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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엠파이어 워 : 제국의 멸망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bok2705
작품등록일 :
2017.09.17 23:29
최근연재일 :
2018.04.11 02:0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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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0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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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제국의 멸망 : 제 2장 황족 회의 - 3화

더 늦추면 아예 못할 까 싶어서 이번 기회에 연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연재에 대한 어떤 경험도 없이 지내왔기에 많이 부족하고 어쩌면 저한테만 재미있을지 모릅니다. 그래도 어쨌든 제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단순히 저의 기억 저편으로 묻히기 보다는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여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DUMMY

제 2장: 황족 회의

3화


회의장 바깥에서부터 군인들이 경례 하는 소리가 다시 들려오고 있었다. 이미 익숙해질 법한 거의 함성을 내지르는 것에 가까운 소리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뭔가 다른 게 있었다. 분명히 제레네 궁 입구나 군무부 청사와 연결된 어느 통로일 정도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시작되었을 소리였지만, 불과 몇 분 전에 제국 총통들을 맞이할 때보다도 크게 들려왔다.


사실 이 시점에서 그 외침을 경례라 부르기도 애매했다. 황족들이 들어올 때부터 교육생들은 거의 소리를 지르다시피 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구역에 배치된 나머지 인원들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교육생들에게는 이제 함성을 내지를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얼마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그들의 목은 너무 많이 혹사당하고 만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핑계거리를 대기에는 너무 밑바닥에 있었다. 그것이 제3계급의 현실이었다. 아무리 심열을 기울여서 행동해도 무조건적으로 명령에 복종하여도, 상위 신분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잘못한 거였다. 그렇기에 상식적인 해명과 상황조차도 그들에게는 사치였으며, 그저 핑계거리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게다가 그들이 곧 맞이해야 제국 원수는 상위 신분이란 개념조차 넘어선 존재였다.


‘제국 원수’는 제국군의 최고 지휘관이었다. 그와 동시에 제국의 최고 지배자였다. 제국 원수는 그레이지 본이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황제를 대리하여 제국을 통치해왔다. 이른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존재였던 셈이다. 그러나 그 일인이 오랫동안 모습을 감춘 현 시점에서 그는 사실상 만인위에 군림하는 유일한 존재였다. 그는 황제를 대리하여 만인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었고, 또 만인의 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그 오랜 세월 동안 정착되어온 만인의 인식이었다.


조만간 회의장으로 들어올 제국 원수에 대해 교육생들만 긴장하는 건 아니었다. 장내의 모든 이들이 신분, 지위에 관계없이 긴장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 황족들조차도 긴장된 표정으로 계속 회의장 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같은 황족이나 제국 총통들이 들어올 때도 자기들끼리 이야기 꽃을 피우던 사람들이었다. 그나마 여유가 있어 보이는 인물은 계속 물잔을 홀짝이고 있는 제레아노르 총통 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장 밖에서 제국 원수 입장을 알리는 예고가 들려왔다.



“곧 제국 원수 각하께서 입장 하실 예정입니다! 회의장 내의 모든 인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기 바랍니다!”



예고와 함께 회의장 내에 있던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자세를 잡고 일어섰다. 제국에서 단 두 명 뿐인 총통들도 예외 없이 모두 일어나 회의장 문 쪽을 바라보고 섰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우레와 같은 함성소리와 함께 회의장으로 걸어오는 행렬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중앙에 있는 한 명을 중심으로 좌우로 열을 이루어 걸어오고 있었다.



“제국 섭정이자 황제 폐하의 대리인 이신 ‘제국 원수’ 각하께서 입장하십니다!”



회의장 입구에서 제국 원수의 입장을 알리는 장군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미리 일어나 있던 제1총통이 직접 예령을 외쳤다.


“총원 차려! 제국 원수께 대하여 경례!”


‘제국과 황실에 무한한 영광을!’


