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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가 케익 먹는 햄버거가 되는 그 날까지~!

운명을 던져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백수77
작품등록일 :
2013.09.18 02:21
최근연재일 :
2015.04.0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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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5.03.2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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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여우 굴 03

DUMMY

“전 이슬 씨를 살해하지 않았다고요!”

나백현의 언성이 살짝 올라가자, 박 검사는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그 앞에 던졌다. 바로 전날, 경찰서에서 봤던 같은 사진이었다.

“그럼 이것은 어떻게 설명하려는 겁니까?”

“제가 아닙니다.”

“뭐라고요?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죠.”

“제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아니다? 이렇게 선명하게 얼굴이 찍혔는데도?”

“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대체 어느 멍청한 놈이 살인을 하려는데 이렇게 cctv에 얼굴을 들이밉니까?”

“가끔 이상한 사람은 있기 마련이지…… 뭐,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것으로 끝내지요.”

녹음기를 끈 박재학 검사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거 고맙군. 혹시라도 자백을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말이야.”

“무슨 말이에요.”

“안 그래도 지난번 사건 때문에 내 입장이 매우 난처하게 됐었는데, 이 덕에 기 좀 피겠어.”

그 말에 나백현은 순간 온 몸에 지렁이 수십 마리가 지나가기라도 하듯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니, 지금 박 검사의 몸에서 흘러나와 자신의 몸을 칭칭 감아대고 있는 검은 운명의 실을 보자니 분명 많은 것을 꾸몄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혹시……’

불길한 예감이 스친 박현이 물었다.

“혹시…… 이번 사건관련 증거들을 로펌이나 변호사들에게 먼저 흘리고 내 사건을 맡지 못하게 했습니까?”

“설마…… 내가 그런 짓을 왜 하겠어?”

말은 그리하지만 표정은 ‘맞다!’고 시인하고 있었다. 이에 박현은 절망했다. 범죄용의자는 재판을 받는 내내 구치소에 구속되어있어야만 한다. 그렇기에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의 도움이 절실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변호사가 이미 선입견을 가지고 이 사건에 임한다면 과연 최선을 다해줄까? 아마도 검찰에서 공유해주는 증거만 만지작거리며 빈틈이 있을까 고민하는 것으로 끝나리라.

물론, 대부분의 사건은 그것만으로 족하리라.

하지만 나백현처럼 특별한 능력을 가진 자들이 조작한 함정에 빠진 자는 과연 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도와줄 수 있을까?

불가능해 보였다.

그럼 그가 할 수 잇는 일이 무엇일까?

‘정말 탈출 밖에 답이 없나?’

솔직히 두려웠다. 무서웠다. 강력범죄와 관련된 사건에 연루된 적이 이번으로서 두 번째인 그이지만 이번처럼 빠져나갈 구멍이라고 하나 보이지 않는 완벽한 함정은 처음이다. 그렇기에 이 상황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며 견딜 수 없는 압박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구치소로 송치되기 전에 탈출하겠다는 생각을 하니 심장이 두근거리며 당장 토라도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봐! 괜찮아?”

나백현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지며 식은땀을 줄줄 흘리자 박 검사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살인마가 죽는 것은 문제 없지만 조사를 받는 도중 죽기라도 한다면 인권단체에서 자신을 귀찮게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젠장. 이 새끼 병원으로 좀 데려가 봐.”

박 검사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져 가슴을 부여잡고 거칠게 숨을 몰아 쉬는 나백현을 내려다보며 취조실 밖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두 형사가 들어와 나백현을 보고는 양쪽에서 팔을 잡고 일으켰다.

“병원 데려가 의사에게 보이고 곧바로 구치소로 보내.”

“예, 검사님.”

“아! 지금 기자들 몇몇이 진을 치고 있을 테니까 앰뷸런스 부르지 말고 뒷문으로 해서 직접 데려가.”

박재학 검사는 혹시 기자들 중에서 불과 얼마 전에도 자신이 나백현을 기소하려던 것을 기억할까 두려운 것이었다. 그럼 말 만들기 좋아하는 소수의 언론에서 나백현이 앰뷸런스에 실려나가는 것이 폭력을 가했다니 하는 헛소문으로 변론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사실 그런 헛소문쯤이야 문제 없지만, 만에 하나 나중에 재판이 시작됐을 때 이것을 상대가 역이용할까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두 형사의 손에 이끌려 뒷문을 통해 건물을 나선 나백현은 주차장 가장 후미진 곳에 세워진 형사 차에 오르기 직전에 토를 했다.

“웩!”

전날 먹은 것이 없기에 침과 쓴 위액 외에는 나오는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나백현을 양쪽에서 붙잡고 잇던 형사들은 토사물이 자신들의 바지에 튈까 봐 뒤로 살짝 물러섰다. 그러자 나백현은 아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시원하게 헛구역질을 해댔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나백현의 머리는 맹렬하게 움직였다. 검찰청이지만 주차장…… 그것도 가장 후미진 곳이기에 잘하면 조용히 빠져나갈 수 있을 듯 보였다. 게다가 지금 주위는 다른 자동차들로 들러 싸여있고 근처에 오가는 사람도 없기에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다만, 도망가겠다는 스스로의 의지만 필요할 뿐이었다.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계속해서 마음속으로 갈등을 하고 걱정을 하는 도중에도 나백현의 운명의 실은 마음 깊은 곳에 숨겨있는 살고자 하는 의지를 따라 스스로 움직였다. 실은 슬슬 움직이더니 두 형사의 몸에서 비어져 나온 운명의 실을 구렁이처럼 칭칭 감더니 조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둘은 빈혈환자마냥 머리가 핑 돌더니 그대로 주저 앉아 버렸다.

