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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가 케익 먹는 햄버거가 되는 그 날까지~!

운명을 던져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백수77
작품등록일 :
2013.09.18 02:21
최근연재일 :
2015.04.0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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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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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4.1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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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피로 물드는 밤 04

DUMMY

3.


퍼스트클래스 석에 탄 드라쿤은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30분을 앞두고 자신의 주변을 계속 맴도는 흑발의 매력적인 스튜어디스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만을 주시하고 있던 그녀는 시선을 받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왔다. 하긴, 퍼스트클래스의 모든 좌석을 다 사서 그와 그의 집사 프레데릭(Frederick)만이 사용하고 있으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Kann ich ihnen helfen?(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스튜어디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자, 드라쿤이 하얀 이를 들어내며 웃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너무나도 또렷한 한국말에 그녀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긴, 비행기를 타고나서 단 한번도 입을 열지 않았으니 그가 한국말을 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으리라.

“김민아라고 합니다.”

“민아라…… 이름이 참 예쁘군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한국말을 잘 하시네요?”

“예전에 몇 년 살았거든요.”

“그래도 발음이 너무 좋으세요.”

김민아의 칭찬 아닌 칭찬에 드라쿤은 마치 선생님에게 칭찬 받은 아이마냥 좋아했다.

“오래간만에 사용하는 것이라 발음이 나빠졌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군요. 참, 민아 씨.”

“예, 고객님.”

“고마워요.”

“뭐가요?”

“편안한 여행이 되게 해줘서요. 솔직히 개인제트기만 타다가 항공기는 처음 타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예쁘고 친절한 레이디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더 일찍 타볼걸 그랬어요.”

그의 말에 김민아의 얼굴은 잘 익은 홍시마냥 붉어졌다. 하지만 금발에 멋진 체격을 갖춘 미남의 칭찬이라서인지 얼굴에서는 미소가 지워지질 않았다.

드라쿤이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 매우 실례인 것을 알지만 지금의 기회를 놓치면 평생을 후회할 것 같아서 실례를 무릅쓰고 물어보겠습니다.”

“네?”

“혹시 공항에 도착하면 바로 집으로 가나요? 밤 10시 반에 도착하는데, 그 시간에 일하러 가는 것은 아니겠죠?”

김민아는 금발남성이 자신에게 작업을 걸고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사내법칙상 고객들과 개인연락처를 주고받으면 안되고 연애를 해도 안 된다. 하지만 이렇게 잘 생기고 돈 많은 남자의 유혹을 뿌리칠 여자가 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네. 바로 퇴근해요.”

“그럼 내일은요? 내일도 일하세요?”

“아니요. 내일은 쉬는 날이에요.”

그녀의 대답에 드라쿤은 잘 됐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오늘 제가 민아 씨를 모셔다 드려도 되나요?”

“저를요?”

“예. 물론, 가는 길에 저녁도 함께 하면 더욱 좋고요. 한식을 잘하는 아는 식당이 없어서요.”

그의 말에 김민아는 살짝 곁눈으로 프레데릭의 눈치를 살폈다. 아마도 얼굴 반쪽이 흉측하게 일그러지고 다리를 저는 사내와 함께 움직이는 것이 불편하다는 표현이리라. 이를 눈치챈 드라쿤이 말했다.

“물론, 프레데릭은 나와 함께 가지 않고 회사 쪽 사람들과 움직일 거에요.”

“그런가요?”

“어때요? 피곤하시겠지만 잠시 저의 가이드가 되어주실 수 있나요?”

드라쿤의 제안에 김민아는 아주 잠시 고민하는 척 하며 상대의 손을 살폈다. 그의 손에 반지가 없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들이 바람을 필 때 반지를 빼는 사실을 아는 그녀는 혹시라도 반지를 끼고 있었던 자국이 있는지 가까이서 살핀 것이다. 오랫동안 반지를 끼게 되면 자국이 생기거나 햇빛을 받지 않아 더 하얗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기혼이라는 그 어떠한 단서도 없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하지만 다른 동료들이 보면 좋지 않으니까 OO번 입구에서 기다려주세요.”

“OK. 그럼 기다리고 있을 테니 꼭 나오세요.”

