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백수가 케익 먹는 햄버거가 되는 그 날까지~!

운명을 던져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백수77
작품등록일 :
2013.09.18 02:21
최근연재일 :
2015.04.03 08:56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847,075
추천수 :
25,480
글자수 :
423,746

작성
14.10.05 09:27
조회
4,179
추천
164
글자
19쪽

여론 03

DUMMY

-박 대령. 이쪽이오. 이쪽……

‘음? 추명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된 악연. 나백현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의 주인공이 움직이는 방향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리고 알게 된 더욱 재미난 것은 사실은 추명운과 그 일행이 자리잡은 곳이 나백현이 있는 곳의 옆의 옆자리라는 것이었다. 즉, 신경을 집중하고 귀를 기울인다면 그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하. 이렇게 시간을 내줘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정계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신 추 후보님께서 저를 이렇게 불러주셔서 오히려 영광입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박 대령이야 말로 최전방에서 나라를 지키시는 영웅이지 않으십니까. 저 역시 군대를 전역했고 최전방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 이런저런 사고가 많이 발생했으니…… 쯧쯧.

-안 그래도 그 때문에 거의 노이로제 걸릴 지경입니다. 대체 무슨 생각인지 관심사병을 GOP로 보내는 등…… 하여간 요즘 좀 그렇습니다.

-자, 자. 우선 한잔 합시다.

술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몇 차례 나는가 싶더니, 종업원들이 오가면서 음식을 가져다 주는듯했다. 그리고 다시 둘의 대화가 이어졌다.

-저, 그런데 왜 저를 만나자고 하신 것입니까?

-혹시 저와 만난 사실 때문에 훗날 인사에 악영향을 받을 것을 걱정하는 것인가요?”

-그야……

-걱정 마세요. 저와 만난 사실이 알려질 리 없거니와 알려진다 해도 대령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을 겁니다.

잠시 말을 끊은 추명운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오늘 대령님과 만나자고 한 것은 현 군대의 문제점과 고쳐나가야 할 방향을 직접 듣고 싶어서입니다. 솔직히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일수록 현실을 모르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게다가 요즘은 워낙 사고사건들이 많지 않습니까. 구타, 성추행, 탈영, 총기난사 등등…… 그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잘 아는 분의 의견을 직접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거공약을 위한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우리 나라에게는 병역의 의무가 있습니다. 그 말은 즉,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자식을 군대에 보내야만 한다는 사실이죠. 물론, 돈 많고 빽 있는 집의 자식이라면 안 가겠지만…… 아무튼 군대문제는 거의 대부분의 국민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일입니다. 그런 만큼 진정 국민을 생각하는 대통령이라면 당연히 군대의 문제점 개선 또한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야 그렇지만……

-다시 한번 약속 드리지만, 절대 대령의 이름은 우리측을 통해 외부로 발설되지 않을 것입니다.


추명운의 약속에 박 대령이 연거푸 술을 마시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서 그의 입에서 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들이 술술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군대통솔에는 관심 없고 정치에만 신경을 쓰는 장성들. 국방과 젊은이들에게 관심 없는 청와대. 자신들의 세비는 올리면서 군대예산은 매년 줄이려고만 혈안 되어있는 국회 등 대령의 입에서는 인터넷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그런 류의 수많은 불평불만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귀를 기울이고 그의 이야기를 훔쳐 듣던 나백현 역시 일정부분 공감을 하였기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딸과 오붓한 대화를 하며 식사를 하던 한두원 교수가 물었다.

“뭘 그리 고개를 끄덕이나?”

“네? 아닙니다. 그냥 저도 모르게 딴 생각을 하느라……”

“그런가? 그런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니 뭔가 좋은 것인가 보군. 혹시 괜찮은 투자처라도 떠오른 것인가?”

“예? 아닙니다. 투자 쪽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나백현이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자, 한두원 교수는 아쉽다는 듯 작은 한숨을 내쉬고는 다른 질문을 했다.

“그런데 자네는 해외 쪽에도 투자를 하고 있나?”

“아닙니다.”

“왜?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딱히 이유라기 보다는 그냥 귀찮아서……”

솔직히 알지도 못하는 일본이나 미국주식 시장을 노려볼 정도로 그의 주식투자 지식이 깊지 않은 탓이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는 한두원 교수는 나백현을 설득하려는 듯이 열성을 다해 설명했다.

