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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가 케익 먹는 햄버거가 되는 그 날까지~!

운명을 던져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백수77
작품등록일 :
2013.09.18 02:21
최근연재일 :
2015.04.0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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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0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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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피로 물드는 밤 03

DUMMY

2.


복도를 걷는 박재학 검사의 발걸음에는 힘이 넘쳐났다. 뿐만 아니라 높이 치켜든 고개와 정면을 바라보는 눈빛은 너무나도 당당했다. 검사장의 호출을 받고 가는 것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똑똑.

박 검사가 노크를 하고 검사장 직무실에 들어서자, 매우 작고 날카로운 눈을 둥그런 무테안경으로 가린 김승원 검사장이 고함을 지르며 맞이했다.

“이 미친 새끼야! 너 제정신이야!”

하지만 박 검사는 검사장의 욕설에도 얼굴을 조금도 붉히지 않은 채,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부르셨습니까?”

“이 새끼가…… 현직검사를 기소하는 새끼가 어디 있어? 아니, 기소를 한다 쳐. 그럼 제대로 수사를 하고 확실한 증거가 있을 때 기소를 해야지, 조사조차 되지 않은 사건을 맡아놓고 현직검사를 기소해? 너 제정신이야?”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검사가 증거인멸 가능성도 있고 해서 빠르게 움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미친놈아! 증거인멸? 빠르게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지금 그것을 말이라고 해? 지금 기자들 때문에 내가 전화가 불이 날 지경이야.”

“죄송합니다. 그러나 기자들 무섭다고 제가 해야 할 일을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새끼가…… 아니, 그래. 기자들을 무서워할 이유는 없지. 그런데 네가 모든 절차를 다 건너뛰고 엉터리로 현직검사를 기소했는데, 어느 미친 판사가 이 사건이 진행되게 나둘 것 같냐?”

검사장의 말에 박 검사는 조용히 품에서 종이를 꺼냈다.

“좀 전에 왔습니다.”

“뭔데?”

“이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입니다.”

“……”

김승원 검사장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구속영장을 받아서 직접 확인했다. 설마하니 모든 절차 따위를 무시한 이 사건에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판사가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치도 못했다.

바로 그때, 전화가 울렸다.

-따르릉.

김 검사장이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기를 바라보자, 박 검사가 말했다.

“받으십시오.”

“뭐?”

“지금 받는 것이 좋습니다.”

마치 무언가를 아는듯한 그의 말에, 검사장은 의심의 눈빛을 감추지 못한 채 수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는 약 5분 가량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굳은 표정으로 통화를 하고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방금…… 청와대 비서실장이었어. 그에게서 전화가 올 것을 알고 있었냐?”

“누군가 전화를 할 것이라고는 짐작했지만, 비서실장이 직접 전화할지는 몰랐습니다.”

“몰랐다는 말이야?”

“예. 뭐, 법무부장관님께서 하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지만…… 비서실장이 직접 할 줄은 진짜 몰랐습니다.”

너무나도 태연한 박 검사의 대꾸에 김승원 검사장은 작은 눈을 더욱 가늘게 뜨며 노려봤다. 검찰에 발을 들여놓은 인간 중에 정말로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들어오는 인간은 반도 되지 않는다. 모두 하나같이 뛰어난 머리를 믿고 가슴에 큰 야망을 숨기고 들어온다. 그들 중 대부분은 검찰에서 높은 자리로 올라가길 원하거나 아니면 경력을 쌓은 다음 로펌으로 가서 엄청난 연봉을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소수는 정계의 꿈을 꾸기도 한다. 그리고 박재학 검사는 이 소수에 포함돼있을 가능성이 컸다.

“박 검사.”

“예, 검사장님.”

“자네가 먼저 전화를 건 것인가?”

“어디를 말씀이십니까?”

박재학이 되묻자 김승원 검사장은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잖아. 평화당(여당) 말이야.”

“네. 제가 먼저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 쪽에서 이런 일이 있으면 연락 달라는 부탁해온 것은 아니고?”

“그런 전화는 없었습니다.”

그 말에 김승원 검사장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박 검사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지금 모든 것이 이 검사에게 매우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하기야 이동현의 경제사기사건부터 최재원 전 의원의 살인 및 자살사건까지 모두 이혜리 검사가 맡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녀가 조사한 모든 것은 평화당과 청와대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 여당 측에서는 이 기회를 이용해 어떻게 해서든 이 검사의 명예를 떨어트리고 그녀가 맡은 사건들 역시 백지화시키려는 것이리라.