흑발의 미녀 스튜어디스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자, 드라쿤은 수많은 불빛으로 수놓아진 서울의 밤을 잠시 감상했다. 그리고 잠시 후, 비행기가 착륙하자 그는 프레데릭과 함께 입국수속을 밟고 나가보니 G&W 측의 사람들이 2명 나와있었다.

드라쿤은 그들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물었다.

“내 차는?”

“준비해뒀습니다.”

그는 차 키를 받으며 말했다.

“프레데릭은 호텔에 가있어. 난 그년과 일을 보고 갈 테니까.”

“알겠습니다.”

드라쿤은 프레데릭과 G&W 측 사람들을 뒤로하고 주차장으로가 근처에 텅 빈 공간에 혼자 주차되어있는 검은 Lamborghini veneno를 향해 차 키에 달려있는 알람스위치를 눌렀다. 그러자 차는 ‘삐-삐-‘소리를 내며 윙크를 했다.

그는 차에 올라타 김민아가 말한 입구로 차를 몰고 가서 기다렸다. 그리고 약 15분을 기다리니 핑크색의 코트만을 걸치고 나온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드라쿤은 클락션을 ‘빵빵’ 누른 후, 차에서 내렸다.

“어서 오세요. 민아 씨.”

“와…… 이거 람보르기니 아닌가요?”

“아마…… 그렇군요.”

드라쿤은 자동차 앞에 붙여있는 메이커를 확인하며 대답했다. 그 모습은 마치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당신 차 아닌가요?”

“차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요. 그냥 직원들이 가져오는 것을 타거든요.”

“그렇군요. 그런데 당신하고 같이 있던 그분은요?”

“아, 프레데릭 말인가요? 그는 회사측 사람들과 함께 먼저 갔어요.”

드라쿤은 조수석 문을 열고 김민아의 가방을 뒷자석에 넣으며 말했다.

“타시죠.”

“고마워요.”

김민아가 조수석에 타자, 그는 문을 닫은 후 운전석으로 가서 올라탔다. 그는 안전벨트를 하며 말했다.

“참, 아직 이름 말하지 않았죠?”

“이름이 얀(Jane) 아닌가요?”

“어떻게 아셨나요?”

“고객 리스트에 성함이 적혀있었으니까요.”

마치 ‘그런 것도 모르냐?’는 투로 새침하게 대답하는 그녀의 모습에 드라쿤은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하, 이거…… 제가 민아 씨에게 뭔가 밀리는 느낌이네요.”

“그래서요? 싫으세요?”

“아니요. 아니요. 전 당당한 여자를 매우 좋아합니다.”

“고마워요.”

김민아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자 드라쿤 역시 따라 웃으며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750마력의 엔진이 포효를 하자 자동차는 하얀 연기만을 남긴 채 앞으로 쏘아져 나아가기 시작했다.

드라쿤은 한산한 고속도로를 달리며 물었다.

“그런데 김민아 씨 집은 어디에요?”

“OOO동이에요.”

“여기서 머나요?”

“아니요 가까워요.”

김민아는 얼마 없는 고속도로 위의 차들이 알아서 길을 비키는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런데 지금 어디 가는 거에요?”

“그냥 아무 곳이나요.”

“아무 곳이나?”

“식사는 천천히 해도 되지 않겠어요?”

그의 말에 김민아는 씩 웃었다. 이미 이럴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면세점에서 새 속옷을 사서 갈아입고 오기를 잘했다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드라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창을 통해 서울의 밤을 바라봤다.

그렇게 약 25분 가량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는 갑자기 옆으로 빠지더니 인적이 드물고 불빛이 없는 다리 밑에 멈췄다.

“왜 여기서 멈춘 거에요?”

“더 멀리 가고 싶지만 참을 수 없어서.”

드라쿤은 자신의 안전벨트를 풀며 물었다.

“이곳이 집에서 가까운 거리인가요?”

“네. 멀지 않아요.”

“혹시 혼자 살아요?”

“네.”

“좋군요.”

“왜요? 제 집에 가실래요?”

드라쿤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럴 필요까지는 없잖아요.”

그러며 그가 오른손을 뻗어 김민아의 안전벨트를 풀었다. 이에 그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상체를 가까이 하며 먼저 키스세례를 퍼부었다. 드라쿤은 그녀의 키스에 화답을 하며 손으로 검은 생머리를 뒤로 젖혔다. 그러자 김민아의 길고 하얀 목이 드러나며 은은한 향수가 코끝을 자극했다.