군인들의 함성과 같은 경례와 함께 ‘제국 원수’가 회의장으로 들어왔다. 군인들은 모두 거수 경례를 한 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말그대로 완벽한 부동자세였다. 황족들은 완벽한 부동자세라 하기는 힘들었지만,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통로 쪽을 향해 서서 제대로 된 경례 자세를 취했다. 이는 제국 총통들을 맞이할 때와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에 제국 원수도 답례로써 자신의 원수 지휘봉을 살짝 올려 보이며 옥좌로 걸어왔다.


그 뒤로는 상당수의 군인들이 대열을 이룬 채 제국 원수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깃발을 들고 있었는데, 대략 6미터는 되어 보이는 쌍두 독수리 문장의 제국 깃발을 필두로 제국의 각 지배 권역을 상징하는 깃발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또한 그들의 모습은 여태까지 보아온 다른 군인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들은 모두 얼굴까지 가리는 전신 보호구를 걸치고 있었는데, 그 빛깔이 꼭 제국 옥좌를 감싸고 있는 황색 비단을 보는 듯 했다.


황제를 상징하는 색을 띠는 복장을 착용한 병사들도 일반적인 건 아니었지만, 각종 색깔의 제복과 온갖 문장의 깃발들이 어우러진 회의장 속에서 새하얀 제복을 입은 제국 원수는 더욱 특별해 보였다. 오직 제국 황제만이 황색을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과 같이 제국 원수는 제국군 내에서 백색 제복을 입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런 특별함이 제국내에서 그가 가지는 지위와 위상을 더욱 부각 시키는 듯 했다.


잠시 뒤 제국 원수가 옥좌에 다다르자 깃발을 들고 뒤따르던 군인들이 재빨리 양쪽으로 갈라지며 교육생들의 뒤로 다가왔다. 워낙 갑작스러웠기에 가뜩이나 잔뜩 긴장하고 있었던 일부 교육생들은 살짝 움찔하기도 하고 하마터면 소리까지 지를 뻔 했다. 다행히 최악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뭔 지도 모르는 이들이 말없이 뒤에 서있는 건 썩 좋은 경험이라고 할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이질감 같은 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제국 원수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지난 회의 이후로 한 번도 뵙지 못한 것 같군요.”


제국 원수가 올라오자 제1총통이 그에게 먼저 다가가서는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말을 건넸다. 반면 제레아노르 총통은 목만 까닥거리고는 자신의 의자 앞에서 말없이 서있었다.


“그런 것 같군, 제토아케르 대공. 그동안 별 일 없었나?”


제토아케르 총통(제1총통)은 대답 대신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제국 원수를 자리로 안내했다. 이상하게도 교육생들은 깃발 든 군인들로부터 나오는 이질감을 제국 원수한테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그의 지위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었다. 목소리, 마치 기계가 말하는 듯한 그의 목소리에서 섬뜩할 정도의 이질감이 흘러나왔다. 제국 원수의 목소리는 마치 죽은 사람을 억지로 일으켜 입만 열게 한 것 같았다. 제토아케르 총통의 목소리에서는 분명히 반가워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제국 원수의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의 톤과 어조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외모도 마찬가지로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보였다. 그는 하얀색 제복을 입은 것으로도 모자라 온 몸이 하얀색으로 감싸인 것 같았다. 손목까지 올라오는 하얀색 장갑은 기본이요, 그의 머리와 얼굴까지도 하얀색 베일로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백색 베일 밑으로 얼굴 같은 것이 보이긴 했는데, 다시 보니 얼굴이 아닌 검은색 가면 같은 것이었다. 꼭 얼굴 부분에만 시커먼 구멍이 뚫려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게다가 암흑 속에서 유일하게 빛을 발하는 것처럼 눈 쪽에만 붉은 점 두 개가 보였다. 목소리도 그렇고 도대체 그가 어떤 사람일까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이러한 이질감은 제2계급과 황족을 보면서 느끼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었다. 보통 상위 신분을 볼 때 느끼는 이질감은 일종의 상실감이나 박탈감에 가까웠다. 같은 하늘아래 살고 있음에도 항상 그들만 누릴 수 있는 게 저 너머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너머로 절대 넘어갈 수 없다는 이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제국 원수에게서 나오는 그것은 정말로 그가 완전히 다른 세계, 기존의 물리 법칙도 적용되지 않는 다른 우주에서 온 게 아닐까 하는 그런 이질감이었다.


