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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엠파이어 워 : 제국의 멸망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bok2705
작품등록일 :
2017.09.17 23:29
최근연재일 :
2018.04.11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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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3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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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멸망 : 제 1장 신성 제국력 1000년 6월 10일 - 5화

더 늦추면 아예 못할 까 싶어서 이번 기회에 연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연재에 대한 어떤 경험도 없이 지내왔기에 많이 부족하고 어쩌면 저한테만 재미있을지 모릅니다. 그래도 어쨌든 제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단순히 저의 기억 저편으로 묻히기 보다는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여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DUMMY

제 1장: 신성 제국력 1000년 6월 10일

5화


“기동여단장, 쓸데없는 군기는 나중에 잡던가 하고. 빨리 인원 파악이나 끝내. 자네 앞에 선배 서 있는 것도 안보이나?”


종합 학교 교육생들을 향해 불호령을 내리던 기동여단장은 중장의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한 얼굴로 자신의 상관을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부사령관님.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곧 기동여단장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거의 바로 앞에 서있던 그레이지 본이 보기에 진심이 느껴지는 사과는 아닌 듯 했다. 그는 애당초 누가 선배 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그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때 ‘부사령관’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에오스의 대열로 다가왔다.


“에오스 파일라! 하하하, 이게 도대체 얼마 만인가! 잘 지냈나?”


“오랜만입니다. ‘가레스 폰 타이너’ 부사령관님. 잘 지내셨습니까?”


진심으로 반가워하는 듯한 부사령관의 모습에 주변의 군인들이 에오스를 쳐다보았다. 대부분 붉은색 베레모를 쓰고 있던 교수사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놀란 이들은 에오스가 담당하는 교육생들이었다. 그는 수업을 할 적에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이야기 한 적이 없었다.


그레이지 본 역시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주변인이 3성 장군이란 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최고 지휘부의 방어를 책임지는 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관과 부사령관이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는 쉽게 짐작 할 수 없었다. 유일하게 확인 할 수 있는 건 둘은 계급도 다르고 신분도 다르다는 점이었다. 청색 제복을 입은 에오스는 대령 계급에 녹색 베레모를 쓴 제3계급이었고, 청록색 제복을 입은 가레스 부사령관은 중장 계급에 붉은색 베레모를 쓴 제2계급이었다.


“허허, 임관도 겨우 1년 밖에 차이 나지 않는데 딱딱하게 구는 구만. 우리가 전장에서 같이 구른 게 몇 년인데. 그냥 편하게 해.”


가레스 부사령관이 에오스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그는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마냥 환하게 웃고 있었다. 불과 방금 전만 해도 말 한마디로 기동여단장을 제압했던 이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에오스는 가레스 부사령관을 확실히 상급자로 대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부사령관님. 저는 그저···”


“아니긴 뭘 아니야, 이 친구야. 그냥 편하게 하라니까. 허허, 전우에게 그렇게 사무적으로 대할 건 가?’


“하지만··· 알겠습니다. 선배님.”


에오스가 마지못해 말했다. 그나마 호칭이 선배님으로 바뀌긴 했지만 사무적으로 보이는 건 여전했다. 그러자 부사령관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상위 계급이 보통 제3계급을 비웃을 때 보이는 그런 웃음은 결코 아니었다.


“하하하, 여전하구만. 뭐 자네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니까, 더 이상 강요하진 않겠어. 어이, 학교장. 자네도 알고 있었나? 내가 저번에도 말했던 생명의 은인이 바로 이 사람이야. 이 친구 아니었으면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거라고.”


그제서야 다른 이들은 부사령관이 에오스를 보고 왜 그렇게 반가워하는 지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곧 부사령관은 시계를 확인하더니 웃음을 거두고 기동여단장을 보며 말했다.


“뭐, 일단 회포는 나중에 풀도록 하자고. 기동여단장, 인원 확인 다 되었으면 이제 제레네 궁, 아니 군무부 청사로 바로 이동하도록 해. 에오스, 같이 타겠나?”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저는 제 교육생들과 함께 가도록 하겠습니다. 선배님.”