‘하긴…… 이런 것을 대비해서 새내기 검사에게 맡긴 것이지만……’

정치인이나 경제인이 관련된 큰 사건이 터질 경우,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만약, 수사결과가 맘에 들지 않으면 별의별 꼬투리를 잡고 담당검사를 좌천시킨 다음 다른 베터랑 검사가 맡는다. 그리고 두 번째 수사 때는 위쪽에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나오는 것이 관례 아닌 관례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런 일로 인해 현직검사를 정식으로 기소하고 구속까지 한 적은 없었다. 그 때문에 지금 김승원 검사장은 화가 치민 것이었다. 물론, 청와대의 비서실장에게서 직접 전화까지 받은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지만……

“위쪽에서 자네에게 이 검사에 대한 조사를 맡기라고 하는군. 그리고 법원에서 구속영장까지 보냈으니…… 뭐, 알아서 해.”

“감사합니다.”

“감사할 것이 있나. 위쪽에서 하라면 해야지. 대신 기자들과의 브리핑은 자네가 다 맡아서 하게. 무슨 말인지 알겠나?”

“예.”

박재학 검사는 인사를 하고 되돌아섰다. 그리고 검사장실 문을 닫은 그의 입가에는 짙은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는 G&W 서울지부의 백 사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순간부터 자신을 위해 계획을 세웠다.

그에게 있어서 최연우 전무 실종사건의 진실 따위는 관심 밖이었다. 오로지 자신의 야망을 이뤄줄 수단을 뿐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 놓여진 이혜리 검사라는 먹이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이것이야 말로 절호의 기회야.’

G&W가 한국에 로펌을 세우고 그가 그곳을 맡아 이끌게 된다면 일반인들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돈을 만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부(富)가 이 세상의 전부일까? 아니다. 돈보다 더 탐스러운 과일이 있다면 그것은 권력이리라. 그리고 그는 그 과실을 얻기 위해 직접 평화당 측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고, 궁지에 몰린 여당은 그가 내민 손을 냉큼 잡았다.

지금까지 이혜리 검사가 조사한 내용은 여당에게 매우 불리한 증거밖에 없다. 물론, 청와대와 여당은 이런저런 꼬투리를 잡아 좌천시키는 방법을 사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 봐야 여론을 쉽게 설득시킬 수 없으며 야당의 비난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사건을 조사하던 검사가 납치 및 실종사건 혐의를 받는 범죄자라면? 그럼 여당은 아무런 정치적 손실도 없이 이혜리 검사가 지금까지 조사해온 해온 이동현과 최재원 전 의원의 사건을 백지화시키고 잘한다면 아예 묻어버리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바로 이 점이, 박재학과 평화당이 노리는 부분이었다.

그는 자신의 손에 들린 구속영장을 봤다.

‘이런 것은 직접 통보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그리고 나를 위해 희생하는데 이 참에 국밥이라도 사주는 것도 좋을 테고……’




결정을 내린 박재학 검사가 유치장에 있는 이혜리를 만나기 위해 검찰청을 나서는 동안, 그녀는 나백현과 칼 피츠의 면회를 받고 있었다.

“혜리 씨. 괜찮으세요?”

나백현이 유치장에서 하루 밤을 보낸 이혜리를 보며 안타까워했다. 하긴, 어제 최연우 전무에게 납치를 당한데다 병원에서 곧바로 유치장으로 오는 바람에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런 것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환하게 웃었다.

“제 걱정은 마세요. 그보다 어떻게…… 경찰에서 뭐라고 하지 않던가요?”

“곧 참고인 자격으로 부르겠다고 말하고 아직은 아무 말 없었어요.”

“그럼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죠?”

“예.”

나백현과 칼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자, 이혜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네요. 그럼 경찰에서 불러서 조서를 꾸미기 전에 어제 일에 대해 입을 맞추는 것이 중요해요.”

“어떻게요?”

“모든 것은 본 사실 그대로 말씀하시면 되요. 다만, 최연우 전무가 흡혈귀니 하는 말은 제외하고요. 물론, 그가 소멸됐다느니 하는 말도요.”

“그럼 도망쳤다고 해야 하나요?”

“네. 그냥 그가 도망치는 것을 봤다고만 하면 되요. 무슨 차를 타고 갔느니 하는 자세한 단서는 그냥 보지 못했다고 하고 넘어가세요.”

“알았어요.”