“국내주식투자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외국 쪽도 한번 관심을 가져주게나.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발행하는 국채 같은 경우 리스크가 큰 만큼 이자가 높아서 잘만 투자를 하면 수익이 매우 높다네. 그리고 디폴트에 빠져 휴지조각이 된 국채들 역시 잘만 고르면 로또 맡는 것보다 더 큰 차익을 남길 수 있다네.”

“그렇군요. 앞으로 국외 주식과 국채 등에도 한번 신경 써보겠습니다.”

“아이, 아빠는…… 왜 이런 자리에서까지 일 얘기를 해요. 그러지 말고 다른 얘기해요.”

한이슬이 나서서 재미없는 주식관련 이야기를 차단하자, 한두원은 ‘허허’ 웃으며 딸의 일상과 직장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틈틈이 나백현에게도 이런저런 사적인 질문을 해왔으나, 이미 모든 신경이 추명운 쪽으로 쏠려있는 그는 대충 ‘네’ 와 ‘아니요’ 로만 대답할 뿐이었다.

‘그나저나 어떡하지? 저 박 대령이라는 사람이 최전방에 있다고 했잖아. 그런데 만에 하나, 저 사람이 최면에 걸려 허튼 짓이라도 하게 된다면……’

전쟁!

정말 그런 끔찍한 일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오지랖도 넓다’ 욕 할 수 있겠으나, 나백현은 추명운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대체 상대가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박 대령을 추명운의 최면에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보여야지만 가능하다. 그러나 칸막이로 인해 볼 수 없으니 도울 방법 또한 없는 것이었다. 물론, 직접 저쪽 자리에 가서 모습을 드러낸다면 가능하리라.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추명운은 나백현이 자신의 일을 방해하려 한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부모님에게 해를 가할 수 있기에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지?’

나백현이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던 그때, 추명운의 목소리가 갑자기 묵직한 저음으로 바뀌었다. 그 순간, 그는 한가지 눈치를 챘다.

‘최면이 시작됐다.’

일전에 집에서도 최면을 걸기 직전 추명운의 목소리가 저음으로 바뀌던 것을 기억해낸 것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상황은 흘러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술자리의 대화로 시작했으나, 점차 정치얘기부터 사회문제, 교육환경을 거쳐 나중에는 정부를 비방과 비난하는 것으로 귀결했다. 그런 추명운의 강연 아닌 강연이 시작되자, 박 대령이란 자의 말수는 확 줄어들었다. 다만 간간히 터져 나오는 추임새와 박수만으로 아직 그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뿐이었다.

‘이제 어쩌지?’

나백현이 답답한 마음에 긴 한숨을 푹 내쉬자, 딸과 일상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어느 순간 혼자서 북핵문제와 종북에 대해 혼자서 열변을 토하던 한두원 교수가 반색을 하며 물었다.

“자네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나 보군. 그렇지?”

“네? 아, 네.”

솔직히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는지도 알지 못했지만, 무례하게 딴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할 수 없는 나백현은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한 교수는 뭐가 그리 좋은지 손뼉까지 쳤다.

“역시 자넨 생각이 깊군. 맞아, 맞아. 인터넷을 통해 정부를 비난하고 사람들을 선동하고 나라를 갈라놓으려는 모든 종북새끼들은 북으로 보내버리거나 감방으로 보내는 등 엄단해야 해.”

“네?”

너무 깜짝 놀란 나백현은 입에 있던 녹두전을 떨어트릴 뻔 했다. 그는 수많은 국민들처럼 딱히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을 지키는 입장이다. 그런 만큼 인터넷에 정말로 이유 없이 모든 문제를 정부의 잘못으로 몰고 가는 자들도 싫어하지만, 분명 잘못된 정책도 문제없다면서 모든 비판과 문제제기를 종북으로 몰고 가는 정부 또한 탐탁지 않은 그였다. 그렇기에 지금 한두원처럼 극단적인 발언을 듣자, 거부감이 들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런 나백현의 표정변화를 눈치 챈, 한이슬이 아버지를 말렸다.

“아빠. 왜 그런 얘기를 이 자리에서 하세요.”

“왜? 뭐가 문제냐?”

“그래도……”

“그리고 여기 나 군도 종북새끼들 싫다고 하지 않더냐? 역시 생각이 트이고 성공한 사람들은 뭔가 생각이 달라도 달라.”

“아빠.”

순간, 나백현은 ‘제가요?’하고 되물을 뻔 했다. 하지만 잠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까 ‘네?’하고 반문한 것을 한두원 교수가 ‘네!’로 잘못 듣고 오해한듯했다. 그러나 이런 자리에서 ‘교수님이 오해하셨습니다.’라고 솔직히 말하면 분위기가 너무 어색해질 것 같아서 그럴 수 없었다.

