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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현 님의 서재입니다.

무한 회귀 게임 속 고인물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이성현
작품등록일 :
2024.07.20 15:35
최근연재일 :
2024.08.03 16:13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2,020
추천수 :
169
글자수 :
110,221

작성
24.07.20 18:00
조회
195
추천
13
글자
5쪽

프롤로그

DUMMY

“하아.”


긴 한숨이 절로 흘러나온다.


그야 어쩔 수 없다.

나와 함께 싸우던 동료들이 하나 둘 씩 죽어가는 광경을 직접 봐야만 했으니 말이다.


“이번에도······.”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면서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훔쳤다.

그러자 땀과 뒤섞인 피가 손등을 흥건하게 적셨다.

그걸로 끝나지 않고 몸 여기저기에 생긴 크고 작은 상처에서 흘러내린 피가 발 주변을 붉게 물들였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아래로 비스듬히 내린 검을 타고 핏방울이 아래로 뚝뚝 떨어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 형상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구겨지고 금이 간 방패 위로.


“실패했군.”


원치 않았던, 이전과 똑같은 결과를 또다시 맞이한 내 입가에 쓴 웃음이 자리 잡았다.


예전에는 주체하기 힘든 분노가 치솟았고, 불행으로 끝나는 운명을 막지 못한 스스로에 대해 경멸이라는 감정에 매몰되었다.

거기에 더해, 함께했던 동료들의 죽음을 앞두고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실패가 반복되다 보니 격한 감정은 더 이상 피어오르지 않는다.


허탈함.


회귀에서 벗어나기를 갈구하는 입장에서 절대 가져서는 안 되는 기분에 휩싸인 나는 부들부들 떠는 오른손을 쳐다봤다.


“이렇게나 어려운 게임은 아니었는데, 얼마나 실패한 거지? 나 원 참······.”


지금 내가 있는 곳이 게임 속 세상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걸 떠올리자 온몸의 기운이 빠지면서 오른손에 쥐고 있던 검이 아래로 툭 떨어졌다.


“젠장, 또야.”


피투성이가 된 몸이 희미해지면서 의식이 흐려진다.


곧 나에게 닥칠, 이제는 헤아리는 것조차 포기할 정도로 지겹게 반복한, 회귀가 임박했다는 신호다.

감정조차 추스를 시간조차 주지 않겠다는, 미지의 존재가 발휘하는 강제력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일그러졌던 표정이 원래대로 돌아가면서 다시금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후우······ 지긋지긋해.”


이번 생에서도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했었다.

이전 생에 저질렀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고, 1분 1초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열심히 달려 나갔다.


목적은 오직 하나.


회귀라는 굴레에서 탈출하고 지긋지긋한 게임 속 세상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하지만 결과는 보다시피 실패다.

이대로라면 난 다음번 생에서도 실패할 게 분명하고, 또다시 회귀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이번 생은 내가 얼마나 살았더라.”


나는 오른손을 들어 엄지부터 하나씩 접었고, 접은 약지부터 펴면서 숫자를 셌다.


이번 생에서 내가 살아온 시간은 20년.

회귀한 시점의 나이까지 포함하면 38년.


나는 길었다면 길다고 할 수 있고, 짧았다면 짧다고도 할 수도 있는 세월을 곱씹으며 허망함을 느꼈다.


“또 실패하지 않으려면 고민할 거리가 너무 많은데, 이 상태라면 다음 생에도 노력해봤자 배드 엔딩 보고 회귀할 게 분명하고······.”


갑작스럽게 즐기던 게임에 빙의.

그 게임 속 세상에서 탈출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트루 엔딩에 도달하는 것.


그러나 실패한 이후 겪게 된 회귀.

그렇게 빙의하던 시점으로 되돌아가 훨씬 더 노력했지만 실패하고 다시 회귀.


1번, 2번, 3번.


계속된 실패로 인해 되풀이한 회귀가 10번을 넘고, 20번을 돌파하고, 그 뒤부터는 숫자를 매기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반복된 상황.


그러다 보니 나는 너무나 지쳐있다.


힘을 키우고, 동료들을 모으고, 적들과 싸우는, 피로 점철된 삶을 또 한 번 반복할 자신이 솔직히 없다.

이렇게 의욕이 없어진 상태로 회귀하게 된다면?


매번 하던대로 해봤자 앞서 거쳤던 생보다 더욱 참혹하고 비참한 결말을 맞이할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


나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 피가 입술 사이로 스며들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의식이 완전히 어둠 속에 갇히기 바로 직전이 되어서야 나는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


다음 생은 좀 쉬자.


이제까지 내가 반복했던 삶과 다르게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웬만하면 남에게 시키자.

어떻게든 내가 직접 나서서 모든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벗어나서, 여유를 가져보자.

내가 강해져야 한다는 의무감도 떨쳐내자.


아니, 더 나아가 게임을 클리어해서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겠다는 목적을 다음번 생에서는 포기하자.


앞으로 얼마나 더 회귀할지 모르는데, 한 번 정도는 쉬어가는 건 나쁘지 않잖아?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이성현입니다.


오래간만에 새 글로 다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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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인터넷도 없고, 스마트폰도 없으니······(2) 24.07.28 75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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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DLC 출시는 아직 안 되었을 텐데?(1) 24.07.24 116 1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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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왕위를 포기하는 중입니다(2) 24.07.20 163 12 13쪽
2 왕위를 포기하는 중입니다(1) 24.07.20 178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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