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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가 케익 먹는 햄버거가 되는 그 날까지~!

운명을 던져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백수77
작품등록일 :
2013.09.18 02:21
최근연재일 :
2015.04.0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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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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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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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피로 물드는 밤 07

DUMMY

4


나백현이 택시에서 내렸을 때에는 새벽3시가 가까웠을 때였다. 아직 집에 도착하려면 더 들어가야 하지만, 문제는 비포장길이라 비 때문에 진흙탕이 되어있어 차가 더 이상 진입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해서 그는 하는 수 없이 차에서 내려 머리 위에서 노니는 천둥번개를 무시한 채, 집을 향해 열심히 뛰기 시작했다.

약 10분 동안 뛰었을까? 입에서 단내가 나기 시작할 무렵, 저 멀리서 부모님의 사시는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나백현은 곧 있으면 도착할 수 있다는 생각에 미소를 짓는 그 순간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에 부딪혀 왼쪽으로 수 미터를 날아 바닥에 처박혔다.

“네가 나백현이냐?”

나백현은 입에 들어간 진흙을 내뱉으며 일어서는데,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온 몸의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는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짧은 금발머리에 파란 눈의 사내를 올려다봤다.

“혹시…… 드라쿤?”

“나를 아는가? 아니면 칼이란 녀석에게 연락이라도 받았나?”

“……”

나백현이 대답을 하지 못하자, 드라쿤은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이 씩 웃었다.

“연락을 받았나 보군. 역시…… 놈은 나의 존재와 움직임을 정확히 알고 피한 것이군. 이거 점점 재미있어지는데?”

하지만 드라쿤과는 달리 나백현의 얼굴은 시간이 지날수록 돌덩이마냥 굳어졌다. 아직 경험이 미천하여 능력자들을 만나본 적이 몇 번 없지만, 드라쿤은 지금까지 본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드라쿤은 나백현에서 일어나라 손짓을 하며 말을 이었다.

“너 또한 전화를 받고 도망쳤으리라고 짐작했다. 그래서 네 녀석 부모를 인질로 잡으려 했지. 그런데 말이야…… 이놈의 비가 너무 와서 좀 늦었어. 고속도로까지는 괜찮았는데, 마을로 진입하는 길이 너무 나빠 어쩔 수 없더군.”

750마력의 Lamborghini veneno는 비에 젖은 고속도로 위를 질주하는데도 그 어떠한 문제점도 없었다. 하지만 나백현의 부모가 사는 시골마을에 다가옴에 따라 상황은 달라졌다. 시골농촌마을이라 그런지 도로는 너무 오래 전에 포장을 하고 보수공사를 하지 않아 곳곳이 깨져있어 매우 불규칙했다. 게다가 비로 인해 산에서 흘러내려온 진흙이 길을 덮는 바람에 엄청난 배기량의 스포츠카는 마음껏 달리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좀 늦어진 것이 이런 행운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자, 그럼 나를 즐겁게 해봐.”

일어선 나백현은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연기로 변하여 바람처럼 움직이는 흡혈귀에게서 도망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자신의 모든 능력을 다 동원하여 맞서는 수 밖에는……

‘음?’

드라쿤은 겨울 비와는 다른 소름 끼치는 한기를 느끼고는 주변을 둘러봤다. 진흙이 된 비포장도로 주위에 몰려든 귀신들이 눈에 뚜렷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것이 너의 능력인가?”

실을 엉클어트려 귀신을 보이게 만들었음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질문하는 드라쿤의 모습에 나백현은 낙담을 했다. 최연우 때도 그렇지만 이들은 귀신 따위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었다.

드라쿤이 맹수처럼 노려보며 다시 물었다.

“이것이 다인가? 겨우 이 따위 장난으로 나의 선택을 받은 자를 소멸시킬 수는 없었을 텐데?”

마치 비아냥 같은 그의 말에 나백현은 자신의 실을 이용해 드라쿤의 실을 칭칭 감아 조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드라쿤은 뭔가를 느낀 듯 아주 잠시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건 무슨 능력이지? 갑자기 기운을 빼앗는 능력인가? 특이해.”

“……”

“하지만 역시 이것만으로는 최연우를 어쩌지 못해. 자, 너의 진짜 능력을 보여줘 봐. 과연 최연우가 명예로운 최후를 맞이했는지 나에게 증명하란 말이다. 안 그러면……”

“안……그러면?

“너의 모든 것을 다 파괴하겠다.”

나백현은 순간 드라쿤의 시선이 부모님이 자고 계신 집에 머문듯한 착각을 했다.

‘아니…… 아니야. 착각이 아니야. 저 놈은 나뿐만이 아니라 엄마아빠까지 죽이려는 거야.’