‘아, 집에 가서 라면이나 끓여먹고 싶다.’

그러며 반찬을 깨작깨작 거리고 있는데, 추명운이 있던 자리 쪽에서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났다. 혹시 벌써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건가 하고 귀를 쫑긋 세우는데, 박 대령이란 자가 화장실을 간다며 일어난 것이었다.

‘기회다!’

박 대령을 만나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지금 아니면 박 대령이란 자를 만날 기회조차 없으리라. 해서 나백현 역시 젓가락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 가나?”

오랜만에 대화가 통하고 맘에 드는 젊은이가 갑자기 일어나자, 한두원이 황급히 물어왔다. 이에 나백현이 어색하게 웃으며 화장실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화장실 좀……”

“아, 그런가? 어디…… 나도 음료수를 많이 마셔서 그런지 소변이 마렵군. 같이 가지.”

“네? 아, 네.”

그렇게 해서 한이슬의 아버지와 함께 화장실을 가는 어색함의 극치를 경험한 나백현. 그는 화장실에 들어서자, 옆에서 정치관련 얘기를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한두원을 무시한 채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다행히도 화장실 안에는 키는 작지만 머리가 짧고 어깨가 떡 벌어진 남자 하나뿐이 없었다.

‘저 사람이 박 대령이군.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지?’

확인하지 않아도 그가 추명운의 최면에 빠져있음은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면에서 빠져 나오게 할 방도를 모르는 나백현은 박 대령이 있는 바로 옆자리 소변기 앞에 서서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다.

‘어떻게 하지? 그냥 귀신보고 놀라게 할까?’

유치한 발상이지만 그것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바가 없었다. 해서 나백현은 자신의 실을 이용해 박 대령의 실을 엉클어트렸다. 식당처럼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자리에는 양기가 강해 귀신들이 접근하지를 않는다. 하지만 화장실은 반대로 음기가 강한 곳이기에 귀신 같은 존재를 끌어당기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 때문에 수많은 귀신이야기들이 화장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던가?

실이 엉클어진 박 대령은 소변을 다 눈 다음 손을 씻으려 세면대로 향했다. 그는 손에 물을 묻힌 다음 비누로 닦았다. 마지막으로 손에 묻은 비누기를 물로 씻어내던 그때 알 수 없는 한기가 온 몸을 훑고 지나가자 그는 한 차례 몸을 부르르 떨어졌다. 그리고 말로서 표현할 수 없는 따가운 눈길에 앞에서 느껴져 고개를 들어 거울을 쳐다보는 순간, 그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벌렁 자빠지고 말았다.

“으악. 으악. 으악.”

“뭡니까? 왜 그러세요?”

재빨리 볼일을 마친 나백현이 다가가자, 박 대령이 거울을 가리켰다.

“귀, 귀, 귀신.”

“네?”

“목이 잘린 귀신이…… 내 어깨를……”

“무슨 말씀이세요? 귀신이라니요?”

박 대령을 부축해 일으킨 나백현은 재빨리 엉클어진 실도 풀어줬다. 그러자 박 대령의 눈에 다시는 귀신 따위는 보이지 않았으며 좀 전에 느낀 한기(寒氣) 또한 사라져버렸다.

“그게…… 제가 뭔가 실수를……”

부끄러워진 박 대령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변명을 하자, 나백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피곤했나 보군요. 과로로 몸이 피곤해진 상태에서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과 술을 마시면 기(氣)가 빠지고 심가가 피폐해져서 헛것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그런가요?”

“예. 저도 들은 이야기지만, 궁합이 잘 맞는 사람과의 술자리는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만병통치약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술자리는 독약이라고 합니다. 뭐, 점쟁이가 해준 이야기니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요.”

“그렇군요. 아무튼 고맙습니다.”

박 대령이 화장실을 나가자, 어느새 손까지 다 씻은 한두원 교수가 옆에 다가와 물었다.

“아까 그 말이 사실인가?”

“뭐가요?”

“그 술자리 얘기 말일세.”

“그냥 무당이 하던 이야기니 사실이니 아니니 할 것도 없지요.”

그가 박 대령이 추명운과 더 이상 어울리지 않게 하기 위해 지어낸 거짓말이지만 굳이 이런 사실을 알릴 필요는 없기에 대충 얼버무렸다.