“하하, 자네 하고 싶은 대로 하게. 세상 좁다고 하더니, 자네가 여기서 근무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 그럼 이따 보자고!”


말을 마친 부사령관은 옆에서 보고를 받고 있던 기동여단장에게 손짓을 한 뒤, 학교장과 함께 자신의 관용차에 탔다. 그러자 기동여단장이 교육생들과 교수사관들을 보며 말했다.


“인원 파악이 끝났으니, 모두 장갑차에 탑승하도록!”


교육생들의 탑승이 끝나자, 대형 장갑차들은 대열을 갖추고 일제히 출발했다. 장갑차 내부에서는 외부창이 모두 닫혀 있었던 관계로 바깥을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교육생들은 바깥 풍경 보는 것에는 별 관심 없는 듯 했다. 그들은 대부분 다른 주제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교관님 에게 그런 인맥이 있는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는 걸. 나도 나름 교관님 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생각 했었는데. 본, 너도 교관님 하고 이야기 많이 했잖아. 그 때 뭐 들은 거 없었어?”


“많이 이야기 했던 건 맞지만, 교관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어.”


카스카가 묻자 그레이지 본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제레네도 고개를 젓는 걸로 대신 답했다. 그들은 교실에서 에오스와 이야기를 가장 많이 나눈 교육생 들이었다. 특히 카스카와 그레이지 본은 수업 시간 외에도 에오스와 자주 면담을 하곤 했었다. 그 이유는 비슷했는데, 카스카의 말을 빌리자면 에오스는 그들에게 군 상관을 넘어서 언제든지 고민 같은 걸 토로 할 수 있는 진짜 선생님 같은 존재였다.


수업을 들어오는 교수사관은 에오스 말고도 몇 명 더 있었지만, 그 중에서 교육생들과 깊은 사제 관계를 맺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적어도 수업 보조가 아닌 정교수사관들은 그랬다. 그들이 깊은 사제 관계를 맺으려 하는 대상은 자신들과 같은 계급인 제2계급 소위들로 한정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머지 제3계급 교수인원들은 모두 수업 보조 였기 때문에, 정교수사관 중에 제3계급 출신은 에오스가 유일했다. 그렇기 때문에 에오스가 맡은 교반은 오직 제3계급들로만 이루어진 교반으로, 학교 내에서도 별종 같은 존재로 취급 받았다. 하지만 그레이지 본은 이를 항상 행운으로 여겼다.


“생각해보니까 상담 같은 거 받을 때도 ‘전장’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었네. 수업 때도 이야기 하지 않으셨던 것 같은데.”


“내가 수업 시간에 졸기만 하지 않은 이상,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어. 그냥 저명한 군사학자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런 실전 경험을 가지고 계신 줄은 몰랐네.”


카스카가 말했다. 에오스는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꽤 많이 말해주는 편이었지만, 가레스 부사령관이 언급한 ‘전장’ 이야기는 주변 사람 이야기와 같이 한 번도 언급 한 적이 없었다. 물론 제복에 달려 있는 약장을 통해 그가 많은 경험을 쌓았다는 건 어렴풋이 짐작 가능 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중에 사람을 구한 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교육생 전원 하차하도록!”


얼마 지나지 않아 경비단 대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곧 장갑차의 문이 열리며 교육생들이 일제히 내렸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들은 뭔가 다른 장소에 도착 한 것 같았다.


‘제국 군무부 청사가 맞나? 대체 어디로 들어 온 거지?’


그레이지 본은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교육생들은 거대한 공동 같이 생긴 곳에 들어와 있었다. 그 곳은 사진이나 교육 자료 등에서 보아온 군무부 청사가 아니었다. 그들 앞에는 자신들이 타고 온 장갑차에 비해 훨씬 많은 수의 장갑차량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전 교육생들은 모두 대열을 맞춰라. 지금부터 보안 검색 구역으로 이동한다.”