나백현은 재빨리 고개를 들어 혹시라도 이 광경을 지켜보는 자가 있는지 주위를 살폈다. 다행이 주차장에는 아무도 있지 않았으며 검찰청 입구와 정문을 지키는 경찰들의 시선 역시 다른 곳을 보고 향해 있었다.

아마 주위에 주차 되어있는 자동차들 때문에 두 형사가 바닥에 쓰러진 것을 보지 못한 덕분이리라.

‘지금 가자. 지금 가자.’

나백현은 자꾸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일어섰다. 그러나 이대로 갈 수 없었다. 자신이 이곳을 떠나는 대로 바닥에 쓰러진 형사들은 곧바로 일어설 것이 분명했다. 그럼 그는 검찰청 입구를 지나가기 무섭게 곧바로 체포되고 말리라.

그리고 나백현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증거를 찾기까지는 이대로 잡힐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해서 그는 형사의 주머니를 뒤져서 자동차 키를 찾았다. 그리곤 자동차 뒷좌석 문을 열고 두 형사를 그 안에 집어넣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은 지금 점혈을 당한 겁니다. 무협 영화에 보면 나오지요? 점혈. 여기저기 콕콕 누르면 움직이지 못하는 거요.”

두 형사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라도 점혈이라는 것이 뭔지 모르면 어쩌나 걱정했던 그로서는 참으로 다행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긴, 남자들 중 왕년에 중국무협영화 안본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나백현이 계속해서 설명했다.

“저는 엄청난 고수라서 하수들처럼 직접적으로 누르지 않고도 점혈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점혈은 곧 있으면 풀릴 겁니다. 하지만 점혈이 풀린 이후 1시간이 지나기 전에 갑자기 움직이거나 소리를 치면 기혈이 얽혀 풍을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절대 움직이지 마십시오. 저를 놓치는 것은 기정사실인데 그것 때문에 건강을 잃으면 안되잖아요. 안 그렇습니까?”

나백현의 달콤한 속삭임에 형사들의 의지 역시 꺾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운명의 실의 색이 점점 옅어지는 것을 보고는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긴 대한민국처럼 경찰이나 소방수 같은 공무원에 대한 사후처리 등이 후진국에서 자신이 죽거나 건강이 나빠지면 자신만 손해이니 당연한 것이리라.

“그리고 이 말을 꼭 전해주십시오. 저는 저의 무죄를 증명할 모든 증거를 가지고 다시 올 것이라고 말입니다.”

여기까지 말한 나백현은 다시 한번 고개를 살짝 들어 주위를 살피고는 천천히 입구 쪽으로 다가가며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입구와 가까워 질수록 너무 불안해서 머리에서는 땀이 줄줄 흐르는 지경이었다.

집에서 곧바로 유치장으로 갔다가 다음날 검찰청으로 이송된 탓에 평상복을 입고 있건만, 자꾸만 죄수복을 입고 있는 것마냥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것이 불안한 것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스스로를 다독이며 천천히 걸어서 입구를 지나갔다. 물론,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찰 앞을 지날 때에는 너무 긴장하여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을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걱정과는 달리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나백현은 검찰청을 빠져 나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의 얼굴 표정은 절대 좋을 수 없었다. 곧 있으면 공개수배가 전국적으로 내려질 것이며 자신의 얼굴을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여론이 모두 자신을 살인마로 몰아가기 시작하면 이 땅에서 그가 맘 편히 설 수 잇는 곳은 없으리라.

‘엄마아빠가 여행에서 돌아오려면 아직 보름 남았으니 그 안에 해결해야 할 텐데……’

핸드폰 로밍을 하지 않아 지인이나 친인척이 부모님께 전화 걸 일은 없었다. 그러니 부모님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맘 편히 증거를 찾고 범인을 잡으러 다닐 수 있으리라.

하지만 솔직히 말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다. 지갑이나 모든 것은 경찰서에서 내놓아야 했다. 또한, 곧 있으면 자신이 탈출한 것이 알려지며 검찰이 자신의 모든 통장을 묶어버릴 것이다.

즉, 그는 돈 한푼 없는 빈털터리라는 뜻이었다. 헌데, 과연 빈손으로 모든 조사를 할 수 있나 싶은 것이었다.

‘혜리 씨에게 가볼까?’

이혜리 검사라면 분명 자신의 무죄를 믿어줄 것이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무죄를 증명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괜히 그녀에게 무거운 짐을 안겨주기 싫은 것이었다.

게다가 지금 이혜리는 검찰청에서 일하고 있을 시간이다. 그러니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는 집 근처에서 퇴근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그때쯤이면 분명 그가 탈출한 것이 알려지고 그녀의 주위에도 감시를 붙일 것이 뻔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검-경찰이 예상치 못할 곳을 찾아가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데……’

아주 잠시 고민을 하던 나백현은 곧바로 두 눈을 반짝이고는 수많은 자동차와 사람들이 오가는 서울 한복판을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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