화장실에서 나온 나백현은 한두원과 함께 자리로 돌아가는 와중에 추명운의 자리 쪽을 슬쩍 들여다봤다. 그곳에는 박 대령이 먼저 집에 가겠다고 옷을 챙기고 있었으며 추명운은 갑작스럽게 돌변한 그를 붙잡으려고 허둥지둥 거리는 것이 보였다.

‘최면이 정말로 풀렸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박 대령이 갑자기 자리를 피하려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박 대령의 실이 짙은 색을 띠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분명 추명운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화장실에서 자신에게 들은 술자리에 대한 이야기 때문인지 아니면 최면이 풀리면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부작용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어찌됐건 모든 상황이 너무나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자, 그는 기분 좋게 웃으며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왜 그렇게 웃으세요? 뭐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요?”

“아니요. 그냥……”

한이슬의 질문에 나백현이 고개를 저으며 별일 아니라고 답하려는데, 한두원 교수가 끼어들었다.

“화장실에 가면서도 나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대화가 통하니 나 역시 기분이 좋군. 솔직히 요즘 젊은이들은 안보에 너무 신경을 쓰지 않고 너무 안일해서 무엇이 이념적 공격인지 조차 모르는 것이 부지수야. 그런데 오늘 나백현 군을 이렇게 만나 대화를 나눠보니, 아직 우리 나라에는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

“……”

혼자서 오해를 하고 시나리오를 짜는 한두원 교수에 대해서는 더 이상 대꾸할 말도 찾을 수 없었다. 게다가 저 부담스러운 눈빛과 하얗게 빛나며 자신에게 달라붙은 한 교수의 실…… 이거 잘못했다가는 내일이라도 당장 상견례라도 하자고 할 기세이지 않은가?

‘아무래도 이만 자리를 끝내는 것이 좋겠지?’

나백현은 박 대령이 추명운에게 인사를 하고 혼자서 식당을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이제 자신도 슬슬 집에 갈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귀신을 보여줌으로써 최면에서 깨어나게 할 수 있다는 좋은 정보를 얻은 만큼 확인할 것이 하나 더 있었지만……

“참, 이슬 씨.”

“네.”

“지난 번에 저희 집에 왔던 기자들이 어느 신문사 기자들인지 기억나세요?”

“왜요?”

“아니, 그냥이요. 뭔가 좀 알아볼 것이 있어서요.”

한두원이 잡채를 먹으며 물었다.

“무슨 일인데?”

“지난 번에 추명운 변호사가 백현 씨 집에 기자들과 함께 방문했었거든요.”

“그래? 음, 그럼 자네는 그쪽을 통해 뭔가 정보를 얻으려는 것인가 보군. 하긴, 비공식 정보루트야 말로 투자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지.”

부친의 말에 한이슬은 기억 속에서 기자들에 대한 정보를 더듬었다. 그리고 그녀의 도움으로 기자들의 이름과 어느 신문사 출신인지 알게 된 나백현은 이만 집에 가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두원은 2차로 술집에 가자고 하였으나, 낮에 외국에서 도착했다는 딸의 말에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한편, 박동식 대령이 그냥 가버리는 바람에 혼자 남게 된 추명운은 누군가 ‘나백현’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고민에 빠졌다. 분명 최면에 빠져들고 있던 박 대령이 화장실을 갔다 온 뒤 최면에서 깨어났을 뿐만 아니라 돌변한 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다만……

‘그 새끼가 혹시 내 뒤를 따라 붙어서 방해한 것인가?’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이민을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G&W본사에서 보내온 정보에 의하면 부모님을 모시고 호주와 뉴질랜드 여행까지 간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 식당에 나타나다니……

궁금증이 생긴 추명운은 나백현 일행이 계산을 하고 나가는 소리가 들리자, 조용히 뒤쫓아 나왔다. 어쩌면 동명이인일 수 있기에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곤 호주에 있어야 할 나백현이 식당 앞에 있는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저 여자와 남자는 누구지? 분위기로 봐서는 무슨 남자친구 소개해주는 자리 같은데?’

집에 가서 2차가지 않겠냐고 말하는 중년남자. 그리고 그를 ‘아빠’라고 부르며 ‘오늘 호주에서 돌아온 나백현씨 피곤하다’고 말리는 여자. 겉으로 봐서는 여자가 나백현을 아버지에게 소개해주는 자리였다. 그리고 박동식 대령이 최면에서 깨어난 것도 나백현이 근처에 있는 바람에 발생한 우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젠장.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다시 좀 조사를 해보라고 부탁해야겠군. 그나저나 박동식 녀석은 카멜레온에게 알아서 요리하라고 연락해야 하다니…… 짜증나는군.’