부모님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나백현은 괴성을 지르며 주먹을 들고 드라쿤에게 달려들었다.

“이야야!”

-퍽!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냉혹한 법. 나백현은 드라쿤은 손짓 한번에 달려들던 속도보다 더 빠르게 튕겨져 진흙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러나 아드레날린덕분인지, 그는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났다. 얼굴은 벌써 피범벅이 됐으나,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자신의 실을 이용해 드라쿤의 실을 죄이며 주먹질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드라쿤은 육체적 능력이 범인과 비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떠나서, 수천 년을 살아오며 수많은 전쟁을 직접 경험한 존재이다. 제아무리 천재적인 무술유단자라 할지라도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전투감각을 지닌 그를 나백현 같은 평범한 시민이 격투로 상대한 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곧 드러났다.

-퍼퍽. 퍼퍽. 퍽!

주먹 한번 제대로 휘둘러보지조차 못하고 십여 대를 얻어맞은 나백현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무리 아드레날린덕분에 아픈 것을 느끼지 못한다 할지라도 몸은 피로의 누적으로 순식간에 물먹음 솜마냥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드라쿤은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헐떡이는 나백현을 오른발로 밀어 넘어뜨렸다.

“다냐? 겨우 이게 너의 모든 것이냐?”

“……”

“겨우 이 따위 벌레에게 최연우가 당했다는 말인가?”

‘벌레’라는 단어에 나백현은 주먹을 꾹 쥐었다. 정말 마음 같아서는 저 면상에 주먹을 꽂아 넣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도 단지 마음뿐…… 이미 다리가 풀려서 일어날 수 조차 없었다.

드라쿤은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나백현의 얼굴을 왼발로 밟았다.

“그럼 이만 가거라.”

그 말과 함께 온 몸의 체중을 왼발에 실으려는 찰라, 등뒤에서 섬뜩한 기운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 드라쿤은 나백현을 내버려두고 우측으로 몸을 피했다. 동시에 그는 부엌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식칼 한 자루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스윽.

칼이 너무 가까이 지나갔는지, 베이지는 않았지만 얼얼한 귀를 붙잡은 드라쿤은 뒤에서 기습한 자를 확인하고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왜냐하면 그는 몇 시간 전에 놓친 칼 피츠였기 때문이다.

“이런…… 제 발로 나를 찾아올 줄은 몰랐군.”

칼 피츠는 드라쿤의 말에 대꾸 없이 나백현에게 물었다.

“괜찮습니다? 미안합니다. 좀 늦었습니다.”

“어떻게……?”

“동료의 도움을 받아 미스터 나 부모님 집주소를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

“그래도 다행입니다. 너무 늦지 않아서 말입니다.”

“글쎄요.”

어떻게 고향집주소를 알아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드라쿤이 알아낸 것을 칼 피츠 역시 알아내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기에 크게 궁금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나백현이 알고 싶은 것은 과연 칼이 저 드라쿤이라는 괴물을 상대할 능력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러한 나백현의 걱정을 뒤로한 채, 칼 피츠는 외투를 벗어 던지고 식칼을 거꾸로 잡으며 천천히 다가갔다. 마치 맹수가 먹이를 노리는 듯한 그의 눈빛에 드라쿤은 피식 웃었다. 신중히 움직이는 폼을 보아하니 뭔가 배운 티가 났다. 하지만 과연 그런 조잡한 기술가지고 신(神)이라 불렸던 자신을 상대할 수 있을지 가소로웠던 것이다.

“뭔가 배웠나 보지?”

드라쿤이 질문을 하느라 호흡이 흐트러진 순간을 잡아낸 칼은 비호처럼 달려들며 칼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의 동작이 커서인지는 몰라도 상대는 조금도 놀라지 않은 채, 옆으로 살짝 이동하며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칼은 그것 역시 이미 계산에 포함돼있었다는 듯이 자연스레 몸을 회전하며 드라쿤의 관자놀이를 노리며 왼발로 돌려차기를 하였다.

-턱!

그러나 칼 피츠의 회심의 공격은 너무나도 허무하게 막히고 말았다. 드라쿤은 마치 칼과 손발이라도 맞춘 듯 오른손을 들어 잡아챈 것이었다.

“한가지 충고하나 할까?”

“……”

“그렇게 동작이 큰 공격을 할 때에는 실패할 것을 고려하고 2차 공격이 들어와야 해. 그렇지 않을 경우 낭패를 당하지. 지금처럼……”

드라쿤은 칼의 다리를 잡은 채로 뒤로 휙 내던졌다. 이에 칼 피츠는 마치 종이인형마냥 아무런 저항도 없이 5-6미터를 날아 바닥에 떨어졌다. 다만, 나백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칼은 마치 고양이마냥 공중에서 몸을 비틀며 낙법을 이용해 충격을 거의 모두 흡수했다는 것이었다.