“하지만 그것보다 칼 피츠 씨와의 관계정리를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해요.”

칼 피츠도 그녀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며 그는 이미 생각해놓은 것이 있는지, 먼저 입을 열었다.

“예전에 제가 G&W에 의해 피해를 입은 투자자의 민사소송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패소를 하였으나, 이번에 G&W 서울지부의 이동현 씨의 사건과 비슷한 사례라 제가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미스 리(Miss Lee)에게 비공식적으로 연락을 했습니다. 그리고 혹시 도움이 될까 하여 한국까지 왔습니다.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그 사건이 실제로 있었던 일인가요?”

“예. 한국검찰에서 증거를 요구하면 가져올 수 있습니다. 미스 리는 제가 그냥 도움을 요구했지 사건의 정확한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고만 하면 됩니다. 나 역시 미스 리가 정확한 조사내용을 말해주지 못한다고 해서 직접 왔다고 말 할겁니다.”

신속하게 이야기가 만들어지자 이혜리는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받았다.

“저는 칼 씨와 약속을 잡지만, 낯선 사람을 혼자 만나는 것이 불안해 나백현 씨도 불렀다고 하죠.”

“그리고 저와 미스터 나에게 메시지가 다르게 와서 수상하게 여기고 공장에 도착했다가 도와준 겁니다.”

둘의 대화를 듣던 나백현이 물었다.

“그런데 어제 혜리 씨가 그 싸가지 없는 검사에게 최 전무가 마약을 노동자들에게 줬다고 말했잖아요. 그럼 칼 씨가 G&W에서 마약을 취급하고 있어서 그것을 조사하려고 했다고 말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안 됩니다. 내가 만약, G&W가 미국에서 약을 취급하고 있었고 그 사실을 알았다면 DEA에 신고를 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고 DEA에서는 그런 조사도 없었습니다. 한국검찰에서 DEA에 도움요청을 하고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이 알려지면, 우리만 힘들어집니다.”

“칼 씨의 말이 맞아요. 그리고 지금 이 모든 것이 정상이 아니에요. 연락이 되지 않은지 몇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실종사건이 접수되고 저를 정식으로 기소했어요. 부장검사가 이렇게 했다는 이유는 자신이 옷을 벗을 각오를 하고 미친 짓을 하는 것이거나 아니면 나도 모르는 믿을만한 구석이 있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제가 아는 박재학 부장은 절대 미친 짓을 할 인간이 아니에요.”

“그 말은 믿을 구석이 있다는 말이군요.”

“네.”

확고한 이혜리의 대답에 칼이 물었다.

“그것이 뭡니다?”

“이런 일이 계속 진행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시가 없이는 불가능하죠.”

“정부? 청와대 말인가요?”

나백현의 질문에 이혜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확실한 것은 없어요. 하지만 만약을 위해서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증거는 확보하고 불리한 증거는 없애야 해요.”

“불리한 증거도 있나요?”

“칼 씨가 나에게 보낸 메일이요. 혹시 메일을 검사할지 모르니 그것들은 지워야 해요.”

칼 피츠도 기억났는지 ‘아!’하고 작은 소리로 탄성을 내질렀다.

“지워야 합니다.”

“무슨 내용인데 지워야 한다는 건가요?”

나백현의 질문에 이혜리가 답했다.

“일전에 제가 말했죠? G&W가 북한군을 매수해서 우리나라 섬을 공격한 사건 말이에요.”

“네. 기억나요. 그런데 그런 내용이 메일에 적혀있는 것과 무슨 상관인가요?”

“아무런 증거도 제시할 수 없는 음모론을 외국변호사와 메일로 교환하는 검사…… 이 사실을 살짝 비틀면 첩자로 몰아세우는 것도 어렵지 않아요.”

“설마……”

나백현은 대한민국이 이렇게 쉽게 진실을 비틀고 거짓으로 도배할 수 있다고는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혜리와 칼의 생각은 다른 듯 했다.

“조심해야 합니다. 한국만이 아니라 어느 나라든 국가안보와 관련된 정보는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잘만 하면 영웅이 되지만 잘못 다루면 오히려 배신자로 몰리게 될지 모릅니다.”

“칼 씨의 말이 맞아요.”

“뭐…… 둘 다 그렇게 말한다면……”

이혜리는 너무 순진한 나백현의 모습에 작게 웃고는 자신의 메일계정 ID와 패스워드를 알려줬다.