“너무 고마워. 나를 위해…… 모든 것을 줘서.”

드라쿤은 김민아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속삭이며 왼손을 스커트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의 적극적인 행동에 놀랐는지, 그녀는 작은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싫지 않은지 손을 빼거나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그를 끌어당기며 셔츠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김민아의 들뜬 숨소리가 차 안을 가득 채우자, 그녀의 하얀 목을 키스하던 드라쿤의 눈이 금색으로 변하더니 송곳니는 마치 사자의 것처럼 길고 날카롭게 변하였다. 그리고 김민아가 ‘어서! 어서!’라고 외치는 순간, 그의 이빨은 그녀의 목을 파고 들었다.

“아악!”

김민아는 짧은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나 통증은 잠시뿐, 그녀는 온 몸을 감싸는 엄청난 카타르시스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저 모든 긴장을 탁 풀고 살아생전 처음 느끼는 쾌락에 몸을 막기는 수 밖에는……

한편, 김민아의 피를 적당히 빨아 마신 드라쿤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목에 있던 큰 상처는 자연히 아물더니 미세한 바늘자국 2개만 남는 것을 확인하며 말했다.

“고마워. 네 덕분에 지금의 한국에 대한 지식을 얻게 돼서.”

“아…… 아……”

“자, 이제 집으로 가야지? 집 근처까지 바래다 주지. 그럼 너는 집에 가서 우울증으로 자살한다는 편지를 남기고 옥상에서 뛰어내리면 돼. 쉽지?”

“네……”

드라쿤은 다시 차를 몰아 그녀를 집 근처까지 바래다 줬다. 그리고는 곧 옥상에 올라가 자살을 할 김민아를 뒤로 한 채, 곧바로 G&W 서울지부로 향하였다. 수십 년 만에 방문한 한국이지만, 김민아의 피를 통해 그녀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흡수한 그는 이제 서울 지리를 훤하게 알기에 목적지를 찾아가는데 문제가 없었다.




“드라쿤 님이 직접 여기까지 찾아와 주시다니 영광이에요.”

비서로 하여금 포장마차에서 사온 순대를 먹던 백 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기는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으면서 입만 번지르르하게 인사를 했다. 그런 그의 행동이 익숙한지 드라쿤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비서에게 ‘오렌지주스’라고 말하고는 아무 자리에 앉았다.

“정말 잘도 처먹는군. 누가 돼지 아니랄까 봐……”

드라쿤이 오렌지주스로 입술을 축이며 독설을 내뱉자, 백 사장은 허파 한 점을 주워먹으며 대꾸했다.

“그 따위 더러운 입을 놀리려거든 그냥 나가서 뒤져주세요.”

“나이도 어린 새끼가……”

“겨우 3000년 밖에 살지 못한 것이 너무 예의가 없군요.”

단 한마디도 지지 않는 백 사장의 모습에 드라쿤은 피식 웃었다.

“너와 말싸움 하는 것도 재미없군. 그래, 내가 알아봐달라고 한 것은 어떻게 됐지?”

“최 전무의 사망에 연루된 자들은 모두 3명이에요. 이혜리 라는 여검사와 칼 피츠라는 미국변호사 그리고 나백현이라는 자에요.”

“그들이 있는 곳은?”

어디에 있는지만 알면 당장에라도 가서 죽일듯한 드라쿤의 기세에 백 사장이 잠시 뜸을 들였다.

“그 전에 할 말이 있어요.”

“뭐지?”

“지금 이 검사는 감옥에 있어요. 그녀는 죽이면 안 되요. 우리가 이용해야 할 미끼이니까요. 그리고 아무런 능력도 없는 하등 한 인간이 최 전무의 죽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도 아닐 테니, 굳이 드라쿤 님이 나서서 죽일 이유도 없지요.”

“그럼?”

“다른 두 명을 죽이세요.”

그 말에 드라쿤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 말은 그들은 특별한 인간이라는 말 같군.”

“맞아요. 칼 피츠라는 자는 원한을 가졌으며 신의 힘을 빌린 자에요.”

“신의 힘을 빌렸다? 너와 같은 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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