기동여단장이 교육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옆에는 어느새 많은 수의 실무 장교들과 완전무장한 경비단 대원들이 다가와 도열해 있었다.


“그리고 지금부터 교수사관들을 포함한 군사 학교 전 인원은 제국 군무부 경비단과 보안군의 통제를 받는다. 모두 각 교반에 배치되는 실무진의 통제에 따르도록. 모두 이동!”


기동여단장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경비단 대원들이 다가와 교육생들 옆에 자리잡았다. 그들은 말없이 손을 들어 수많은 장갑차들의 대열 끝자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붉은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교육생들은 보안 검색 구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두워서 인지하기 힘들었지만, 공동은 생각보다 매우 넓고 거대했다. 또한 거대한 규모만큼 장갑차 뿐만 아니라 각종 기갑 병기들이 가득히 배치되어 있었다. 기갑 병기의 종류는 이족 보행 병기부터 거대한 전차들까지 매우 다양했다. 그리고 녹색 베레모를 쓴 많은 수의 군인들이 병기 근처에서 각자 맡은 업무를 보고 있었다. 이런 장소와 병력의 존재는 교육생들이 한 번도 듣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레이지 본에게도 이 정도 규모의 병력을 실제로 접하는 건 처음이었다.


‘확실히 최고 지휘부라 다르기는 다르구나. 그간 이 정도 되는 규모의 병력은 기록물로만 접해왔는데···”


공동에는 많은 수의 병력과 함께 수많은 감시 장치도 같이 있었다. 가이아 폴리스 내의 다른 지역에도 감시 장치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가이아 폴리스는 하다 못해 집 앞 기차역만 가도 감시 카메라가 먼저 맞이해줄 정도로 감시 장치가 많은 도시였다. 그러나 이 공동은 그 중에서도 감시 장치들이 가장 많이 설치된 장소일 것 같았다. 마치 셀 수 없이 많은 붉은 눈들이 작은 행동 하나 하나까지 모두 감시하는 듯 했다.


꼭 역 앞에서 감시 카메라 눈치를 보며 서성거리던 노숙인이 된 것 같았다. 한 가지 다른 건 현재 카메라 앞을 지나는 노숙인들은 군청색 제복을 입었다는 점이었다. 마침내 멀리서 빛나던 붉은 빛에 가까이 도달 했을 때, 그들 앞에 여러 개의 문이 나타났다. 경비단의 지시에 따라 교육생들은 교반 별로 나뉘어 각자 배정된 문으로 들어갔다.


“계속 걸어라.”


교육생들은 계속 걸었다. 각종 검색 시설이 있을 것이라 예상 했던 바와 달리 온통 새까만 통로만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나가는 문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거대한 우주선에 있다가 우주로 나온 듯 했다. 그 때문에 도저히 배경을 분간할 수가 없어서 통로가 얼마나 길게 이어지는 지도 알 수 없었다. 그들이 실제로 접한 제국 군무부는 사진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목적지 없이 얼마나 걸었을 까, 어느 순간 갑자기 불이 들어오며 사방이 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교육생들 앞에는 어느새 커다란 문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 뒤 상황 파악을 할 새도 없이 곧바로 문이 열리며 또 다른 구역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보아 온 곳과는 달리 나름대로 익숙한 양식의 공간이었다. 이제서야 화려한 장식물들과 여러가지 색깔의 대리석들로 꾸며진 사진 속의 제국 군무부 청사에 들어온 것이었다.


“에오스! 다시 만나게 되었구만!”


미리 기다리고 있던 가레스 부사령관이 반갑게 웃으며 에오스를 맞이했다.


“이거 참, 점심이라도 대접해야 하는데, 워낙 갑작스럽게 내려진 거라 준비를 못했구만. 사실 우리도 굶었네. 자네도 오전에 좀 당황스러웠지?”