“백현 씨는 빨리 제 메일에서 칼 씨가 보낸 것들을 다 지우세요.”

“그런데 정말로 검찰에서 메일까지 조사할까요? 그리고 한다 해도 회사에 지워진 메일 정보를 요구하면 알아낼 수 있잖아요?”

“제 메일까지 조사할지 안 할지는 몰라요. 다만, 만약을 위해 조심하는 것이죠. 그리고 회사에 메일정보를 요구할 수 있지만 지금 저는 최연우 전무의 실종사건으로 기소된 거에요. 그러니 지워진 메일까지 찾으려고는 하지 않을 거에요.”

“확실한가요?”

“적어도 저라면 그럴 거에요.”

이에 나백현이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해야 할 다른 일은 없나요?”

“아, 그리고 오늘 안으로 이필순 변호사님을 찾아가보세요.”

“이필순 변호사요?”

“예. 전 검찰총장이시고 제 은사님이세요. 그분에게 상황을 말씀 드리면 도와주실 거에요.”

“알았어요. 그럼 우리는 이만 가볼게요. 조심하세요.”

“네.”


나백현과 칼 피츠가 돌아가자 이혜리는 잠시 눈을 붙이려 했다. 밤새 수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느라 잠을 한숨도 자지 못한 까닭이다. 하지만 그녀가 유치장의 차갑고 딱딱한 침대에 등을 붙이기 무섭게 또 다른 면회신청이 들어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전혀 반갑지 않은 상대였다.

“무슨 일이죠?”

이혜리의 차가운 질문에 박재학 부장검사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국밥을 앞으로 밀었다.

“겨울이라 날씨도 추운데 좀 먹지.”

“사식 넣어주려고 온 건가요?”

“겸사 겸사해서……”

박재학의 미지근한 대답에 이혜리는 국밥을 옆으로 밀어냈다.

“정확히 말하세요. 왜 왔나요?”

“이것을 내가 직접 보여주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왔다.”

“뭔데요?”

“구속영장이다.”

이혜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노려봤다. 이에 오히려 박 검사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놀라지 않는군.”

“아니요. 많이 놀랬어요. 제대로 수사도 이뤄지지 않고 아직 제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도 제출하지 못하였을 텐데, 벌써 영장이 나올 줄은 몰랐거든요.”

“그래도 네 얼굴표정을 보니까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군.”

이 검사가 어깨를 으쓱 했다.

“짐작 가는 바는 있었으니까요.”

“그 짐작 가는 바라는 것이 뭐지?”

“청와대.”

그녀의 대답에 박 검사가 눈을 크게 떴다.

“눈치가 빠른데?”

“당연한 것 아닌가요? 제가 지금까지 조사한 내용은 여당에게 결코 좋은 것이 없어요. 그리고 아직 수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 내용이 누군가로 인해 언론 쪽으로 흘러나갔죠. 즉, 최재원 전 의원의 무죄를 제가 증명한다 해도 여론은 정부를 비난하며 음모론에 휘말릴 거에요. 하지만 그 사건을 조사하던 담당검사가 살인마라고 한다면 모든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겠죠.”

조금의 주저함도 없는 이혜리의 목소리에 박 검사는 큰 소리로 웃었다.

“정말 똑똑한데…… 하긴, 그러니 부모님이 안 계셔도 혼자서 생활비를 벌면서 법대졸업하고 검사까지 된 것이겠지.”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는 부모님이 안 계신 고아라는 핑계로 영장을 발부했겠군요.”

“앉은 자리에서 천리를 내다보는군 그래.”

그의 칭찬 아닌 칭찬에 이혜리는 화를 억누르는 듯이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어요.”

“뭐지?”

“부장님이 전화를 한 건가요?”

“무슨 전화?”

“정부측 인사 말이에요. 부장님이 먼저 전화를 한 건가요? 아니면 그 쪽에서 알고서 먼저 선배에게 전화를 한 건가요?”

“그게 중요한가?”

“저에게는요.”

그녀의 대답에 박재학은 잠시 생각을 하다 짧게 대답했다.

“내가 했다.”

“그렇군요.”

“더 궁금한 것은 있나?”

이혜리는 피식 웃으며 순대국그릇을 이번에는 자신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숟가락으로 밥을 말면서 물었다.

“언제 구치소로 보낼 건가요?”

“내일. 그러니 천천히 먹어도 돼.”

“고맙군요. 그런데 인심 쓰는 김에 저녁 사식까지 넣어주고 가세요.”

“원한다면.”