“그럼 시작하지.”


제국 원수가 자신의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그러자 자리에 앉아 있던 중장 중 한 명이 일어나더니 단상으로 올라가 (옥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마련된 것이었다) 마이크를 잡았다..


“그럼 지금부터 신성 제국력 1000년 제2분기 황족 비정기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본격적인 회의에 앞서 각 요인분들의 모두발언이 있겠습니다.”


중장이 말을 마치자 제국 원수가 의자에 앉은 채 입을 열었다.


“모두 바쁜 공무 중에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소. 근데 몇몇은 여전히 처리해야 할 공무가 많이 남아있는 모양 이군.”


제국 원수의 말에 회의장 내의 사람들은 서로 자리를 확인하며 두리번거렸다. 황족들에게 배정된 테이블 중 몇 개가 비어 있는 게 보였다. 제국 원수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하긴, 공(公)들이 하루 이틀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 이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만 하도록 하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도록 하지. 모두 이미 알고 있겠지만, 어제 제국 성전 기념관에서 굉장히 불경스러운 일이 발생하였소. 그에 따라 오늘 회의는 이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요.”


“하지만 이번에도 단순하게 사후 대책만 마련해서는 안될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혹시 제국 원수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요?”


갑작스러운 제레아노르 총통의 발언에 잠시 동안 정적이 흘렀다. 황족들과 제2계급 출신 장군들은 모두 제레아노르 총통을 쳐다보았다. 그는 심드렁한 얼굴로 물잔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제레아노르···! 지금 제국 원수님이 말씀 하시고 있는 거 안 보이느냐? 왜 갑자기 끼어드는 거야?”


그 때 제토아케르 총통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레아노르 총통이 제국 원수의 말을 가로 막은 것에 꽤 당황한 듯한 모습이었다.


“형님, 나는 말도 못합니까? 중요한 사안이잖아요. 당장 제국을 무너뜨리겠다고 하는 반역자 놈들이 성도 내에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는 판에, 지금 발언 순서나 따질 때입니까? 아까 말했잖습니까, 이건 사후 대책이나 세워서 해결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그래도 다 순서가 있는 법이다, 제레아노르! 그런 식으로 제국 원수님의 말을 중간에 끊을 이유는 없어!”


제토아케르 총통의 언성이 점차 높아졌다. 하지만 제레아노르 총통도 지지 않았다.


“말을 끊은 것이 아니라 물어본 겁니다. 혹시나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셨나 해서요. 그게 그렇게 잘못된 겁니까, 형님?”



“그게 그렇게 궁금하면 자네 생각부터 말하는 게 먼저 아니겠나, 제레아노르 대공? 자네 생각을 알아야 자네와 내가 의견을 공유하는 지 알 수 있을 거 아닌가?”


한창 두 제국 총통들의 감정이 격화되려 할 때 기계음 같은 제국 원수의 말이 들렸다. 제1총통, 제토아케르는 곧바로 제국 원수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국 원수님. 제가 그만 경솔하게 행동했던 것 같습니다.”


“경솔하게 행동한 건 제토아케르 자네가 아니지. 자, 제레아노르 대공, 현 시국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 한 번 말해보게. 자네 생각이 뭔가?”


제국 원수가 제레아노르 총통을 바라보며 말했다.


“······”


“난 지금 자네에게 발언 기회를 주는 거야, 제레아노르 대공. 어제 발생한 그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한 자네의 생각이 뭐냐고?”