“아무래도 수업 시작 직전에 갑자기 통보가 내려왔던 지라, 약간 그렇기는 했습니다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약간 그런 게 아니라 그냥 황당하지 뭐. 아무리 그래도 최고 지휘관이랑 지휘부가 멀쩡히 두 눈 뜨고 있는데 그 직할 부대를 통제 하려하니, 하, 참나, 그만큼 어이 없는 경우가 어디 있겠나? 근래에 ‘제국 원수’ 각하께서 그렇게 격노하신 적이 없었네.”


“무슨 일이 있었나 보군요.”


“있었지. 크게 있었지. 이따 회의 때 무슨 일이라도 나지 않으면 다행이야. 아까 대충 이야기 들어봤는데, 학교장은 이제 조만간 경질 될 것 같네. 휴, 사실상 우리 중장들이 실무는 다 책임지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매번 이렇게 살얼음판 위에서 걷는 것 같으니 원. 언제까지 이러고 눈치 보면서 살아야 하는 지 모르겠다.”


가레스가 말했다. 그는 얼굴을 찡그린 채 연거푸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레이지 본은 에오스 바로 뒤에 서있었기 때문에 부사령관과 교관 사이에서 어떤 대화가 오가는 지 대강 다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에오스는 듣기만 하는 편이었고 가레스 혼자 계속 말을 하고 있었다) 교육생들이 모처럼의 휴식이라고 생각했던 그 시간 동안 최상급 지휘부끼리 갈등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살얼음판이야 살얼음판. 제국 총통의 말을 무작정 무시할 수도 없는 데, 그 눈치를 보면 군무부가 모가지 날리고. 나만 해도 그래. 아버지는 군무부에서 달 총통부 엿 먹이고 있는데 또 아들 녀석은 그 총통부에서 근무한단 말이지. 괜히 불똥 튀는 거 아닌가 몰라.”


“크리스 말입니까? 벌써 그렇게 컸었군요.”


에오스는 주로 가레스 부사령관이 열 마디를 말할 동안 한 두 마디 밖에 말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그와의 자리를 편하게 여기고 있지 않은 듯 했다.


“그래, 이 사람아. 그러게 연락도 좀 하고 살자니까. 뭐, 나도 마음 같아서는 더 좋은 직장에 다니게 하고 싶지만, 아들 녀석이 아버지 이어서 제국에 헌신하겠다는데 그걸 어떻게 말리겠나? 그래도 그 녀석 임관식날 가장 생각났던 게 누구 였었는 줄 알고 있나? 자네 였네. 자네가 아니었으면 난 그 자리에 있기는 고사하고, 걔가 어떻게 커가는 지도 평생 몰랐을 거라고. 아마 내 시신도 수습 못했을 거야.”


“전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선배님.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까 여단장한테 갈굼 받으면서도 그냥 있는 모습을 봐서 더 그런 거야. 자네보다 6~7년은 후배일 거라고. 어쩌다가 이렇게 꼬여버린 건지··· 자네는 내가 보기에 중장까지는 무리 없이 진급하고 남을 인재였는데.”


그레이지 본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닐 까 생각했다. 상위 신분에 그것도 제국 군무부 경비단 부사령관의 지위를 가진 고위급 장군이 제3계급 출신의 장교를 입에 마르도록 칭찬하고 있었다.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학교에서 붉은색 베레모를 쓴 이들이 녹색 베레모를 쓴 군인들에게 칭찬은 둘째 치고 사적으로 말 거는 거 자체를 본 적이 없었다.


“과찬이십니다, 선배님. 여기까지 온 것도 천운이었는 걸요.”


“자네 그러지 말고 이번 인사 이동 때 경비단에 들어올 생각 없나? 어차피 조금 있으면 인사 이동 시즌이고, 더군다나 학교장 경질 되고 나면 학교 내에서도 대대적인 인사가 이루어질 텐데. 그리고 이제 나한테도 그 정도의 힘은 있다고.”


“제안은 정말 감사합니다, 선배님. 하지만 저에게는 가르치는 일이 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확실히 세월이 많이 흐른 모양이야. 야전에서 날아다니던 자네가 그런 선생님같은 말을 하니, 상상이 가지 않는 군.”