그 대답을 들은 이혜리는 국밥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이에 박 검사는 더 이상 이 곳에 있을 이유가 없음을 깨닫고 그만 가려 했다. 하지만 그는 면회장을 나서기 전에 이 검사에게 물었다.

“이 검사.”

“왜요?”

“최 전무…… 어디에 숨겼나?”

“설마, 정말로 제가 그를 납치하고 어떻게 했다고 생각하시는 거에요?”

하지만 박 검사는 이혜리의 질문은 무시한 채 다시 질문했다.

“마지막 기회야. 지금이라도 말하면 정상참작해줄지 몰라.”

“정상참작? 웃기는군요. 오히려 묻고 싶네요. 이렇게 수사절차를 거의 무시하다시피 하며 강행하는 이유가 뭔가요?”

“무시했다고? 누가 그러지?”

“그럼 아닌가요?”

“너는 현행범이야. 그리고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높아서 먼저 구금시킨 건데, 뭐가 문제라는 거지?”

“현행범? 지금 그것을 말이라고 해요?”

이혜리가 숟가락을 탕 내려놓으며 면회 중 처음으로 언성을 높였다. 이에 박 검사는 마치 승자마냥 미소를 지었다.

“아니라고 우기려는 건가? 그런 것이라면 나중에 재판장에서 말해.”

“이……”

“너무 열 내지 마. 체한다.”

박재학은 다시 면회실을 나서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혜리 검사가 다급히 질문을 했다.

“그런데 만에 하나…… 조사 중 내가 무죄라는 것이 밝혀지면 어떻게 하려는 가요?”

“밥이나 먹어라. 아무리 시설이 좋아졌다 해도 교도소 생활은 힘들 수 밖에 없다.”

그 말을 끝으로 박 검사는 면회실에서 빠져나갔다. 그러나 혼자 남게 된 이혜리는 굳게 닫힌 문을 노려보며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에 한 말로 봐서는 박 부장도 내게 죄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해. 그럼에도 나를 구속수사 하겠다는 것은 나를 잡음으로써 얻는 것이 있기 때문이겠지?’

박재학이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아마 돈이거나 어쩌면 권력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둘 다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박재학이 직접 정부측 인사에게 전화를 했다는 사실이리라.

‘박재학이 직접 전화를 했다는 것은 G&W가 아직은 정부의 주요인사들에게까지는 손을 뻗지 못했다는 뜻이야. 그렇다면 아직 나에게도 기회는 있어. 그들을 설득할 기회는……’


작가의말

포대화상 님. 1타 추카드립니다.

빵빠바방~!! 빵빵빵~! 빵빠바방~!!!!!!!!!!!!!!!


오리피스 님의 질문은 아주 타당한 질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알기로도 검사를 바로 기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편을 쓰기 위해 변호사분에게 질문을 해본 바로는 현행범이라는 전재를 한다면 가능성은 좀 있다고 하더군요. 물론, 관행이라는 것등을 다 건너뛰는 일이라 실제로 일어날 수는 없지만 이론만으로는 가능하다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말하면 오리피스 님 말씀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맞습니다.

에테러 님 말씀대로입니다. 이번 편은 외국에서 한 나라를 흔들 정도의 거대한 기업이 사법부를 쥐락펴락하면서 정부를 들쑤셔놓던 사건을 각색한 것입니다. 즉, 정부건 기업이건 뭐건 권력을 가진자가 남용하는 것만큼 무서운 것은 세상에 없지요.

다크룬 님의 예언대로 감옥행~!!! 빠방~!!!!

봉보리 님, 코로나 님 말씀대로 박 검사는 ㅂㅂ2~!!! 가 될까요? 아니면 박 검사가 쥔공이랑 조연들을 다 감방보내면서 글이 엔딩을 맞이할까여? (옴마야~ 그게 사실이면 진짜 뒤통수 지대루당~)

잠실기차 님, 우왕좌왕 님, 風刃 님. 혀니워니 님. 무사도 님, 정태양 님, 나그네 님, 땅꾼 님,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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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로 물드는 밤 03 +17 14.04.06 10,428 327 19쪽
45 피로 물드는 밤 02 +16 14.03.29 8,874 314 14쪽
44 피로 물드는 밤 01 +8 14.03.25 10,817 389 7쪽
43 보이지 않는 전쟁 07 +16 14.03.17 9,949 317 15쪽
42 보이지 않는 전쟁 06 +11 14.03.07 9,040 33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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