“오호. 제법인데?”

“합!”

칼은 드라쿤의 칭찬 따위는 무시한 채 다시 달려들었다. 그러나 힘과 스피드는 물론 경험에서까지 밀리는 그는 상대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하고 오히려 역공을 받아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그는 오뚝이마냥 계속 일어나 자신이 가진 모든 기술을 동원하여 공격을 했고, 드라쿤은 오랜만에 좀 즐기겠다는 듯이 일일이 상대를 해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비가 내리는 겨울날씨. 약 5분간 놀아준 드라쿤은 벌써 식상해졌는지 이만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해서 그는 오른손을 들어 자신에게 달려드는 칼의 오른 팔목을 잡아챘다. 그리고 그대로 회전을 하며 공중으로 붕 들어올렸다 바닥에 내리꽂았다.

-쾅!

칼은 재빨리 고개를 숙인 덕에 등으로 떨어져 정신을 잃지는 않았으나, 엄청난 고통으로 인해 얼굴을 펴질 못할 지경이었다. 이에 드라쿤은 씩 웃으며 오른발로 가슴을 밟고 상대의 팔을 잡고 있는 손을 뒤로 쓱 뺐다.

“네놈이 어떻게 해서 최연우를 죽였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그 죄값을 치를 때가 됐다. 아마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거야.”

그가 생각한 복수는 산채로 사지를 뜯어내는 것. 해서 지금 칼의 오른팔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려던 그때, 드라쿤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왜냐하면 칼은 자신의 손을 뿌리칠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팔목을 꼭 붙잡았기 때문이다.

‘뭐지?’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순간, 자신의 팔목을 맞잡은 칼의 손에서 강한 기운이 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아주 오래 전…… 저 먼 중동에서 마주했던 기운을 말이다.

“타나토스(thanatos)?”

살이 찢어지고 피로 범벅이 된 칼은 아무 대답 없이 웃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일어나던 기운은 순식간에 거대한 태풍처럼 휘몰아치더니 드라쿤의 몸에서 모든 생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바로, 이 순간을 만들기 위해 그토록 미련하게 덤비고 또 덤빈 것이었다.

그러나 드라쿤은 이런 상황에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따라 웃으며 말했다.

“타나토스의 사자를 이런 먼 이국 땅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하지만 마지막 죽음의 사자가 내 손에 죽었듯이 너 역시 같은 길을 갈 수 밖에 없어. 하압!”

드라쿤이 기합을 내지르자, 그의 피부가 꿈틀거리더니 이내 검붉은 색의 두꺼운 비늘로 변하였다. 그 비늘들은 마치 제각기 생명을 가지고 있는 듯 파르르 떨며 수백 수천 마리의 파리떼가 날갯짓을 하듯 ‘웅웅’ 소리를 냈다. 동시에 칼의 팔목을 잡고 있는 오른손에서부터 비늘의 색이 짙은 핏빛으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너는 타나토스의 힘을 빌어 생명을 앗아간다면 난 생명의 근원인 피의 신이다. 그런 나를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나?”

“크헉!”

얼굴에서 혈색이 사라진 칼은 결국,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먼저 손을 놓고 말았다. 그리고 곧 잔 경련을 일으키더니 이내 혼절을 해버렸다. 추위 때문인지는 몰라도, 칼의 얼굴은 백지마냥 창백한대다 눈이 뒤집힌 것이 마치 쇼크에 빠진듯했다. 이에 드라쿤이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며 혀를 찼다.

“이런, 이런…… 벌써 죽으면 안되지. 그럼 너무 편하잖아.”

드라쿤은 혼절해있는 칼을 내려다보며 팔을 잡고 있는 손에 다시 힘을 줬다. 그러자 칼의 팔목부근이 붉은 색으로 변하더니, 이내 온 몸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10초 정도 지나 온 몸으로 퍼졌던 붉은 기운이 사라지자, 혈색이 돌아오며 얼굴이 평온해지기 시작했다.

이를 확인한 드라쿤이 팔을 놓아주며 뺨을 때렸다.

-짝!

칼이 화들짝 놀라 눈을 부릅뜨자, 드라쿤이 내려다보며 씩 웃었다.

“정신 차렸나? 그럼 다시 시작해야지?”

-퍽!

드라쿤은 칼의 복부를 걷어찼다. 마음 같아서는 처음 계획대로 사지를 하나씩 뜯고 싶었지만, 자신에게 너무 많은 피를 빼앗겨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지금 그랬다간 바로 사망할 수 있기에 그럴 수 없었다. 해서 그는 칼의 벨트를 풀어 양 손목을 묶은 다음 나무에 매달았다.