그건 교육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에오스는 군사학을 대단히 잘 가르치긴 했지만, 야전 군인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그들에게 에오스는 오랫동안 많은 지식을 쌓은 현자 같았다. 실제로 그들이 접하게 되는 논문 중 상당수도 에오스가 쓴 것들이었다.


“부사령관님. 전 인원에 대한 보안 검색을 완료하였습니다. 별 이상 없었습니다.”


“당연히 별 이상이 없어야지. 명색이 상급 장교 양성 기관인데, 있으면 큰일나려고. 그러면 이제 황족 맞이를 해야 할 시간 같군. 명단에 따라 재편성 하고 각자 위치에 배치시키도록 해.”


어느새 기동여단장이 다가와 모든 절차를 끝냈다고 보고하자 가레스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부사령관님.”


“그럼, 에오스, 만나서 정말 반가웠네. 회의 끝나고 시간 되면 못한 이야기나 더 하자고. 그리고 내가 한 제안 너무 넘기지만 말고 잘 생각해봐. 자네는 학교에만 있기에는 분명히 아까운 인재야.”


가레스 부사령관은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수행원들과 함께 홀을 떠났다. 그리고 명단에 맞게 새롭게 대열이 형성되었다. 이상하게도 교수사관들 중 회의장 내부로 들어가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제국의 중심부로 들어가는 이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교육생들 뿐이었다. 그들은 하나 같이 모두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치 들어가면 다시 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


교육생들은 대열 재편성이 끝나자 마자 경비단의 통제 하에 회의가 열리는 제레네 궁 본 건물로 향했다. 이미 황궁으로서 실질적인 기능을 상실 한 지 1000년이 다 되어갔지만, 황궁은 여전히 황궁이었다. 그야말로 보물이라 불릴 물건들이 복도와 건물 곳곳에 널려 있었다. 제국 종합 군사 학교도 꼭 최고급 예술품만 모아 놓은 박물관 같았지만, 제레네 궁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너희들이 할 일은 어렵지 않다. 그저 황족이 입장하면 목이 쉬도록 소리만 질러라. 그리고 절대 움직이지 마라. 또 어떤 지시 사항이든 간에 무조건 복종해라.”


교육생들이 각자 배정된 구역에 배치될 때 마다 경비단 실무진들이 말했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청록색 제복을 입은 장군들이 계속 보였고, 긴장감은 배가 되었다. 일 년에 한 두 번 볼까 말까 한 사람들이 눈 앞에 우르르 나타나니 그저 앞이 캄캄할 뿐이었다.


같이 이동하고 있던 교육생이 줄어듦에 비례해서 늘어나는 긴장감은 나머지 인원들의 목을 조여왔다. 곳곳에서 경례 소리가 들리고 장군들의 불호령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불호령을 한바탕 맞은 실무진 장교들은 정신없이 뛰어다녔고 또 다른 하급자에게 성질을 부렸다.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모두가 예민해져 있었다.


복도로 배정된 마지막 인원들이 모두 빠지고 난 뒤 남은 인원들은 텅 빈 홀에 도착했다. 경비 병력도 보이지 않는 홀에는 오직 옛 전쟁 영웅들의 전신상 들만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중요한 회의가 열린다고 하기엔 뭔가 준비가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에 대해 뭘 물어볼 염두가 나지는 않았다.


“분명히 말하지만 절대로 움직이지 마라. 너희는 그저 오늘 갓 설치된 조각상 중 하나라고 생각해. 고개도 돌리지 말고 그저 정면만 응시해라. 그럼 모두 들어갈 준비 해라.”


끝까지 따라온 기동여단장이 옆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제서야 교육생들은 자신들이 회의장에 온 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기동여단장이 가리키는 곳에 이제 막 열리고 있는 거대한 황금문이 보였다.


-제1장 끝-


작가의말

한 해 좋은 마무리 되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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