조합이었다.


“성전 기념관이 우리가 종합 군사 학교 처음 들어갔을 때, 입교식 끝나자 마자 바로 갔던 곳이잖아, 맞지?”


골똘히 생각에 잠긴 그레이지 본을 바라보며 카스카가 말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들도 아니고, 제국 대학 학생들이, 그것도 성전 기념관에서 반 제국 시위를 했다는 건 도무지 내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 카스카, 어제 일어났던 시위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 줄 수 있어?”


그레이지 본이 카스카를 보며 말했다.


작가의말

아직 정기적인 연재 주기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만, 일단 일주일에 3 편 연재해보고자 합니다. 상황에 따라 2편이 될 수도 있지만, 최대한 할 수 있는 대로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2월 9일: 가독성을 위해 일부 표현과 문장을 다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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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국의 멸망 - 제 4장 제나 스완슨 - 1화 18.03.22 155 1 13쪽
21 제국의 멸망 : 제 3장 첫번째 시위 - 8화 18.03.08 179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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