“뭐, 처음 계획대로 해주지 못해 미안하군. 하지만 이것도 매우 기억에 남을 거야. 자, 그럼 시작할까?”



그러며 드라쿤이 나무에 매달린 칼을 때리며 고문을 시작하던 그때, 체력이 떨어지고 저 체온으로 제정신이 아니던 나백현은 엉금엉금 기어 고목나무에 등을 기대어 앉았다.

‘헉, 헉. 이대로…… 죽어야 하나?’

기분은 정말 엿 같았다. 로또 맞아 이제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예쁜 가정을 꾸리고 잘 먹고 잘 살 수 있나 했는데, 이대로 죽게 된다니 억울한 것이었다. 하지만 눈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지고 몸이 나른해지는 것이 이대로 잠들 것만 같았다.

-번쩍!

우르르 쾅쾅!

천둥번개가 치자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시야에는 여전히 칼을 샌드백 삼아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드라쿤의 모습이 들어왔다.

‘젠장. 벼락에나 맞아 죽어라.’

-번쩍!

우르르 쾅쾅!

다시 천둥번개가 쳤다. 나백현은 속으로 다시 한번 ‘벼락에나 맞아 죽어라’고 소원을 빌며 어두운 하늘을 바라봤다. 그리고 보았다. 겨울하늘을 뒤덮고 있는 먹구름 사이에 보이는 수많은 실들을……

‘뭐지? 저 실들은? 혹시……’

번개?

만약, 저 실들이 번개들의 실이라면? 그럼 저 번개들의 운명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번개 맞는 것보다 더 확률이 낮다는 로또도 맞았으니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래, 씨발. 어차피 지금 할 것도 없잖아.’

나백현은 먹구름 사이에 보이는 실들 중 하나를 노려봤다. 그러자 그 실이 쭉 늘어나더니 자신이 있는 곳까지 내려왔다. 이에 나백현은 자신의 실을 이용해서 드라쿤의 실과 번개의 실을 연결시켰다.

‘제발…… 벼락아! 내리 쳐라!’

-번쩍!

우르르 쾅쾅!

벼락이 내리쳤다. 그가 속으로 소원했듯이 벼락이 쳤다. 문제는 벼락이 전혀 엉뚱한 논두렁에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하긴 1/180만의 확률을 마음대로 조종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었다.

‘젠장. 다시 한번……’

그는 다시 한번 먹구름 속의 번개의 실과 드라쿤의 실을 연결시켰다. 그러나 이번에도 실패를 했다. 벼락은 엉뚱한 곳에 떨어진 것이다. 그렇게 대여섯 번의 실패를 거듭한 나백현은 방법을 바꿔야만 했다.

‘그래. 어차피 이것은 확률놀이야. 그러니 1/180만의 확률을 줄어야만 해. 하지만 어떻게 줄이지?’

잠시 고민을 하던 그는 자신도 모르게 주머니를 뒤졌다. 그러자 손끝에서 아주 차가우면서도 익숙한 느낌이 전해졌다. 그것은 500원짜리 동전이었다.

‘이것으로 해볼까?’

한동안 동전을 노려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한 나백현은 다시 번개와 드라쿤의 실을 연결시켰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동전의 실마저 연결했다. 그는 잠시 눈을 감은 채,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며 동전을 던졌다.

‘벼락이 드라쿤에게 떨어지면 앞면! 벼락이 칼에게 떨어지면 뒷면! 벼락이 드라쿤과 칼에게 떨어지면 중간!’

도박 중 남의 돈을 가지고 도박하는 것이 최고라 누가 말했는지 모르지만, 나백현은 그 유언비어 가르침을 따라 칼의 목숨을 가지고 도박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가 던진 동전을 누군가에게 다행스럽게도 앞면을 드러내며 진흙 위에 떨어졌다.

-번쩍!

귀청을 때리는 천둥소리나 폭발음 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눈부신 섬광 때문에 반사적으로 눈을 감을 뿐이었다. 그리고 약 몇 초 후에 눈을 뜨니 주위는 자욱한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 아직 비가 주적주적 내리고 있었으나 바닥에 흥건하던 빗물들은 증발해 보이지 않았다.

나백현은 화들짝 놀라 자신의 몸을 살폈다. 흔히, 낙뢰 근처에 있다가 화상을 입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몸 어디에도 화상 같은 것은 없었다. 이에 너무 기뻐 히죽히죽 웃고 있는 동안, 시야를 가리던 연기가 걷히며 주위가 보이기 시작했다. 칼 피츠는 여전히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있었으나, 드라쿤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그가 있던 자리에 검은 재가 흩어져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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