제국 원수가 다시 물었다. 교육생들은 갑자기 벌어진 최고 권력자들의 신경전에 몹시 당황스러웠다.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끼어 버린 새우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몸으로 그런 감정을 표현하면 곧바로 목이 달아날 것 같았기 때문에 티를 낼 수는 없었다.


“그, 저, 아니 내가 생각하는 건··· 콜록 콜록.”


제국 원수와 눈이 마주친 제레아노르 총통은 말을 바로 잇지 못하고 연신 헛기침을 해댔다. 그 역시 약간 당황한 듯 조금 전 까지 여유 있게 물잔을 마시던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결국 안되겠다 싶었는지 제토아케르 총통이 중재에 나섰다.


“제국 원수님, 아무래도 제레아노르 대공이 잠시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그냥 모두발언 마무리부터 하시는 게···”


“제토아케르! 난 지금 폐하로부터 받은 권한에 따라 제레아노르 대공에게 발언권을 준 것이지, 자네에게 준 게 아니야. 모두 잘 듣게. 다른 건 몰라도 황족 회의의 모두발언은 순서도 없이 아무나 나와서 말하라고 있는 게 아니네. 모두발언의 순서는 황제 폐하와 신성 제국의 이름으로 제정된 제국 법령 중 하나이고, 나에게는 첫번째로 발언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 그게 곧 제국의 공식적인 순서임을 잊었나?”


“죄송합니다, 제국 원수님. 시정하겠습니다.”


제국 원수의 말에 제토아케르 총통은 조용히 머리를 조아리고는 고개를 돌렸다. 끝을 모르는 정적 속에서 사람들은 모두 제레아노르 총통의 입이 열리기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한 채 계속 헛기침만 했다. 그러자 제국 원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계속 말이 없으니 제국 법령을 준수한다는 뜻으로 이해하겠네. 제레아노르 대공,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자네 순서에 맞춰 발언 하도록 해. 적어도 모두발언 때는 말이야, 알겠나?”


제레아노르 총통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물병을 들어 병 째로 들이킨 뒤, 작은 병에서 뭔가를 꺼내어 그대로 삼켰다. 제국 원수는 사람들을 향해 몸을 돌린 뒤, 발언을 마저 이어갔다.


“다시 말하지만, 어제 발생한 불경스러운 집단 행동 등을 포함해서 근래 제국 내에 많은 수의 반동 행위들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소. 물론 그것들이 당장 신성 제국에 위협이 되지는 않겠지만, 이는 분명히 주의 깊게 봐야할 문제요. 그래서 오늘 곧바로 비정기회의를 소집한 것이요. 그러니 오늘 회의에서는 최대한 적극적으로 공들의 의견과 협조를 부탁하는 바요. 이상 발언을 마치겠소.”


제국 원수가 말을 마치자 박수 소리가 들렸다. 대부분 제2계급 장군들과 장교들의 박수였다. 그러나 정작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황족들 사이에서는 예상외로 박수가 별로 나오지 않았다.


“다음은 제1총통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제토아케르 총통은 생각했던 만큼 많이 말하지 도 않았고, 그 내용도 제국 원수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황족들의 호응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 다음 발언권자는 제레아노르 총통이었다. 그는 확실히 황족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 보였다. 불과 몇 분전 청중들의 기대를 저버린 총통의 모습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레아노르 총통의 차례가 되자 대부분의 황족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에 제레아노르 총통은 자신감을 얻은 모양인지 다시 한 번 여유 있는 모습으로 손을 흔들어 보였다.


“으흠, 아,아, 항상 공들의 박수는 나에게 힘을 주는 것 같군. 좀 전에는 내 목이 갑자기 잠기는 바람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었소. 제국 원수의 아량에도 불구하고 그에 부응하지 못해 개인적으로 굉장히 안타까웠음을 전하는 바요.”