마음 같아서는 그냥 덮어버리고 싶지만, 박동식 건은 본사에서 내려온 명령이니 어쩔 수 없었다. 해서 추명운은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으며 휴대전화를 꺼냈다.

[어이!]

“카멜레온.”

[그래. 어떻게 됐어? 놈을 어디로 데려올 거야?]

“실패했다.”

[뭐?]

“최면이 풀려버렸어.”

[어떻게?]

“근처에 나백현 녀석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 녀석 부모님과 호주에 가있다고 하지 않았나?]

추명운이 어깨를 으쓱 했다.

“나도 몰라. 하지만 엿들어보니 오늘 도착했나 보더라고. 아무튼 박동식 녀석은 네가 알아서 불러내건 말건 해.”

[쳇! 하는 수 없지. 그나저나 그 녀석을 조용한 곳까지 어떻게 몰래 데려오지……]

카멜레온이 전화기에다 대고 투덜투덜거렸지만 추명운은 그냥 무시했다.

“그리고 본사에 연락해서 나백현 녀석에 대해 좀 더 조사하라고 해. 왜 한국에 나온 것인지. 정말로 이민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등등.”

[알았다.]

통화를 끊은 추명운은 나백현이 사라진 방향을 노려봤다. 그리고 만에 하나 놈이 자신을 속인 것이라면 그때는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을 했다.

하지만 그는 모르리라.

그가 뒤를 쫓아 나온 순간부터 나백현은 자신에게 달라붙는 실을 보고 추명운이 숨어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을……


작가의말

월충전설 님. 악당들이 넘 부지런해여. 개으름의 미학을 모르는 무식한 넘들...
적룡제 님. 오타지적 감사합니다. ^^
무사도 님. 무가지보 님. 감사합니다.
에테러 님. 감사합니다. 에테러 님도 감기 조심하세여~
브라이언 님. 오류지적 및 서울대 관련 정보 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곧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_ _) 넙죽~
베베 님. 소냐 님. 감사합니당.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운명을 던져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다른 작품들에 대하여 14.07.27 5,735 0 -
70 여우 굴 04 +7 15.04.03 1,798 54 13쪽
69 여우 굴 03 +6 15.03.24 1,928 69 10쪽
68 여우 굴 02 +8 15.03.17 1,787 75 13쪽
67 여우 굴 01 +6 15.03.17 2,145 71 13쪽
66 여론 04 +9 14.10.14 4,197 146 19쪽
» 여론 03 +9 14.10.05 4,180 164 19쪽
64 여론 02 +8 14.09.20 3,288 149 11쪽
63 여론 01 +4 14.09.20 3,619 137 9쪽
62 쟁탈전 08 +9 14.09.08 5,005 273 18쪽
61 쟁탈전 07 +3 14.09.08 5,248 256 10쪽
60 쟁탈전 06 +10 14.08.30 4,900 171 13쪽
59 쟁탈전 05 +12 14.08.25 5,582 277 18쪽
58 쟁탈전 04 +9 14.08.16 5,097 214 16쪽
57 쟁탈전 03 +8 14.08.03 6,044 261 15쪽
56 쟁탈전 02 +12 14.07.27 6,429 247 12쪽
55 쟁탈전 01 +17 14.07.20 6,935 288 10쪽
54 명분 04 +11 14.07.09 6,817 260 15쪽
53 명분 03 +5 14.06.30 6,746 254 16쪽
52 명분 02 +12 14.06.19 7,038 263 16쪽
51 명분 01 +9 14.06.08 8,298 270 18쪽
50 피로 물드는 밤 07 +17 14.05.27 7,696 267 17쪽
49 피로 물드는 밤 06 +8 14.05.12 7,574 266 14쪽
48 피로 물드는 밤 05 +15 14.04.17 7,778 279 11쪽
47 피로 물드는 밤 04 +3 14.04.17 7,765 249 12쪽
46 피로 물드는 밤 03 +17 14.04.06 10,427 327 19쪽
45 피로 물드는 밤 02 +16 14.03.29 8,874 314 14쪽
44 피로 물드는 밤 01 +8 14.03.25 10,817 389 7쪽
43 보이지 않는 전쟁 07 +16 14.03.17 9,949 317 15쪽
42 보이지 않는 전쟁 06 +11 14.03.07 9,040 334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