제레아노르 총통이 전과 같은 능청맞은 목소리로 운을 뗐다. 그의 표정에서는 이전의 자신감이 다시 묻어나오고 있었다.


“제국 원수의 발언대로 어제 굉장히 불경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였소. 공들도 그 반역자들이 어떤 망언을 했는지 이미 알 것이요. 무려 우리들의 영광스러운 국가이자 영원한 터전인 신성 제국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했소! 다른 곳도 아니고 무려 성도에서! 그것도 신성 제국의 성지나 다름없는 성전 기념관 앞에서! 위대하신 대성황, 제레네 5세 폐하 앞에서 그 따위 망발을 일삼았다는 것이요!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그가 잠시 말을 멈추자 황족들이 다시 한 번 박수를 쳤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던 모습과 다르게, 제레아노르 총통은 연설 대회에 나온 사람 마냥 적극적으로 손을 흔들며 제스처까지 취했다.


“게다가 반역자들은 우리들의 신성한 성소에 침입하려 하였고, 급기야 우리들의 혈통을 이어 받은 어린 아이까지 공격하려 하였소. 그리고 유유히 도망치기까지 했고. 이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요. 단순히 사후 대책만 논의해가지고는 해결될 것이 아니란 뜻이요. 내가 종전에 질문하려던 것이 바로 이거요.”


제레아노르 총통이 손까지 휘저어가며 말했다. 황족들은 처음 들은 이야기 마냥 웅성거리기도 하고 이야기에 깊게 공감하다는 듯이 손을 높이 들어 박수를 쳐주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아침에 카스카가 보여주었던 륀 타임즈의 보도와 다를 게 없었다.


“나는 이 자리를 빌어 군무부의 행정 처리 능력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표하는 바요. 나의 달 총통부 신민들은 이미 오늘 아침에 이번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였고 제국의 안위와 미래에 대해 크게 걱정하였소. 지금도 마찬가지고. 그러나, 군무부는 성도에서 이런 사태가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어떤 공식 발표도 내놓지 않았소. 그에 대해 공들은 알고 있소?”


제레아노르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군중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의 손은 옥좌 앞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있는 장군들에게 향했다. 그러자 황족들이 한 두 명씩 장군들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하, 저런···”


한편 자리에서 일어난 제레아노르 총통을 바라보던 제토아케르 총통은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곧이어 그는 일어서려 했지만, 이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제국 원수가 손을 들어 그를 저지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제레아노르 총통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계속 말을 이어갔다.


“물론 나는 이러한 행정적인 미숙과 그로 인한 제국의 위기에 제국 원수의 책임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바요. 내가 생각하기에 진정한 문제는 따로 있소. 그리고 정말로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하오. 이 문제는 모두발언을 마친 뒤에 본 회의에서 말할 것이요. 그럼 이상 발언을 마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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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제국의 멸망 - 제 4장 제나 스완슨 - 3화 +1 18.04.11 102 0 14쪽
23 제국의 멸망 - 제 4장 제나 스완슨 - 2화 18.03.29 113 1 15쪽
22 제국의 멸망 - 제 4장 제나 스완슨 - 1화 18.03.22 155 1 13쪽
21 제국의 멸망 : 제 3장 첫번째 시위 - 8화 18.03.08 179 0 15쪽
20 제국의 멸망 : 제 3장 첫번째 시위 - 7화 18.03.03 142 0 14쪽
19 제국의 멸망 : 제 3장 첫번째 시위 - 6화 18.02.25 87 0 15쪽
18 제국의 멸망 : 제 3장 첫번째 시위 - 5화 18.02.17 141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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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국의 멸망 : 제 3장 첫번째 시위 - 1화 18.01.28 131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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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제국의 멸망 : 제 2장 황족 회의 - 6화 18.01.19 125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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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제국의 멸망 : 제 2장 황족 회의 - 4화 18.01.11 138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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